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스하라 유이 편

아유미 사라 편




주요언급겜: 츄신구라,아마카노,종말의하늘,연희시리즈,아오이토리,후로후로,하미크리,동급생2 등


후방짤 있음 주의






BUGBUG 성우STATION 아키노 하나 편


Profile 아키노 하나

2011년에 《트러블@스파이럴!》로 메인히로인 데뷔 이후,

꾸준히 인기 작품에 메인히로인 역으로 출연.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으며

그 중에서도 여동생&후배 캐릭터는 팬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키노 하나 씨가 성우라는 직업을 의식하게 된 건 언제부터였나요?


아키노: 초등학교 4학년인가 5학년쯤이었을 거예요.

원래부터 표현하는 일에 관심이 있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성우라는 직업은 겉으로 드러나는 일은 아니지만

나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더라구요.

뒷배역으로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거죠.

게다가 당시엔 성우 일의 폭이 넓어지면서 노래나 라디오로 활약하는 분들도 늘어나는 추세였죠.

'자신과는 다른 존재가 돼서 뭐든지 할 수 있다'라는 점에도 끌렸어요.



──어떠한 작품을 통해서라는 건 아니고요?


아키노: 물론 성우라는 직업을 알게 된 계기는 애니나 게임이었으니 그게 스타트라인이었죠.



──덧붙여서 영향을 받은 작품이라는 건?


아키노: 역시 《달의 요정 세일러문》일까요.

저희 세대면 세일러문의 영향을 받은 성우는 많을 거예요.



──확실히 그런 얘길 자주 들었죠(웃음).

학창시절에 연극부에 소속하진 않으셨나요?


아키노: 방송부에 소속했었어요. 제가 진학한 학교엔 연극부가 없어서

가장 가까운 동아리를 선택했죠. 하지만 방송부의 실상은 오타쿠 모임이어서

만화 캐릭터 역을 맡아 대사를 음독한 걸 녹음하기도 했어요(웃음).



──그럼 전문적인 연기 공부는….


아키노: 학창시절엔 하지 않았죠.

졸업 후에 상경하면서 양성소에 들어갔던 게 본격적인 성우 공부를 시작한 시점이에요.

그러니 다른 분들과 비교하면 출발은 늦었다고 볼 수 있죠.



──처음부터 애니메이션&게임 위주의 양성소에 들어가셨나요?


아키노: 애니나 게임 관련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는 생각했지만

솔직히 아는 게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활약하는 성우 분을 많이 배출한 곳을 찾았죠.



──양성소엔 몇 년 정도 다니셨나요?


아키노: 2년 정도? 그 양성소엔 매년 진급 시험이 있었는데요,

1년차가 끝나고 진급심사에서 떨어졌었어요.

사실 상경할 때 부모님이 제시한 조건이 '대학 진학'이었던지라

대학에 다니면서 주3일만 양성소에 다녔었거든요.

그래서 기왕 대학에 진학할 거라면 배우고 싶은 학부로…라고 생각했더니

1년차 수업이 대학과 양성소에서 겹쳐버려서(웃음).

게다가 대학 위치가 양성소에서 먼 곳에 있어서

양성소 레슨에 거의 매번 1시간쯤 지각했었어요.



──이런 질문을 드리는 건 실례인 것 같습니다만 수험 때 알아보긴 하신 거죠?


아키노: 그렇게까지 자세히 알아보진 않았거든요.

제가 좀 기세에 맡겨 행동하기 십상인 성격이라(웃음).

그래서 진급할 수 없었는데요, 그게 분해서 뭐든지 해주겠다고 마음 먹고 있던 차에

발견했던 미연시 성우 오디션을 치른 게 지금으로 이어지는 흐름이죠.



──양성소 시절에 미연시 데뷔를 하신 건가요?


아키노: 아뇨, 그 오디션은 떨어졌는데요, 사무소 분과 인맥을 쌓게 됐죠.

그게 이후에 데뷔하게 된 큰 계기가 되었어요.



──미연시 오디션이라면 야한 연기도 요구되죠. 그런 부분에 저항감은 없으셨는지?


