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게도.

멜로디에는 어느정도의 설계와 계산이 필요함

단순히 재능과 감에만 의존하는 건 아님


이번 글에서는 멜로디를 쓸 때 '의식'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몇가지를 짧게 다뤄보겠음

아마 뻔한 내용도 있고 안 뻔한 내용도 있을 것. 도움이 되길 바람



<멜로디를 쓸 때 고려하면 좋은 것들>


1. 집요하게 반복하고 질릴 때 변형시키기

멜로디를 듣는 이의 뇌리에 박아넣고 싶다면 일단 반복을 시켜야 함

그러다가 질릴 때쯤 적당히 변주를 주면 딱 좋음


2. 선형적 구조를 만들기

멜로디들이 어느정도 라인을 그리면 좋음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예쁘게


3. 정박과 엇박 섞어주기

정박과 엇박을 적절히 섞어주면 좋음

정박은 멜로디를 듣기 편하게 만들고, 엇박은 의외성과 리듬감을 통해 재미를 줌


4. 달려주는 부분과 쉬어주는 부분 나누기

달려주는 부분과 쉬어주는 부분이 있어야 함

앞파트에서 정박 + 적은 음으로 강조해주며 멜로디를 찍어줬을 때

뒷파트에서 엇박 + 많은 음으로 달리면서 다음 파트와 연결해주는 경우가 그 예시


5. 고급 화성 코드 사용하기

멜로디에 따라 쓸 수 있는 코드가 한정되고, 코드에 따라 쓸 수 있는 멜로디가 한정됨

즉 코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수록 매력적인 멜로디를 쓸 확률도 올라간다는 것임

다이아토닉만으로 코드 진행을 짜면, 당연히 뻔한 음으로만 멜로디를 짤 수밖에 없음

논다이아토닉을 잘 활용하면 묘한 느낌의 음들, 유니크한 음들을 써도 불협이 나오지 않음


6. 코드 음에 따른 느낌 써먹기

멜로디의 음을 쓸 때, 그게 코드의 1음을 썼는지, 3음을 썼는지

5음을 썼는지, 7음을 썼는지, 텐션을 썼는지에 따라 다 느낌이 다름

그런 걸 직접 연구해보면 더 의도적으로 멜로디를 쓸 수가 있음


7. 가사의 뉘앙스 강조하기

같은 '보고 싶어'를 말해도 어미의 음높이를 올리냐, 내리냐에 따라 평서문이냐, 의문문이냐가 달라짐

같은 '사랑'을 말해도 그 타이밍과 음높이, 음길이, 세기에 따라 아련한 사랑인지, 벅찬 사랑인지가 달라짐

멜로디는 가사의 의미와 뉘앙스를 확실하게 해주기도 한다는 것


8. 보컬이 부를 수 있게 만들기

보컬곡을 쓴다면, 당연히 멜로디를 쓸 때 보컬이 그걸 부를 걸 상정하고 써야 함

기본적으로 음역대, 숨 쉴 타이밍같은 게 있음

그밖에도

음이 너무 묘하고 애매해서 보컬이 음을 제대로 찝기 어렵다거나

너무 큰 음의 옥타브 도약이 일어나서 부르기가 힘들다거나, 멜로디가 너무 빨라서 발음이 제대로 안 된다거나... 등등

보컬 입장에서 느끼는 다양한 문제들이 있는데, 이런 건 멜로디를 쓸 때 이런 부분을 놓쳐서 그런 것임

보컬로이드로 곡을 쓰는 게 아닌 이상, 보컬 입장에서 이 멜로디를 잘 소화할 수 있을지, 불편하진 않을지 항상 염두에 둬야 함

그래야 작업물이 좋게 나오는 건 물론이고,

클라이언트 or 가이드 보컬에게 좀 더 프로페셔널한 인상을 줄 수 있음


9. 멜로디 담당에 따른 차별화하기

보컬 멜로디인지, 피아노 멜로디인지, 스트링 멜로디인지, 신스 멜로디인지에 따라서

그 특징이 다 다르고 쓸 수 있는 형태도 다름

예를 들어...

보컬 멜로디는 같은 음이 여러번 연속으로 나오는게 용인 됨. 반면 피아노나 스트링은 그러면 어색하지

피아노는 오락가락하는 기교적인 멜로디를 소화하기 쉽다면,

스트링은 그런 것보단 우아하게 연결되는 선형적인 멜로디가 더 어울릴 확률이 높음

보컬 멜로디는 숨이 딸려서라도 중간중간 쉬어줘야 하지만,

스트링은 그런 거 없이 계속 이어서 소리를 낼 수 있음

이런 식으로 멜로디를 담당하는 악기(또는 보컬)에 따라서 멜로디의 형태도 달라지니 고려하면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