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iler ALERT!

올클하고 적는 후기

플탐은 25시간쯤 되네


게임 잡은 계기는

올해 나온 겜 한개정도는 해야하지 않을까 + 소피아 귀엽네 + 오프닝 좋네 + 작화도좋은듯? = ㄱㄱ

이 겜이 올해 탑을 먹을만한지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도 있었음


약간 두서없게 이야기가 전개될지 몰라도

일단 하고싶은 말을 좀 다 해보려고 함

스토리적으로 할말이 좀 많다보니 이 아래부터는 스포가 한가득이니 참고하시오



게임 하면서 쥬에하랑 핵심 설정이 매우 유사하다고 느꼈음

게임에서 핵심적으로 다루는 종족이 인간/뱀파이어/아니마 3종족이란 점이랑

인간과 뱀파이어 사이의 포식자/피식자의 관계

메인 히로인이라 해야하는 아리안나/밀리센트의 타 종족 사이의 융화 정책, 그리고 그 과정에 있는 꽃밭같은 머리속 사고과정

모든 종족이 같이 어울려 살아가는 공간을 꿈꾸는 사람들

타 종족 사이에 끼여 있는 기본적인 차별의식과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


그렇지만 게임을 하면 할수록 이 게임이랑 쥬에하가 상당히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음

쥬에하는 결국 아리안나의 올곧은 마음을 믿고 주변 사람들이 동화되어가는 거라면

언라벨은 밀리센트의 주선 아래 서로를 "이해"하여서 서로간의 벽을 녹여가는 느낌을 받았음

그래서 그런가 나는 이쪽 주제에 대해 언라벨이 풀어나간 방식이 좀 더 납득이 되더라



이 게임의 주제는 결국 그거임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야말로 분쟁이 발생한다, 그렇기에 서로를 좀 더 이해하면 분쟁이 사라질 거라는 밀리센트의 주장

이는 공통 루트에 나오는 흄과 뱀프의 연인 이야기, 레이리의 복수, 궁극적으로는 주인공의 복수에서까지 설명하는 내용임


상대방의 사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는 갈등

그리고 상대방의 사정을 이해함으로써 해소되는 상황적인 문제

그 끝에는 서로를 이해함으로써 납득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성장 과정


동일한 주제지만, 각각 풀어가는 방식과 무게감이 천차만별임

이러한 면에 있어서는 시나리오 라이터가 전체적인 틀을 잡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쥬에하의 경우, 상당히 까는 글이 많은데

나는 그 이유의 대부분이 강제로 밀어붙이는 작가의 메세지에 있다고 생각함

여기서 구체적인 스토리를 말할건 아니지만 쥬에하는 전반적인 전개가 메세지에 맞추는 편의주의적 전개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음

그거에 비해 언라벨은? 좀 더 부드럽게 퍼먹을 수 있으면서 뇌내에 각인도 되더라

그리고 그 최후로 밀리 루트에서 사이나의 복수를 이뤄내며 서로를 이해하는 대화는 참 좋았음



사이나가 자신이 숨기고 있던 사정을 이야기하는 장면

이 사정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면서 사이나가 주인공에게 호감을 품는 이유나 행동의 정합성 등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평화란 어떻게 이뤄낼 수 있는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의견 교환

최후에는 밀리 배터리 빨아먹어서 사이나 이기고 기억 초기화까지

내가 이 게임에서 제일 고평가하는 시나리오는 히로인들 이야기가 아니라 사이나와의 갈등임



그런데 슬슬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사이나의 레거시에 대한 빌드업은 아예 없던 건 아니지만 약간 급작스러운 등장이라고도 할 수 있었음



솔직히 앞의 짤을 보고 마음을 읽는 능력이 두번째 레거시로 있다고 누가 생각할 수 있을까?

퍼즐 조각이 아예 던저져있지 않은것보다야 낫지만 뭐...

쿠모랑 대면할때 인체실험 예시 중 레거시 2개를 발현시키는 실험이 있다했을때 맞춰지긴 했지만...