아키노: 없었어요. 왜냐하면 귀여운 여캐를 좋아하는 것과 맞먹을 정도로

BL을 좋아해서 BL게임은 플레이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마찬가지로 BL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는데요, 그 친구의 오빠가 미연시를 좋아해서

그 친구를 통해서 추천 미연시를 몇 개 정도 소개받았었어요.

그래서 18금 작품에도 저항감은 없었네요.

18금과 비18금에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는 점도 있고요.



──미연시도 쉽사리 받아들였다는 얘기를 들으니

폭넓은 취미의 소유자라는 걸 실감할 수 있네요(웃음).


아키노: 소년만화 같은 작품도 좋아했어요.

'살짝 밝히는 주인공이 귀여운 여자애들에게 둘러싸이는' 만화 같은(웃음).

아카호리 사토루 씨의 작품도 좋아했죠.





──그런 인연이 이어져 2010년에

《섹스라이프 ~SEX LIFE~》(G.J?)에서 데뷔하셨습니다.

이쪽은 어떤 경위로 출연이 정해지셨나요?


아키노: 당시 소속했던 사무소가 음향 제작도 맡고 있어서

사무소의 선배가 출연했던지라 그 콩고물을 얻어먹은 셈이 아닐까요(웃음).

제대로 물어보진 않았던지라 진위 여부는 알 수 없지만요.




──실제로 미연시 일을 하고 이름도 크레딧에 실렸습니다만 감상은 어떠셨나요?


아키노: 이름을 봤을 땐 감동도 했지만 자신이 유저로서 플레이했을 때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정말로 어려웠어요.

그 어려움과 중압감을 강하게 느꼈던 게 인상에 남아 있네요.



──중압감인가요.


아키노: 제가 미연시를 플레이해봤기에 더욱

'연기를 능숙하게 못하겠다'고 중압감을 느껴서 의기소침했었어요.

다만 수록 현장에서 많은 지도를 받아서 감사했죠.

저는 현장에서 키워주신 거나 마찬가지예요.



──다음 해 3월에 메인히로인 데뷔작이 발매되었죠.


아키노: 《아름다운 그대 ~가슴이 벅차는 건 나를 위해~》(flap)와

《트러블@스파이럴!》(Aries)이 거의 동시기에 발매되었는데요,

《트러블@스파이럴!》은 센터히로인이기도 해서 특히 더 인상적이에요.

오퍼를 받았을 땐 깜짝 놀란 마음과 정말 기쁜 마음과…

작품의 이미지에 직결하는 위치의 히로인이었으니 중압감이 공존했죠(웃음).

어째서 맡겨주신 건진 모르겠어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역시 캐스팅 이유 같은 건 설명해주지 않나 봐요.


아키노: 그러게요. "정해졌습니다. 언제언제 수록입니다."라고 들어서

덜덜 떨면서 스튜디오로 가서 덜덜 떨면서 수록했더니 끝나 있었죠(웃음).



──메인히로인이었으니 수록도 힘드셨겠죠?


아키노: 대사가 많은 건 실감했어요.

그리고 준비도 물론이거니와 요구하는 부분의 차이라고 할까요….

서브캐릭터는 어느 정도 자유롭게 허용해주지만 메인히로인은

'플레이어와 연애를 한다'라는 전제가 있는지라 그걸 넘어서는 건 할 수 없다거나.

메인이기에 그 캐릭터에 요구되는 범위 내에서 표현해야만 한다고 느꼈어요.



──H씬도 많아지죠. 그건 다른 분께 배우셨나요?


아키노: 솔직히 말하자면 실전파였어요.

준비라고는 해도 선배 분들의 연기를 듣고 공부하는 정도였죠.



──이른바 '독학'이라는 건가요?


아키노: 그렇죠. 그래서 처음엔 꽤 엉뚱한 짓을 했던 게 아닐까 싶어요.

그래도 해보니까 우선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를 알게 됐습니다.

그렇게 찾은 모르는 부분을 알고 지내던 선배 분들께 질문해서 배우는 등,

하나하나 부딪쳐봤더니 그걸 클리어할 수 있게 되어 갔죠.





