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YSTALiA사의 絆きらめく恋いろは 일명 칼겜1을 클리어해봤습니다.

사실 처음 나왔을 당시에 한 번 플레이하다가 츠바키 루트만 클리어하고 말았었는데, 그 후에도 후속작 발매 소식을 듣다가 오랜만에 4편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잡아서 해봤네요.

단지 츠바키 루트는 이미 대략적인 내용을 기억하고 있기도 해서 순서는 언락을 따로 해제해서 프리지아 > 사야 > 시온 > 츠바키 순서로 클리어했습니다.

혹평이 많은 시리즈이긴 하고,실제로 저도 츠바키 루트만 깨고 삭제했었기에 무척 재미있기만 한 게임이라고 하기는 힘들지만,그래도 나름 재미있게 플레이했습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다시 해서 그런지,아니면 츠바키 이외의 루트도 해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무척 뛰어난 부분이 많기도 했네요.

다들 이 1편은 전투장면의 CG가 없어서 액션을 저평가하시던데, 저는 오히려 CG가 없는데도 검술이나 빛,클로즈업 등의 효과로 꽤나 다채로운 표현이 많아서 오히려 대충 CG로 때우는 다른 게임보다 더 보기 좋았습니다.

또 본작은 전투 중에는 싸우는 양측의 시점을 바꿔가며 보여주면서 싸우는 인물들의 생각이나 반응 등이 마치 플레이어가 그 인물이 된 것처럼 표현되는 덕분에 한 주역 입장에서만 생각하지 않고 전체적인 흐름을 여러 방면에서 관찰하여 전개보다는 시합에 집중할 수 있어 마치 실제 스포츠를 보는 느낌이 들어서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제3자의 시선에서 보이는 전투CG가 없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네요. A와 B가 싸우는 걸 서로의 시점을 바꿔가며 연출을 보여주는데 CG가 싸우는 둘을 보여주면 몰입감이 깨질 수 있으니까요.


그 외에도 딱 봐도 느껴지던 일본의 국뽕은 생각보다 덜한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초반부터 이래저래 전쟁 관련 이야기가 나오기도 해서 민감한 분들께는 불쾌했을 수도 있지만 저는 그 부분은 그냥 대충 넘기기도 했고 일본이나 일본인이 대단해서 어쨌다기보다는 일본의 신에 대한 관점의 특수성이 문제라거나 천주나 인도는 일본 국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서 전쟁보다는 완벽하게 국내 방어에만 쓰인다거나 오히려 인도와 관련된 단체가 과거 일본의 옛 정부와 마찰도 있었다 등 일본이 더 뛰어나다는 인상의 발언은 적었던 탓 같기도 합니다.



또 의외로 모든 루트에서 한 부분은 개인적으로 정말 호평일색이라고 할 정도로 잘 뽑혔던 것도 있네요.

사야 루트의 경우 연무제 결승부터 최종전까지는 진히로인 루트인 만큼 다른 히로인들이나 지인들 모두가 활약하게 되어서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야는 기본적인 연애나 마지막에 붙잡힌 히로인의 역할을 수행했고,연무제 결승에서 폭주하는 사야를 츠바키가 막아내는 동안 시아와 토우키가 협력해서 진정시키는 부분부터 살해당할 것만 같던 사야를 지켜내는 츠바키와 그녀를 치료하고 상황설명과 여러 조언을 해주는 미코토, 홀로 일기토에 나서는 주인공 토우키, 일행이 갇힌 결계를 열어서 무기를 건네준 히바리와 시온,마지막에 결국 승리하는 토우키와 살인을 막아준 사야,결국 마지막에 토우키의 자유에 만족하며 사라지는 아야세 등 왕도적이라 할 수 있는 최종결전에 걸맞는 에피소드였습니다. 



반대로 츠바키 루트는 연무제 등의 배틀은 몰라도 처음에는 뭘 도울 수 있을지 몰라서 쩔쩔매던 토우키가 서서히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찾아내고 츠바키도 서서히 마음을 열어 누나로써 동생을 챙기기만 하는 관계에서 서서히 서로 의지하는 관계로 바뀌는 일이나 감정변화 등 다른 루트에서 미묘했던 로맨스 부분에서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줬던 것 같습니다.



시온 루트는 다른 루트에 비해 너무 이른 단계에서 연무제가 끝나버리기는 했지만 그래서인지 오히려 일상 스포츠물 파트와 전기물 파트가 시온의 성장이라는 큰 틀 안에서 밸런스 좋게 나뉘어져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덕분에 마지막 시련에서 크게 성장한 시온이 홀로 최종전에 임해 결국 승리하는 모습이 대견스럽고 좋았네요.



마지막으로 시아 루트의 경우 전기물 파트가 섞인 사야와 시온 루트, 가정사와 히로인의 심리가 더 중요했던 츠바키 루트와 다르게 인도라는 스포츠에 집중했던 느낌이었습니다.그래서인지 도중의 토우키&메이나 VS 시아&시온 시합이 온전한 스포츠 중심 루트였기에 몰입도도 엄청났고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게다가 직전에 미야코가 시아에게 패배를 가르쳐서 세상이 넓다는 걸 가르쳐달라는 투로 부탁까지 해서 이게 선배조가 이겨서 더욱 정진한다는 이야기로 가느냐 후배조가 이겨서 동경하던 선배들을 뛰어넘는 이야기로 가느냐 솔직히 어떤 이야기가 될지 전혀 모르겠더군요.

