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점수부터 매기자면....

청춘이 꿈을 가지고, 무작정 날고싶어하고, 무모한 꿈을 꾸고, 비웃음당하고, 날개가 꺾이고, 썩어가다가

곪은 날개를 치료하고, 다시 꿈을 떠올리고, 날개를 펴고, 몸을 움직이고, 다시 날아오르는 그 과정을

이 게임은 너무 잘 표현했다고 생각함


주로 말하고 싶은건 역시 코토리루트랑 아마네루트인데

코토리루트는 새로운 날개를 찾아가는 루트라는 느낌이었고

아마네루트는 부러진 날개를 다시 고치는 루트란 느낌이었음


모닝글로리 속에서 새로운 날개를 찾음에 기쁨을 금치 못하는 코토리의 환희와

모닝글로리 속에서 부러진 날개를 펼치고 날개가 부러지기 전 과거를 떠올리는 아마네의 고독의 대비는

같은 장면인데도 서로 다른 감정을 자아내며 색다른 느낌을 준 신기한 감각이었음


실제로 두 루트 다 고점은 높고, 고점이 이어지면서 느낀 감정은 부정할 수 없었다고 생각해

하지만 내가 이 게임이 너무 아쉬운 점은 그 고점을 표현하기 위해 은근슬쩍 뭉개고 간게 너무 많았음


우선 코토리루트는 전개가 좀 뭉개져있음

이 게임은 청춘이냐 다큐냐 이 갈래에서 결국 청춘을 택하는 게임이지만

갈등을 묘사하기 위해선 청춘보다 다큐를 많이 채택한 모습을 보임

그러나 이 다큐가 결국 청춘이라는 작품의 이미지를 해치고 전개를 부자연스럽게 느끼게 만들었다고 생각함

솔직히 그래도 그 고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준 빌드업은 좋았음

코토리라는 캐릭터 그 자체만으로도 빌드업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거기에 심리묘사를 섞어 고점을 더 빛나게 만들었음. 콘노아스타의 장점이지 ㅇㅇ 

하지만 정작 전개는 심리묘사에서 진지한 부분을 이어가려고 다큐를 너무 섞었다가 청춘물의 분위기를 헤쳤다는 느낌이 많이 듬

코토리는 얘가 왜 이렇게 된건지 알겠어. 근데 이 사람들은 왜 이런 동기를 가지고 이런 행동을 하지? 에 의문을 많이 가진 루트가 아니었나 싶음


반대로 아마네루트는 빌드업이 좀 뭉개져있음

완전히 청춘루트를 타면서 사람이 꿈을 꾸다가 좌절하고 다시 추락하는 모습이 아마네루트 빌드업의 주 소재인데

정작 그 모습을 처절하게 보여줘야했을 이스카에 대한 묘사와 연출이 너무 허접했음

이스카가 억까를 너무 과하게 당한것도 있지만 정작 이스카가 속마음을 이끌어낸 아마네는 이스카의 아군이 억까를 하고 앉아있음

그러면서 이스카가 억까를 당하는 모습을 살리는거라도 제대로 보여줬냐고 하면 그것도 아님

이스카가 중간에 어떻게 욕먹고, 압박감을 느끼고, 내몰리다가 끝내 그렇게 됐는지, 왜 이스카가 망가졌는지, 그런 이스카를 지지해줘야 했을 사람도 어째서 손을 댈 수가 없었는지, 그 속에서 그 인물은 어떤 좌절을 느꼈는지

이거에 대한 묘사가 심히 부족함. 정작 이스카는 대부분의 회상에서 밝게 나오니까 이 위화감이 더 많이 들지


솔직히 말하자면... 깔 거리는 굉장히 많은 겜이다

그렇지만 재미가 없었다면 이렇게 정성들여 까지도 않았음

이 게임은 허술한 중간과정에 비해서 굉장히 매력적인 심리묘사와 아름다운 고점, 거기서 느껴지는 청춘의 감동을 제대로 보여준 게임임

이렇게나 아름다운데 어째서 중간과정이 이렇게 허술할까에 싶은 소리 없는 아우성에 가까운 느낌이야 사실은...

조금만 기획을 잘 했다면, 조금만 빌드업을 잘 했다면, 조금만 전개를 잘 했다면 이것보다 몇배는 뛰어난 게임이 되지 않았을까 싶거든


미아게테랑 히마나츠를 하고 나서 콘노아스타 빠가 되긴 했는데 솔직히 이 라이터는 보법부터가 다름

글을 정말 잘 쓰는 라이터고 맘만 먹으면 이 단점들을 묻어버릴수도 있는, 그만한 실력이 있는 라이터라 보거든

어쩌면 이 낭만적인 게임을 더 잘 살릴 방법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다만 지금 내가 본 것은 이런 모습이다보니 약간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고...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코노소라 이거, 굉장히 아름답고 매력적인 겜이다

왜 항상 자주 언급이 되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은건지 이번에 체감을 했음

다만 아무래도 아쉬운 부분이 많은 것은 부정하기 힘들다

게임이 아름답기에, 더더욱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생각하네


만약에 반대로, 이런 단점들을 극복하고 치밀한 설계와 빌드업을 거쳐가며 

심리묘사와 전개 사이에서 완급조절을 훌륭하게 해내어 플레이어들을 매료시킬 수만 있다면

아마 청춘물 중에서도 보기 힘든 매우 아름다운 명작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야


그리고 콘노아스타는 그걸 후속작에서 증명해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