──그로부터 수많은 미연시에 출연하게 되셨습니다만,

지금부터 아키노 씨의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을 몇 개인가 소개해 주십사 합니다.

우선은 2010년부터 2013년 사이의 작품부터 부탁드립니다.


아키노: 이 인터뷰 요청을 받고 새삼 돌이켜봤습니다만,

어느 작품도 추억이 진하게 담겨 있어요(웃음).

제 기준으로 고르자면 《사신의 테스터먼트 ~menuet of epistula~》(3rd Eye)네요.

오디션을 통해 따낸 일이었다고 기억하는데요, 이 시기엔 드물던 배틀물 작품이었고

무코가오카 카나 짱이라는 매력 넘치는 캐릭터를 연기하게 돼서 기쁘기도 했고,

SNS에서도 많은 감상평을 받았던 기억이 나요.




──카나는 과묵한 타입의 히로인이었죠? 연기할 때 어려웠던 부분은 있으셨나요?


아키노: 대사가 적은지라 한마디한마디에 무게감이 있다곤 할 수 있을지도요.

마음을 전하는 게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그 어려움이 연기의 즐거움으로도 이어진다고 할까요.

저 자신으로서도 '말수가 적고 감정의 기복이 없는 여자애가 무심코 언성을 높이는 상황은 어떤 상황일까' 같은

생각을 하면서 연기 폭을 넓힐 수 있었던 일이었기도 해요.

사실 말수 적은 메인히로인은 카나 짱이 거의 처음이었던 거 같은데

그 뒤 이런 타입의 히로인 오퍼가 들어오는 계기가 된 캐릭터였다고도 생각해요.



──이 시기에 한 작품 더 선정해주신다면 어떤 작품이 될까요?


아키노: 인연이 겹쳐 얻은 일이라는 의미에서 인상에 남아 있는 게

《ChuSinGura46+1 -츄신구라46+1》(인레)네요.

야토 사요 짱 역을 맡았는데요, 메이커 측에서 사요 짱에게 어울리는

목소리의 성우를 찾다가 보이스 샘플 중에서 우연히 발견했다고 해요.

사요 짱은 서브캐릭터입니다만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군상극에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인생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죠.

그리고 《ChuSinGura46+1》에서 처음 캐릭터송을 부르게 됐어요.

그런 의미로도 인상에 남아 있네요.




──이만큼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고 각자가 엮여가는 작품은 수록도 힘들 것 같네요.


아키노: 맞아요. 캐릭터 사이의 거리감은 물론이거니와

에도시대의 이야기인지라 신분차도 대화에 반영되어 가요.

그걸 의식하면서 수록했습니다만 주고받는 대화의 정답은

게임이 발매될 때까지 알 수 없단 말이죠. 실제로 작품으로 나온 걸 들어보고서

'여긴 이런 느낌으로 얘기를 하던 거였나', '좀 더 이렇게 되받아치면 좋았을 텐데'

라며 반성도 많이 했어요.



──역시 어려운 법이군요.


아키노: 다만 이 작품은 '츄신구라'를 모티브로 삼고 있기에

기본의 부분에 대의가 있어서 그걸 중심으로 드라마가 진행되어 가요.

그 속에서 사요 짱은 일상 담당으로, 사요 짱네 가족이 있기에

투쟁의 나날 속에서도 약간이나마 마음을 놓을 수 있죠. 그런 중요한 캐릭터였어요.

'그 작품 속에서 담당 캐릭터가 어떤 입장인지, 어떤 존재인지'를

분명하게 생각하는 것의 중요함을 재인식하게 된 일이었죠.



──본인의 성우 커리어 중에서도 중요한 작품이었군요.


아키노: 네. 유저 분들 입장에서 하나 더 선정하자면

《PriministAr -프라이미니스타-》(HOOKSOFT)도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일지도요. 카노코 짱은 왕도의 센터히로인이었으니

이 작품으로 제 이름을 알아주신 유저 분들도 많지 않았을까요.





──이어서 2014년부터 2016년까지의 3년 간.

이 시기는 정말로 많은 미연시에 출연하셨네요.


