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기나긴 게임이었다


일러스트부터 느껴지겠지만 그 미연시감성으로 하는 게임은 아니고 진짜 삽화 좀 들어가있는 소설 읽는 느낌임

스포일러 없이 리뷰를 쓰는게 어렵다고 생각할정도로 챕터가 잘 설계되어있음


이 리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맨 밑 종합평가는 스포없으니까 이 게임을 해볼까 고민하는사람은 그 부분만 보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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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요약

프롤로그에서 주인공은 저택의 난로 앞에서 깨어나고

자신을 주인님이라 부르는 시녀가 있었음

그 시녀를 따라 저택에서 일어난 사건을 더듬어가게 되는데...


1장, 2장, 3장까지도 서장이나 다름없는 파트임

1603년 1707년 1869년 각기 다른 시대에서

'시녀'와 백발 머리의 소녀가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비극을 보여줌


4장에서는 시녀가 이 문이 마지막이라며

저택에 홀로 살던 저주받은 청년과 도망치던 백발 머리의 소녀의 아름다운 비극을 보여줌

하지만 그 과거는 진실이 아니었음


백발 머리의 주인공 미셸은 자기 자신을 되찾았지만

그가 사랑했던 여인 지젤은 여전히 스스로를 잃어버린 채 저택의 시녀로 존재하고 있었고

미셸은 지젤이 자기 자신을 되찾도록 서로의 마음 속 과거의 문을 열게 됨

거짓된 4장의 내용이 바뀌고 진실이 드러나게 되는데...


미셸이 마녀사냥에 의해 살해당하고 절망에 빠진 지젤은 마녀 '모르가나'의 목소리를 듣고

미셸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그녀의 꾐에 빠져 마녀와 함께 기나긴 시간을 저택에서 방황하게 됨


미셸을 기다리던 지젤은 그와 외모가 같은 백발 소녀를 만나게 되지만(1,2,3장)

그녀에게 부정당하며 점점 정신이 붕괴되어갔었던 거임


다시 현재로 돌아와 미셸과 지젤은 서로 자기 자신을 되찾고 함께 저택에서 빠져나가려고하지만

마녀 모르가나가 지젤을 데리고 가버리는데

미셸을 지젤을 되찾고자 저택을 다시 탐색하면서 세 그림자를 만나고 마침내 모르가나의 과거에 대해 알게 됨


이 시점에 흩뿌려져 있던 조각들이 맞춰지기 시작함


저택의 감시탑에서 지젤을 다시 만난 미셸이었지만

그토록 바라던 지젤에게 거절의 말을 듣고 절망하는 미셸

그가 그토록 절망했던 미셸의 과거--미셸이 성별 없는 자로 태어나 핍박받았다--를 보여줌


다행히 감시탑에서 만났던 지젤은 모르가나가 보여줬던 환영이었고

지젤의 혼은 미셸은 인정하고 받아들여줬음

자신의 과거와 약한 마음을 극복한 미셸은 마지막 문을 열어 모르가나의 과거를 바꾸어

모르가나를 구원함과 동시에 저택에서 모든 것을 해방하고자 함


그곳에서 만난 이들은 처음 세 개의 문에서 만났던 사람들이었음

그들의 증오와 오해를 풀고 모르가나에게 속죄하게 설득하는데 성공하고,

모르가나의 인식을 바꾸어서 그녀에게 속박당한 세 남자의 혼도 해방함

마지막에는 모르가나가 지젤과 미셸의 미래를 축복하면서 작품이 끝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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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요약해서 보면 확실히 모르가나라는 캐릭터는 이 작품의 핵심을 관통하는 캐릭터임

작중 그 누구보다 선하게 존재하기를 바랐지만

끔찍한 상황과 환경에 내몰리게 되고 결국 마녀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소녀의 이야기


주인공인 미셸의 인생도 모르가나와 닮은꼴임

다만 가장 큰 차이는 미셸에게는 자신을 이해해주는 지젤이라는 존재가 있었다는 것


작중에서 중요한 비밀 중 하나로

이야기에서 나오는 백발 머리의 소녀는 사실 모르가나의 또다른 인격이었다는 것임

모르가나의 혼은 증오와 원한에 의해 끔찍한 고통에 시달렸고, 그로 인해 마녀가 되었는데

성녀로써 존재해야한다는 부담감과 멍에가 그 고통을 더욱 크게 키웠다고 묘사됨


모르가나가 성녀인 것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졌던 그녀의 유일한 존재의의였기에

