아유미 사라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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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gBug 성우 STATION 쿠스하라 유이 편


Profile 쿠스하라 유이

2012년 《여름하늘의 페르세우스》로 메인히로인 데뷔.

2014년부터 대번에 메인히로인으로서 다수의 작품에 출연.

퍼스널리티를 맡은 웹라디오도 인기.

올해도 주목작에 연이어 출연하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미연시 작품에 출연하고 계신 쿠스하라 씨입니다만,

성우라는 일을 의식하게 된 계기는 언제인가요?


쿠스하라: 제 경우엔 그림책을 여동생에게 읽어주거나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의 대사를 외워서 여동생과 역할극을 하면서 놀았었죠.



──그게 언제죠?


쿠스하라: 초등학생 시절이네요. 그게 재밌어서 그 연장선상으로 중학교 때 연극부에 들어갔고,

고등학교에서도 계속하면서 점점 연기에 재미를 붙였어요.

그런 가운데 성우의 매력을 알게 돼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그 '성우의 매력'이라 함은?


쿠스하라: 성우는 뭐든 될 수 있잖아요. 여성이라도 남성역을 맡을 수 있고, 인간이 아닌 존재도, 생물이 아닌 것도 될 수 있죠.

그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그 말인즉슨 '성우'라기보단 연기 그 자체에 관심을 가진 게 계기였던 셈이네요.


쿠스하라: 그런 셈이겠네요. 그 중에서도 애니를 보다가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애니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정말 좋아해서 많이 봐왔거든요.



──그 흐름으로 성우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건 어떤 타이밍이었나요?


쿠스하라: 저는 지방 출신이다 보니 당시엔 주변에 성우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어요.

그래서 성우 공부라는 의미에선 고등학교 졸업 후 상경해서 양성소에 들어간 후가 되겠네요.



──양성소엔 몇 년 다니셨죠?


쿠스하라: 저는 1년이요. 그 1년을 마칠 때 오디션이 열려서 소속할 수 있을지 여부가 판가름이 나요.

저 때의 오디션은 보이스 샘플의 제출과 과제 대사의 마이크퍼포먼스, 그리고 사장님과의 면접이었죠.



──그 오디션을 뚫고 양성소에 소속되는 게 어느 정도의 경쟁률인가요?


쿠스하라: 우선 양성소에 들어가는 게 힘들고요, 들어간 후에도 반이 나눠져요.

전 특진반에 들어갔었는데 그곳의 40명 중 사무소에 소속될 수 있는 건 4~5명 정도일까요.



──특진반이어도 10명에 1명꼴이로군요. 쿠스하라 씨는 그걸 뚫고서….


쿠스하라: 아뇨, 전 떨어졌어요(웃음).



──아, 실례했습니다(웃음).


쿠스하라: 아뇨, 괜찮아요. 그 특진반도 경험자 쪽이 많았거든요.

사무소 소속 경험이 있거나, 다른 양성소나 전문학교에 다녀서 기초가 쌓인 분들이 많았어요.

저처럼 아무런 경험도 없는 사람은 5명 정도라 꽤 주눅들었었죠(웃음).



──고생 좀 하셨겠네요.


쿠스하라: 주변에 잘하는 사람들 천지였으니까요.

첫날에 마이크 3대가 세워진 스튜디오에 몇 명씩 들어가게 돼서,

이 대본을 해보라는 거예요.

이른바 마이크워크라는 건데 전 마이크 앞에 서는 자세도,

대본을 넘기는 방법도 몰랐던지라 주변 사람들에게 일일이 여쭤보며 배웠어요.

그런 1년이어서 힘들었지만 굉장히 좋은 경험이 되었죠.





──아쉽게도 소속은 되지 못했다고 하셨습니다만,

그 뒤로 어떻게 미연시 성우에 이르게 되셨나요?


쿠스하라: 실은 제가 모은 돈으로 상경해 왔던 거라 시간적 여유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도 했었죠.

하지만 포기하지 못하고 양성소가 아니라 오디션을 받아 직접 들어갈 수 있는 사무소는 없나 찾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지금의 사무소에 소속할 수 있게 되었죠.



──이번엔 무사히 들어갈 수 있었나 보군요.


쿠스하라: 오디션에선 성우 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어필해서(웃음).

그래서 임시소속이 되었지만 실력에 따라 A와 B로 랭크가 나눠졌는데 전 아니나 다를까 B클래스.

'기대받지 못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죠(웃음).

