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아나톨리
[별명] 희미한 잠상
[성별] 남
[키] 180cm
[생일] 12월 31일
[출생지] 자난성
[속성] 숲
[소속 조직] 일루미나 연방
[전투 방식] 정보 수집, 약점 분석

솔직히 아나톨리 소령님에 대해선 별로 아는 게 없어. 위원회 직속 정보장교는 언제나 티 나지 않게,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법이거든. 소령님이 스카이워커호에 오셨을 때 먼저 자기 정보를 잔뜩 털어놓지 않으셨으면 난 어쩌면 소령님 성함조차 몰랐을 거야.

소령님은 차분하고 침착하신 성격에, 말수도 별로 없으셔. 그래서 나도 한땐 소령님이 되게 차가운 분인 줄 알았어. 소령님이 가지고 다니시는 어항을 보기 전까진 말이야. 그 안엔 물고기를 닮은 생물이 있었어. 그래서 그게 뭐냐고 여쭤봤더니, 영원한 밤에 있는 연못에서 주운 물고기인데, 그때부터 쭉 애완동물 삼아 기르고 계신다고 하더라고. 심지어는 「파오파오」라고 이름도 지어 주셨대.

아무튼 그 얘길 듣고 나니까 소령님은 사실 내 생각만큼 엄격하고 차가운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어. 어쩌면 그냥... 감정 표현이 좀 적은 편이실지도?

──바이스

일루미나의 정보장교 대부분은 정찰병 출신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죠.

제가 군인이 됐을 무렵은 어둠의 위기가 한창이던 시기였습니다. 신병이라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전장에 바로 투입돼, 실전에서 훈련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때 제가 자원한 곳은 가장 위험한 전장인 영원한 밤의 끝자락이었습니다.

그곳은 낮은 짧고 밤은 길었으며, 다크매터가 기승을 부렸고, 사방이 암귀로 가득했기에 오직 살아남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했습니다. 당초 제 마음속에는 복수심만이 가득했습니다. 제 부모님께서는 바로 그 전장에서 암귀들의 손에 목숨을 잃으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어둠은 암귀들에게만 유리했을 뿐, 오로리안은 진지를 수비하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암귀에게 반격을 한다는 건 걷기도 전에 뛰려고 하는 것과 같았죠. 암귀와 싸우려 할 때마다, 다크매터의 방해로 암귀는 몇 마리 처치하지도 못한 채 공연히 부상자만 늘었고, 그 때문에 저는 한때였지만 사기가 떨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제가 어둠의 밑바닥에 배치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만 해도, 제가 소속돼 있던 정찰반 역시 선임병이 있었습니다. 리오라는 이름의 정찰반장이 리더였죠. 선임병들은 실전 경험이 많은 전장의 베테랑이었고, 비록 암귀와 맞서 싸울 능력은 부족해도, 도망치는 방법 쪽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당시의 저는 그들을 쓸모없다고 생각해서 무시했었지만, 선임병들은 제게 어둠의 밑바닥에서 살아남는 여러 방법을 가르쳐 줬고, 그건 지금까지도 유용하게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들 도망치는 쪽으론 선수인 사람들이니, 다들 살아서 퇴역을 할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한 정찰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 우리 정찰반은 전황을 뒤바꾸어 오로리안들이 암귀에게 반격할 수 있도록 만들 중요한 정보를 입수하게 됐고, 암귀들의 포위를 돌파해 그 정보를 가지고 귀환하는 과정에서 하나씩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결국엔 저와 리오 정찰반장만이 남게 됐었지요. 그때 리오 정찰반장은 제게 정보를 맡겼고... 제가 안전 구역까지 돌아갈 수 있도록 암귀 떼를 유인해 안전 구역과 정반대 쪽으로 달려갔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미약한 루미나를 사용해 그림자에 녹아들어 정찰을 진행하는 능력을 익히게 된 것도 바로 그 임무에서였습니다. 단지... 그 시기가 너무 늦어 버리는 바람에, 저는 아무도 구하지 못했습니다.

이 작은 물고기는 「파오파오」라고 합니다. 기쁘든 화가 났든 뻐끔뻐끔 물방울을 만들어 감정을 표현하는 버릇이 있어 파오파오라는 이름을 붙여 줬습니다.

파오파오는 영원한 밤의 끝자락에 있는 연못 안에서 주웠는데, 저는 그때 마침 어둠의 밑바닥에 갓 배치된 정찰병들을 인솔해 주변 환경에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안내가 끝난 후 안전 구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눈폭풍이 몰아쳤고, 저희는 귀환을 중지하고 눈폭풍이 그칠 때까지 잠시 그 근처에 머물게 됐죠.

매섭게 몰아치는 눈폭풍 때문에 연못 속의 물까지 얼기 시작했고, 파오파오가 실수로 튀어 올라 얼어 버린 수면 위에서 계속 온 힘을 다해 파닥거렸습니다. 제가 달려가 파오파오를 다시 물속에 넣어 주긴 했지만, 신병 중 하나가 눈폭풍 때문에 물이 다 얼어 버릴 테고, 그러면 그 물고기도 결국에는 얼어 죽어서 얼음 조각이 될 거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전 주전자 하나를 비워 그 안에 호수의 물과 파오파오를 담았죠. 그리고 주전자 속의 물이 얼지 않게 외투 가장 안쪽에 주전자를 넣어 뒀습니다. 너무나도 약했던 과거의 저는 스러져 간 전우들을 구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살고 싶어 하는 이 작은 물고기 한 마리만큼은... 제가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심하고 또 의심하는 것, 그게 바로 정보장교가 살아남는 방법입니다. 제 개인적인 습관이기도 하죠.

힘들게 손에 넣었다 하더라도 확실하지 않은 정보일 가능성이 있고, 가짜 정보라 하더라도 적의 방해 공작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내부자의 오판이나, 모종의 의도로 만들어지거나 조작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수많은 실패를 거울삼아 알게 된 점들이죠. 그래서 정보장교는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모든 것을 의심할 줄 아는 소질을 갖춰야 합니다. 심지어는 상대가 더할 나위 없이 친숙한 인물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이처럼 끝없이 의심해야 하는 생활을 한다는 건 매우 지치는 일이지만, 저는 당신에게서 「신뢰」라는 인간의 또 다른 면모를 보았습니다. 이 콜로서스에는 여러 세력 출신의 다양한 사람들이 머물고 있죠. 이곳에선 백야성의 주민이 레디젤 렌치 출신과 사이좋게 지내기도 하고요.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당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조종사, 당신이라는 존재는 지금 오로리안 사이의 벽을 허물고, 서로 다른 이념을 지닌 오로리안이 서로를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있는 겁니다. 참 신비로운 힘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