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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과연."


"...... 어, 어때? 꽤 잘된 것 같은데."




 우리 렉스 파티의 아지트 1층.




 평소에는 카린이 콧노래를 섞어가며 요리하는 주방에, 오늘은 작은 메이드와 수녀가 두 명 나란히 서 있었다. 카린은, 새로이 동료가 된 여동생 나탈의 요리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 뭐든 좋으니 요리를 만들라고 명령했다.




 소중한 여동생이 걱정되는 나는 카린을 따라 주방으로 왔지만......, 거기에는 유백색의 의문의 물질을 냄비에 보글보글 끓이고 있는 여동생이 있었다. 묘한 악취가 주방에 퍼져 있어, 나는 질식할 것만 같았다.




"카린, 어떻게 할래?"


"....... 뭐, 먹어봐야지."




 카린은 몇 초 동안, 그 의문의 액체와 눈싸움을 한 후.




 이윽고 각오를 다진 눈이 되어, 그녀는 천천히 숟가락을 입가로 가져갔다. 나탈이 만들어낸 의문의 하얀 액체를 떠서.




"...... 잘 먹겠습니다. 쭉ー"


"드, 드세요......"




 이 형언할 수 없는 의문의 하얀 액상 물질이, 나탈이 만들어낸 "야채 수프"이다.




 ....... 내 여동생이긴 하지만, 잘도 자신만만하게 "집안일을 할 수 있다"라고 지껄였구나. 본 적 없어, 이런 의문의 요리.




 집에서는집안일은 전부 부모님 맡기고, 가끔 어머니의 요리를 돕는 정도였을 터. 그런 나탈이 갑자기 요리를 해도 결과는 뻔하다.




"저기, 나탈 양. 이거, 뭘 넣은 거야?"


"양젖.... 젖의 단맛이 미라초의 쓴맛을 중화해서, 꽤 맛있어져....."


"아하ー, 과연. 양젖인가아, 이 하얀 색은."




 수프를 입에 머금은 카린은, 엄청 어려운 얼굴로 나탈을 마주봤다. ...... 그리고 말을 골라내고 있는 건지, 몇 초 침묵하다 그녀는 천천히 입을 다시 열었다.




"끓이기가 엉망진창이야. 야채가 흐물흐물하거나, 고기가 질기거나. 야채부터 먼저 끓였지 너."


"...... 네."


"그리고, 고기도 야채도 썰기가 제각각이야. 크고 작은 게 섞여 있어서, 엄청 먹기 불편해."


"으......"


"평소에 요리하지 않았지? 누군가의 레시피는 배웠지만, 지식으로만 그걸 알고 있을 뿐. 틀려?"


"...... 그 말이 맞아."




 역시 나탈의 요리는 카린에게 아웃이었던 모양이다.  조금 전의 자신감은 어디로 갔는지, 나탈은 움츠려 시선을 피하고 있다.




"음ー, 당분간은 메이드 견습이네. 요리는 내가 도와줄게."


"알았어."


"다만, 칭찬할 곳도 있어. 재료는 엉망진창이지만, 수프 자체는 꽤 맛있어 이거. 어디서 배웠어?"


"어, 맛있어 그거?"




 그 하얀 수프가?




 그렇게 생각하고 카린에게서 숟가락을 빌려, 나도 조금만 떠서 본다.




 ..... 아, 정말이네. 생각보다 맛없진 않아. 오히려 달콤하고 크리미해서 꽤 맛있어.




"응, 그 수프가 내 스승님의 특기 요리거든."


"스승? 뭐야 너, 일단 검은 익히고 있었던 거야?"


"검이라기보다는 뭐랄까. 나도 모험가가 되어 오라버니 일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마을 근처에 사는 은퇴한 모험가에게 그쪽 스킬을 배웠어."


"과연.... 양젖과 미라초 수프인가, 좋은데 이거."




 ........ 나탈, 너 은퇴한 모험가 같은 수상한 녀석에게 제자로 들어갔던 거야? 오라버니 그런 정보 몰랐다고, 이상한고 당하거나 하지는 않았지?




"좋아. 그럼 일단, 이 수프는 렉스한테 먹이자. 그 바보가 나탈을 메이드로 하자고 결정했으니, 바라는 대로 메이드 수제의 요리를 대접하자고."


"어, 그런데 그거 실패작 아냐?"


"수프는 맛있고 충분히 먹을 만해. 뭐, 나는 제대로 된 걸 만들어 먹겠지만 말이야."


"내 몫도 부탁해 카린."


"알았어."






 이렇게 해서 점심은 렉스에게만 미묘한 맛의 야채 수프가 나오게 되었다. 원하던 엉터리 메이드가 손수 만든 실패한 요리다, 남기지 말고 먹어라.




 ...... 그리고, 나는 렉스의 씁쓸한 표정을 기대했는데........




