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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찮다.




 그게 나탈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갑자기 시비를 걸며 매춘을 강요하는 자칭 군부의 최고 권력자. 아야야, 부끄러워질 정도로 촌스러운 언행들.




 어느 하나 골라봐도 '귀찮다.' 라는 말 말고는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창녀가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요!"


"모험가라고 자칭하지 않았나."


"의뢰를 받으면 일하겠지만, 그런 쪽으로는 거절하겠습니다!"




 물론 나탈은 애초에 모험가가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니다. 오빠의 행방을 알기 위해 렉스 일행이 된 것뿐이고, 오빠의 유산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었다. 돈 때문에 곤란한 건 아니었고, 몸을 파는 건 사양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는 자신들을 창녀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우리를 얕봤구나, 나탈은 속으로 분노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군요. 이런 말 하기 싫은데, 궁정 마도사 클라리스 마크로를 아시나요? 그녀가 제 언니인데요."


"응? ……궁정 마도사 클라리스라면 그 삐죽머리에 꼬마 말하는 건가?"


"하아, 그런 인식이라니……. 네, 삐죽머리의 꼬마입니다."




 메이의 그 말에 놀란 건 나탈이었다. 궁정 마도사의 여동생이 왜 모험가를 하고 있는 건지.




 궁정 마도사라고 하면 마술사의 최고 권위자다. 자신의 연구를 위해 국가로부터 막대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지위다. 그 수입은 모험가와는 비교도 안 된다.




 하지만 나탈은 조금 다시 생각해 보았다.




 메이나 자신이 소속된 건 이 나라 최강으로 유명한 렉스의 파티었다. 오히려 그 정도는 돼야 감당할 수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남은 두 사람도 상당한 강자일 거라고 예상할 수 있었다.




"저런 사람의 여동생으로 살면서 자살하지 않았다니 대단하군."


"가끔 생각했죠! 그런 언니 밑에서 매일 속 끓이며 살았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친언니를 너무 비난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거야. 예전에 들은 적 있는데, 그 삐죽머리의 여동생은 쓰레기 실패작이라던데. 아하, 언니한테 버림받고 모험가가 되려고 했나 보네."


"……실패작인 건 인정하지만. 아직 불행히도 언니는 절 버려주지 않는 것 같네요. 저한테 시비를 걸면 언니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걸요."


"푸흐. 하하하하! 뭐야 뭐야, 너 설마 궁정 마술사 따위한테 신경 써달라고 생각하는 거야? 게다가 그 중에서도 별종 중의 별종인."


"……언니의 실력을 모르시는 건가요?"


"알고 있지. 여러모로 재주가 있다던데? ……하지만 결국 그냥 마술사일 뿐이야. 접근전만 하면 그걸로 끝이지. 즉, 나한테는 발끝도 못 따라오는, 하찮은 날벌레일 뿐이야."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가요. 진짜로 그 클라리스를 알면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지금, 왠지 메이의 눈동자가 흐려진 것 같았다. 무슨 일이지?




 보아하니 이 장군은 허리에 검을 차고 있었다. 즉, 검사였다. 접근전이 되면 마술사로서는 상대가 안 될 게 뻔한데.




 ……아, 맞다. 검사라면 오빠의 이름을 써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장군은 검사?"


"응? 나한테 말하는 거냐, 보면 알 수 있잖아."


"내 오빠는……'바람베기'. 그 이명은 왕도에도 울려 퍼졌을 거야."




 죽고 말았지만 오빠는 각지에서 이름을 날린 거물 모험가였다. 그 위광은 죽었다 해도 변함없을 것이다.




"'바람베기'라고? 아, 그러고 보니 그런 모험가가 있었지."


"오빠는 세계 최강의 검사야."


"세계 최강이라니. 꽤나 입이 큰 녀석이었구나, 그 자식. 나한테 도전도 하지 않고 멋대로 최강을 자칭하다니 웃기는 소리로군."