타인을 아끼고 베풀며 용서하고 원망해서는 안 됨

그녀의 선의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고, 본인의 의지도 아니었음에도 그녀는 순전히 타인을 증오할 수 없었던 것

그래서 그녀는 백발 머리의 소녀에게 따뜻한 인격을 넘겨버리고 저주를 기도하게 되지만

그러나 분리된 순수한 그녀 역시 모르가나의 일부분,

이것으로 백발 머리의 소녀는 그저 존재하는 것 만으로 모르가나의 기도를 따라가며 비극을 부르게 되는 것

(모르가나의 진정한 구원을 위해서는,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모르가나는 세 남자를 속박해 저주하면서 백발 머리의 소녀도 함께 파멸하도록 기도했는데

사실은 스스로 자기 자신을 죽이고 있었다는 게 굉장히 아이러니한 부분이었음



다만 주인공과 이어지는 히로인인 시녀-지젤의 분량이 아쉬워보임

초반부에 대립하고 주인공을 성장시키는 조력자로의 역할은 훌륭하게 해냈지만

모르가나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부분부터는 중요도가 크게 떨어지는 포지션이 됨.

이는 미셸이 지젤이 없어도 행동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정신적 성장을 표현하는 요소로 쓰이기도 하지만

결국 미셸을 구하고자 했던 미셸의 원래 목적에서 초점이 살짝 벗어나게 된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음


제목답다고 해야할까 모르가나가 진히로인이 아닌가 느껴질 정도

물론 이것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는 요지가 있음

4~5장 시점 미셸의 진짜 과거에서 모르가나의 혼이 미셸에게 붙어있던 시절 미셸은 철저하게 모르가나를 거절했지만

지젤에게 감화된 미셸은 진심으로 모르가나의 고통과 슬픔에 공감하면서 구원하고자 다짐하고

지젤을 만나고 싶단 소망이 저택의 모두를 구원하겠다는 소망으로 바뀌어갔음

결국 최후에는 모르가나가 미셸이라는 이해자를 얻고 스스로를 저주하는 주박에서 끊어내는 이야기가 되니까

(조력자에게 구원받은 주인공이 또다른 조력자가 되는 순간)


보이스도 없고, 초반부는 죄다 따로노는 짧막한 비극 스토리로 보여서 왜 이게 명작이지? 하고 의문을 품었지만

어느샌가 재미있는 소설을 감상하는 느낌으로 재미있게 볼 수 있었음


하지만 확실히 단점이라 생각하는 부분도 존재했음


단점이라고 생각하는건

우선 사운드

사실 보이스가 없다 이것만으로도 상당한 감점요소인건 어쩔수없다 생각함

브금도 딱히 기억난다거나 하는 파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포텐터지는부분에도 브금이 엄청나다 이런느낌은 딱히 들지 않았음


그리고 플레이타임이 상당히 긴 게임인데

고구마를 너무 많이먹임

게임 전체적인 플레이타임도 긴데 호흡이 멈추질않았음

단순히 비극인 챕터가 많다고 싫어하지 않음 오히려 작품 분위기에 걸맞게 비극이 많은게 맞다고 생각함


하지만 서장~첫 3개의 문은 잔잔한 비극이지만 연결점이 없어보이는 탓에 오히려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됨

또 몰아치는 중반~후반부는 너무 피로해지기 쉬웠다는 거?

굳이 없어도 되는 파트가 분명히 존재했다고 생각함

미셸이 점점 인간다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개그를 좀 치다보니까 살짝 환기되기는 했지만 그걸론 부족했다고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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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평가



-흩어진 퍼즐을 맞추는 듯한 훌륭한 설계의 스토리

-미스터리의 포장지를 쓴 비극적인 로맨스 소설

-너무 늘어지는 호흡


이 작품은 미스터리를 기대하고 플레이하면 안 됨.

충격적인 사실이나 놀라운 반전 같은 걸 기대했지만 작위적이거나 시시한 전개가 분명히 존재함

이건 어디까지나 '장편 로맨스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봐야 취향에 맞을 거임

최근에 봤던 스토리 중에서 『인간』 이라는 테마만큼은 굉장히 잘 담아낸 이야기라고 생각함


그래서 미스터리빠인 내 취향은 아니었는데 그냥 적당히 재밌었음

주인공 마구 구르는거 좋아


다음엔 뭐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