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iler ALERT!


인생 4번째 게임과 함께하는 4번째 리뷰임

 

원체 글 솜씨가 없기도 하고 아직 겪어본 게임들도 많지 않은지라 그리 좋은 리뷰가 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고수가 될 날을 기원하며.

 

종이 위의 마법사, 카미마호 리뷰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 말해두고 싶은 게 있음.


이건 리뷰하는 나 개인의 생각이며 고집이기도 한데,

기억을 가지고 장난치는 작품엔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음.


기억을 지운다거나 더한다거나 바꾼다거나 하는 스토리는 굉장히 편의주의적인 전개일 뿐 더러 어떠한 전개도 매우 간단한 복선이나 떡밥 하나로 말이 되게 만들어주는 치트키 같은 것이라 생각하기에 개인적으로 이런 스토리들은 전혀 좋아하지 않음.


물론 관련된 명작들도 많지. 알고 있음. 그래서 이건 전적으로 내 개인의 문제인데,

이런 설정이 나오면 내가 몰입이 확 깨져버리고 몰입이 안 됨.


안타깝게도 이 작품 핵심 설정인 마법의 책이 이를 전면으로 긍정하는지라... 난 이 게임에 좋은 평가를 줄 수는 없을 것 같음. 결국 몰입하지 못했기에.

그 부분은 감안해두고서 봐줬으면 함.


그럼 리뷰 진짜로 시작하겠음.


우선 좋았던점 부터.


가장 먼저 사운드적인 부분


브금의 수는 많지 않았지만 브금 자체는 굉장히 훌륭했다고 생각함.

메인 로비에서 나오는 브금이나 카나타 나올때 나오는 작은북 브금은 정말 마음에 들었음. 어두워야할 땐 어둡게, 밝아야할 땐 밝게. 특히 작풍에 어울리는 몽환적인 느낌의 장르의 곡이 많아서 좋았다.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음.





다음은 그림


내가 겪어왔던 게임이 아이코메 코이카케 쥬에하 이 세게인데, 아이코메와 쥬에하는 비교하는것도 민망할 정도로 시간차이가 많이 나는 게임이니 논외, 비교하려면 코이카케랑 해야겠지?


코이카케도 그림이 특별히 좋았었기에 기억에 꽤 남았는데, 카미마호도 조금 더 올드한 느낌이 나긴 하지만 상당히 괜찮았다고 생각함. 캐릭터들 개인 CG도 풍성해서 좋았고 퀄리티도 그 정도면 준수하지 않나 싶음. 배경작화 수가 엄청 적긴 하던데 뭐 크게 신경 쓰이고 그러지 않았음. 스토리에 지장만 없음 됐지 뭐.






다음 캐릭터


따로 특기할 정도로 굉장히 마음에 들었음


작중 히로인들인 요루코, 리오, 키사키, 카나타 전부 각자의 매력을 잔뜩 가지고 있으면서 서로의 영역은 침범하지 않는 그런 절묘한 배분. 디자인부터 세세한 디테일까지 어느 것 하나 거슬리거나 하지 않았음.


심지어 공기되기 쉬운 남캐인 나기사마저 매력적인 성격에 작중 스토리에서 한 따까리 하기도 하고. 등장인물 전부에 상당히 공을 들인 티가 나서 좋았음.


미사키 비공략 + 카나데 서사는 좀 아쉬웠지만... 뭐 다른애들이 좋았으니까. 난 만족해.

 

 

 

 

 


다음 이 게임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스토리.


좋은 부분도, 나쁜 부분도 있었음.


이게임 해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가장 이야기 할 점이 많다고 생각함.


전체 흐름을 다 짚기엔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내 생각들 위주로 짧게 짧게 가겠음.


총 13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마다 펼쳐지는 마법의 책과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로 이야기가 진행됨.

종이 위의 마법사라는 게임에 걸맞게 마법의 책이 핵심 설정이라 말할 수 있음.


미리 말해두지만, 난 이 게임의 스토리를 고평가 하고 싶지는 않음.


그 이유는 전개가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작위적이기 때문에.




재미가 있냐? 없냐? 로 따지면 재미있다! 고 답하겠지만, 글쎄. 이건 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함.


핵심 설정인 마법의 책부터가... 작위로 점철되어있음.


마법의 책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책이 펼쳐지면 현실에 그 이야기가 전개되고, 등장인물로 결정되면 그 영향을 받아 그 책의 스토리에 따른 연기를 좋으나 싫으나 하게 되고, 엔딩을 맞이하고 책이 닫히면 기억은 사라지고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그 영향은 남아있는...


어떰? 무척이나 작위적이지 않음? 설명할 것도 없음.


마법의 책의 원리를 설명해주지도, 왜 저런 이야기가 있는지도 알려주지 않음.


누가 등장인물이 될지도 모르고, 책이 대충 맞겠다 싶은 사람 적당히 지정해줌


정해진 엔딩을 따라가야 하지만 등장인물로 설정된 인물의 노력에 따라 전개가 달라질 수도 있대나?


그래서 엔딩을 바꿀 수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정확히 안 알려줌.