이제 여기서부터 이 게임이 잘못된 점을 좀 적어보자면

위의 예시가 떡밥을 장시간에 걸처 그래도 그나마 '잘' 전개한 편이라는 거임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가장 불쾌했던게 이런거였음

하인첼 가문의 뒷사정을 설명한지 불과 "10분" 전이었음

그냥 하인첼이랑 이야기하자마자 레이리 납치하려하고 와카바가 커밍아웃

뭐냐 이게 ㅋㅋㅋㅋㅋ 솔직히 이때 게임 던지고싶었음


이게 큰 문제라고 하는 이유는 이런 식의 편의주의적 전개가 계속해서 이어지기 떄문임

A의 떡밥을 대놓고 던져준다 -> 잠시 후 A를 회수한다 -> B의 떡밥을 대놓고 던져준다 -> ...

루트 들어가서는 이 순환을 무한히 반복하다보니 짜고치는 느낌도 들었음


이 작품이 메세지성을 잘 잡고 뭐시기고를 떠나 스토리에 호평을 줄 수 없는 이유가 이거임

갈등이 서로 중첩되어서 하나하나 풀리는게 아니라 갈등이 벌어지면 최대한 바로 풀어냄

각 히로인이 가지고 있는 핵심 비밀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갈등이 이렇게 풀리는게 거의 유자겜급이였음

특히 조연들이 이로 인한 피해를 제일 많이 입었는데, 위에 설명한 와카바나 에스텔, 쿠모는 진짜 전개를 위한 일회성 캐릭터로 소모된 느낌


여기저기 쏘다니는 괴짜 소장 -> 합중국 대사

이를 위한 빌드업이 어디에서부터 있었는가?

아예 별개의 인물이었어도 크게 상관없을 정도로 이 반전에는 의미가 없었음

단지 '코드 191'의 정체를 에스텔로부터 얻어낸다는 사실에 정합성을 부여하기 위한 반전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음


다 이미지로 들고오진 않겠지만

연구의 산물이랍시고 떠돌아다니면서 공통 루트에 긴장감을 부여한 이후로 거의 등장도 안하는 디재스터

뭔가 이상한 새끼인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허무하게 퇴장할줄은 몰랐던 쿠모

의미심장하게 소피아랑 만나서 장기두고 있었는데 그냥 합중국 핫라인으로 전락해버린 와카바

온갖 단서란 단서는 다 쥐고 있었는데 매번 활약없이 뒤져나간 나달

밀리루트 후반가서야 사이나랑 내통하는게 밝혀지는 연방총통년


소모적인 캐릭터를 만들지 말라는 뜻은 아님

자꾸 이렇게 의미없이 공중분해되고 톱니바퀴1정도가 되어버릴 바에는 조금 더 입체적으로 구성했으면 어떨까 싶었던거임

그런 측면에서 나토레랑 헨리에타, 루나의 구성은 마음에 들었음

둘 다 개같이 굴러대면서도 자신의 생각이나 사고과정을 꾸준히 말해주고 스토리에 필수적인 캐릭터니 ㅇㅇ



다음은 히로인 루트에 대해 좀 이야기해보면


레이리 루트는 하면서 점점 더 강하게 느낀거지만 과연 이 게임에 이 루트가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을 지울수가 없었음

어차피 밀리루트 가면 정사랑 다른것도 없어, 상황은 곧 터지는 화약고야, 해결된 갈등이라고는 레이리랑 와카바 일부야, 등등...

진짜 이 루트는 밀리루트 체험판같은 느낌이었고 마치 소녀이론 블뤼에트 루트같았음

레이리랑 꽁냥대는건 뭐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다였지뭐...




소피아 루트는 이야기적으로는 제일 흥미롭고 안정적인 맛이었음

소파이가 황녀였단 사실이 조금 다이렉트하게 들어오긴하지만 공통부터 말하던 "CSS의 직위가 수단이 되는 목적"에 제일 잘 부합하고

진행 시의 몰입도나 전개 과정, 캐릭터와의 연애까지 하나의 기승전결을 잘 갖추고 전개되었음

엘리샤랑 루나, 올레그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가 있어도 가는 길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언급, 주인공/나토레/사이나를 투영해볼 수 있게 했음

다만 여기서도 공통쪽에 배분했으면 좋았을 내용이 조금 있다는 점(주인공 노블 떡법이라던가...)이 아쉬웠다



밀리 루트는 편의주의적 전개의 끝판왕을 보여줬다고 생각함

꾸준히 등장하는 완전히 새로운 떡밥과 해결의 연쇄, 그 과정에서 스처지나가듯이 지나가는 배경 설명...