아키노: 새삼 돌이켜보니 엄청 찐하더라고요(웃음).

2013년까진 처음 출연하는 메이커가 많았는데요,

이 2014년부터 2016년엔 2번째, 3번째로 출연하는 메이커가

늘어나기 시작해서 그 이후로도 이어지게 된 시기였죠.



──이 중에선 힘들 것 같지만 그래도 꼭 고른다면?


아키노: 역시 이 시기면 《아마카노》(아자라시소프트)일까요.

히로인이 3명으로 적었던 점, 그리고 저 이외의 두 사람이 대선배였던 점.

그리고 주인공과의 대화가 정말 농밀했던 점.

참 강렬하게 인상에 남은 작품이에요. 게다가 그 이후로 10년이나

《아마카노》시리즈에 출연하게 될 거라곤 처음엔 생각지도 못했죠.




──확실히 2023년에 발매된 《아마카노2+》에도 코하루는 등장했었죠.


아키노: 맞아요. 패키지 작품은 1작품으로 끝나는 게 많아서

이렇게 길게 이어지는 시리즈에 같은 캐릭터로 계속 출연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게다가 처음엔 메인히로인이고 그 이후론 서브캐릭터로서

새로운 히로인들을 지켜보는 역할로 등장하는 것도 즐거워요.

코하루가 작품 속의 시간에서 살아가는 걸 연기하면서 저 자신도 함께 성장해 가는 느낌이네요.

그런 작품에 지금도 계속 출연할 수 있어서 행복할 따름입니다.



──코하루 역을 담당하고 일에 영향은 있었나요?


아키노: 이 이후로 후배&여동생 캐릭터 오퍼가 확 늘었어요.

후배의 계기가 《아마카노》, 여동생이 《사키가케⇒제너레이션!》(Clochette)이었지 않을까요.

 

 

 ──확실히 두 작품 다 2014년 발매작이로군요.

 

아키노: 사실 2014년엔 하나 더 흥미로운 만남이 있었어요.

 그게 《저 맑은 하늘보다 높이》(츄어블소프트)와

 《일곱 빛깔 리인카네이션》(실키즈플러스WASABI)예요.

 이 2작품은 같은 9월에 발매되었는데요, 이 이후 실키즈플러스에서 받은 게

 《빛의 바다의 아페이리아》의 아페이리아 역이었죠.

 그 《빛의 바다의 아페이리아》의 시나리오를 담당했던 게 

 《저 맑은 하늘보다 높이》를 쓴 한노 슈세이 씨였어요.  개인적으로 이 인연이 참 흥미로웠다고 생각해요.




 ──《저 맑은 하늘보다 높이》는 학원물이지만 로켓부가 무대라 SF 색채가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했죠.


아키노: 전문적인 대사가 많았지만 저 자신은 애초에 지식이 없었던지라 많이 배웠어요(웃음).

이 작품에선 평소엔 잘 허락해주지 않는 연기를 허락해주신 게 인상에 남아 있어요.

전 캐릭터에 대해서 어느 정도 제 속에서 상상한 걸 가져가려고 해요.

그 이미지는 캐릭터의 일러스트와 대사 느낌에 영향을 받는데요,

《저 맑은 하늘보다 높이》의 호노카 짱은 혀가 짧고 독특한 말투를 상상해서 가져갔었어요.

그걸 스튜디오에서 선보이니 예상 밖으로 쉽사리 OK 해주셔서.

예를 들어 애니메이션이라면 대사를 좀 알아듣기 힘들다 싶을 수준으로 말하면 NG가 되는데요,

게임에선 보이스와 함께 대사의 텍스트가 표시되잖아요.

흔히들 '미연시는 종합예술이다'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 폭 넓은 포용력이 있기에 OK를 받을 수 있었지 싶어요.



──2016년까지로 여쭤봤는데, 첫 2014년에서 에피소드가 자꾸자꾸 나오네요(웃음).


아키노: 이 시기는 정말로 인상 깊은 작품이 많은걸요.

《너의 곁에서 사랑하고 있어!》(ALcot허니컴)라든가,

《플로럴 플로우러브》(SAGA PLANETS)라든가.