 이 남자, 제법 미각이 둔한 모양이다. 맛있어 맛있어, 요리할 줄 아는군 하며 칭찬하면서, 렉스는 나탈의 수프를 완식해 버렸다.




 평소에 정성스러운 요리를 내주는 카린이, 살짝 짜증 난 얼굴을 했다.




































 점심 식사 후.




 사람들이 오가는 소란으로 가득한 거리 한복판을, 두 명의 소녀가 나란히 걷고 있다. 검은 로브를 두른 마도사와, 엄청나게 치마가 짧은 메이드복의 소녀다.




"과연. 그래서, 렉스 님만 하얀 수프를 드신 거군요."


"그런거지."




 결국 그 소녀는 카린에게 메이드로 고용되는 것을 허락받았다. 훈련시키면 물건이 될 것 같다고 한다.




 카린도 본업은 회복술사다. 집안일을 할 필요가 없어져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부업으로 해독약이나 회복약의 판매에도 손을 댈 수 있다. 그 편이 파티로서도 금전적으로 여유가 생긴다.




 카린과 렉스가 찬성해 버리면, 메이나 플라체도 더 이상 나탈을 고용하는 것을 반대할 수 없다. 이렇게 해서 기쁘게도, 나탈은 메이드로서 렉스 파티에 고용되게 되었다.




"나탈 씨로서는, 지금 렉스 님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요?"


"응? 어떤 질문이야 그건?"


"아니,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오빠의 원수라고 원망하고 있었잖아요. 지금은 어때요?"




 그런 나탈은 지금, 꽤나 한가한 흑마도사 메이에게 이끌려 마을을 안내받고 있다. 주변의 지형을 파악해, 다음부터 혼자서 장보기 등에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아니, 오빠의 원수가 아니었으니까 이제 원망하지 않아. 오해였으니까."


"그렇죠. 그럼, 지금은 렉스 님에게 호의적인 느낌인 거네요?"


"음. 그, 렉스에 관해서는..... 달려들었던 걸 용서해 주고 고용해 줬으니 감사하고 있지만....... 예전부터 오빠를 괴롭힌 것도, 그 남자였던 거고. 내심 복잡해."


"하하아. 복잡하네요, 정말."



 한편 메이는, 겸사겸사 나탈의 렉스에 대한 호감도를 체크하고 있었다. 새로 파티에 온 바보에게 렉스를 빼앗길 뻔한 상황이다, 사랑에 빠진 소녀는 신중해졌다.




"그보다, 다음 의뢰는 언제야? 마왕군을 쫓고 있잖아 렉스는."


"정보가 들어오는 대로라고밖에 말할 수 없네요."


"아직 시간이 있다면, 나도 렉스에게 검을 배워서 검사가 되고 싶어. 누구라도 처음엔 초보자고,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나탈로서는, 지금으로선 렉스에 대한 이성적 흥미는 없다. 단지, 그녀는 힘을 갖고 싶을 뿐이다.




 지금까지는 스스로를 높이는 노력을 게을리하고, 평온히 오빠에게 지켜지며 살아왔던 나탈. 하지만, 그 지켜주고 있던 오빠는 이제 없다.




 그렇다면 오빠를 다시 만날 수 있는 그날까지. 그녀는 가슴을 펴고 오빠를 만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오빠에게 가까워질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결심했다.




"아ー....... 그렇다면 렉스 님보다 플라체 씨에게 제자로 들어가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렉스 님은 독학이지만, 플라체 씨는 기본에 충실한 검사라고 들었어요."




 메이로서는, 별로 검사가 되는 걸 반대할 이유는 없다. 본심을 말하자면 렉스와 단둘이 있게 되는게 재미없을 뿐이다.




 그래서, 슬쩍 플라체를 스승으로 하라고 유도하고 있다.




"응? 저 약해 보이고 호구 같아 보이는 검사?"


"네, 확실히 호구같고 약해 보이긴 하지만....... 사실은 꽤나 대단한 실력자예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정말?"




 그리고 나탈이 찾고 있는 그 오라버니는, 눈앞에 있다는 걸 나탈은 아직 모른다.
















"...... 하아. 일부러 내가 나설 만은 적은 아니잖아."




 그런 두 사람이 돌아가는 길에, 오늘의 장보기를 하러 상인가에 얼굴을 내민 찰나.




 몇 명의 부하를 데리고 온 치켜 뜬 눈의 청년이, 못마땅한 듯이 중얼거리는 것을 목격했다.




"당신이 너무 강할 뿐입니다, 멜로 님."


"그런 건 알고 있어. 그걸 감안해도, 이 근처의 모험가를 부추기면 충분하지 않아?."


"적의 규모가 불분명했으니까......, 게다가 지금, 이곳의 길드 지정 모험가 렉스는 원정 중인 듯합니다."


