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기간 : 2.19 ~ 2.23

플레이 타임 : 48시간



겨울의 끝이 다가오고 있음. 

그리고 봄이 찾아오기 전에 많은 눈이 내리고 있음.

그런 지금의 시기에 딱 어울리는 게임이 있음. 

바로 FAVORITE 사의 작품 <아스트라에어의 하얀 영원>임.

사실 아스토와는 다른 페보겜들에 비해 보편적인 인기와 평가가 떨어지는 편임.

하지만 적어도 나는 아스토와를 플레이하고 나서 이 게임을 좋아하게 되었음.


아스토와는 3년째 눈이 내리는 츠키가사키(삿포로)를 배경으로 함.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엘핀'이라 불리는 초능력자들에 대한 이야기임.

북유럽 신화를 모티브로 한 판타지 요소와 약간의 SF 요소를 섞은 독특한 설정을 갖고 있음.


초능력이 나오지만 배틀물은 아니고 작품의 중심 테마는 '가족'임.

어떤 루트든 가족에 관련된 갈등과 이야기가 주요 내용을 이루고 있음.

아스토와의 스토리는 엄청난 플레이 타임에 비해 플롯은 간단한 편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서투른 캐릭터들 사이의 오해와 엇갈림.

커다랗고 극적인 사건보다는 이런 사소한 갈등이 스토리의 주요 내용임.

그래서 대체로 스토리가 평탄하고 높은 고점이라고 할만한게 그다지 없음.

느릿한 템포로 전개되는 잔잔한 이야기 속에서 분위기와 감성을 즐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함.



공통 루트

캐릭터들의 일상과 능력자 폭주 사건 해결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음.

일상 장면이 재밌는 편이고 전체적으로 지루하지 않게 넘어간 것 같음.



이치카 루트

감정적인 여동생과 무뚝뚝한 언니의 의사소통 문제에 대한 루트.

둘 사이의 갈등이 일어나는 계기가 사소해서 '뭐 이런 걸로 난리 치지?'라고 할 수도.

개인적으로 루트 내용과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공감했음.

이치카가 귀여웠고 무난하게 즐길 수 있었음.



코토리 루트

츤츤거리지만 내심 외로웠던 코토리가 승부라는 명목으로 주인공을 요구하는 루트.

츤의 강도가 센 편이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급발진으로 시작됨.

그래서 중반까지는 '얘 뭐지?' 싶은데 후반 가면 갑자기 갓캐가 됨.

특히 승부에 결착을 붙이는 부분이 좋았음.



오치바 루트

가족이라는 테마에 가장 충실한 루트.

가족이 없었던 주인공이 유사 가족을 넘어 진짜 가족을 만드는 이야기.

가장 보편적인 감정을 다루는 루트라 누구나 공감하기 쉬울 듯.

오치바는 이 게임에서 유키누나 다음 가는 히로인이고 여동생인 하즈키도 아주 귀여움.

오치바 루트를 하면 마음 한 켠이 따듯하고 훈훈해지는 느낌을 받을 거임.



코로나 루트

코로나 루트는 이 게임에서 가장 전개가 극적인 루트임.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지만 간단하게 요약하면 우주로 가는 내용임.

모종의 이유로 우주 탐사를 하는데 그 과정을 다루고 있음.

결말에 대해 혹평이 많던데 나는 조금 감동이었음.

사랑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린네 루트

떡밥 던지기에 희생 당한 듯한 느낌.

가장 공감하기 힘든 내용의 루트였고 린네의 캐릭터성도 와닿지 않았음.

갈등의 해결 방법도 그렇고 그 외에도 이것저것 별로였음.



유우키 루트

여러 떡밥이 회수되는 본편의 그랜드 루트.

그랜드 루트 치고는 루트 대부분이 잔잔하게 흘러감.

그러다 마지막에 터트리는데 약간 뽕이 찼음.

한편으로는 뭔가 2%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아스토와가 여기서 끝이었다면 개인적으로 80점 정도였을 거임...



유키 루트 (Finale)

아스토와의 진정한 완결편.

본편 그랜드의 빠진 조각들을 채우고 보완하는 루트.

아이코메로 비유하자면 유키 루트가 아폴로크라이시스라고 할 수 있음.

그동안의 장장 40시간에 걸친 대장정은 유키 루트를 위해서였음.

유키 루트는 세 번 대가리를 깸.

우선 유키누나의 미친 운명력과 캐릭터성 때문에 대가리가 깨짐.

그리고 유우키 루트의 찝찝함을 날려버리는 클라이맥스에서 대가리가 깨짐.

마지막으로 유키누나 졸업식 때 대가리가 깨짐.

본편의 힘들었던 점은 다 잊게 되고 그냥 대가리 깨져서 뇌수 줄줄 흐름.

약간 애매했던 아스토와에 대한 평가를 단숨에 끌어올렸음.



총평

아스토와는 강렬한 불꽃이라기 보다는 마음에 시나브로 쌓이는 상냥한 눈과 같은 작품임.

머리보다는 마음으로 하는 게임으로 캐릭터들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지가 중요함.

분위기와 감성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작품이고 그래서 더 겨울에 하기 좋은 게임임.

개인적으로 앞으로 눈이 내릴 때마다, 벚꽃잎이 흩날릴 때마다 아스토와가 생각날 것 같음.

그리고 작중 사용되는 보컬곡들이 엄청 좋아서 앞으로 노래도 많이 들을 것 같음.

봄이 눈 앞까지 찾아온 지금. 이대로 겨울이 끝나기 전에 아스토와를 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