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의 행정구역. 사우스웨스트잉글랜드, 사우스이스트잉글랜드, 그레이터런던, 이스트오브잉글랜드, 이스트미들랜즈, 웨스트미들랜즈, 노스웨스트잉글랜드, 노스이스트잉글랜드, 요크셔험버로 구성되어 있다)


목차

개요

주요 사건

주요 산업

주요 음식

주요 관광지

   엑서터

   플리머스

   토베이

   기타


개요

(데본의 위치)


데본(Devon)은 상단 지도에서는 보라색 2번에 해당하는, 잉글랜드 남서부에 위치한 지역이다. 서쪽은 콘월, 북동쪽은 서머셋(Somerset), 동쪽은 도셋(Dorset)과 접하고 있다. 주도는 엑서터(Exeter)인데 인구가 13만 명 정도여서 최대 도시 타이틀은 26만의 인구를 가진 플리머스(Plymouth)에게 내주었다. 플리머스와 토베이(Torbay)는 데본에 속하지만 다른 데본 지역과 달리 독자적으로 행정업무를 처리한다.

데본이라는 이름은 로마의 지배 당시 이곳에 살던 브리튼인들을 깊은 골짜기에 사는 사람들이란 뜻을 지닌 둠노니(Dumnonii)라 부른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질학 시대 구분 글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데본기의 명칭 유래가 된 지역으로서, 현재까지 이름 붙여진 수많은 시대 구분 명칭 중 유일하게 현재에도 존속 중인 영국의 지역이다.


주요 사건

데본은 옆동네 콘월과 함께 브리튼인들의 왕국인 둠노니아(Dumnonia)의 영토였다. 둠노니아는 위에서 언급한 둠노니에서 이어진 국명을 가졌고, 수도는 엑서터에 두고 있었다. 둠노니아는 8세기에 웨섹스에 의해서 멸망했고, 이 때부터 웨섹스에 합병된 데본은 웨섹스-잉글랜드-영국의 영토로서 꾸준히 승계되었다. 한동안 중요 사건은 일어나지 않던 데본에서는 근대에 들어서 몇 가지 사건의 무대로서 등장했는데, 대부분은 영국 주요 항구로서 기능했던 플리머스에서 일어났다.



첫 번째는 프랜시스 드레이크(Francis Drake)의 등장이었다. 드레이크는 1540년경 데본의 타비스톡에서 태어났으며, 플리머스에서 교육을 받았던 적이 있다. 게다가 드레이크는 그가 진행한 주요 사건들인 1580년의 세계일주, 1588년의 칼레 해전 당시 플리머스에서 출항하며 여정을 시작했기에 데본의 존재를 역사책에 남기는 것에 크게 기여하였다.



두 번째는 1620년 메이플라워 호의 출항이었다. 종교의 자유를 위해 플리머스에서 출발한 메이플라워 호는 66일의 항해를 거쳐 신대륙으로 도착하였다. 이 때 메이플라워 호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미국 메사추세츠의 플리머스에 정착하면서 미국의 뿌리로서 자라나게 된다.



명예 혁명 도중에도 데본이 잠깐 출연한다. 혁명 도중 제임스 2세를 대신해 네덜란드에 시집간 딸인 메리와 그의 남편 윌리엄을 새로운 잉글랜드의 왕으로 추대하기로 결정이 된 바 있는데, 이 때 윌리엄 부부가 토베이에 상륙했다. 제임스 2세는 결국 망명길에 올랐고, 이렇게 명예 혁명이 마무리가 되었다.