"렉스? 뭐야, 여긴 저 녀석의 홈인 건가. 그랬다면 저 녀석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면 됐을 텐데!"




 보기에도 짜증이 가득한 남자와, 그 주위에 모인 통일된 복장을 걸친 집단. 주변의 상인들도, 화를 사고 싶지 않은 듯 그들에게 물건을 흥정하는 짓은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메이는 눈치챘다. 그들이 걸친 의상에 새겨진, 제국의 문장을.




"...... 나탈 씨, 조금 우회합시다. 뭔가 국군 사람들이 기분 나빠 보이네요."


"꺼림칙하네ー"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성가신 법이다. 클라리스나 페니처럼 거만해지지 않고 인격을 유지하는 쪽이 드물다.




 메이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봐!! 거기 여자 둘!"




 그래서 메이는, 살며시 도망치려던 찰나 그 청년에게 불려 세워져, 무심코 얼굴을 찌푸렸다.




"너희 창녀지? 돈은 내줄 테니까 하룻밤 따라와."




 그렇게 말하며, 자신들을 향해 금화를 내던지는 청년. 그걸 보고, 골치 아픈 일이 됐다고 두 사람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데 가보세요. 저희는 몸을 팔거나 하지 않으니까요."


"거슬려. 꺼져."




 왜, 우리들이 눈에 띄었을까?




 거만한 국군에 염증이 난 기분이 되면서도, 메이는 될 수 있는 대로 상대를 자극하지 않도록 정중하게 거절했다. 귀찮은 일은 사절이다.




"아? 창녀가 아니냐 너희들? 우리는 좀 인원이 많지만, 그만큼의 돈은 낼 거야."


"그러니까, 창녀가 아닙니다. 저희는 모험가입니다."


"비슷한 거잖아. 돈만 내면, 너희들은 뭐든지 하는 거지? 지금 나는 짜증이 나 있어, 하찮은 이유로 거절하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건방진 태도로, 몸을 팔라는 국군들.




 그 리더격인 보기에도 성격 나빠 보이는 그 치켜 뜬 눈의 남자는, 가볍게 검의 자루에 손을 얹으며 조롱하듯 말을 이었다.




"여기서 옷을 벗어라. 그러면 10000G를, 그대로 여관까지 따라와서, 하룻밤을 자면 그 10배를 주지."


"그러니까, 안 합니다."


"모험가 주제에 건방지게 고집 피우지 마. 내일 끼니도 굶게 생겨보이는데, 너희들은. 얌전히 내 은혜를 받아들이라고."




 말이 안 통한다는건 바로 이런 거겠지. 국군의 남자는 두 사람이 거절할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어차피 한 번 거절하는 것도, 저들의 진부한 값올리기 흥정일 뿐이라고 타산하고 있다.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모험가를 깔보고 있는 거다.




 하지만 이건, 일반적인 가치관이기도 하다. 모험가는 실제로 돈만 내면 뭐든지 하고, 여자 모험가는 대개 돈 내면 몸을 허락한다. 창녀와 모험가를 겸업하고 있는 여자는 꽤 많다.




 그래, 모험가란 건, 본래 직업을 구하지 못한 자가 취하는 저급의 직업인 것이다. 렉스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일부러 모험가가 되는 예는 좀처럼 없다.




"죄송합니다만. 저희 파티는 돈에 곤란하고 있지 않습니다, 리더가 매우 우수해서요."




 여기서, 렉스의 이름을 내버렸다간 쓸데없는 원한을 사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메이는, 일부러 이름을 흐리게 한 채로 그들의 욕망을 계속 거절했다.




"호오? 저기 메이드는 제법 선정적인 의상을 걸치고 있잖아?"


"입고 싶어서 입은 게 아니야!"


"그건......, 우리 리더의 취향입니다. 메이드의 영접을 받는 게 꿈이었다면서......"


"너희들 들어갈 파티는 잘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거다."




 그것은 정론이다.




"아무튼! 저희는 당신들과 그런 짓 안 합니다!"


"...... 하아. 저기, 이런 말은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 너무 나에게 창피를 주지 마."


"아니, 모르겠고."


"나는, 국군 중에서도 가장 높으신 분이야. 모험가가 나의 의뢰를 거절한다는 건, 기본적으로 허락되지 않아."




 그 청년은, 후우 하고 작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검을 뽑아, 메이의 목에 들이댔다.




"페디아 3대장군의 필두, 백광의 멜로. 국군의 최고 권력자라고, 나는."




 불쾌한 얼굴 그대로, 그는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멜로라고 이름 댄 그 남자는, 검 끝을 살랑살랑 흔들며 메이의 목에 작은 상처를 내고,




"신분의 차이를 이해했어? 진부한 협상은 이제 끝이야, 어서 옷을 벗어 던지고 나를 따라와."




 그렇게, 두 사람에게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