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출시한 한국 비주얼 노벨들이 워어어어낙 폐급이라서 어차피 24일날 나올 백의 소각자나 30일날 나올 이별 끝에 만난다면까지 끝낸 후에

에고서치 당하는 거 신경 안 쓰고 걍 입에 칼 물고 칼춤 리뷰 한 번 추려고 했더니

뭔 K겜 끝났다고만 썼던 게 념글 가있어서 어쩔 수 없이 따로 리뷰 씀...

여러분이언제부터그렇게K겜에관심을많이줬나요데모판후기썼으면됐지진나참나하

뭐 데모판부터 해서 몇 명은 내가 소식들 들고 오는 거 보고 산 거 같으니까 뒷처리까지 하는 게 맞는 거 같긴?해???




2월 발매 예정이었다가 3월로 밀리고 다시 5일 밀리고 또 2주 밀린 작품인데 사실 이 바닥에서 연기 찍찍 갈기는 게 드문 일은 아님

오히려 정규 일정에서 한 달 반정도만 연기하고 끝낸 건 대단히 모범적인 축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음

출시일정보다 당겨서 내는 수준의 유진게임즈가 머리 이상한 거지

솔직히 한국 비주얼 노벨, 특히 펀딩작들은 특성상 팀 규모가 영세한 편이 많다보니 일정 관리가 워낙 개판이라

출시일이 밑도 끝도 없이 늘어지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는데 솔직히 이거 후원을 인질로 삼는 아주 나쁜 행태라고 생각해요

당장 위에 언급한 이별 끝에 만난다면은 22년에 펀딩이 완료됐는데 최종 발표일이 잡힌 게 올해 4월 30일임ㅋㅋ


뭐 시작부터 얘기가 줄줄 새는데 아무튼 이정도면 문제 없는 거 아닌가 싶은 이 게임 출시 연기를 언급하고 넘어가는 건

이미 연기를 2번 땡겼으면서 출시 당일 오픈 예정 시간 30분 전에 2주 연기합니다!!! 하고 올린 크레이지한 공지를 올린 유일무이한 게임이기 때문



세상에 빌드 QA를 이렇게 했대요 미쳤나봐요ㅋㅋ

물론 대부분 전긍정해주는 스토브에서도 공지 올라오고 민심이 흉흉해진 상태였음

뭐 이러고 나온 게임인만큼 걱정 좀 했는데 다행히 여전히 시스템만 쓰레기였고 나머진 괜찮게 마무리되어 나왔습니다???



이제 리뷰로 들어가서 이 겜은 야겜하던 사람들에게 있어 결코 완벽한 게임은 아니고, 수작이라고 하기에도 다소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수준이라고 생각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확실하게 한국 비주얼 노벨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웰메이드 게임은 맞음

와시바쩐다드디어한국겜에서도아트리종스급로우프라이스떤냐??? 정도의 기대는 하진 말고 보라는 소리임 알겠지???



스포 최대한 빼게 스토리 소개는 단순하게 하겠음

사이가 뒤지게 안 좋은 두 자매의 과외를 동시에 봐주면서 서서히 자매들 간의 관계에 몰입하다 개입하는 이야기

소개만 보면 단순한 캐러게 같고, 실제로 데모판 분량까지만 보면 그런 줄 알았지만 본편은 시종일관 차분하게 내려앉은 로우텐션 전개임

이런 건 좋게 말하면 둘을 잘 버무렸다고 하고 나쁘게 말하면 이도 저도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이 게임의 경우에는 다행히 전자에 가깝다

터트려줘야 하는 클라이막스 부분들은 확실하게 터트려주기 때문

역으로 전개와 텐션에 높낮이 차이가 있는 걸 선호한다면 죽을만큼 재미 없을 수도 있음


전체적으로 유리 루트는 언니에 대한 열등감과 애증 같은 걸 극복해가는 게 주요한 전개인데 반해 연희 루트는 그 부분은 루트 중반에 해소가 되고

연희 루트에서만 보이는 아버지에 대한 혐오와 주인공의 내적 성장이 주된 내용임

고점이 높은 부분은 유리 루트긴 한데 루트가 전체적으로 급발진도 심한 편이고 흥미로운 전개는 아니었는데

연희 루트는 고점이 높진 않아도 서사가 납득하기 쉬운 내용이랑 주인공의 성장이 깔끔하게 정리되었기에 개인적으로 스토리 평가는 이쪽을 더 높게 쳐줌