이렇게 전개에 신경을 완전히 꺼버린 대신 심리만큼은 잘 전달했다 생각함

이상주의적인 밀리센트가 어떤 식으로 현실과 타협하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심정을 가지고 임했는지 등등...

다른 모든 인물을 받침대 삼아 쏘아올린 물로켓이었다


정작 그 물로켓 추진력으로 발사한건 밀리가 아니라 사이나였지만

자신의 저 평화주의적 사상도 어릴적 사이나랑 이야기하면서 만들어진거고 ㅇㅇ

그저 주인공의 배터리팩~



스토리 말고 다른 요소도 좀 평가해보자면

캐릭터성은 좋았음. 히로인들마다 적당한 매력 포인트를 느낄 수 있었고 꽁냥대는 면에서 부족하지 않았다

떡씬을 스토리중에 적절히 배치하고 누키게스러운 떡씬을 애프터로 뺴낸것도 플러스 포인트였음

밀리 루트는 이게 좀 부족했던거같은데 뭐 어때

자기 자신까지 사이나랑 최종결전하기 위한 물로켓으로 써버리는 루트인데머...



작화는 좀 불안정했음

베이스는 좋았는데 전신이 나오기만 하면 얼굴이 개판나는 병이 있음 이사람

그리고 얘들 옷 입는게 무슨 진공포장으로 몸과 살 사이 간격을 0으로 맞춘 느낌이었음

크게 신경은 안쓰긴했는데 이상하긴하더라



노래는 적절하게 쓰인듯

거를 타선이 없다까진 아니지만 이정도면 뭐 합격점은 줄수있으려나...



전투씬은 쥬에하보단 생각하며 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음

다만 여기서도 편의주의적 전개가 마구잡이로 쓰인게 주인공의 탄환임

레거시봉인 레거시활성화 언라벨트리거(회복불능) 마취탄 실탄 뭐시기저시기 등등...

그냥 상황에 맞는 탄환을 다 지니고 있는 도라에몽의 주머니급임


주인공이 전투하는 스타일은 기본적으로 레거시로 이동 제한 + 총으로 가격임

전투가 화려하긴 어려워도 다채로운 스타일로 싸우기에는 적합한 스타일이었고

그 기대는 나름 적중했다 생각함

주인공 이외는 잘...모르겠지만


CG는 1개밖에 없었지만 쥬에하보단 박진감넘첬음

아니 쥬에하랑 비교되는 시점에서 진건가





뭐 까는건 이정도 하고

곱씹어보면 막 쓰레기같은 작품도 아니었음

단발성이긴 하지만 확실하게 전달되는 갈등과 그 해소

캐릭터들의 매력을 최대한 뽐낸 공통과 개별 초반

뭔가 정치극이랑 엮어서 묵직한 작품을 기대했던 사람은 실망했겠지만 캐릭터의 매력을 보는 사람들에게는 평타 이상은 첬을거같음




문제는 난 스토리 위주로 보는 인간이란 점이지

넌 나가라

월간 1등이나 올해 3등안에는 어케 들어도 이게 1등하는건 문제가있다본다


개인적으로는 다른거 다 처내고 탐정 사무소에서 일하며 사이나를 찾아다닌다는 기본에 충실했으면 어땠을까싶음

괜히 국가 사이의 정치극 이해관계싸움 이런거 넣다가 이도저도 아니게 된 느낌

이런 면에서는 너무 주제가 산발적이었던 안미츠가 떠오르네 ㅇㅇ


그래도 즐겼음

사이나/나트레 팬디나오면 하긴할듯

긴글 읽느라 수고많았다 이상한거 있으면 말해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