기억은 날아가지만 그 영향은 남는다고? 어떤 기억이 날아가고 어떤 영향은 남는 건데? 안 알려줌.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건 저 마법의 책이 펼쳐진 카미마호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 뿐.


그릭고 그 마법의 책 조차도 루쿠루가 안배하고 생각한 내용이라는것.


그 상황에 그 마법의 책. 이 조차 루쿠루가 준비한 작위.


이에 휘말리는 상황은 작품에 몰입한다면 억까 + 억울한 상황 으로 굉장히 재미있지만,

작품 밖에서 바라본다면 결국 준비된 소품이라는 생각에 그리 와닿지 않는다 생각함.




근데 그래도... 재미있음.


아니, 작위적인데 재미있다니까?

 

비취 끝나고 나오는 키사키나,


루비 챕터 막바지의 요루코나,


이게 순수 재미가 아니고 뭐겠음?

키스 박으면서 함께 불행해지자는 여동생? 이걸 어케 참음?


그리고 대망의 사파이어에서 갑자기 애들 기억 돌아올 때.


이때가 진짜 순수재미 원탑이었던 것 같음

이제 시작이구나. 이게 카미마호구나. 드디어 내달리는구나. 


심장 두근거리고 손에 땀나고, 죽음이 확정 되었을 때의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음.


이후로 쭉 쭉 전개가 이어지는데...






...해서 어젯 밤까지 스토리에 관해 주저리주저리 장황하게 리뷰글을 썼었는데... 뭔가가 마음에 자꾸 걸리더라고.

 

몇번 퇴고를 거듭하고서 어느 정도 글이 다듬어 지고, 새벽에 리뷰글을 다 쓰고 이제 작성 버튼만 누르면 여기 올라가는 그런 상황이었는데

 

영 뭔가 마음이 석연찮았음. 그래서 고민고민 하다가 일단 내일로 미루자는 생각에 일단 잠자리에 들었음.


 

누워서도 카미마호 요루코 키사키...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쉬이 잠들지 못했음.

그러면서 고민했지. 내 마음에 걸리는 저 위화감은 도대체 뭔가. 난 왜 작성버튼 누르는 걸 고민했나.


그렇게 고민하다보니까 문득 한 생각이 들더라고



 

루쿠루가 카미마호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나.

 

앞에 한 3 게임은 라이터가 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전하고 싶은가? 를 고민해 봤었었단 말이지.

 

그런데 이 작품은 워낙 스토리가 이야기 할게 많다보니 그 부분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 같음.

 

그래서 루쿠루의 생각을 더듬으며 카미마호 전체 스토리라인을 훑어보니까... 내가 마음에 걸리던 부분이 뭔지 드러나더라.

 

그래서 내가 장황하게 써놓은 스토리 관련 리뷰를 싹 지워버리고 다시 쓰게 되었음.




그게 무엇이냐.

 

루쿠루라면,

 

카미마호를 써내려간 시나리오 라이터라면,

 

이런 어쭙잖은 해피엔딩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

 

이쪽 시장에선 아마 꽤 드물, 슬프고 비극적인 부분을 강조한 이야기. 그 이야기의 끝에서 카나타의 올곧은 연심에 주인공이 마법의 책에 저항하고, 죽은 키사키의 일갈에 요루코도 깨달음을 얻고, 공상위의 행복을 포기하고 현실을 마주하고, 크리소베릴은 세탁기 돌아가고...

 

깔끔하다면 깔끔한 마무리. 불행과 비극적인 운명 속에서 겨우 찾아낸 나름의 희망적인 결말.

 

하지만 루쿠루가 원한 게 정녕 이런 결말이었을까?

 

12장 까지 한없이 비극만을 노래하다가 갑작스레?

 

뭔가가 석연치 않음.

 

그래서 난


카미마호의 엔딩은 사실 비극이라고 생각하고서 다시 생각해봤음.

 

그게 루쿠루의 진의였을 것이라 제멋대로 기대하면서.

 

 

 

 

카미마호의 결말 부분에서 가장 이질적인 무언가를 꼽으라면

 

대부분의 사람이 히무카이 카나타의 올곧은 연심이라 대답할 것임.

 

특별히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떡밥이 있었던 것도 아니며, 어떻게 그렇게 한없이 굳셀 수 있는가에 대한 이유도 설명해 주지 않음.

 

이도 내내 작위적이던 카미마호 스토리의 편의주의적인 전개 중 하나... 로 대충 설명하고 넘어가도 될 테지만 난 한번 다르게 생각을 해봤음.

 

 

 

 

생각해보면 작중 무언가 이상한 사건이나, 이상한 행동이나, 여하튼 이질적인 무언가가 나온다면 십중팔구 그건 마법의 책의 영향이었음.

 

그래서 한번 끼워 맞춰 보기로 한 거임.

 

히무카이 카나타의 그 연심이 마법의 책의 영향이었다면?

 

마법의 책의 영향이라면, 간단하게 설명되니까.

그렇다면 그 마법의 책의 이름은?

 

혹시 그 이름은 ‘종이 위의 마법사’가 아닐까?