하지만 임시라곤 해도 사무소를 구했으니, 이 사무소에서 열심히 해보자고 다짐했어요.



──그 이후 다양한 일감들이 있었겠지만, 18금 게임의 일을 하게 된 경위는 어떠했나요?


쿠스하라: 들어갈 때 계약서에 '이런 일은 괜찮습니까?'라는 체크리스트가 있어서,

저는 R18에 동그라미를 쳤어요. 그랬더니 어느 날 전화가 걸려와서

"다음 주 R18게임 수록이 정해졌어"라더라구요(웃음).





──그게 첫 미연시 일이었던 거로군요.


쿠스하라: ALL-TiME 브랜드의 《평범하지 않앗!!(普通じゃないッ!!)》이라는 게임이었어요.




──실제로 R18작품에 출연하게 돼서 저항감은 없었나요?


쿠스하라: 그런 건 전혀 없었고 오히려 엄청 기뻤어요.

시로와시 네네 짱 역이었는데요, 후타나리 캐릭터였어요.

그래서 어떻게 연기하면 좋을지 전혀 모르겠더라구요.

R18작품 같은 건 플레이해본 적도 없었고, 후타나리라는 문화도 몰랐고,

무엇보다도 H씬 연기를 연습한 적도 없었으니까요(웃음).



──그래서 어떻게 하셨죠?


쿠스하라: 실은 사무소의 사장님이 미연시 음향감독도 맡고 계셨던지라

발성법이나 연기를 가르침받고자 그때부터 매일 사무소에 다니면서

야한 연기와 물소리를 내는 연습을 했어요.



──그야말로 특훈이네요(웃음).


쿠스하라: 그런데 음향감독은 소리나 목소리를 듣기는 해도 어떻게 내는지까진 보고 있지 않거든요.

"정답인 소리는 아는데, 내는 방법은 몰라"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사무소에 사탕이나 어육소시지를 들고 가서 스태프 앞에서 이래저래 시험해보곤 했어요(웃음).



──정답엔 도달하셨나요?


쿠스하라: 저희는 그렇게 생각했죠(웃음). 그러고 수록에 임했는데 역시 안 됐더라구요.

목소리 연기는 OK 사인을 받았는데, 츄파음이 안 됐죠. 목소리가 작다는 지적을 받았어요.

다만 《평범하지 않앗!!》의 음향감독님이 여자 성우 분이셨거든요.

그래서 소리 내는 법을 가르쳐주시겠다며 친절하게 지도해주셨어요.



──얘기를 들어보면 츄파음 등은 자기류라는 성우 분들도 적지 않더라고요.

현장에서 지도를 받았다는 건 귀중한 경험이셨을 것 같네요?


쿠스하라: 굉장히 행운이었다고 생각하고 지금도 그분껜 감사하고 있어요.

그래서 간신히 데뷔작의 수록을 끝마칠 수 있었죠.



──《평범하지 않앗!!》은 2010년 10월 발매.

실제로 발매된 패키지를 보셨을 때 어떠셨나요?


쿠스하라: 역시 감개무량했지요. 하지만 실제로 게임 내의 음성을 들어보니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에로함이 많이 부족하게 느껴졌어요.

제 딴엔 최선을 다했는데도 말이죠.





──그리고 데뷔 3년차인 2012년, 《여름하늘의 페르세우스》(minori)에서 처음으로 메인히로인으로 기용되셨죠.


쿠스하라: 이 작품은 오디션을 통해서 발탁되었어요.

오디션이라고 해도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었고 우연히 인연이 닿아서 불러주셨죠.

이 오디션은 테이프녹음이 아니라 스튜디오 오디션이었어요.

스튜디오에서 실제로 캐릭터 연기를 하는 겁니다만, 시작될 때까지 어느 캐릭터의 어떤 연기를 하게 될지도 몰랐어요.

스튜디오에 들어갔을 때 '쿠스하라 유이 님'이라고 적힌 대본 뭉치를 건네받았어요.

그걸 보고 부스에서 연기를 하고 있자 "이 캐릭터도 연기해봐주세요"라며 추가 요청을 받기도 했고요.




──그런 오디션은 미연시에선 많은 편인가요?


쿠스하라: 저는 minori에서밖에 경험해보지 못했네요.



──그런 오디션을 통해 렌 역으로 캐스팅된 거였군요.