 그러더니, 청년은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천천히──




"기분 나빠, 그런 거."




 ───메이드복을 입은 소녀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멋대로 최강을 자칭하지 마. 그건 나의 칭호다. 오지에서 아무렇게나 우두머리 행세를 하는 모험가 주제에 감히 자칭할 칭호가 아니야."


"윽……, 숨이……."


"최강은 나다. 이 백광의 멜로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인간이야. 알겠나."



 돌변이라고 해야 할까.




 최강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반응을 보인 검사 멜로는 천천히 손을 놓으며 나탈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결정했다. 너는 오늘 절대 돌려보내지 않겠다. 그 몸에 최강이란 걸 확실히 새겨주마."


"안 돼요! 조금 전부터 말하잖아요, 우리는 그런 걸 안 한다고!"


"평소에 몸 파는 여자보다는 그게 낫지. 걱정 마, 돈은 정말로 줄 테니까. 그러면 내일 산더미 같은 금화를 들고 만면에 웃으며 돌아가게 될 테니, 가만히 따라와."


"그런 돈은 필요 없어요!"




 이 장군의 머릿속에서 나탈을 데려가는 건 확정된 모양이었다.




 왕도에서는 이 장군, 상당한 학대 취향으로 유명한 남자였다. 화가 난 여자에게는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욕망대로 유린한다. 그것이 이 남자의 '상식'이었다.




"……괜찮으신가요? 3대 장군 멜로가 본인의 동의 없이 여성을 납치한다는 추문이 왕도 전체에 퍼져도!"


"동의 같은건 나중에 만들면 돼."


"개소리 마! 싫어, 당장 꺼져!"




 그리고 그는 그것을 해낼 만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페디아 제국에 소속된 군인 중 한 손에 드는 그 전투력과 각지에서 올린 전공.




 3대 장군이라 불리긴 하지만, 이 남자의 전투 능력은 다른 두 사람과 비교해도 확실히 한 수 위였다. 페니보다 틀림없이 강했다. 사실상 그는 제국군 최강의 자리에 있다.




"……죄송합니다 렉스 님, 이름을 빌리겠습니다. 우리는 이 지역 길드 소속 모험가 렉스의 파티 멤버입니다! 이 이상의 횡포를 계속하신다면 적절한 대응을 하겠습니다!"


"아? 너희들이냐!! 너희들이 원정을 가서 이 지역을 내팽개쳐 두었기에, 이 나까지 도적 퇴치 같은 시시한 일을 하게 된 거 아냐!"


"그 원정은 국군에서의 의뢰였잖아요! 불평할 이유가 없어요!"


"국군 의뢰라고? 그러니까 그 두 명 중 한 명의 의뢰인 거군. 뭐 어쨌든 나한테 폐를 끼친 렉스 파티라면 잘됐어. 너희들도 언젠가는 대가를 치르게 할 생각이었거든."


"……그러니까 문제가 있다는 거잖아요. 우리는 최근에 페니 장군과 함께 의뢰를 받았어요. 그러니 그를 통해 국왕께 당신의 난폭함을 보고할 수 있습니다."




 정공법으로는 이 남자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메이는 체면 불구하고 권력에 의지하기로 했다. 렉스의 파티원이라는 것, 페니와 안면이 있다는 것, 자신의 언니의 이야기. 모두 호랑이 위세에 탄 여우의 위협이였지만,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렉스나 페니 일행도 결코 화내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아. 어차피 허풍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정말이라면 확실히 성가시겠군."


"유감스럽게도 전부 사실이에요."


"그럼 폭언이다. 저 메이드는 조금 전에 나한테 폭언을 했어. 치안 유지를 위해 연행시켜야겠어."


"……폭, 폭언 같은 거 안 했는걸."


"치안 유지를 위한 연행은 폭력 사태에 대해서만 허용되는 게 아닌가요? 폭언 정도로는 연행할 수 없을 텐데요. 물정 모르는 줄 알고 우습게 여기지 마세요, 저도 원래는 귀족이었으니까요."


