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 기대 많이 했는데 개인적으론 1.5티어 정도인 듯



우선 무척 대단한 작품이라고 하고 싶고 또한 대단히 괴상한 작품이라 할 수 있음
정말 천재적이고 도전적인 시도가 행해졌지만 그게 여러 이유로 빛을 바래기도 하고 본래 구상대로 가지 못하고 폭주도 했거든요
그럼 야심에 찬 용기사가 시도한 게 무엇이냐? 

일단 라는 주제부터 도발적이에요

정신승리 아니냐고 작중에서도 에리카가 말하죠


<우에키의 법칙>이라는 우직한 주제를 밀어붙이는 만화가 있는데 부담스러워서 받아들이기 힘들었는데, 괭갈도 그런 느낌.

그걸 주장하려면 웬만한 방법으로는 어려운데 과연 어떤 식으로 시도했을까? 하면

용기사는 모든 방법으로 했습니다. 그것도 수백번 반복해서.

대놓고 직접적인 대사로도 던지고 결말의 결론도 [사없보]인 건 물론이고 마리아. 로자, 나츠히 시점의 5장, 에리카 과거 등 소규모 서사로도 끊임없이 표현돼요.


그것만이라면 그저 유독 주제의식에 진심인 게임일 뿐이겠지만 괭갈에선 무려 시스템적으로도 이 주제가 말해지고 있다. 

텍스트게임에 웬 시스템이냐? 비주얼노벨의 원조 춘소프트가 텍스트로 게임성을 구현한다는 참신한 시도를 보여주었으나 그들만이 할 수 있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이후로 사실상 비주얼노벨이란 것들은 형식만 빌려오고 게임성은 버리지 않았나? 

그런 난제에 용기사가 도전장을 내밀었고, <카마이타치의 밤>과도 다른 방식으로 그걸 행했다는 점이 또 대단한 부분


좀 설명이 어려운데 해보면

먼저 플레이어에게 문제를 던지는 추리물 형식을 택함으로써 게임성을 구현(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추리물의 특성->게임성)하는데 ‘사없보 룰’(환상이 섞이는 등)과 붉은 진실로 게임성을 더하며 직접 ‘사랑을 통해’ 바라보게 만드는 방식(마음을 고려한 추리)으로 주제를 표현

+붉은 진실이라는 시스템으로 주제를 표현하는 방식ㅡ붉은 진실이 아니면 믿을 수 없어?


주제표현, 추리, 게임성  이 세요소는 독립적인 게 아니라 서로 영향을 미치며 시너지를 내는 삼신합일의 경지를 이루고 있는거고 이 정도면 주제에 있어 엄청나게 호소력 짙은 작품이 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게 다 원활하게 흘러가진 않는데..


이 주제와 추리를 결합시킨 건 정말 혁신적이며 무모하기도 해요.

이 조합이 절묘한 건 독자가 파고들어 몸으로, 더 깊이 메시지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이 조합이 위험했던 건 추리물에는, 본인이 말하듯 마음이 없기 때문에. 

팩트를 냉철하게 따져야 하는 추리에 사랑이라니. 

근데 본인이 가져와놓고 수습안되니까 추리물은 안돼!하는게 추하긴하네요..


어쨌든 주제와 추리를 양립하고, 나아가 조화해 공명시키기까지 하는 구상이 성공만 했다면 얼마나 위대한 도전이었겠나요

폭주안하게 제어해줄 조언자와 추리파트 대신 써줄 놈 둘 붙어 있었으면 어쩌면 가능한 조각세계가 있었을지도?


그러나 부담스러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 시점에서 그 조각세계의 괭갈도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작품이었을 것이고 게다가 좀 버거운 과제인 것에 더불어 독자 반응까지 필요이상으로 신경쓰니까 납득 가능한 범위를 넘고 말았죠


물론

스포

인격이 두개면 두명이라는

거는 마음이 있는 관점이기는 한데 뭔가..대부분의 독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무형의 선을 넘었다고 할까

그렇다고 재는재로환상은환상으로로 땡처리할 필욘 없지 않나? 모든 플레이어가 매챕터 수십번 재탕하면서 떡밥정리와 추리를 할거라 기대한건지?


쓰르라미에서 보여준 캐릭터 빌드업 능력은 죽지 않았다고 생각되는데 써먹질 못한거 같아요

스포

만약 로자와 마리아의 관계에 제대로 결말을 냈다면?

"태어나줘서 고마워“가 로자 대사였다면?

배틀러와 베아트의 교감을 더 깊게 다뤘다면? 

친척들이 갈등을 푸는 모습이 한번이라도 나왔다면?