쿠스하라: 뛸 듯이 기뻤어요. 실은 《여름하늘의 페르세우스》에 발탁되기 전까지

일감도 잘 없고 사무소에선 B클래스고 해서 '난 가치가 없는 걸까'라는 생각까지 하던 시기였거든요.

그래서 메인히로인으로 발탁해 주셔서 정말로 기뻤어요.



──minori라고 하면 인기 브랜드인 탓도 있겠지만

성우에게 요구하는 것도 빡세다는 인상이 있죠. 시나리오도 방대하고요.


쿠스하라: 저는 첫 메인히로인이 minori 작품이었기에

'미연시 히로인은 이런 거구나'라고 생각했었습니다만 다른 게임의 메인히로인과는 다르죠.

일반적인 게임의 경우 공략 히로인이라도 주인공이 다른 루트로 가면 물러나잖아요.

하지만 minori의 히로인은 물러날 생각을 잘 안 한단 말이죠.

오히려 '내 쪽이 저 녀석을 더 좋아하는데'라며 질투를 부딪쳐 와요.

여자의 음습한 정념을 묘사한 부분을 전 좋아해요(웃음).



──minori 작품의 메인히로인쯤 되면 대본 분량도 방대할 거 같은데요, 준비가 힘들지 않았나요?


쿠스하라: 확실히 대사는 많았죠. 하지만 준비가 힘들었던가…?

음, 기쁜 마음이 컸던지라 그 부분은 잘 기억 안 나네요.

다만 스튜디오에 들어갈 때 대본이 무거웠던 건 기억하고 있어요.

처음 맡는 메인히로인이어서 하루에 얼마나 수록하는지 몰랐거든요.

지금이라면 '대충 1000~1200워드 정도일까'라고 상상할 수 있어서

들고 가는 대본량도 조절할 수 있지만 그땐 첫 수록이어서 3600워드의 대본을 통째로 들고 갔었죠.



──수록엔 시간이 많이 걸렸나요?


쿠스하라: 아뇨, 수록 자체는 꽤 순조롭게 진행되었어요.

수록에는 nbkz 감독님도 입회하셨지만, 대부분의 지시는 음향감독님을 통해서였고,

특별히 지체되는 부분도 없었어요.



──첫 메인인데 순조롭게 진행되는 건 꽤 드물겠죠?


쿠스하라: 아마도 스튜디오 오디션을 치른 덕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렌짱의 사고방식이 저랑 비슷하다는 점도 도움이 됐을지도요.



──그렇군요, 그런 점도 있군요.

그나저나 《여름하늘의 페르세우스》에선 웹라디오도 담당하셨죠?


쿠스하라: 《페르라지》 말이죠. 실은 이때 라디오에 나간 적이 없었거든요.

첫 라디오인데 메인 퍼스널리티고, 더군다나 단독 진행.

정말로 어떡하나 싶었죠(웃음).

다양한 일들이 첫 체험이었던 《여름하늘의 페르세우스》였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특히 라디오가 어려웠어요.

저 자신만 챙기기도 벅찬데, 매회 게스트로 히로인 역의 성우 분이 찾아오시잖아요.

게다가 다들 선배님들이시고 그래서 또 어떡하나 싶었고.

라디오 데이터가 유튜브에 올라가 있습니다만, 지금 들어보면 정말로 부끄러워요(웃음).



──다양한 체험을 한 《여름하늘의 페르세우스》입니다만

쿠스하라 씨의 초기 대표작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작품이 된 게 아닐까요?


쿠스하라: 어떨까요. 전 SNS를 안 하다 보니 주변의 평가는 모르거든요.

다만 이 작품에 출연하고 나서 메인히로인 일감이 늘어났기에 그런 의미로는 영향이 컸을지도 몰라요.





──이 인터뷰에선 커리어 중에 전환점이 되었던 작품이나 인상에 남은 작품에 대해 여쭤보고 있습니다.

 쿠스하라 씨께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만, 커리어도 길다 보니 연대를 나눠서 몇 작품 소개해 주셨으면 하네요.

 우선 데뷔부터 2014년까지의 5년 간은 어떤가요?

 

 쿠스하라: 우선 2014년 발매의 《마녀사랑일기》(Qoobrand)일까요.

 이 작품에선 아리스짱을 담당했는데요, 터무니없는 설정이 있어요.

 그 설정을 모르고 대본을 읽기 시작해서 몇 군데의 대사에서 위화감을 느꼈습니다만,

 그 설정을 알게 됐을 땐 등골이 오싹해졌죠.