《플로럴 플로우러브》에선 라디오도 진행했어요.




──《플로럴 플로우러브 성가브리엘학원방송부》 말씀이죠.


아키노: 원래 잘 말하는 타입은 아니었던 점이랑 애니라디오를 거의 듣지 않았던 탓에

여러모로 공부하면서 라디오를 진행했습니다만 어려웠어요.

하지만 함께 라디오를 진행한 쿠스하라 유이 짱이 구세주여서 도움 많이 받았죠.





──그렇게 일의 폭이 넓어진 시기를 지나 2017년부터 2019년. 이쪽은 어떠신가요?


아키노: 이 시기라고 하면 역시 《아오이토리》(Purple software)일까요?

그 전작인 《아마츠츠미》가 Purple software 작품 첫 출연작이었는데요,

그 인연 덕에 맡게 된 게 《아오이토리》였다고 생각해요.

《아오이토리》에선 아카리 짱이라는 히로인을 연기했는데요,

저랑 비슷한 여자애다 싶었어요. 이 작품의 등장인물은 모두 평범한 사람이 아닌 가운데

아카리 짱은 지극히 평범한 여자애거든요.

그런 아카리 짱이 평범한 여자애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뜻하는 바를 이뤄나가요.

저도 이 업계에 들어와 보니 주변은 굉장한 사람들로 가득한데,

그 속에서 제가 어떻게 노력할지를 고민하면서 해나가고 있는지라 공통되는 부분도 많다고 느꼈어요.




──그렇게 고민하면서 노력한 결과가 다양한 일들로 이어진 셈이네요.


아키노: 그러면 기쁘겠네요. 이어진다는 의미에선

이 시기엔 쭉 동경했던 《연희》시리즈에도 출연할 수 있었어요.



──인기작 《진·연희†몽상 -혁명- 손오의 혈맥》(BaseSon) 말씀이시죠.


아키노: 제가 성우 데뷔 전부터 이어져 온 시리즈라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어요.

그런 작품에 출연이 결정됐다고 들었을 땐 흥분했죠.

이 작품에선 누나 포지션이었는데요, 이 시기부터 그런 배역도 늘기 시작했어요.



──그건 무언가 계기가 된 작품이 있으셨나요?


아키노: 이전까진 여동생이나 후배 역이 많았는데요,

가끔씩 평소에 맡지 않던 배역 제의가 들어오곤 해요.

그럴 때 새로운 배역에 도전해보는 게 다음 인연으로 이어져가는 식이네요.

그런 기회를 받을 수 있던 시기였나 싶어요.



──그런 게 겹치는 시기가 있죠.


아키노: 겹친다고 하니, 이 시기엔 《말이 흩날리는 여름의 풍경》(실키즈플러스DOLCE)

이나, 《사랑은 살짝 피는 꽃처럼》(ensemble) 등,

'연기를 잘하는 캐릭터'를 맡는 경우가 있어서 이건 어려웠죠(웃음).

극중국이 있는데요, 거기서 설득력이 전해져야 하기에 그런 캐릭터를 맡겨주신다는 사실에

기쁨 반 두려움 반으로 떨면서 받아들였어요.






──중압감도 엄청나셨겠네요(웃음). 2020년 이후엔 어떠신가요?


아키노: 우선 《하미다시 크리에이티브》(마도소프트). 최근엔 지명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작품은 오디션이었어요. 카노 짱은 오타쿠인 점, 크리에이터 입장인 점에

친근감을 느꼈던지라 꼭 연기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오디션에 임했어요.

그 결과 카노 짱 역을 맡게 돼서 정말로 기뻤어요.

사실 마도소프트와는 인연이 없어서 《하미다시 크리에이티브》가 첫 출연이었어요.

그랬던 만큼 붙었을 땐 정말 기뻤죠.




──다른 작품을 꼽아 보자면?


아키노: 다른 작품이라면 《종말의 하늘 remake》(케로Q)일까요.

시나리오가 굉장히 재밌어서 많이 배웠습니다.