"……흠, 잘 아는구만. 너가 클라리스의 여동생이라는 건 사실인가 보네. 그 실패작 여동생, 마법 외에는 잘 배웠다더니."




 메이는 장군과 몇 초간 노려보았다.




 확실히 아무리 그가 권력자라고 해도 법을 어기거나 강간하는 게 허용되는 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국왕에게까지 이야기가 가기 전에 정보를 틀어막고 있을 뿐이었다.




 이 두 사람이 정말로 페니 장군과 아는 사이라면, 상황에 따라서는 국왕께 알현이 가능할 것이다. 멜로는 페니 장군과 사이가 나빴고, 멜로를 제거할 기회로 삼아 페니는 이 두 사람에게 협력할 것이다. 특히 페니의 참모인 꼬마 엠마는 이런 인상 공작을 매우 좋아한다.




 이 두 사람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해도, 원한을 품고 국왕께 직소라도 당하면 골치 아픈 일이 생길 터.




 그의 보신적인 머리는 그렇게 판단했다. 그는 인격은 뒤틀려 있었지만, 머리가 둔한 건 아니었다.




"이 거리의 사람들이 증언해 줄 거예요. 지금 우리를 강제로 데려간다면 그건 명백한 위법 행위라고."


"……."


"우리는 당신의 의뢰를 거절합니다. 그러니 가급적 빨리 우리를 풀어주세요."




 이겼다고 메이는 생각했다.




 여러 인맥의 힘을 써야 했지만 이렇게 되면 눈앞의 장군은 자신들에게 손을 댈 수 없을 것이다.




 애초에 성욕을 발산할 상대는 누구든 상관없을 것이다. 우연히 눈에 띈 자신들에게 거절당하니 멜로 장군은 격분했을 뿐. 분명 쓴 약을 씹어 삼키는 듯한 얼굴로 우리를 돌려보내 줄 것이다.






 ───그런데도.










"……아아. 계속 뭔가 거슬리고 생각나지 않아서 기분 나빴는데, 이제야 생각났어."




 멜로의 표정은 결코 흐려지지 않았다.




 싱글벙글 섬뜩한 미소를 띠며 그 남자는 나탈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바람베기'는 이미 죽었던 거 아니었나?"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오빠는 죽지 않았어. 분명 어딘가에서 살아 있을 거야."


"아니, 죽었다고 들었는데. 마족의 소굴에 들어가 비참하게 죽었다더라."


"분명 포위당해서 기습당한 거야."


"유명하지, '바람베기'. 호리호리하고 왜소한 몸으로 남의 빈틈만 노리는 게 장기였던. 제대로 하면 아무한테도 이길 수 없으니까 필사적으로 비겁한 수만 써댔던 소인배."


"……틀려. 오빠의 검은 수비의 진수라 불렸고──"


"그래서 너희들이 우두머리라는 렉스지? 렉스에게 도전해서는 지고, 또 도전해서는 지기를 반복했던 쓰레기 검사 아니었어?"




 그건 모욕이었다.




 마치 잡담하듯 가벼운 어조로 멜로는 나탈의 어깨를 두드리며 싱글벙글 웃었다.




"……참아요, 나탈 씨."


"결국 이름뿐인 남자였다는 소리군. 마족에게조차 이기지 못하고 제대로 된 검사에게는 계속 지기만 했다는 거니. 비겁한 수법을 써서 다른 초보 모험가들을 사냥하고 강한 검사인 척했을 뿐인 착각에 빠진 놈. 그게 '바람베기'겠지?"


"……그만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이름을 날린 모험가 주제에 왜소한 체격이라니. 바람베기는 사람을 속이고 아첨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었나 보네. 자기 허영심을 채우려고 자신은 강하다는 소문만 계속 흘렸겠지."


"아니야."