 돌이켜 보니 짐작가는 대사는 있었습니다만, 그 사실에 도달했을 때의 충격은 잊을 수가 없네요.

 


 

 ──그 설정이라는 건 바로 그….

 

 쿠스하라: 네, 그거요. 궁금하신 분들은 꼭 게임을 플레이해봐주시길(웃음).

 

 

──게임 발매 후의 반향은 어땠나요?


쿠스하라: 원화가가 이누가미 키라 씨여서 캐릭터가 굉장히 귀여워요.

굿즈도 잔뜩 나와서, 굿즈를 샀다는 편지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저를 인식해주는 미소녀게임 팬 분들이 늘어난 작품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이 시기, 인상에 남은 다른 작품은 있나요?


쿠스하라: 또 minori 작품이 됩니다만, 《소레요리노 전주시》예요.

《여름하늘의 페르세우스》에서도 말했습니다만, 여자의 음습한 정념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웃음).

제가 연기한 토와짱은 마음에 벽이 있어서 감정을 밖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여자애였어요.

그 벽이 허물어지면서 감정을 드러낼 수 있게 되어갑니다만, 그렇게 나오게 된 감정이 매우 컸죠.

마유라짱 루트에서 주인공이 마유라짱에게 갔을 때, 주인공에게 엄청난 감정을 부딪치는 거예요.

그게 잊혀지지 않아요.




──minori 작품에서 자주 나오는 히로인의 '추궁 타임'이네요(웃음).


쿠스하라: 캐릭터를 연기할 때는 자연스러운 흐름에서 몰아붙이거든요.

주인공도 그럴 만한 짓을 했고요(웃음).

그래서 몰아붙이는 캐릭터를 편들게 돼요.



──이 작품에서도 웹라디오를 담당하셨죠.


쿠스하라: 《소레라지》죠. 웹라디오도 3번째라 이땐 꽤 익숙해졌었어요.

라디오는 사연 편지도 받을 수 있죠. 

라디오나 게임의 감상을 리얼타임으로 받을 수 있어서 라디오가 즐거워졌던 시기예요.

발매 전에 체험판을 플레이했다는 감상을 봤을 땐 기뻤어요.

리스너 분들도 열정적인 분들이 많아서 메일을 인쇄하니 A4용지가 빽빽하게 들어찬 경우도 있었어요(웃음).



──그런 메일은 소개하기 힘들겠죠.


쿠스하라: 이름을 소개하고 "전부 읽어드리진 못하지만 뜨거운 사연 고마워요"라고.

'읽어주지 않아도 되니 제 마음을 받아주세요'라는 장문의 감상을 받을 때도 있었어요(웃음).



──이건 다른 얘기입니다만, 이 2015년쯤부턴 출연작 수도 확 늘었죠.


쿠스하라: 그렇죠. 2014년쯤부터 여러 메이커 분들이 오퍼를 넣어주시게 돼서 일감이 늘어난 시기였죠.



──무언가 계기라고 할 만한 게 있었나요?


쿠스하라: 음, 역시 《여름하늘의 페르세우스》에서 렌짱을 연기한 게 컸을지도 몰라요.

렌짱의 목소리를 듣고 오퍼를 넣었다고 말씀해주시는 메이커도 있었어요.

첫 메인히로인 작품이 그런 식으로 이어져주는 건 기뻤죠. 제 명함으로 삼으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출연작이 확 늘어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의 3년 간은 어떤가요?


쿠스하라: 인상에 남았다는 의미에선 Frill의 《원교소녀 ~육상부 윳키의 경우~》네요.

지금까지 출연해왔던 작품과는 방향성이 다른 작품이었던지라 인상에 강렬히 남아 있어요.

이렇게 히로인이 내키지 않는 섹스를 하는 게임은 그다지 출연한 적이 없었으니까요.




──확실히 이때까진 순애게, 캐러게 작품 출연이 메인이었던 만큼 이런 작품은 드물었겠죠.


쿠스하라: 그렇다곤 해도 출연하는 게 싫은 건 아니었어요. 다양한 배역을 연기해보고 싶었던지라.

다만 그때까지 러브러브한 H씬의 게임만 해왔던지라 어떤 식으로 연기하면 될지 고민했어요.

내켜하지 않는 마음속 모놀로그 등도 있었기에 그 부분은 어떤 식으로 대사를 말하면 좋을지 열심히 생각했죠.



──《원교소녀》는 어떤 경위로 오퍼가 들어왔나요?