 

종이 위의 마법사.

카미마호의 스토리는 마법의 책에 희롱당하는 주인공들의 서사와 비애.

 

여차저차 그 영향에서 벗어나는 듯 보였지만 사실 아니었다면?

 

사실 최후의 최후까지 그저 카미마호라는 마법의 책에게 희롱당하는 운명이었다면?

 

그게 정말 비극 아니겠음?

 

 

 

 

한번 생각해보자.

 

시죠 루리라는 종이 위의 존재가 마법의 책에 거스를 수 있었던 것은 히무카이 카나타의 연심 때문이었음.

 

하지만 그 연심이 카미마호라는 마법의 책 때문에 생긴 가짜였다면?

 

 

 

 

후시미 리오는 결국 자신을 묶고 있던 마법의 책의 명령과 설정의 속박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찾게 됨.

 

하지만 겨우 찾아낸 그 자유조차 사실은 카미마호라는 마법의 책의 속박 아래였다면?

 

 

 

 

츠키야시로 키사키가 마법의 책에 저항하고 조롱하며 최후를 맞을 때, 꼴좋다며 조소했었음.

 

하지만 그 각오와 조소조차 카미마호라는 마법의 책의 연출이었다면?

 

 

 

 

유교지 요루코가 마법의 책이라는 공상위의 행복포기하고 마주한 현실이,

실패할 것임이 자명한 고백을 하고, 차이고, 받아들인 그 현실이,

 

그 현실이 카미마호라는 마법의 책의 공상 이야기였다면?

 




크리소베릴의 흰 머리카락과 붉은 눈동자, 그런 그녀를 이용하고 버린 쓰레기 같던 부모. 

 

그 조차 결국 카미마호라는 마법의 책의 작위적인 전개였다면?

 

 

 

 

이게 정말 루쿠루가 그린 비극 아니었을까?

 


근거라고는 카나타의 설명할 수 없는 연심 딱 하나와

 

루쿠루라면 해피엔딩을 내지 않을 것이란 내 제멋대로인 기대 뿐.

 

종이 위의 마법사는 보석의 이름이 붙은 이야기도 아니지만

 

이렇게 생각한다면 정말 멋진 비극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음?

 

 

 

 

종이 위의 마법사.

카미마호의 스토리는 마법의 책에 희롱당하는 주인공들의 서사와 비애.

 

 

 

히무카이 카나타의 올곧은 연심부터 시작된 환상도서관의 어쭙잖은 행복과 평화, 해피엔딩.


이를 가장 비웃고 싶었던 사람이 루쿠루 아니었을까?

 

종이 위의 마법사는 어쩌면 루쿠루가 아닐까?

 


 

내가 지워버린 스토리 리뷰엔 이런 대목이 있었음

 


너희의 하나부터 열까지가 ‘카미마호라는 마법의 책(게임)’이라는 걸 알고 있는 나인데,

 

나쁜 짓하고 배신하고 속이고 거짓말하고 기만하고 충격을 준다고 해서,

 

도전하고, 이겨내고, 성장하고, 실패하고, 망가지고, 죽고, 살아나고, 사랑하고, 끝을 맞이한다고 해서,

 

너희가 그 카미마호 안의, 오닉스든 블랙 펄이든 아메시스트든 비취든

 

그 마법의 책에 희롱당하는 걸 본다고 해서,

 

 

내가 무얼 느낄 수 있을까?

 

그 조차 결국 ‘카미마호라는 마법의 책(게임)’의 희롱일 뿐인데.

 

 

 

내가 지금 말하고자 하는 부분과 비슷하지?

 

하지만 난 생각을 바꿔 먹은거임.

 

결국 모든 것은 ‘카미마호라는 마법의 책의 농간’이라 이 이야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라는 생각에서

 

결국 모든 것은 ‘카미마호라는 마법의 책의 농간’이기에 이 이야기의 이 엔딩조차 훌륭한 비극이라고

 

어쭙잖은 해피엔딩처럼 보이는 그 모습 그 자체가 희롱이자 농간이라고

 

어떤 누군가는 비약이네, 억지네, 창작물의 한계에 태클 거네, 운운 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난 이렇게 느꼈고. 생각하고 싶음

 

 

 

코이카케 리뷰에서 했던 말인데

 

작품에서 저마다의 이유와 의미와 의의를 찾아낸다면 그 작품은 성공한 작품이라 생각한다고 그랬었음.

 

난 카미마호를 통해 이런 의미를 찾아냈고, 타인에게 내 말이 맞다며 강요할 생각도 없음.

 

그저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넘어가 줬으면 함.

 

글쎄. 잘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리뷰를 읽고 있는 누군가가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며 혼란스러워 졌다면

 

난 정말 즐거울 거임.

 

아님 말고.

 



이상으로 카미마호 리뷰를 마침


몰입 문제로 제대로 즐기지 못해서 무척 아쉬웠지만 나쁜 시간은 아니었음


그래도 그 스토리가 어디 가는건 아니니까


평범한 게임에 지친 사람들에게 라면 충분히 추천할 만한 작품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