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패 존버하다가 결국 못참고 잡은 캐러게

별로 관심 없었는데 이번 팬디 오프닝이 영상이고 노래고 너무 잘뽑혀서 바로 시작했다... 다들 관심있으면 한번 들어봐


클리어 순서는 카노 > 히요리 > 아스미 > 시오

그래서 이 순서대로 써보겠음



1. 카노 루트


첫만남 짤인데 캐릭터의 특징이 전부 담겨있음...

타코야키를 너~~무 좋아하고, 낯가림이 심해서 칼처럼 날카로운 성격, 그리고 저 에로한 허벅지까지


카노는 공통을 하자마자 '아 이건 무조건 첫번째로 공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였음.

동급생이면서 날카로운 말투, 그러면서도 내면은 착하고 성실하고, 공통에서부터 튀어나오는 뇌수까지 히토미에 절여진(...) 핑챙 서큐버스 캐릭터.

외모던 성격이던 설정이던 모두 마음에 드는 최고의 캐릭터였다고 생각함. 나도 진성 캐러게충이라 꽤 많은 캐러게를 접해왔는데 이만한 캐릭터는 정말 잘 없었던거 같다. 카노 루트 하나만으로도 이 게임을 잡을 가치는 충분했다고 생각해




캐릭터 스토리 역시 꽤 맘에 들었음. 카노의 직업인 일러스트레이터에 관련된 코믹마켓 스토리, 그리고 어린시절부터 갖게된 카노의 '외모' 그리고 '오타쿠'에 대한 트라우마를 주인공의 사랑으로 차근차근 해소해나가는 이야기


특유의 공격적인 오타쿠녀 말투 역시 어린 시절 왕따 경험과, 이를 통해 점점 히키코모리가 되어가며 사람과의 원활한 대화를 하지 못했기 때문. 충분히 있을 수 있을법한 이야기를 잘 담아냈고, 오로지 주인공과 카노의 달달한 연애를 통해 서서히 카노의 자신감을 끌어올려 성장시키는 모습이 굉장히 보기 좋았음.


더더욱 마지막 학원제에서 자신의 장기인 '일러스트 그리기'를 자신이 메인이 되서 발표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모습은 정말 좋았음. 다른 히로인보다도 가장 대인관계에 서툴고 주목받기를 싫어하는 그 카노가, 당당하게 자신의 트라우마를 밝히고 다른 등교거부자들에게 등교를 권유하는 모습은 카노의 정신적인 성장을 지켜볼 수 있는 명장면이었네


팬디에서 가장 기다려지는 캐릭터이기도 하고, 재탕 의사가 있는 유일한 캐릭터. 정말 너무 맘에 들었다...



2. 히요리 루트


이 게임의 진히로인 포지션인 친매 히요리


어엿한 사회인으로 돈 벌어서 주인공을 먹여살리는 당당한 모습, 그러면서도 오빠에게 의지할땐 의지하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줌

텐션이 워낙 높아서 얘랑 대화하는 장면은 참 재밌었음. 남매답게 툭탁툭탁하는 모습도 귀엽고, 오니오니~ 하면서 오빠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여주면서 의지하는 모습도 엄청 귀여웠음


스토리는 하미크리의 핵심을 관통하는 이야기

많은 챈럼들이 히요리를 마지막에 먹으라고 추천하던데 그 이유를 알거같긴 했어. 개인적으론 시오 루트가 마지막인게 좀더 좋았지만 이건 시오 루트에서 이야기하고


이렇게나 당당하고 멋진 여동생의 모습을 보이던 히요리의 트라우마는 '가족의 상실'. 즉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의 충격을 떨쳐내지 못한 것. 사실 이 바닥에서 뻔하디뻔한 스토리긴 했는데 언제나 익숙한 맛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지


공통에서 여동생한테 붙어서 돈이나 쪽쪽 빠는거같은 남주의 인상을 바꿀 수 있는 루트이기도 하고...  여튼 오빠가 오빠답게 히요리의 위기상황에도 확실하게 마음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모습이 훈훈하고 좋았음


학원제에서 히요리가 자신의 상황에 대한 낭독극을 함으로서 전교생, 더 나아가 온 세상에 자신의 기구한 사연과 트라우마를 모두 밝히면서 이를 이겨내는 모습은 나름대로 감동이 있었음


어릴 적에 부모님을 잃은 특수한 상황때문에 히요리는 친매임에도 불구하고 오빠와 이어지는 확실한 당위성을 얻었고, 그럼에도 가장 가까운 가족으로써 서로를 의지해나가면서 알콩달콩 사는 모습이 아주 보기좋은 루트였다


3. 아스미 루트


학원 후배 포지션인 메가데레 히로인


얘는 그냥... 할말이 없음. 작중의 별명인 '천사' 그 자체임. 정말 순수하고 조용조용하면서 귀여운 캐릭터, 그러면서도 한번 연애를 하기 시작하고 떡치기 시작하면 그쪽만큼은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캐릭터

캐러게에 들어가기 아주 적합한 캐릭터같아



아스미 루트의 스토리는 V튜버를 하면서 닥쳐오는 위기상황들을 주인공과 함께 머리를 짜내가며 극복하고, 점점 히키코모리 체질을 개선해나가는 이야기.