그 외에도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이 탄 비글 호, 로버트 스콧(Robert Scott)이 탄 테라 노바 호 등이 플리머스에서 그 여정을 시작했기 때문에 데본은 끊임없이 역사책에 그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주요 산업

데본도 콘월처럼 전통적으로 광산업이 주요 산업이었다. 산업의 융성함으로 인해 실지왕 존이 1201년에 콘월과 데본의 광부들에게 특권, 자치권을 인정하고, 에드워드 1세가 1305년에 주석 광산 의회 및 법원을 설치했었던 것에서 그 사실이 드러난다. 데본 역시 농업, 어업, 광업이 쇠퇴하면서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게 되었는데 관광, 의료, 소매업이 주력 산업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했다. 콘월처럼 데본도 날씨가 꽤 좋은 편이라서 퇴직자들이 데본에 이주해서 사는 경우도 많다.


주요 음식


데본에서는 데본의 이름을 딴 데본 크림 티(Devon cream tea)라는 요리가 있다. 스콘, 클로티드 크림(혹은 휘핑 크림), 버터, 잼을 곁들여서 먹는 애프터눈 티다. 이름답게 데본의 타비스톡 수도원에서 11세기에 유래되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데본과 옆동네 콘월에서 먹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고 한다. 데본은 잼보다는 크림을 더 바르고, 콘월은 크림보다는 잼을 더 바르는 식인데 한국으로 치면 탕수육 부먹&찍먹 논쟁 같은 느낌이다.

또한 앞선 콘월 글에서 언급했던 패스티(Pasty) 또한 데본의 전통 먹거리로 취급받는다. 콘월처럼 데본도 광산업이 발달했기 때문에 패스티도 비슷한 시기부터 먹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주요 관광지

데본도 콘월처럼 타 영국 지방에 비해 날씨가 온화해서 관광객이 즐겨 찾기에 좋은 동네이다. 게다가 역사적으로 중요 도시로 존재했던 엑서터, 플리머스 덕분에 콘월보다 더 유명한 관광지를 찾기 쉬울 것이다. 그 중에서 유명한 관광지를 꼽자면 다음 관광지들을 예시로 들 수 있다.


엑서터(Exeter)


(엑서터 대성당의 내부. 사진 정면에 보이는 거대한 오르간 뒤로도 천장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엑서터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엑서터 대성당(Exeter Cathedral). 12세기 초에 최초로 세워졌으며 2개의 첨탑을 제외한 나머지는 14세기에 다시 지어졌다. 첨탑은 노르만, 나머지는 영국 고딕 양식으로 지어졌으며 세계에서 가장 긴 고딕 양식의 아치형 천장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한 때 성당 안에 도서관도 자리잡고 있었지만 현재 대부분의 서적들은 대영도서관 아니면 케임브리지 대학 도서관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대성당에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 공군에 참여했던 폴란드 307 비행대를 기리는 석판이 존재한다. 해당 비행대는 1941년부터 1943년까지 엑서터를 방어하는 역할을 맡았고, 1942년 엑서터 공습 당시 40대의 독일 공군의 항공기에 맞서 단 4대의 항공기로 적의 비행기를 4대 격추하는 등의 전과를 올리며 엑서터를 방어했다.



엑서터 성(Exeter Castle)은 엑서터 대성당보다도 오래된 역사적인 유적지로, 빨간색의 성벽에서 비롯된 이름인 루즈몽 성(Rougemont Castle)이라고도 불린다. 헤이스팅스 전투에서 패배한 해롤드의 어머니인 기타(Gytha)가 엑서터로 피신했는데, 곧 윌리엄 1세에게 공격을 받았다. 엑서터는 고대 로마인들이 지은 성벽을 바탕으로 저항했지만 곧 항복했고, 윌리엄 1세가 로마인의 성벽 북동쪽 내부에 새로 성을 쌓으면서 지금까지 남아있게 된 것이다. 이후로도 엑서터 성은 스테판에 대해 반란을 일으키거나 청교도 혁명 당시 전쟁터가 되며 엑서터가 얽힌 주요 사건들의 무대가 되었지만 영국에서 최후로 일어난 마녀재판의 무대로서 가장 유명해졌다.