──원작 발매는 1999년. 물론 모르시던 게임이겠죠?


아키노: 제목만은 '그 전설의 게임'이라는 느낌으로 알고 있었어요.

제 속에 없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어렵지만

《저 맑은 하늘보다 높이》처럼, 그런 작품의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머릿속에 입력해 가는 것도 즐거워요.

《종말의 하늘 remake》도 그런 작품이라

그때까지 제가 접한 적 없던 지식에 접할 계기가 되었죠.

작품에 나오는 철학과 사고방식을 알아보면서 제 안의 세계가 넓어져 가는 실감이 들었어요.



──《종말의 하늘》은 인기작이죠.

그 리메이크에 참가하는 데 있어서 힘들었던 점 같은 건 있으셨는지?


아키노: 물론 있죠. 팬들도 많이 계시니까요.

다만 《종말의 하늘 remake》에서 제가 연기한 야스코 짱은

원작과 비교해서 포지션과 비주얼이 상당히 변화한 캐릭터였던지라

원작을 의식하기보단 리메이크에서만의 역할을 짊어지고 있는 거라 생각했죠.

그래서 정말로 충실한 수록을 할 수 있었어요.



──리메이크라고 하니, 얼마 전에 《동급생2 리메이크》(FG REMAKE)가 발표되었죠.


아키노: 네. 무려 나루사와 유이 역을 담당하게 됐습니다.

설마 그 전설의 소프트의 메인히로인을 맡게 될 줄이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충격이었죠.

이런 큰 배역에 발탁해 주셔서 영광스러울 따름입니다.

PC게임은 물론이거니와 다양한 미디어로 나온 작품이라 각각의 매체에 따라

여러 성우 분들이 목소리를 담당하고 있잖아요? 즉 지금까지 《동급생2》를 즐겨오신 유저 분들도

어느 미디어를 즐겼는가에 따라 느끼는 감명도 다를 테고, 존재감이 큰 작품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중압감도 엄청나죠. 유저 분들 추억 속의 유이 짱에게 조금이라도 근접할 수 있다면….

역시 자신이 아끼던 캐릭터의 목소리가 변하는 건 복잡한 심정일 테죠.

그 부분은 아무래도 의식하게 되네요.



──하지만 아키노 씨가 연기하는 유이를 기대하는 팬들도 많을 겁니다.


아키노: 감사합니다. 유이 짱이라고 하면 전설적인 여동생 캐릭터이기도 하죠.

그런 배역에 지명해주신 건 지금까지 해온 일의 집대성이라고 볼 수 있을지도 몰라요.

현재 절찬 수록 중입니다만 최선을 다해 유이 짱을 연기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14년을 돌이켜봤습니다만, 수많은 메이커와 일을 하면서

같은 브랜드에서 몇 번이나 출연하신 걸 잘 알게 됐습니다.


아키노: 정말로 감사한 인연 속에서 일을 맡아왔습니다.

여러 번 오퍼를 넣어준 현장이 있는 건 정말로 기쁘죠.

메이커와 유저 분들 모두 제 연기에 기뻐해주셨다는 걸 느낄 수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해요.



──그런 아키노 씨가 수록에 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무엇인가요?


아키노: 작품을 순수하게 즐겨주셨으면 하므로 제 연기가

캐릭터와 작품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는 걸 제일 의식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아키노: 전 제가 출연하는 작품을 연이어 플레이했을 때

각각의 작품에 몰입해서 즐겨주셨으면 해요. 그걸 성우의 목소리가 방해해선 안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플레이하는 분이 '아키노 하나가 연기하는 목소리'가 아니라,

작중 히로인의 목소리로서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연기를 해나가고 싶어요.



──그런 연기를 하기 위해서도 대본을 읽어가는 건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조심하는 포인트 같은 건 있으신지?


아키노: 제일 중요한 건 작품 속에서 캐릭터의 존재 의의와 포지션, 그리고 그 장면에선

어떤 걸 요구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거죠.

연기는 거기서부터 구성해가는 경우가 많네요.

'이 장면은 캐릭터의 매력이 가득 담겨 있는 장면이니 이 대사는 소중하게 쓰자'

같은 의식으로 임합니다.