쿠스하라: 지명이었어요. 실은 그 전에 tone work's의 《호시오리유메미라이》에 출연했었거든요.

《원교소녀》는 같은 오카노 토야 씨가 시나리오를 담당하셨기에 그래서 지명받은 게 아닐까 해요.

"시나리오라이터 분이 같고 수록 스튜디오도 스태프 분들도 같은데 꽤나 성향이 다른 작품의 수록이네요"

라고 얘기했었어요(웃음).

"이런 것도 재밌네요. 좀 더 야한 게임도 만들어 봐요"라고도(웃음).

그래서 그 다음에 같은 멤버들로 수록한 게 《은색, 아득히》였어요(웃음).



──그런 《은색, 아득히》가 발매된 2016년엔 《데부라지》에, 《플로럴 플로러브 성가브리엘학원방송부》,

《라디오 앨리스그램가든》에 《신소노이즈~쿠스하라 유이&타치바나 마오의 라디오 사건부~》까지

웹라디오도 잔뜩 출연하셨죠.


쿠스하라: 4곳이었네요(웃음). 역시 minori 쪽에서 퍼스널리티를 계속 맡은 덕일까요.

minori의 라디오를 듣고 해주시는 분이라고 생각해서 오퍼 넣었다는 메이커도 계셨어요.



──인상에 남아 있는 방송은 있나요?


쿠스하라: 음…, 《플로럴 플로러브 성가브리엘학원방송부》는 처음으로 퍼스널리티 2명이었어요.

아키노 하나 짱이랑 했었죠. 역시 상대가 있으면 좋아요. 둘이서 대화를 즐기는 게 기뻤던 기억이 있어요.




──《라디오 앨리스그램가든》은 안즈 미츠 씨,

《신소노이즈~쿠스하라 유이&타치바나 마오의 라디오 사건부~》는 타치바나 마오 씨와

2인 퍼스널리티 방송이 이어졌죠.


쿠스하라: 다들 개성적인 분들이라(웃음). 

가장 이상했던 건 《신소노이즈~쿠스하라유이&타치바나마오의 라디오 사건부~》였죠.

'게임 라디오인데 작품 소개를 안 해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웃음).

선전도 제대로 안 하고 즐겁게 떠들기만 해도 되는 걸까 싶었던 게 이 방송이었어요.

오히려 《신소노이즈》의 분위기를 라디오가 다 망치거든요.

정말로 괜찮은 걸까 싶었죠(웃음).



──괜찮은지 여부는 몰라도 화제가 됐던 건 확실하죠(웃음).


쿠스하라: 그럼 괜찮겠죠?(웃음)





──그럼 얘기를 되돌리겠습니다. 2018년부터 2020년에 걸쳐 인상에 남았던 작품을 알려주세요.


쿠스하라: 이 시기면 《RIDDLE JOKER》(유즈소프트)일까요.

이 작품을 계기로 팬이 되었다는 메일을 받는 경우도 많고,

아직도 굿즈나 ASMR이 나올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끈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해외에서도 '나나미짱의 팬입니다'라는 편지가 오기도 하니까요.




──해외에서 말인가요?


쿠스하라: 한국이나 중국, 이탈리아에서도 받았어요.

게다가 원문과 함께 일본어로 번역된 편지가 들어 있었죠.



──《RIDDLE JOKER》의 드높은 인기를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네요.


쿠스하라: 물론 다른 작품 캐릭터의 팬이라는 편지도 많이 받았어요.

그런 작품에 출연할 기회를 받은 건 정말 감사할 따름이죠.



──다른 작품을 꼽는다면?


쿠스하라: 《달의 저편에서 만나요》(tone work's)네요.

레인짱을 연기했습니다만, 성장 과정이 저랑 닮은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 레인짱이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정말 이렇게 울어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눈물이 쏟아졌어요.

그 눈물이 대본에 떨어지는 소리가 저한테도 들려와서

머릿속 한 구석에 있는 냉정한 쿠스하라가

'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 마이크에 녹음된 거 아닐까'라고 말해왔습니다만

멈출 수가 없어서 '이대로 가자'고 마지막까지 수록했어요.

OK는 받았지만 분명히 그 눈물 소리는 녹음됐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걸 스태프 분이 빼주셨을까 궁금한데 어땠을까요(웃음).




──그렇게 열심히 수록한 보람이 있었는지 레인 루트는 팬들의 인기도 높아서

이후 《달의 저편에서 만나요 SweetSummerRaionbow》가 발매됐습니다.