"그 끝에! 마족에게 손쉽게 죽어버려서 자신이 쓰레기라는 걸 전국에 알려버렸단 말이지! 한심하기는, 그렇게 필사적으로 흘린 거짓 실력이라는 껍데기가 이렇게 쉽게 벗겨지다니!"


"참으세요 나탈 씨!!"




 딱딱, 하고 메이드의 입술이 떨렸다.




 그녀의 심정을 헤아린 듯 껴안으며 나탈을 덮치듯 엎드린 흑마도사는 울 것 같은 목소리로 그녀를 말렸다.




"연행할 생각이에요! 그 남자는 당신에게서 먼저 손을 대게 해서 억지로 데려가려는 속셈이에요! 귀 기울여선 안 돼요!"


"오빠, 는……읏!!"


"뭐? 너의 오빠는 뭐라고? 허영심 덩어리에 실력은 딸리고 동기인 렉스에게 계속 지기만 했던 남자. 마족에게 죽을 때까지 제대로 승리도 거두지 못하고 가짜 명성만이 삶의 전부였던 공허한 남자!!"




 실로 즐거운 듯이 멜로는 그녀를 도발했다. 속셈은 당연히 메이드에게 먼저 손을 대게 하는 것.




 한 방이라도 맞아 버리면 그는 떳떳이 당당하게 나탈을 연행할 수 있었다. 그래서 주저 없이 전력으로 계속 도발했다.




"그래…… 너의 오빠는 잘 짖어대는 패배견이었어. 죽을 때까지 계속 지는 인생이었으면서 분에 넘치는 명성욕에 사로잡힌 비참한 패배자!"


"읏!!"




 그 순간, 나탈의 주먹이 세게 움켜쥐어졌다. 눈에 눈물을 머금고 나탈은 멜로 장군을 노려보고 있었다.




 분명 메이가 껴안고 있지 않았다면 즉시 덤벼들었을 것이다. 경애하는 오빠를 비난받은 나탈의 심정은 짐작하기 쉬었다.




"……으, 윽."




 하지만 참았다. 나탈은 그 악마와 같이 잔인한 폭언을 메이의 만류와 자신의 이성으로 절제했다. 격앙된 격정을 배에 담아 이를 악물며 견뎌냈다.




"흥, 덤벼들지 않는 건가. 겁쟁이의 여동생도 역시 겁쟁이로군."


"이제 됐잖아요. 할 말은 다 했잖아요. 어서 우리를 풀어주세요!!"




 뚝뚝, 눈물을 흘리며 웅크리는 메이드. 그걸 보고 어느 정도 마음이 풀렸는지 멜로는 시시한 듯 두 사람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다른 먹잇감을 찾기로 한 모양이다.














 ──── 하지만.




 그의 그 폭언에 화가 난 건 나탈뿐만이 아니었다.






……허억, 허억."




 그건 거리에서 두 소녀와 멜로 장군의 잡담을 듣고 있던 인물이었다.




 그 인물은 과보호적인 성격이었다. 혹시 거리에서 누군가에게 시비라도 걸리면 어쩌나 하고 자신의 여동생과 메이를 걱정해 몰래 뒤에서 하루 종일 스토킹을 계속한 여검사.




 우연히 귀찮은 녀석들에게 휘말린 두 소녀를 만약 폭력 사태로 번진다면 지원사격을 하려고 계속 기회를 엿보고 있던 시스콘 기질의 오빠.




 그런 와중에 들어버린 멜로의 이 발언.




"...... 허억, 허억. 패배자 ......?"




 나탈이 참고 있는데 자신이 격앙돼서 덤벼들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지만 마지막 도발에 결국 인내의 끈이 끊어져 버린 모양이었다.




"취소해라. ...... 방금 그 말!!!"




 사람은 극한까지 자극받으면 이렇게 되는 걸까.




 당사자인 플라체는 어깨를 떨며 멜로 앞에 나타나 반야와 같이 얼굴을 붉히며 소리치더니 격분한채 멜로에게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