플리머스(Plymouth)


앞서 언급했던 메이플라워 호의 출항을 기념하는 메이플라워 호 기념비(Mayflower Steps). 기념비 앞에는 'MAYFLOWER 1620'이라 적힌 석판이 박혀 있으며 양쪽의 깃대에는 영국과 미국의 깃발이 나란히 게양되어 있다. 



영국의 주요 항구답게 플리머스 해군 기념비(Plymouth Naval Memorial)가 자리 잡고 있다. 양차 대전 당시 무덤도 없이 사망한 해군 장병들을 기리기 위해 세운 곳이다. 본국인 영국군은 물론 호주, 남아프리카, 인도 등 다른 영연방 출신의 선원들 또한 함께 추모하고 있으며 캐나다, 뉴질랜드, 인도, 방글라데시, 홍콩 등의 다른 영연방에서도 이와 같은 목적의 기념비를 세워 운영하고 있다. 여담으로 플리머스의 해군 기념관에 이름이 새겨진 사람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말레이 해전에서 HMS 프린스 오브 웨일스와 최후를 같이 했던 톰 필립스(Tom Phillips)이다.

멀지 않은 곳에 드레이크의 동상보어 전쟁 기념비도 있으니 함께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데본의 주요 박물관 중 하나인 더 박스(The Box)도 플리머스에 있다. 옛 플리머스 시립 박물관 및 미술관의 전시물들을 기반으로 전시하는 곳으로, 데본에서 나온 여러 유물들과 미술품은 물론 해외에서 수집한 몇몇 유물들도 보관하고 있다. 특히 가장 많은 전시물을 가진 항목은 자연사인데, 무려 15만 개 이상의 표본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토베이(Torbay)

(감턴에 있는 그린웨이 하우스. 아가사 크리스티가 살았던 8채나 되는 집 중 하나다)


토베이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면 단언컨대 아가사 크리스티(Agatha Christie)를 빼놓을 수 없다. 크리스티가 거주했던 토베이의 지역은 크게 두 곳인데, 한 곳은 그녀가 태어나 1938년 전까지 살던 토키(Torquay)이며 다른 한 곳은 감턴(Galmpton)의 그린웨이 하우스(Greenway House)이다. 그린웨이 하우스의 경우 내셔널 트러스트에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 그 외에도 토베이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 배경으로서 자주 등장하였는데, 가장 대표적인 장소는 ABC 살인 사건(The ABC Murders) 중 등장한 처스턴(Churston)이다. 여담으로 처스턴은 그린웨이 하우스에서 약 3km 떨어져 있다.



드레이크의 기함으로 유명한 골든 하인드 호(Golden Hinde) 또한 토베이의 브릭섬(Brixham)에 위치하고 있다. 당대를 대표하는 갤리온으로서 1973년에 복원되었고, 영구 보존하기로 결정되어 지금도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기타


플리머스 북쪽에 위치한 타비스톡(Tavistock)은 지금은 겨우 1만3천 명만 사는 쇠락한 작은 마을이지만 드레이크의 탄생지이자 데본 크림 티의 발생지인 타비스톡 수도원이 위치해 있던 동네로서 적지 않은 유적을 가지고 있다. 영국 시골의 풍경과 유적을 함께 즐기며 여유를 만끽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다트무어 국립공원(Dartmoor National Park)은 영국의 주요 국립공원 중 하나로서 영국에서 가장 큰 화강암 지대를 포함하고 있다. 수많은 비가 내리는 특성상 늪지가 굉장히 많고, 음침한 경관 때문에 픽시, 목 없는 기사, 헬하운드 등 수많은 전설들이 이 곳에 얽혀 있다.

이와 같은 지리적 특성 때문인지 다트무어는 추리 소설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역이 되었다. 셜록 홈즈 시리즈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인 바스커빌 가문의 개(The Hounds of the Baskervilles)가 이곳을 배경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작품 내에서 그려지는 불길한 풍경과 많은 늪, 헬하운드의 전설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면 이곳에 방문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