아스미 역시 어린 시절 목소리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히키코모리가 된 케이스로,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지만 아스미는 '또 하나의 나'인 V튜버 유키게 시키를 활용해서 거의 극복을 한 상황이었음. 루트들 중 가장 갈등이 적고 평탄한 스토리였는데 덕분에 아스미의 귀여움을 달달하게 즐길 수 있었다고 생각해


얘는 마지막 학원제에서 트라우마를 고백하거나 하진 않고 끝까지 V튜버인걸 비공개로 하긴 하지만, 그만큼 처음부터 고민이 심각하지 않았던 아이라서 오히려 너무 작위적인 스토리가 나오지 않은게 다행이라고 생각해


카노나 히요리 루트보다는 조금 밋밋하다면 밋밋할 수 있지만, 캐러게에서 달달한 힐링루트도 당연히 들어있어야겠지?



4. 시오 루트


게임 스토리의 핵심 원흉


자기가 하던 학생회장을 갑자기 '질렸다'는 이유만으로 때려치더니 슬쩍슬쩍 와서 세탁기 돌리는년

정통 그 자체인 흑발 거유 누나 캐릭터를 가지고 왜 이런 짓을 한걸까... 외모가 아깝다 아까워



시오 루트에서는 공통스토리의 핵심인 '제비뽑기 회장'이 선출된 진짜 이유가 공개되는 루트라서, 많은 챈럼들이 히요리를 마지막에 하라고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시오 루트를 마지막에 두는게 조금 더 자연스러웠던거 같아


아무튼 이 카마쿠라 시오라는 캐릭터가 가진 성격을 여실없이 드러내고, 공통 때부터 비호감 낙인이 찍혀있던 그녀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루트임. 마냥 억지세탁기를 굴린건 아닌게, 실제로 어린 나이에 소설가로서 성공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피눈물나는 노력을 했을건데 당연히 밥벌레같아보이는 주인공이 싫었던게 당연하지. 악감정을 갖고 했던 행동들이라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야


하지만 직접 만나보지도 않고, 남이 해주는 이야기만으로 선입견을 갖고 그걸 적용해서 악감정을 품고 주인공을 갈궈댔다는 사건의 전모는 '이런 일도 있을 수 있겠구나' 싶긴 해도, '비호감'으로 낙인찍힌 시오를 완벽하게 세탁하는건 불가능했음


오히려 루트 중간에 주인공이 사고를 당하는데, 진짜 세상 서럽게 우는 히요리에 훨씬 눈길이 가더라. 이미 히요리 루트를 했기 때문에 히요리의 '단 하나 남은 오빠'가 사고를 당하는게 어떤 의미인지 바로 가슴에 와닿아서 정말 슬픈 장면이었음. 그거말고는 기억에 남는게 없는 수준임... 뭘 얘기하고자 하는지 모르겠음


5. 총평

보통 캐러게는 스토리를 기대하지도 않는데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은데, 이 게임은 적당하게 캐릭터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면서도 무게감있는 스토리를 잘 담아냈음.


작품의 제목인 '하미다시 크리에이티브'에 걸맞게, 어딘가 전부 나사가 빠져있고 툭 튀어나온 크리에이터 (일러스트레이터, 성우, V튜버, 소설가)가 이끌어가는 이야기라는 점이 상당히 참신하기도 했고, 각자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를 각 루트에서 해소해나가며 성장하는 모습이 보기 좋은 게임이었음. 시오 루트만 빼고...


특히 각 루트의 마무리가 주인공이 이끄는 '학원제'의 무대에서 히로인들의 트라우마가 해소되기 때문에 나름대로 극적인 느낌도 받을 수 있었음. 히키코모리였던 히로인들이 당당하게 자신의 트라우마를 전교생에게 공개하며 이를 이겨낸 모습을 보여주는건 상당히 흐뭇한 이야기야.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시오를 서브로 두고 아메리를 메인으로 올렸어야 한다고 생각해. 앞서 적었듯 다른 세 히로인은 트라우마를 극복해나가는 성장 스토리라는 공통점이 있고, 크리에이터로서의 갈등이 각 루트의 메인이 되는데 반해, 시오 루트는 자기 업무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없고 트라우마도 없다시피하거든. 게다가 비호감스택까지 차곡차곡 쌓았고


여튼 시오 루트가 좀 불호이긴 했지만 못봐줄 수준은 아니고, 다른 루트들이 정말 맛있었기 때문에 캐러게 추천해달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게임이 될 거 같음. 진짜 괜히 존버했다 싶더라니까... 이만한 캐러게 잘 없어

팬디 굉장히 기대중인데 나오면 바로 플레이 들어갈생각임.


아무튼 그건 그거고 비공략 장난질은 괘씸하거든요 마도소프트 시발아

회장이랑 보추친구 공략은 어디갔어?


캐릭터 : 카노 > 히요리 > 아스미 >>>>> 시오

스토리 : 히요리 > 카노 > 아스미 >>>시오


다음겜은 아직 못 정했는데 잠깐 쉬지않을까 싶네... 다들 긴 글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