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lCYWUaJu1ZM?si=LLfM71e1B_Qp8xtC





무라마사를 끝내고 스토리게는 죽어도 하기 싫었지만 마침 날이 날인지라 타이밍 맞춰서 오와루바를 시작했고, 오늘 11월 14일에 끝냈음

대강 플레이타임은 빡시게 달리면 20시간정도로 끝나니까, 생일 한 3~4일전에 시작해서 딱 하면 좋을 겜이라 생각함

그런데 막상 이 게임이 어떤 겜이고 왜 사람들이 생일에 하라고 하는지는 얘기가 잘 없더라고?

그래서 간단한 소개글 겸 후기글 정도만 써보려고 함


1.종말세계


이 겜은 기본적으론 세계종말 장르를 따라감

그렇다고 포스트아포칼립스는 아니고, 세계종말 예언이 나오고 그 상황에서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주는 느낌에 가까움

불안에 떠는 사람도 있고, 과격한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대책을 찾으려 하는 사람도 있음

주인공 일행은 세번째에 속하는데, 이 과정에서 떡밥을 찾아가는 것이 좀 흥미로운 편임

미리 말하지만... 이 게임 굉장히 맵다

하필 전에 했던게 무라마사라서 난 어찌저찌 버티긴 했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하면 꽤 잔인한 연출이랑 꿈도 희망도 없는 스토리에 식겁하게 될거임

심지어 루트를 잘못 타면 진짜 끔찍한 것도 보게 되니까 어느정도 각오는 하는게 좋을 거라 생각함


반대로 말하면 연출이 굉장히 잔인한 겜이기 때문에 종말이라는 테마에 맞는 연출이 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함

이미 망해버린 세계가 아닌 망해가는 세계이기 때문에 개별루트에서 나오는 끔찍한 연출들이 더 공감이 가는게 아닐까


망해가는 세계에서 미쳐가는 사람이랑 그 사람들에게 희생당하는 사람들의 구도는 인상적이었다고 생각하네. 물론 나로써는 별로 보고 싶진 않았지만 

스토리겜이라면 역시 이래야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테니

물론 종말세계라고 무거운 이야기들만 있는 것은 또 아님


개별루트를 진행하다보면 은근 인간군상의 테마가 다른걸 알 수 있는데, 

그래서 종말을 마주보는 인간마다 다른 반응이 나오는게 꽤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함

만약 내가 이런 상황을 겪는다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하고 몰입하면서 하면 재밌는 겜이라 생각함


물론 개인적으론 아쉽다고 생각하는 부분(=대부분 사람들이 개별루트를 좋게 평하지 않는 이유)이 뭐냐면, 종말이 테마다보니 게임 자체가 억까가 좀 심하다는 부분임


처음엔 테마가 종말예언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탐구하는 추리물 클리셰로 시작하지만, 

점점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이건 추리가 가능한 영역이 아님

그래서 게임한테 억까당한다는 느낌을 느낀적이 꽤 많음

종말세계에서 살아남는것이 목적인 게임인데, 게임은 나를 원하면 언제든 죽일 수 있음

이런 분위기는 하면서 꽤 허탈했다고 생각하기도 함....

뭐 이건 내가 이 게임을 추리물처럼 접근한 것이 잘못이긴 한데, 만약 겜을 할 생각이 있다면 추리물같은 접근은 하지 않는걸 추천함


2.진상

이리와 나루코루트를 진행하다보면 점점 이 게임의 진상에 가까워지게 됨


논스포일러 글을 쓰기로 마음 먹은 시점부터 여기선 말을 잘 골라야 하는데 흠...

개인적으론 이 파트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게임의 주제와 인간군상의 시점이 바뀐다는 점?

그래서 이전에 겪은 사건들을 다른 시각으로 느끼게 됨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중심에 있는 "중심인물"의 서사가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거든


이 부분은 확실히 괜찮은 빌드업이라 생각했던게 어떻게든 인물에게 공감이 될 수 밖에 없는 좋은 빌드업이었다고 생각함

그리고 끝임없이 플레이어에게 의문을 던지는 파트이기도 함. 과연 이런 결말이 좋은 것일까 저런 결말이 좋은 것일까

어떻게보면 실제로 눈 앞에 닥치는 세계의 종말보다도 더욱 쓰라린 현실과 마주하게 되면서,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지는 파트였어



3.그리고, 생일

이 게임의 후반부는 그렇게 쌓인 빌드업을 한꺼번에 터트리는 파트임


앞에도 말했듯 이 게임은 행복한 게임이 아니야

하지만 행복하지 않기에 눈에 보이는 것들도 있다고 생각함

진정으로 종말을 맞이했기 때문에 비로소 눈 앞에 보이는 것들

그리고 그것들에 대해 우리가 가진 생각들에 대하여 다시 되짚어볼 수 있는 파트지

그것이 바로 종말과 대비되는 단어, 바로 '생일'임

이 부분은 진짜 어떻게 논 스포일러로 말하고 싶어도 도저히 말을 못하겠다

엔딩을 보고 나서 느낀 스포일러 소감을 쓸 생각이니 아래에 접혀있는 글은 겜을 다 깬 사람만 펼쳐서 읽어보는걸 추천함


후반부와 결말에 대한 나의 해석(스포일러)(접기)