쿠스하라: 팬디스크죠.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와 다시 한 번 만나는 건

미연시에선 잘 없는 일이기에 역시나 기뻤어요.

게다가 팬디스크에선 레인짱의 이미지송인

《데인저러스큐트해커레인짱》의 커버송을 부르게 됐죠.

다만 이 곡은 흔히 말하는 전파송이라 부르는 게 어려워요.

게다가 코러스도 전부 스스로 불러서 레코딩 때 고생했죠. 

하지만 노래를 부를 기회는 잘 없다 보니 기뻤어요.



──그러고 보니 노래 일은 많이 없네요.


쿠스하라: 노래를 부르는 건 좋아하므로 꼭 좀 잘 부탁드립니다!!





──기대하겠습니다. 다음으로 2021년 이후의 출연작을 돌이켜보면 어떤가요?


쿠스하라: 최근작이면 《창작그녀의 연애공식》(Aino+Links)이네요.

크리에이터의 이야기라서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고, 깨닫게 된 부분도 있었어요.

제가 담당한 유메미짱은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만, 성우와 달리 0에서 1을 만들어내는 일이죠.

크리에이터는 다들 이런 갈등을 끌어안으며 최선을 다해서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걸

재차 실감하며 앞으로도 소중히 캐릭터를 연기해 나가자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리고 2024년입니다만, 이번 호의 BugBug에선

《Unravel trigger》(Archive)를 권두특집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엔 코하나이 레이리 역으로 출연하시죠.


쿠스하라: 네. 이미 수록도 끝마쳤어요.

《Unravel trigger》는 전쟁을 다루기도 해서 시리어스한 장면도 많아요.

하지만 수록 시엔 '너무 시리어스하게 갈 필요는 없다'라는 지시도 있어서,

시리어스를 조절하는 게 어려웠어요.

특히 레이리는 귀여움과 무겁고 시리어스함 양쪽을 지닌 캐릭터라

어느 쪽을 얼마나 드러내면서 연기할지 계속 고민하게 만들었죠.





──올해는 한 작품 더. 이미 발매됐습니다만,

《시작하는 세계의 이상론 -goodbye world index-》(Whirlpool)에도 출연하셨죠.


쿠스하라: 하하, Whirlpool 작품에선 늘 신이에요.

물론 이름은 다릅니다만, 뭐랄까, 개념적인 캐릭터죠.



──BugBug에서의 Whirlpool 인터뷰에서도

"카미짱이 어떤 캐릭터인진 cv.쿠스하라 유이 씨라는 걸로 알 수 있으리라 봅니다"

라고 하더군요(웃음).


쿠스하라: 수록시에 음향감독님께서 "카미짱은 잔혹하네~"라고 하시더라구요(웃음).

나쁜 아이는 아닌데, 유저 분들께 미움받진 않을지 조금 걱정돼요.

Whirlpool 작품을 좋아하는 분들은 바로 알아차릴 거 같지만 꼭 플레이해봐주세요.

그나저나 이제 슬슬 좀 공 략 히 로 인 으 로 삼 아 줬 으 면 하 네 요.

저 Whirlpool 작품에서 3작품 연속으로 이런 포지션이니까요(웃음).



──향후의 Whirlpool 작품에 기대해야겠네요(웃음).

여기서부턴 쿠스하라 씨의 일 방식 같은 것도 여쭤보려고 합니다.

우선 쿠스하라 씨가 성우로서 일을 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걸 알려 주세요.


쿠스하라: 물론 일에 따라서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변합니다만 미연시에서 히로인을 연기할 경우,

유저 분들이 그 캐릭터에게 심쿵하는 순간이 반드시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장면에서 좋아하게 될 수 있는 여자애를 연기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수록에 임하고 있어요.

메이커나 크리에이터 분들이 귀여운 캐릭터를 만들어주셨으니 그 부분은 분명하게 전하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수록 준비나 대본 리딩 등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대본을 읽을 때 고집하는 방식 같은 건 있나요?


쿠스하라: 종이로 대본을 받았을 땐 각 캐릭터의 이미지컬러를 정해서 그 색의 형광펜으로 모든 대사에 선을 그었어요.



──색으로 캐릭터의 이미지를 파악하기 쉽게 하고 있다는 뜻인가요?


쿠스하라: 명확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런 면도 있죠.

요즘엔 대본을 데이터로 받아서 태블릿으로 읽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각 히로인의 이미지컬러는 정해둬요.