마음에 따라 보이는 것도 달라진다는 말은 알겠는데

스포

돈 때문에 싸우다 다 뒤진 거를 응 상자 닫으면 진실은 무한이야~

로 넘어가는 건 좀 힘겹지 않나 싶으요

최소한

스포

일말의 좋은 진실을 한 조각세계로라도 보여줬어야

됐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원래 구상도 그랬던 거 같음


물론 모든 주제표현이 선을 넘었던 건 아니었기 때문에 저한테는 굉장히 와닿았네요

제1원소, 추리는 연애다

와닿는 어구들이 많았다. 어쩌면 세상을 보는 시선이 바뀌었다고 할 정도로.



잡다한 미시적인 문제들이 산재하지만 사실 가장 큰 문제점은 분량이죠.

쓰르라미는 쓸데없는 분량이 30% 정도 된다고 느꼈는데 괭갈은 70% 이상이 의미없는 분량같이 느껴지는데 그럼 중요한 순수재미에 대해서는..

용기사가 지루함을 덜기 위한 변주에 능하다는 생각은 쓰르라미부터 했었는데 여기서도 그런듯하긴 함

스포

2장 베아트 등장 3장 비문풀림 4장 엔제 

 등등  

근데도 재미가 미묘하다고 생각이 드는 건 일단 대체 뭘 위해 집어넣은 건지 이해가 안되는 뇌절이 너무 많고(쓰르라미에선 일상파트 뇌절이 있는데 이건 머 이해가 가죠) 역시 캐릭터들이 영 가깝게 느껴지지 못해서인 듯


결국 분량낭비+재미를 깎아먹은 원인은 뇌절파티 그리고 캐릭터 서사가 애매해졌다는 점

끝까지 하고나면 결국 벌려놓은 내용은 에바 로자 나츠히 키리에 제시카 조지 마리아 에리카 많고많은데 깔짝 하고는 잊혀지는게 분량낭비가 너무심함 솔직히 잠깐씩 나오는 거도 여전히 기막힌거보면(키리에 과거썰은 곁가지스토리GOAT) 저중에 몇몇에만 집중했어도, 혹은 추리분량 통째로 캐릭터빌드업에 할애했으면 잘됐을게 뻔히 보이는데 수십명 놔놓고 똑바로 쓰질 않은게 아쉽네요



챕터별 느낀점잡담

12장 꿀잼인데 맥아리가 없었다 

3장은 뽕찼고 4장은 뇌절은 많으나 테마에 대한 깊은 빌드업이 느껴졌고(근데, 이렇게 빌드업을 잘해놓고 이걸 써먹질 않는다..) 

5장은 아무리 대가리를 깨도 이딴걸 긍정할순 없겠다 싶다

동명이인이 없고 비밀통로가 없고 어쩌구 1은 이래서 부정되고 2는 저래서 부정되고 따라서 A는 범인이 아니며 B는 어쩌고

뭔 추리 제시하면 사실은 이랬다!!<이것만 500번 

진짜 쓰름괭갈 통틀어서 제일 토나오는 뇌절이었다...


6장에서 7장 초반까지의 흐름이 3~4장과 더불어 괭호감도가 제일 높았을 때. 

6장은 순수하게 감성좋고 재밌었고 7장 초반 킨조과거에서 far트니까 크이거지~~하다가 후반이 어처구니없어서 힘빠졌다가 8장엔딩은 다시 좋긴 했다. 

글쎄 그냥 순수하게 사람 감정 움직이는 텍스트를 개쩌는 필력으로 쓸수 있잖아 그걸 마지막의 마지막에서야 써먹을 생각이 들었나?


요약?

주제와 추리 시스템을 결합시켜 시너지를 내는 장대한 구상이었고 이상대로 구현됐다면 업계 역사상 최고의 작품 중 하나였으나 쓸모없는 분량이 너무 많고, 트릭 등 미시적인 부분에서 문제점이 많았으며 본제의 전달과정에서도 정도가 지나쳐 호불호가 크게 갈릴 대목이 많았다. 

다른 호불호 요소 둘째치고 하다못해 분량만이라도 25시간 내로 끊겼으면 일단 무조건 해보고 판단하라고 하고 싶지만 실상은 70시간이 쓰레기로 채워져있는 100시간짜리 게임이라 하라고 하기가 힘든 게임. 그러나 혁신성은 서브컬쳐 역사에 남을 것이었다고 생각하고, 장면 하나하나는 인상적인 것들이 있고, 메시지를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할거면 말리진 않을게요..




제 점수는요

대충 

만족했고 다시 태어나도 할건데 안한다고 격하게 아쉽지는 않은 점수대


근데 괭갈은 하도 괴작이라서 그중에서도 호감도 재기가 어렵긴 한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