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6qFDAGOfYig








제 1장. 동풍



향긋한 매화 바람이 콧잔등에서 맴돈다. 어디서 불어온 것일지 모를 따스한 동풍이 불어오며 따듯하게 감싼다. 어디서 온 것일지도 모를 그 바람은 소리없이 매화를 몰고 와 따듯함을 불어 넣어주고 다시 정처없이 길을 나선다. 

"..."

침묵이 도는 연화봉 아래 청명이 눈빛은 수련중인 문도들을 한 번, 매화 나무를 한 번, 또 정처없이 허공을 떠돌다 다시 자신의 팔 쪽을 향한다. 그의 시선 밑에는 텅 빈 옷자락 이 보였다. 두 번째 정마대전 이후 청명은 무력을 잃고, 왼팔을 다시 한 번 잃었다. 하지만 그의 희생으로 모든 화산의 문도들은 생명을 부지 할 수 있었다. 그것 만으로도 청명은 충분했다. 


지금 청명의 상태는 갈 곳을 잃은 채 정처없이 떠도는 저 동풍과 같다. 

청명의 시선은 다시 매화나무에 꽂혔다. 그 매화나무는 과거를 상기 시켜준다. 과거의 찬란했던 그의 화산. 그의 사랑, 그의 가족, 그의 친우, 그의 유일했던 모든 것들. 과거에 두고오기에 너무 벅찬 것들이였고 사무치게도 그립고, 그리운. 그런 기억들이었다. 외면했던 그의 내면 속 그리움과 죄책감이 숨통을 옭아맨다.


.....돌아가고 싶다. 


안락한 화산을 만들고 목표를 잃은 검은 다시 그의 검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왜, 이젠 더 이상 할 일도, 해야 할 일도, 없지 않는가. 두 번의 생을 살았으니, 가히 천수를 누렸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그는 미련이 없었던 것인가?

그랬기에, 그는 그렇게 떠난 것인가. 


-


봄이였다. 매화가 잔뜩 만개하고, 모두가 정마대전을 이긴 축복에 겨워있던 계절. 또, 그가 화산에서 훌쩍 떠나가버린 그 계절. 그는 아무 미련 없이, 훌쩍 떠나버렸다. 배에 칼이 박힌체 자신의 침소에서 너무나도 평화롭고 행복한 표정으로 떠나간 그의 얼굴을 본 화산오검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원망하기엔 너무나 슬펐고, 슬퍼하기엔 너무나 원망 스러웠고, 그를 떠나보내기엔 아직 그들은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그의 이기적인 선택을 질타할 수 없었다. 

그들이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저 그를 보내주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청명은 항상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던 자였다. 그는 항상 한 수 앞을 내다 보았으며, 항상 미래를 대비하기에 바쁜이였다. 그런 그가 정마대전 이후에는 끝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그가 처음 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은 첫눈이 내리던 날이였다. 

"사고, 죽은 사람은 어디로 갈까?....나도 언젠간..."


"..그런 생각하면 혼나."

유이설은 칼을 휙 휘둘러 앞에 있던 나무를 베어내었다. 

청명은 킥킥 웃으며 유이설을 바라보았다. 소복히 쌓인 눈에 손을 살포시 얹었다가 눈을 감고는, 다시 뜨며 유이설에게 말했다. 

"사매는 훌륭한 검수야."

"..."

"언젠가는 천하제일인이 될 수도 있지"

"청-"

"나는 사매가 그 무엇을 잃어도 무너지지 않는 강인한 검수가 되었으면 좋겠어."


강인한 검수. 매화나무와 같이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내는 검수. 바람이 불어도, 태풍이 불어도, 뽑힐 지언정 꺾이지 않는 나무. 그것이 청명이 원한 화산의 검수였다. 

또한 그것이 청명이 원한 화산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