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4년 어느 날 서울을 가기 위해 어느 때처럼 동대구역을 찾아간 나.

2024년 중앙선이 완전 개통했지만 동대구역에서 갈 수 있는 ktx 행선지는 여전히 서울, 수원, 인천뿐....

대전의 친구도, 광주의 친구도, 부산의 친구도, 인천의 친구도 ktx로 강릉 간 인증샷 올린다.

심지어 나를 더 부아가 치밀어오르게 하던 건

나고야에 사는 내 펜팔 친구란 놈이 나고야역에서 리니어 츄오 타려고 엘리베이터 타는 인증샷을 올렸던 것.

삿포로에 사는 내 친구는 심지어 라쿠텐 원정 응원 간답시고 니혼햄 유니폼 입고 ALFA-X 앞에서 인증샷 찍었다.

씨발...신칸센이 사람을 이렇게 기쁘게 할 수 있는 거구나.

나만 여전히 4시간을 넘게 마음을 타고 강릉을 가야 한다.

마음 오래 타는 건 너무 허리 아파서 강릉 갈 땐 그냥 차 끌고 간다...

다른 광역시들은 준고속철도망이 다 갖춰지는데 대구만 10년 넘게 아무것도 생긴 게 없다.


10년 동안 동대구역은 시간이 멈춰버렸다.

달빛내륙철도는 결국 사업이 완전히 무산되었고,

대구경북선은 한없이 미뤄지고 있다. 2035년 개통도 안 된단다.

문경~김천 구간은 2037년 개통 예정이라던데 더 밀릴 수도 있단다.

그야말로 잃어버린 10년이 아닐 수 없다.


그 사이 청년들은 하나둘씩 대구를 떠나고

2030년에 결국 인구 200만 선이 붕괴되었다.

이대로 가다간 광역시 중 가장 먼저 소멸하는 곳이 대구가 될 거라고들 한다.

인구 이탈율이 부산을 넘어버렸던 것이다.

대구는 시간이 멈추면서 동력조차 멈춰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