캐릭터들의 개성 같은 건 이야기에 맞춰서 설득력 있게 잘 만들어졌다

주인공은 흙수저지만 옛날 한국 웹소설처럼 막 기분 나쁜 수준으로 돈에 대한 집착이나 가난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 게 아니라 태어난 환경에 대한 푸념에 가깝고

능력도 있고 성품도 괜찮아서 이야기에 몰입하는데 지장을 주는 타입이 아님

그 가난조차도 본인의 내적 성장에 대한 키워드로 쓰이는 편이기에 납득 가능한 태그임

DLC가 확정났기에 자매 엄마 루트가 추가될 거긴 한?데??? 아무튼 히로인인 자매 둘도 괜찮음

유리는 청초하고 약해보이는 인상이랑 다르게 영악하고 음침하고 연희는 외견에 비해 평범하게 발랄한 성격 같은 식으로 입체적인 포인트를 줬음

게임이 전체적으로 담백한 편이라 그런지 아 얘 기여워죽겠네진짜 이런 장면은 별로 없지만

워낙 스탠딩 작화가 좋은 것도 있고 담당 성우들도 이 바닥 짬 찬 프로라 캐릭터 매력도 잘 살려줬기에 전체적으로 플러스는 유지했다는 느낌


연애적인 쪽으로는 참 애매한데 그 뭐냐 딱 다카포 같은 느낌임

이게 스토리랑 섞어서 빌드업이 끝나고 이제 사귀고 꽁냥거릴까 하면 루트가 끝나버림

요즘 K겜들 대세는 떡신 넣는 거지만 이건 떡겜 아닌 15금이고 유리 루트에서만 했다는 묘사가 있는 정도인데

노떡겜들의 단점이라고 해야 하나 노떡이라고 스토리만 드르륵 진행시키고 미연시인데 두 사람 간의 연애적 관계에 대한 묘사가 적어지기 십상이고 이것도 마찬가지임

야겜들은 어쨌든 떡신 분배를 하려면 루트 초중반에는 사귀든가 하고 그 후의 얘기가 계속 이어지는 걸로 가는 건데

노떡겜들은 전반적으로 착지점이 이상해지는 경향이 있음

이런 점까지 겹쳐서 캐러게로의 평가는 좀 박하게 줄 수밖에 없어요


쓰다보니 졸루 기네 진자 쓸 말이야 더 있지만 그냥 넘기도록 하겠음



다음은 이 게임의 큰 단점인 시스템

쓰레기는 아닌데 쓰레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수준임

네이티브 FHD, 즉발은 안 되는 대사 출력 속도, 투명도를 내릴 수는 있지만 완전히 투명하게는 안 되는 대사창 같이 설정창이 묘하게 기싸움 하는 것처럼 줄 타고 있음

보이스컷 설정도 없어서 거슬림

인 게임에서도 설정 띄워두고 우클릭하면 설정창이 꺼지는 게 아니라 대사창이 내려가는 등 묘하게 턱턱 막히는 설정도 단점

그래도 백점프도 있고 인게임에서 원클릭으로 각종 설정에 진입가능하게는 해놨으니 이정도면 됐다...



다음은 아트쪽

내가 데모판 올렸을 때 수려한 작화와 짭모와타 수준으로 코모와타와 유사한 기여운 SD가 화제가 됐던 겜인데

본편 기준으로는 생각보다 애매함

일러 AI냐는 질문 많았는데 이겜 러프나 작업 영상도 있으니 AI는 아니지만 내가 봐도 AI 같은 작화인 건 틀림 없음

뭐 이건 부트스트랩 패러독스 같은 문제니까 넘어가고 문제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cg의 퀄리티가 균일하지가 않다는 것