우선, 이 게임의 히로인은 본편 내내 토우야와 카즈가 구현하려고 했던 '이리'가 아님

오히려 이리를 복제한 '토우야 이리'가 진히로인이라고 할 수 있겠지


심지어 엔딩 그 자체도 서사적으로만 보면 굉장히 불행한 엔딩임. 개별의 몰살엔딩과 비슷할 정도로

그런데도 종말을 소재로 잡은 이유는. 종말 이후에 태어날 새로운 세계가 값어치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실제로 이 세계가 끝난 이후 현실을 살아가는 토우야에게 이리는 마지막 생일축하를 하고, 그것이 토우야에게는 미래를 내딛을 힘이 되었음

그런걸 보면 이 게임은 종말 자체를 말하는 겜이 아니라 종말 이후의 희망을 노래하는 겜이 아닐까 싶네


하필 9월 29일을 이리가 죽은 날로 설정해놨는데, 그 날이 가면 갈수록 이리의 생일로 바뀌어가는 서사가 그런 의미일거라 생각하고...


결국 토우야 이리와의 결말도 주인공과 토우야의 엔딩도 불행하지만, 그 끝에는 토우야 이리의 생일이 남았고, 토우야 이리 또한 그런 카즈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것이 이 게임의 결말임


이 게임이 말하고 싶은 것은 사실 종말을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종말 이후에 다시 태어날 생일, 그리고 그 생일에서 비롯될 희망을 노래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라고 나는 생각해


아무리 결말이 처참하더라도 그 끝에서 우리는 토우야 이리를 만났던 추억을 가지고, 그녀의 생일을 회상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

그래서 이 게임이 '생일'에 하면 더욱 기억에 남는 게임이 아닐까?


스포일러 글을 읽지 못하는 유붕이들을 위한 나의 코멘트


결국 이 게임은 종말을 주제로 했지만, 역설적으로 죽음의 끝에서 생겨나는 삶, "생일"에 대해서도 동시에 말하는 게임임

종말의 세계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하며, 그러기 위한 힘을 주는 게임이라고 생각함

이 게임을 생일에 해야 하는 이유, 그 이유는 생일만큼은 우리가 새로운 희망을 얻을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인게 아닐까

지금 현실이 종말과도 같이 아무리 괴롭고 힘들더라도 우린 생일에만큼은 누군가에게 축복을 받고 힘을 얻을 수 있는 날임

그런 응원과 희망을 받고 싶다면, 이 게임을 한번 해보는 것을 추천함



4.결론


이 게임은 뭐라 해야하지.... 사람들이 트루원툴겜이라고 부르는 이유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공감이 가는 게임이야

단순히 평가만 내린다고 하면 이 게임은 85점 이상으로 넘어가기 힘든 딱 수작의 마지노선에 있는 게임이라 보거든

물론 이런 일상의 끝, 혼란한 세계 속의 인간군상, 비극 속에서 찾아내는 실낱같은 희망을 주제로 한 게임은 많아


내가 K-게임의 최고점이라 생각하는 여름꽃이나, 면생 최고의 게임을 뽑으라 하면 세손가락 안에 무조건 넣는 사쿠모유랑도 비슷함


이 게임보다 소재를 더 잘 살린 게임은 분명히 있고, 이 게임보다 스토리가 좋은 게임은 얼마든지 있음

그런데 난 지금 그런 절대적인 퀄리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이 게임이 나에게 뭘 남겼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음

그리고 거기에 추가로 너희들에게 내가 이 게임을 권하는 이유를 말하고 싶은 것이고


그래서 평가를 떠나서 내가 느낀 감상이 어땠냐고 하면, 아... 훌륭한 게임이었어


약간 호시메모를 했을 때랑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지금 게임을 딱 깬 시점에 느낀 감상은 꽤나 오래오래 남을 것 같은 그런 게임이야

특히 생일에 맞춰서 했을 때 작가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었는지, 그걸 이해했을 때의 감동은 이 게임에서밖에 느낄 수 없는 감동이었다고 생각함


결과적으로, 난 이 게임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생일에 한번쯤 해봤으면 좋겠다 싶은 게임'이라 생각해

뭐... 너희들이 나랑 같은 감상을 느낄지는 모르겠고 흠... 그정둔가... 할 수도 있을텐데

굉장히 매력적인 게임이야. 생일에 맞춰서 했을때 이런 독특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은 인생에서 찾아보기 드물걸

그래서 난 이 게임을 추천함. 해보기 잘 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이렇게 글을 마무리지으며, 나 스스로에게 생일 축하를 한마디 하고 끝낼게!

아~ 진짜 생일에 맞춰서 엔딩 보라는 유붕이들의 말이 옳았음 ㅋㅋㅋㅋ 

만약 생일에 안 했다면 이런 감상이 안나왔을거같어 ㅋㅋㅋㅋ

매력적인 게임이었다... 그렇게 생각해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