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레오
[별명] 강철가시의 관
[성별] 남
[키] 183cm
[생일] 3월 14일
[출생지] 백야성
[속성] 숲
[소속 조직] 백야성
[전투 방식] 천군 통솔

보통 레오 씨처럼 쭉 최전선에서 암귀랑 맞서 싸우는 장교는 온몸에 박력이 넘치기 마련인데, 레오 씨는 콜로서스에선 항상 서글서글한 미소를 짓곤 해. 다른 사람들이랑 스스럼없이 대화도 잘하고. 여기 있는 모든 사람한테 흥미를 느끼는 건지, 고민도 잘 들어주고 때때론 정곡을 찌르는 해결 방법도 제시해 주곤 한다니까. 소문만 들었을 땐 뭔가 전장에서 수많은 기사를 이끄는 위엄 넘치는 이미지였는데, 막상 만나 보니까 친절하고 일반 대중을 배려할 줄 아는 좋은 사람이었어. 언젠가 식당에서 레오 씨를 본 적이 있는데, 지금도 그때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 맛있는 향이 솔솔 나는 고기구이를 자기 앞에 가져다 놓곤, 이미지 관리 같은 건 신경도 안 쓰고 왕창 먹기 시작하더라고! 다 먹고 나선 똑같은 걸 많이 사 놔 달라고 부탁도 했었어. 다음에 콜로서스가 변방을 지날 때 강철가시 기사단 형제들한테 가져다주면, 모두의 생활 환경이 조금은 나아질 거라면서 말이야. 그게, 변방 지역은 물자가 부족해서 이렇게 좋은 고기구이를 먹을 기회가 거의 없대. 변방을 지키느라 고생하고 있을 전사들 생각에 난 남몰래 눈물을 조금 흘리고 말았어... 동정하는 게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온 존경심 때문이야.

──바이스

왜 그렇게 즐거워하는 거냐고? 그건 이곳이 아주 마음에 들기 때문이야. 콜로서스를 아주 잘 관리했구나. 콜로서스 안은 작은 사회와 다름없지. 다양한 계층의 여러 사람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서로 상반된 입장을 지닌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있으면서도 다들 화목하게 지내고 있어.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귀속감을 가지고 있고 말이야. 그렇지만 이런 귀속감이 아무 이유도 없이 그냥 알아서 생겨난 건 아닐 테니, 당연히 이곳의 소유자와 관리자의 공로야. 바꿔 말하면 네 덕분이라는 거지. 겸손해하지 않아도 돼. 사실 따지고 보면 백야성에 계시는 고귀하신 성주님보단 오히려 네가 관리자에 걸맞은 인재일지도 몰라. 최소한 넌 사람들의 계급을 나눠 놓지도, 수십 년 동안 그 썩어 문드러진 제도를 비호하지도 않을 테니까. 하하, 내가 말이 너무 셌나? 난 한때 백야성의 귀족이었지만, 뼛속까지 귀족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어. 그건 추방당하기 전부터도 마찬가지였고. 왜냐하면 난 애초부터 토마스 가문의 사생아였거든.

내 삶이 궁금하다고? 저번에 말해 주지 않았나? 난 토마스 가문의 사생아야. 친어머니는 만난 적도 없고, 아버지는 그 이야길 꺼내지도 못하게 하셨지. 하지만 가문 사람들 사이에서 떠도는 소문들과, 아버지가 소문들에서 「평민」이란 단어가 거론될 때마다 얼버무리던 모습을 보곤 알게 됐어. 이 가문 사람들이 정말로 꺼리는 건, 내 친어머니가 평민이라는 사실이란 걸 말이야. 어쨌거나 대외적으로 난 토마스 가문의 아이로 인정받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귀족 도련님들처럼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고, 내 마음대로 평민의 삶을 짓밟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었어. 하지만 내 몸에 흐르는 또 하나의 피는 평민들의 고통에 눈을 막고, 귀를 닫지 못하게 만들었지. 서로 다른 두 혈통이 뒤엉킬 때마다, 내 마음속은 더욱 괴로웠어. 가족 중에서 날 상냥하게 대해 준 건 오직 이복 누이뿐이었어. 그렇지만 가문이 몰락했을 때, 누이는 인질로 백야성에 남게 됐을 뿐만 아니라, 강요에 못 이겨 한 귀족의 정부가 돼 버렸지... 단 한 번도 사람을 노리개 취급했던 적이 없는 누이는 그 슬픈 제도 때문에 자신이 누군가의 노리개가 돼 버리고 말았단 거야.

가문이 몰락하자, 난 더스크 타운으로 유배당해 작은 변두리 시골 마을의 조용하고 이름 없는 평민이 됐어. 변방에서 생활하는 건 몹시 힘든 일이야. 민간인이든, 전사들이든 시도 때도 없이 암귀들의 공격을 받는 게 일상이거든. 처음엔 내 스스로의 능력과, 예전에 백야성 기사단에서 이룬 업적들로 무난하게 더스크 타운에 주둔 중인 기사단에 들어갈 수 있을 수 있을 거라 여겼지. 그건 내가 기사단이 가장 중요시하는 건 귀족의 신분이라는 사실을 잊었기에 했던 착각이었어. 유배당한 귀족인 난 기사단에 입단할 자격조차 없었던 거야. 그리곤 구차한 삶에 시달리다 하찮은 몰골이 되고 나서야 깨달았지.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내 스스로의 능력뿐이고, 과거의 명예와 목숨을 걸고 지켜 왔던 백야성의 신념으론 말라비틀어진 빵 하나도 손에 넣을 수 없다는 걸. 지금까지의 사고방식이 철저히 바뀌고 나니, 그다음부턴 그곳이 점차 마음에 들기 시작했어. 환경은 열악하고 전투는 위험천만하지만, 적어도 더스크 타운에서만큼은 서로 다른 세력에 속한 오로리안이라도, 진영 간의 다툼을 잊고 사이좋게 지내며 함께 암귀와 맞서 싸우거든. 이젠 내가 왜 콜로서스가 마음에 든다고 한 건지 알겠지?

난 강철가시 기사단을 조직하고 더스크 타운에 있던 대부분의 원정 기사를 흡수했어. 원정 기사는 평민이나 유배당한 귀족이 대부분이고, 오로지 귀족으로만 이루어진 주둔 기사단이 평민들의 안전을 진심으로 위할 리가 없단 걸 난 잘 알고 있었거든. 처음엔 주둔 기사단은 우릴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 전술 배치부터 물자 분배까지 우린 언제나 계산 밖이었어. 그러다 강철가시 기사단이 암귀의 공격을 몇 번 패퇴시키고 나니, 그제야 평등하게 이야기를 나눌 의향이 있다고 하더군. 강철가시 기사단이 더스크 타운 전역에 명성을 떨치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부터였어. 기사들의 피와 희생 위에 쌓아 올려진 명성이었지. 언젠가의 힘겨운 전투에서, 우리 기사단의 깃발이 꺾이지 않도록 지켜 내기 위해 기사 여럿이 참혹하게 목숨을 잃었어. 그 처절했던 광경은 아마 오래도록 잊을 수 없겠지. 그들이 목숨 바쳐 지키려 했던 것들을 지금부턴 내가 지켜 내야 해. 그날 이후로 난 갑옷 겉에 기사단의 깃발을 두르기 시작했어. 이젠 내가 바로 전장의 깃발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