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후기는 맨 밑에 접어놓은 글을 제외하면 스포일러를 포함하지 않습니다


개쩌는 오프닝과 그림체에 반해서 무작정 시작했던 게임 후유쿠루

백합, 후타를 비롯해 호불호 갈리는 요소가 다수 있고, 나도 백합에 익숙하지 않아서 초반에 고전하긴 했으나

사건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중반 이후부터는 진짜 재밌게 한 기억이 있네


후유쿠루 스토리는 크게 3개의 파트로 구분할 수 있는데, 각 파트별로 간단한 감상을 적어보려 해

1. 초반 일상 및 백합 파트    /    2. 중후반 사건 전개 파트    /    3. 애프터 및 결말



먼저 초반 일상 및 백합 파트에서는 정신나간 일상 대화 속에서 떡밥을 던지고 쉴 틈도 없이 H신이 나와

특히 H신은 사건이 전개되기 전까지 9개 중 6개나 나오는데, 오토로 틀어놓으면 40분~1시간은 있어야 다 넘겨지더라

나도 처음에는 혹시 떡밥이라도 던질까 해서 봤는데 나중 가니까 지쳐서 그냥 풀스킵 눌렀음..


일상 파트 역시 위에서 말한 대로 정신이 없어. 자위와 성욕에 대한 이해하기 힘든 망상이 줄을 잇는데 그때마다 라이터 뇌 꺼내보고 싶었다

심지어 얘네들의 상식과 일상이 보는 우리들과는 많이 달라서인지 이해를 하려 하면 오히려 화가 나더라

그래서 떡밥 뿌릴 때 빼고는 게임에 집중이 잘 안되더라고



그래도 중후반 사건 전개 파트는 주인공이 명탐정이 되어 사건을 해결하는 스토리라 재밌게 했어

처음에는 추리를 하기 위해 뭘 해야 하는지도 몰랐던 주인공이 나중에는 이제까지 모은 증거를 바탕으로 사건의 전말 및 범인까지 알아내는 모습이 스토리의 관전 포인트. 이후 밝혀지는 세계관도 한번에 이해하긴 어려웠지만 정말 매력적이었고


초반에 좀 지루하게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여기부터는 쉬지 않고 계속 달렸을 정도로 재밌었어



끝으로 애프터 및 결말. 애프터는 그냥 H신 3개 남은거 주는거라 별 의미 없으니 패스하고


결말에서는 오프닝 전에 나온 장면을 다시 보여줌으로써 수미상관을 연출한 게 마음에 들더라

여운을 남김과 동시에 오프닝 전에 뿌린 떡밥까지 회수해서 훨씬 인상적인 엔딩을 만들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해



요약하자면, 초반 일상만 어떻게 견디면 꽤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후유쿠루를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가? 라고 물으면 다소 애매해

저래보여도 백합 + 후타나리 + 약한 고어(피)는 물론 심심하면 나이프를 비롯한 각종 무기가 튀어나오니까

공포, 특히 피 나오는거 싫어한다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백합, 후타에 거부감이 없다면 괜찮은 선택이 될지도? CG도 80종류나 되고, H신도 쫀득하게 그려졌으니까

스토리게의 측면에서 봐도 떡밥 회수도 잘 됐고 고점까진 아니지만 흥미로운 포인트도 몇 군데 있어서 할만하다 생각해


암튼 이렇게 스포 없는 후유쿠루 후기는 여기서 끝이야

그렇다고 이렇게 끝내긴 내가 아쉬워서 추가로 올클 후 엔딩에 대한 생각을 적어봤어

이건 어쩔 수 없이 스포가 있지만, 관심 있다면 한번 읽어주면 고마울지도


후유쿠루의 엔딩에 대한 생각 (스포 주의)


시작하기 전에 후유쿠루 세계관의 학생들은 바늘같은 존재로 보는 게 맞긴 한데, 지칭에 어려움이 있어서 그냥 학생이라고 통일해 부르는 점 감안해줘


후유쿠루의 엔딩은 우주를 여행하던 학생들이 새로운 정착지를 찾은 것을 축하하기 위해

키라라가 우리(플레이어)에게 자신들을 만나줘서 정말 고맙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나


이때 엔딩을 보니까, 저 학생들이 마치 보이저호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보이저호에 지구의 다양한 메시지를 기록해 놓은 골든 레코드가 있는데, 외계인이 그 메시지를 읽는 것과 반대로 

후유쿠루 세계의 학생들이 전파로 보낸 생존 기록을 우리가 수신해서 보고 있는 느낌?

이렇게 보면 기록을 보내고 받는 방향만 다르지 행위 자체는 꽤 비슷하지 않으려나 싶었어


그리고 마지막에 우리를 만나줘서 정말로 고맙다는 말이 

마치 나에게 '우리들 이렇게까지 해서 살아남았어! 잘했지? ' 라고 말하는 거 같아 괜히 슬퍼지기도 했고. 여러모로 엔딩은 좋았다




그러나 이런 해피엔딩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유우히가 해피엔딩을 맞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 생각해. 오히려 배드엔딩이지

영문도 모른 채 시혼과 뷔카의 남성 도입 실험에 참여한 것은 물론, 남성의 폭력성을 실험한다는 이유로 소중한 파트너인 시혼의 목숨으로 장난질을 당했으며, 모든 진실을 듣고 겨우 만난 시혼은 심하게 고장나 제대로 된 인사조차 못 나눠보고 그대로 소멸했으니까.


게다가 유우히는 시혼이 죽은 이후 그녀를 돕지 못했다는 이유로 타인을 도와야 한다는 집착에 빠지게 되었지

심지어 메인이 되는 스토리가 끝나도 유우히는 그냥 사람 돕기에 빠졌다는 몇 마디만 언급한 채 등장조차 안 해

회복되지 않는 이상 쓸 말은 딱히 없겠지만 그래도 주인공인데 취급이 이게 맞나 싶더라



결론적으로 후유쿠루는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해

이 겜의 스토리가 희망적인 미래를 이야기하긴 하지만, 정작 주인공인 유우히는 비극적인 이야기로밖에 표현할 길이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