──스튜디오에 들어가기 전에 캐릭터 구상은 어느 정도까지 하고 가시나요?


아키노: 현장에 따라 조절합니다만 저 자신은 사전에 너무 굳히지 않도록 하네요.

물론 여러 패턴의 아이디어는 가져 갑니다만,

사전에 캐릭터를 너무 완성시켜 놓으면 당일에 수정 요구가 들어왔을 때

궤도 수정하기가 어려운 타입이에요.

그러니 어느 정도 융통성 있는 정도로 어렴풋하게 캐릭터를 잡아두고,

현장에서 대화하면서 굳혀가는 느낌이죠. 전 그런 방식을 좋아해요.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셨는데,

연기하기 쉬운 캐릭터와 어려운 캐릭터의 타입은 있으신지?


아키노: 역시 오타쿠 캐릭터──《하미다시 크리에이티브》의 카노 같은 캐릭터는 하면서 즐겁죠.

과몰입하는 부분은 저 자신도 경험이 있는지라 하기 쉬워요(웃음).

반대로 어려운 건 난폭한 말투를 구사하는 타입이나 네거티브 발언이 많은 캐릭터.

고전한 기억이 많네요. "죽어!!" 같은 폭언을 내뱉는 캐릭터가 어려워서

연기가 잘 안 풀려서 현장에서 지도받은 적도 있어요.



──그렇군요, 역시 본인의 성격과 안 맞는 타입은 어렵다는 걸까요?


아키노: 그런 셈이죠. 평소에 너무 센 말을 누군가에게 내뱉지 않으니…

그리고 평소에 흐리멍덩하다 보니, 똑 부러진 말투나 행동거지의 캐릭터도 힘들지도요(웃음).



──수록 시의 루틴 같은 건 있으신지?


아키노: 전 꽤 바깥 정보에서 영향을 받기 쉬운 타입이에요.

그 탓에 연기가 일정하지 않으면 안 되니,

수록 전엔 그날의 일 이외의 정보는 넣지 않으려고 하죠.

그래서 전날 밤에 애니 같은 건 못 봐요.

남캐가 많은 애니를 보게 되면 무심코 목소리가 낮아지곤 해서.



──그렇다곤 해도 일이 많으면 다른 작품의 수록과 대본 리딩이 겹칠 때도 있죠?


아키노: 그렇죠. 그럴 땐 질질 끌지 않도록 의식해서 전환했었어요.

그래서 힘들지만 최근엔 역이용하기도 해요.

이를 테면 힙합을 좋아하는 여자애를 연기할 땐

그쪽 계열의 음악을 집중해서 들으면서 스튜디오에 들어가곤 하죠.



──그렇군요, 그런 방법이 있었나요(웃음).

그럼 수록 시 스튜디오에 반입하는 건 있으신지?


아키노: 기본적으론 수분만 챙기네요. 다만 제 경우엔

물이면 오히려 립노이즈가 실리는 탓에, 호지차를 가져가요.



──스튜디오에 들고 가는 대본은 종이인가요? 아니면 데이터?


아키노: 예전엔 종이파였지만 최근에 데이터로 바꿨어요.

스튜디오의 엔지니어 분들이 이미 데이터로 보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니 일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선 같은 포맷으로 대본을 보는 편이

하기 쉽다고 생각해서 디지털로 넘어갔죠.



──장단점은 있을 듯하지만 무엇보다도 들고 다니는 중량이 변하죠.


아키노: 어깨의 부담이 줄었어요(웃음). 다만 대본의 무게라는 건

'행복의 무게'였지만요. '이번에도 새로운 캐릭터와 만날 수 있다'라는.



──수록 자체는 집중해서 장시간 녹음하시나요? 아니면 조금씩 휴식을 취하면서 하는 타입인가요?


아키노: 물론 스튜디오 분들의 방식에 따릅니다만,

전 이어지는 씬을 집중해서 수록하고 싶은 타입이네요.

어덜트 씬은 목의 부담도 큰지라 스튜디오 분들이 배려해서

쉬는 시간을 많이 넣어주시는데요, 전 그럴 때도 단번에 수록하고 싶어요.

