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러게가 뭘까


캐릭터가 매력적인 겜이라고 주장하기엔 스토리게도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캐릭터가 중심인 겜이라고 하기엔 캐러게 중에서도 나름 좋은 스토리로 달려가는 게임이 캐러게로 분류되는 사례가 있다


서사의 무게감으로 구별할 수도 있겠으나, 애초에 서사의 무게란 게 뭐고, 서사의 질이 낮아 무게감이 한 없이 낮아진 스토리게는 그럼 캐러게가 되는 건가 싶기도 하다


이 설을 수용할 경우엔 캐러게는 스토리의 열화장르가 되기도 해서 캐러게만 주구장창 하는 나는 그다지 인정하고 싶지도 않다


사실 대다수의 게임은 캐러게 스토리게라는 분류망에 쏙쏙 들어가긴 한다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진짜 한없이 소수겠지


딱 구별선 정중앙에 서서 탭댄스 추는 작품


나는 그런 게임을 해본 적도 없고, 이런 의문을 가진 적도 없었다





이 작품이 나를 그 의문과 마주하게 했다


캐러게 추천에서 받은 게임이었는데 예상 외로 스토리가 꽤 있었고, 중시되었다


사실 직전에 즐긴 캐러게들이 스토리라는 게 없는 게임들이었기에 캐러게로 더 낯설게 다가왔긴 하다


그래서 실망을 했냐고 질문한다면, 솔직히 털어놓겠다


당시에 꽤 실망했다


심지어 실망감이 꽤 길게 이어졌는데, 기억하기로 카나스케 이전까지 실망했던 거 같다


요컨대 트루가 아닌 개별 루트 중에서 기대치에 다다른 게 서브들이랑 카나스케밖에 없었단 거다


어느 정도였냐면 유즈소프트 개별 루트들이랑 겹쳐보이곤 했다


괜히 스토리는 진행하는데 안 좋은 감정만 늘어나지, 캐릭에 그렇게까지 애정이 늘어나진 않지, 스토리 비중 때문에 연애비중 애매하게 되지


이게 짧은 개별이랑 합쳐지니까 정말 답도 없었다


대표적인 경험을 말하면 타마모 루트다



처음 접한 타마모 루트는 최악이었다


공통 끝날 때까지 제일 좋아했던 시라사키라는 캐릭터는 시리어스 전개를 위해 비호감 인물상으로 사용되지, 타마모는 스토리에 휩쓸려서 안쓰럽고 처절한 모습만 보여 연애관보단 동정심이 끓어오르지


그러면 여기서 몇몇 유붕이는 물을 수도 있겠다


왜 탈주하지 않았느냐고



내가 이야기한 건 개별 루트다


공통 루트는 솔직히 말해 재밌었다


스토리도 나아가고, 캐릭터도 잘 보여주는, 굉장히 안정적인 구조였다


그리고 스크린샷을 보다시피 연출이 굉장히 좋아서 몰입도 꽤 했다


벳신이라는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도 동글동글한 게 캐릭터 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즐거움을 주기도 했고


공통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방면으로 기대감이 부풀었다


이 기대감이 꽤 컸기에 개별에 실망하면서도 다른 루트는 괜찮겠다는 신뢰를 만들었다


카나스케랑 서브 외엔 그 믿음을 전부 배신했지만 말이다


그럼 대도서관은 몇몇 캐릭 루트랑 공통 외엔 다 쓰레기일까



어처구니가 없는데, 대도서관 공통 루트 두 개다


첫 공통 루트가 속된 말로 토나오게 길어서 이 겜은 공통으로 승부보나 싶었는데, 공략 따라가니 두 번째 오프닝이 나오더라


캐러게라는 기대를 거진 다 잃은 채로 두 번째 공통 루트가 시작되었다


나는 트루 공통부터 대도서관을 캐러게로 본다


솔직히 그 전까진 소수 루트 제외하면 내 기준 캐러게 수준 미달이다


근데 여기서부터 평가가 뒤집힌다


메인 히로인 트루 루트라고 해서 캐릭 별로 루트가 각각 하나씩 더 있다


괜한 시리어스는 두 번째 공통에서 처리해버린 덕에 이 트루 루트는 캐릭 매력을 살리는 데에 충실했다


그렇다고 개별 루트만 좋았느냐 하면 또 아니다


트루 공통은 개별 공통보다도 밀도가 있어서, 스토리도 좋았지만 각 캐릭터의 매력도 아주 잘 실려 있었다


물론 트루 공통 이후에도 문제가 없진 않은데, 트루 메인 히로인 루트는 매우 짧다


1시간 정도면 한 히로인 끝나는 정도니까


여기까지만 치면 대도서관은 캐러게 치고 스토리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허나 캐러게로 즐겼나 생각하면 고개를 기울이게 된다


점수콘 달아보면 이거다


캐러게 부분에서


근데 이게 있다



팬디스크


했던 게임 중에 이만큼 팬디스크가 '필요한' 게임은 없었다


그리고 딱딱 필요한 부분을 꽉 채워 넣은 알찬 팬디스크였다


부족한 부분들, 캐러게 부분이나 스토리에서 다소 뒷맛이 껄끄러웠던 부분을 깔끔하게 처리했다



대도서관의 양치기


그래서 캐러게 아닌가???


팬디까지 하고 나서 확실히 답하는데 대도서관은 캐러게 맞다


트루 공통 전개만 보면 누키타시2랑 많이 닮긴 했다


공통에서 스토리 음미하고, 루트에서 부족한 연애성분 채우는 구조


근데 대도서관은 아무리 봐도 누키타시보단 캐릭터에 분량을 쓴 게 보인다


단지 다른 캐러게랑 비교했을 때에 좀 더 스토리에 분량을 쓴 거 뿐이다


이걸 스토리게가 아닌가 의심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처참한 개별 루트의 실정, 캐러게 치고 스토리 비중이 생각보다 있는 공통


이 두 가지 요인이 어우러져 그나마 즐길 수 있었던 스토리에 집중하고 마음먹은 끝에 인지부조화가 온 게 아닐까



다 하고 돌아보니 좋은 게임이 맞다


스토리가 있어 아자라시같은 굴곡없는 연애담처럼 졸리지 않을 거고


유즈소프트처럼 스토리를 진짜 허공에 오줌 갈기듯 쓰지도 않았으니까


유즈소프트 게임을 좋아하는데, 좀 더 스토리가 나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한 이들에게 추천하면 괜찮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