캐릭터 일러를 보고 대본을 가볍게 읽고 '이 애는 노란색, 이 애는 보라색' 이런 식으로 정하고 있어요.



──그렇게 대본을 읽으면서 캐릭터를 완성시킨 후 스튜디오에 들어가나요?


쿠스하라: 그 장면 내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캐릭터 사이의 거리감은 어떤지 등은 파악해 나갑니다만

음색이나 말투는 고정해두면 수정이 어려워지는지라 캐릭터를 완성시켜서 수록에 임하진 않네요.

스튜디오에선 우선 이미지한 캐릭터를 드러내보고, 아닌 거 같으면 거기서부터 수정해나가는 느낌이에요.



──최근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적중한 캐릭터는 있나요?


쿠스하라: 《Unravel trigger》는 오디션이었는데요,

"레이리는 오디션대로 해도 OK예요"라고 말씀해주셔서

첫 이미지로 정해졌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물론 오디션에서 정해진 캐릭터라도 첫 수록 때 조정하는 경우는 있지만

오디션이 기준이 되므로 조정도 하기 쉬운 면이 있죠.



──반대로 스튜디오에서 메이커와 조율하면서 만들어나간 캐릭터는 있나요?


쿠스하라: 《사랑으로 물드는 정의난만》(CUBE)이요.

캐릭터 설정과 그림을 보고 쿨하고 어른스러운 캐릭터라고 생각했거든요.

누나 캐릭터니까 침착한 타입인 줄로만.

막상 스튜디오에 가보니 "로리박사로 부탁합니다"라셔서, '그랬구나!!' 했었죠.

그러고 "어른스럽게 갈지 로리스럽게 갈지 고민 중이니 4패턴 보여주세요"

라셔서 굉장히 낮은 목소리, 자신이 이미지한 목소리, 조금 높은 목소리, 로리박사까지 해보고

결국 로리박사로 정착됐어요(웃음).



──간단히 정하지 않는 게 CUBE다울지도 모르겠네요.


쿠스하라: 그럴지도요(웃음). 하지만 이렇게 메이커 분들과 함께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것도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어서 즐거워요.



──참고로 쿠스하라 씨 본인이 생각하는 하기 쉬운 역할과 힘든 역할은 있나요?


쿠스하라: 음…, 어떤 역할인지보단 메이커와 저 사이에서

서로가 원하는 캐릭터상이 보이지 않을 때가 힘들죠.

이런저런 지시를 받아도 영 와닿지 않을 때라든가.

하지만 그럴 땐 음향감독님이 "이런 거 아닌가요?" 하고 잘 언어화해주셔서

"아하, 그런 거였군요"라면서 이야기가 정리되는 케이스가 많네요.



──역할보단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있으면 힘든 현장이 되는군요.


쿠스하라: 그래서 메이커 분들과 원격회의를 할 땐 조금 힘들지도 몰라요.

역시 현장에 계셔 주시는 게 커뮤니케이션을 취하기 쉬우니까요.



──코로나도 일단락되었는데 수록현장도 원래대로 돌아갔나요?


쿠스하라: 아직 일부는 원격으로 하기도 합니다만 대부분은 돌아갔네요.

《Unravel trigger》에선 쿠도 케이스케 씨가 쭉 스튜디오에 계셔 주셨어요.

역시 기획의 전모를 파악하고 계신 분이 스튜디오에 계셔 주시면 안심감이 들죠.



──수록할 때의 루틴이나 스튜디오에 반드시 들고 가는 물건은 있나요?


쿠스하라: 루틴은 어긋났을 때가 싫어서 특별히 정하지 않아요.

스튜디오엔 최근엔 핫커피를 반입하네요.



──커피는 좀 드문 거 같네요.


쿠스하라: 좋아하는데요, 카페인에 약해서 하루에 한 잔밖에 못 마셔요.

수록이 있는 날은 그걸 부스에 반입해요.

따뜻하고 머리도 또렷해져서 좋은 거 같아서.



──하루에 한 잔이면 수록이 길어질 땐 힘들겠네요.


쿠스하라: 보통 마지막엔 식어 있죠(웃음).



──대본은 태블릿에 데이터로 보내준다고 하셨는데, 종이보다 편리한가요?


쿠스하라: 무엇보다 관리가 편하죠.

기밀 데이터이므로 함부로 처분하지도 못하니까요.

게다가 태블릿이면 전철 안에서도 읽기 쉽고,

기왕이면 전체 대본을 읽고 싶으니 볼륨적으로도 데이터 쪽이 편하죠.