조금씩 휴식을 취하면 텐션을 일정하게 유지 못해요.

그러니 전 몸이 버틸 수 있다면 휴식을 취하지 않고 싶은 편이네요.



──한마디로 '수록'이라곤 해도, 다양한 방이 있군요.

그런데 그런 아키노 씨입니다만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 같은 건 있으신가요?


아키노: 음…, 조금 전에 캐릭터송을 불렀다는 얘기를 했습니다만

캐릭터송이라는 건 캐릭터의 매력을 노래로 표현하는 거죠.

구체적으로 '이런 일'이라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캐릭터의 매력을

펼칠 수 있는 일은 해보고 싶네요.





──평소엔 일 때문에 바쁘실 텐데, 휴일엔 무엇을 하시나요?


아키노: 완전히 쉬고 싶은 날엔 아무것도 안 해요.

집에 틀어박혀서 하루종일 게임을 하죠.

'아무것도 안 한다'를 하는 게 가장 리셋되거든요.



──최근에 빠져든 게임은 있으신가요?


아키노: 최근…, 《스플래툰》이라든가,

혼자서 차분히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많네요.



──《스플래툰》은 대전도 가능하죠.

성우 분들끼리 즐기지는 않나요?


아키노: 아, 함께 즐기곤 하죠. 한때 같이 일을 할 때가 많았던

쿠스하라 유이 짱이나 타치바나 마오 짱이나 후지사키 우사 짱이

게임에서도, 게임이 아니더라도 친하게 지내주는 고마운 멤버들이에요.

그리고 최근엔 카자하나 마시로 짱이 놀아주네요. 굉장히 착한 애예요(웃음).

그리고 이쪽도 함께 출연한 게 계기인데

오구라 유이 씨와도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술도 배웠죠(웃음).




──선후배 가리지 않고 많은 이름이 나왔네요.


아키노: 놀아줘서 감사할 따름입니다(웃음).



──지금 이름이 나온 분들 중 YouTube 등에서 방송을 하는 분들도 많은데,

아키노 씨는 방송 예정이 없으신가요?


아키노: 네. 예정은 없습니다.



──지금은 메이커 측에서도 방송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발매 전 프로모션 방송에 출연을 기대하는 팬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아키노: 제가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 꼭 불러주셨으면 합니다.

허당이라도 괜찮으시다면…(웃음).



──기대하겠습니다. 이어서 14년 간에 걸쳐 성우를 계속해 온 아키노 씨가

지금 생각하는 성우라는 일의 재미를 알려 주세요.


아키노: 재미…전부네요(웃음). 힘든 것도 재밌다고 할까,

살아가는 것 전부가 표현으로 이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평소 생활에서 보고 들은 것도 '저 캐릭터라면 이렇게 생각할까',

'이 캐릭터는 이렇게 할까' 라고 생각하곤 하는데요,

그런 것도 즐겁고, 제가 체감하는 것 전부가 캐릭터의 표현으로 이어지기도 하므로

정말로 즐거운 일이라고 느껴요.



──자신의 인생 경험이 전부 이어지는 일이라는 건 상당히 드물겠죠.


아키노: 맞아요. 그래서 괴로운 경험을 했을 때도

'이 경험도 분명히 앞으로의 일에 살릴 수 있을 거야'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 



──그럼 마지막으로 BugBug 독자 분들께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아키노: 예전부터 플레이해온 분들께 작품 세계나

히로인의 사랑스러움을 느껴주시길 바라면서 일을 해왔습니다.

오늘은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을 돌이켜봤습니다만,

그때그때마다 유저 분들과도 만나왔다고 생각하면 감개무량합니다.

전 평소 SNS에 일 관련 보고 정도밖에 기입하지 않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인사할 때 반응해주시는 걸 정말로 기쁘게 여기고 있습니다.

제가 데뷔했을 때부터 응원해 주신 분들도, 최근 작품으로 저를 알아 주신 분들도

앞으로도 인연을 쌓아나가고 싶습니다.

여러분, 미연시를 즐겨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