스탠딩과의 이질감은 둘째 치고 cg끼리 작화가 다르거나 퀄리티가 떨어지는 부분들이 있다던가 부분들이 확실하게 눈에 보여서

cg가 나오면 오히려 몰입이 떨어지는 부분들도 있어

스탠딩이 워낙 수려한만큼 아쉬운 부분

다만 배경은 정말 신경 많이 쓴 게임임 이건 칭찬해줘야 해

요즘 뭐 2만원 돈 받아쳐먹고 적당히 실사 리터치나 하는 성의 뒤진 게임들이 보이는데 이 게임 배경은 정말 정성스럽게 잘 채워놔서 겜 집중 잘 됨


그 밖에 아쉬운 부분이라면 이 게임 보컬 OST이랑 영상이 없음

야겜들이 왜 곡에 정성을 들이냐는 걸 생각하면 참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게

게임을 하기 전에 이 게임에 대한 걸 가장 개성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게 곡과 OP 영상이고 게임 끝나고도 반복적으로 돌이켜볼 수 있는 건 결국 곡밖에 없기 때문임

여전히 5천원 만원도 안 하는 겜들도 OST들은 신경 써서 나오는 바닥이라고 생각하면 시스커리는 그 점에서는 신경을 안 쓴 건지 못 쓴 건지 유감스러움

특히나 테일즈샵 랜챗그나 핑크주스의 별에게 소원을처럼 영상미에도 신경 쓴 한국 비주얼 노벨들이 늘고 있으니까 더더욱 그렇지



뭐 ←↑→↓로 카메라워크 1회전하면서 터널 들어가기 이런 연출 원하는 것도 아니고



어디의 동인겜 브랜드 대표처럼 1인제작으로 이런 영상 퀄 뽑아달라는 것도 아닌데 쫌만 신경 썼으면 하는 부분



마지막으로 게임하면서 가장 특징적으로 생각했던 점이자 이 게임을 추천하는 이유인 게 문장이 되게 차갑고 깔끔함

루쿠루라든가 같은 K겜 업계 중에 좋은 평가를 듣고 있는 여름의 끝에 피는 꽃처럼 묘사나 서정적 표현이 가득찬 게임은 절대 아님

쓸 데 없는 표현은 절제하고, 전체적으로 정제된 분위기의 문장이다



야겜으로 치면 월풀 로우프라이스에서 뇌 빼고 쓰는 게 아니라 풀프 쓸 때의 오미야 유우 같은 느낌

거기서 이새기처럼 무리수 넣는 걸 뺌


수려한 아트와 성우진의 좋은 연기력, 담백한 게임 분위기, 깔끔한 문장과 잘 매듭지어진 스토리 때문에

야겜 하던 사람들이 K겜을 하면서 느낄 수 있는 역함이 없다는 게 아주 큰 특장점이라는 거임

그래서 한 번 K겜 찍어볼까 했을 때 이게 솔직히 딱히 고점 터지는 갓겜은 아니지만 함 해보실??? 하고 권할 수준은 충분히 된다는 거임

사실 여전히 걍 K겜 할 거면 걍 C겜인 연애기담 하세요 그게 가격은 절반인데 종합 점수로 다른 K겜들 쳐발라요 하는 게 제 스탠스긴 한데

이정도면 한국산 비주얼 노벨 중에선 진짜 괜찮은 게임인 것도 사실임

적어도 최근 나온 게임 중에서는 그녀의 세계랑 이게 야겜하는 사람들 입맛에는 투탑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아 순수 로우프라이스 캐러게에서 한국 로컬 느낌으로 제일 잘 재해석한 게임은 러브인 로그인이긴 하고


뭐 앞서서 올해 나온 K겜 3개가 워낙 불만족을 넘어서 빡칠 정도로 꼴받았던 겜인 것도 있어서 좀 더 이쁘게 보이는 것도 있는 것 같긴 함

영업?글 보고 챈에서 샀던 사람들도 있고 까놓고 챈에서 K겜 리뷰 제일 많이 남기는 것도 나다보니 부담감 느껴서 쓰다 보니 너무 길게 쓴 거 같네요

솔직히 이정도면 백의 소각자랑 이별 끝은 안써도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