──최근엔 메모를 쓰는 것도 쉬워져서 태블릿 데이터파 성우 분들이 늘어나는 추세죠.


쿠스하라: 그렇죠. 어느 어플이 쓰기 편한가 정보교환도 하곤 해요.



──그런 교류도 있군요. 쿠스하라 씨도 올해로 데뷔 14년차.

후배들에게 조언해주는 경우도 늘지 않았나요?


쿠스하라: 후배…도 조금씩이죠(웃음).

수록 현장에서 함께 녹음하는 경우는 적지만

라디오에 함께 출연하게 되었을 때 얘기를 나누곤 해요.

그러고 보니 《FLIP*FLOP 신스이 라디오 방송국》을 함께 진행한

에노모토 네무 짱은 라디오가 처음이라 《페르라지》때의 저를 보는 것만 같았어요(웃음).

제1회 땐 정말로 긴장했던 모양이라 '그 시절의 나도 이랬을까~'라며 흐뭇하게 바라봤었습니다만,

최종회 땐 완전히 해이해져서(웃음).



──그만큼 쿠스하라 씨가 하기 쉬운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는 거겠죠.


쿠스하라: 그런 셈 칠게요(웃음).



──라디오도 베테랑이시니까요(웃음). 그런 라디오는 어떤 점이 즐겁나요?


쿠스하라: 성우끼리 떠드는 거요. 저희는 수록 현장이 같은 경우가 없어서

성우끼리 얘기할 장소가 없거든요. 그래서 팬 분들과도 메일로 교류할 수 있는 게 즐거워요.

앞으로도 라디오 시켜주시면 좋겠어요.

아 참, 라디오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아직 공개 녹음을 한 적이 없거든요.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그 밖에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또 어떤 게 있나요?


쿠스하라: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노래는 불러보고 싶네요.

특히 전파송을 불러보고 싶어요.

실은 예전부터 KOTOKO 씨나 모모이 하루코 씨의 노래를 경청해서

전파송도 정말 좋아했거든요. 그러니 《데인저러스큐트해커레인짱》에 이어서 전파송에 도전하고 싶어요.



──일 얘기는 잠시 놔두고, 휴일엔 어떻게 지내시나요?


쿠스하라: 게임이죠. 《스플래툰》은 시리즈 누계 3000시간은 플레이했네요.

《아이리스 미스티리아》도 휴일에 즐기고 있고요.



──《스플래툰》은 대전플레이도 가능합니다만 사적으로 친해진 성우 분은 계신가요?


쿠스하라: 함께 게임을 즐기는 건 타치바나 마오 짱, 아키노 하나 짱, 후지사키 우사 짱 등이죠.

다들 라디오를 통해 친해졌어요. 게임뿐만이 아니라 일 마친 후에 티타임을 즐기거나,

식사를 하러 가기도 하고요.



──앞으로 교우관계를 넓히기 위해서라도 라디오 일은 중요하군요(웃음).

그럼 슬슬 마지막 질문이 되겠습니다.

재차 쿠스하라 씨가 생각하는 성우라는 일의 즐거운 점과 힘든 점을 가르쳐 주세요


쿠스하라: 즐거운 점은 쭉 변함없지만 뭐든 될 수 있다는 거죠.

그야말로 신조차도 될 수 있는. 그리고 인생을 몇 회차나 경험할 수 있는 게 즐거워요.

힘든 건 컨디션 관리. 제 컨디션은 캐릭터와는 관계 없으므로

수록 때는 항상 같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요.



──앞으로도 많은 캐릭터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주셨으면 하네요.

그럼 마지막으로 BugBug 독자 분들께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쿠스하라: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성우라는 직업은 라이터와 일러스트레이터, 음향 담당 등

다양한 사람들의 힘으로 만들어진 작품의 마지막의 마지막에 목소리를 넣어서

유저 분들이 즐길 수 있게 해드리는, 혼자서는 성립되지 못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의 노력을 집결한 작품을 유저 분들이 많이 플레이해주셨으면 하고,

'플레이하길 잘했다'라고 여기게 만들어줄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게끔

앞으로도 진심을 담아 연기해 나가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목소리는 정말로 큰 힘을 지니고 있으니,

'좋다!!'라고 생각했을 땐 부디 '쿠스하라 유이가 좋았다!!'라고

앙케이트 엽서나 X(옛 Twitter)에 써주세요.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