덕분에 정말 어느 쪽이 이길지 흥미진진함이 계속 이어지고,토우키와 시아가 서로 서포트나 전략,숨겨둔 수 등으로 치열한 수싸움이 계속되는, 본 게임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파트였습니다.









그 이외에도 주인공이 대장장이라는 컨셉에 맞게 작중 히로인 및 조연 캐릭터들이 무기를 바꾸는 경우에 맞게 하나하나 다른 무기를 드는 모습이 스탠딩하고 CG 양쪽에 잘 반영된다는 게 놀라웠네요. 작중 가장 많은 무기 교체를 겪는 시온의 CG만 올렸지만, 히로인들의 경우 전투를 하지 않는 시아를 제외한 모든 히로인이 무기를 바꾸는 게보통 다른 게임은 한두 경우뿐이거나 CG로 때우는 등의 모습이 보이는데 본작은 그 부분에서 무척 신경쓴 게 눈에 확 보이더군요.츠바키와 메이나가 2종류,시온과 사야가 3종류의 다른 무기를 드는 게 전부 잘 반영되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물론 마냥 좋기만 한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일단 공통 루트는 여러모로 루즈한 느낌을 지울 수 없기도 하고 공통 루트는 각각의 에피소드가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들었네요. 전투가 아닌 에피소드 전체는 몰입감이 상당히 떨어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각 루트는 상술한 좋았던 부분 외에는 전부 불만족스러웠다고 느꼈습니다.

그 외에도 시온 루트나 사야 루트 등으로 본작의 특징 중 하나인 인도라는 스포츠를 '서로 죽고 죽이는 게 검사인데 마치 안전한 것처럼 속인다.' 등의 표현으로 우스꽝스럽게 깎아내고 검과 검사는 본래 죽이기 위해 만들어졌다,상대를 죽일 의지가 있는 게 진짜 검사다.같은 마치 검으로 서로 죽이는 게 숭고한 것처럼 묘사하는 게 너무 불쾌했네요. 




그 외에 또 불쾌한 점은 분명 본작은 배틀물일 텐데 묘하게 각 루트나 스토리 전개에 따라서 승패가 정해지고 그에 맞게 각 인물들의 전투력을 너프하거나 버프를 주는 등 각 캐릭터의 전투력이나 파워 밸런스가 들쭉날쭉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당장 공통 루트에서는 사야와 시온이 인도라는 스포츠에 익숙해지거나 재능을 발휘할 마음가짐을 가지며 성장의 여지가 많다는 걸 어필하고 사기적인 잠재력과 재능을 가졌다 정도로 끝나서 개별 루트에서 과연 사야와 시온은 츠바키 수준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가 주목되는 상황까지만 끝냈습니다.


실제로 시아 루트와 사야 루트에서 둘은 결승전까지 진출해 츠바키와 우승을 놓고 겨루는 반면 시온 루트에서는 시온이 본선 1회전에서 츠바키를 만나 패배하고 사야는 예선에서 떨어져버리니 너무 낮은 곳에서 떨어졌으니 납득하기 어려웠네요. 물론 대진운이 나쁜 것도 있을 테지만 사야를 예선에서 떨어트린 상대는 언급되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나머지 세 루트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뽐내며 결국 최강자로 군림하는 츠바키는 자기 루트에서는 오히려 1회전부터 사야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자신의 전술을 버리고 필사적으로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정신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다른 루트보다 실력이 부족하게 보입니다. 물론 모두 대진운이 문제라거나 묘사의 문제라거나 얼마나 성장할지는 정해진 게 아니라고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만 츠바키 루트의 센고쿠 아오이 1차전의 경우가 특히 억지로 보였습니다.


본래 3년간 꾸준히 츠바키에게 이기기 위해 노력해온 강자라는 설정이 붙어있는데 3년간 이기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정작 츠바키를 이기기 위해 개발한 기술은 쓰지도 않고 무기를 바꿨다고 갑자기 호각으로 싸우게 된 것으로 보였는데, 그것까지는 그렇다쳐도 마지막에 '시합에는 졌지만 승부에는 이겼다'고 하고 다른 관객들도 크게 열광하고 왜 츠바키가 이긴 거냐고 구설수가 나돈다고 언급됩니다. 제가 보기에 원래 인도는 상대 베리어 쟈켓을 깎아내서 승리하는 방식이고 애초에 자기 전투방식이 상대 검을 부러트리는 것에 특화되어 있는데 자신이 상대의 검을 부러트릴 때까지 버티지 못했으면서 자신이 이겼다고 하고 다들 거기에 동의하는지 납득하기 어려웠네요.


단지 그전부터 아오이가 츠바키를 '시합하는데도 자신을 보고 있지 않았다'던가 '시시하게 승리에 집착하기만 한다'며 자꾸 폭언을 날리면서도 정신론으로 변명하는 듯한 모습이 제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 걸 수도 있기는 합니다.



그래도 세세한 곳에 신경쓰지 않으면 나름 하이라이트는 괜찮게 뽑혔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나름 만족스럽게 하기는 했습니다. 게다가 아직 SS나 팬디스크가 있어서 그쪽도 나름 기대됩니다. SS는 몰라도 팬디스크는 평가가 무척 좋다고 들었어요.

세세한 스토리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하이라이트 장면이 좋으면 된다거나 전투의 심리묘사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께는 나름 해볼만하다고 추천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