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ts물 소설 번역 채널

31화


"......저기? 듣고있어?"




 활짝 웃으며 플라체에게 다가오는 제국 최악의 악마.




 그 렉스마저 "관련 되지 마라"라고 말한 바로 그 악마와 플라체는 관계를 맺어버린 것 같다.




"아, 응. 그냥 좀 놀라서. 너는 대장군이었구나...."


"맞아. 이렇게 보여도 대단한 사람이야. ......하지만 아무도 존경해주지 않지만."




 입을 삐죽거리는 바보털 머리의 문관. 그 모습에서는 도무지 악인이라는 걸 상상할 수 없었다.




 성실해 보이는 태도와 친근한 말투. 얼굴에는 항상 웃음을 잃지 않으며, 그 웃음은 천진난만하기까지 하다.




"그보다, 벌써 도착했어. 저 문이 훈련장 입구야."


"아... 그, 그렇구나. 도와줘서 고마워."


"괜찮아, 괜찮아. 오히려 도움 받은 건 나야. 뭔가 곤란한 일 있으면, 상담하러 와도 좋아."


"으음, 아냐. 고마워할 만한 일은 한 기억은 없어."


"겸손하네. 우리 부하들도 배웠으면 좋겠어."




 도대체 렉스는 왜 이 여자를 그렇게 두려워하는 걸까? 이야기해 본 느낌으로는 그냥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 같은데.


""



 ... 하지만 그게 오히려 섬뜩해. 렉스가 저렇게까지 말했다는 건, 이 여자에게 뭔가 있다는 거애. 내가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엄청난 악의를 품고 있을지도 몰라.




 긴장을 늦추지 말고, 경계하자.




"여보세요, 모험가 분이 훈련장 쓰고 싶대요! 열어주세요~"


"미... 미노 님? 어쩐 일로 이런 곳에...?"


"나는 그냥 안내해 달라고 부탁받았어. 이 사람 내 은인이니까, 실례 없게 해줘."


"네, 알겠습니다."



 미노가 입구 근처에 있던 우람한 병사에게 소리치자, 그는 어깨를 움찔하며 경례 자세를 취했다.




 역시 이 여자는 위험한가 봐. 어른들이 이 정도로 겁먹다니 엄청나겠지.




"... 다만,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뭔데?"


"지금 훈련장에는 멜로 장군님이 계십니다. 여성 모험가가 들어가신다면, 아마도..."


"... 뭐? 그 녀석이 훈련장에 있다고? 보통 때 같으면 이 시간에는 여자친구랑 노는데..."




 멜로라는 이름을 듣고 미노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하지만 플라체도 마찬가지였다. 왕도에서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 중 첫 번째다.




 왜 그 놈이 페니의 훈련장에 있지? 여긴 서부 훈련장 아냐?




"찾았다!!"




 당황해서 미노와 얼굴을 마주 보고 있던 플라체 앞으로, 훈련장에서 엄청난 음량의 고함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겨우 엊그제 칼부림을 벌였던 오만한 색정마 멜로가 뛰쳐나왔다.


















"크크크, 배짱 좋은데. 이 내 앞에 어떻게 얼굴을 내밀고, 꼬맹아!!"


"저기 미노. 설마 여긴 동부 훈련장이야? 내가 찾고 있던 건 서쪽이었는데."


"어? 넌 동부 훈련장 찾고 있지 않았어?"




 아아, 역시. 생각해 보니, 플라체는 미노에게 "서부" 훈련장을 찾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미노가 실수로 멜로가 소유한 동부 훈련장으로 안내한 거겠지.




 정말 조심하지 그랬어. 여자 모험가가 멜로 진영에 가까이 갈 리가 없잖아.




"난 페니 장군에게 고용됐어. 그래서 서부 훈련장을 찾고 있었어."


"하지만 너랑 내가 만난 건 동쪽 성벽이었잖아?"


"... 으음. 해가 있는 방향이 동쪽이고, 해가 없는 방향이 서쪽 아냐? 여긴 해가 없잖아."


"시간에 따라 그게 바뀌는 거야!?"




 푹 꺼져버린 미노. 해의 방위는 시간에 따라 변하는구나. 그러고보니 스승님이 그런 말씀하신 것 같기도 하다.




 카린이 가리킨 방향을 그대로 믿었어야 했나.




"미노가 그 계집애 데리고 와줬나, 고맙군. ... 여자, 오늘은 네 입장을 확실히 알려주지."


"아- 멜로, 난 너랑 볼 일 없어. 패배자랑 시간 낭비할 짬도 없거든."


"난 지지 않았어!!"


"흐음, 둘이 아는 사이야? 아니, 일촉즉발이네? 으아아, 왜 항상 이렇게 되는 거야!?"




 으음. 빨리 훈련장에 가지 않으면, 또 렉스한테 바보 취급당할 것 같아.




 이 녀석이랑은 별로 싸우고 싶지 않은데. 그냥 체력만 깎일 뿐이고, 검술은 초보 수준이라 얻을 게 없어. 근력 운동을 하는 게 더 나을 거야.




"비켜. 오늘은 처음부터 내가 직접 상대해주지."


"너랑 싸워봐야 재미없어. 꺼져."


"... 도망치는 건가, 이 겁쟁이야!!"




 이봐, 누가 겁쟁이야... 아니, 진정해 진정해.




 안 돼, 도발에 넘어가면 안 돼. 난 쿨해. 항상 선동당해서 화내고 후회하잖아. 너무 렉스한테 빚을 지는 것도 재미없고, 여기서는 여유를 보여줘야...




"자! 멜로, 잠깐 멈춰!"




 내가 배 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충동과 싸우고 있을 때, 가냘픈 문관이 나와 멜로 사이에 끼어들었다.




"이 검사 말이지, 내 은인이거든."


"응? 은인?"


"응, 목숨의 은인이야. 방금 앞뒤 안 재고 달려드는 바보 같은 귀족 자제한테 죽을 뻔했는데, 구해줬어."




 미노는 마른 웃음을 지으며 멜로를 타일렀다. 마음은 고맙지만, 너까지 끼어들면 피해자만 늘어날 텐데? 멜로가 그런 부탁 들어줄 리 없잖아.




 뭐, 악마니까 뭔가 생각이 있겠지.




"뭐라고!? 누가 덤벼들었어, 미노!"


"아-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괜찮아 멜로. 그보다 제발, 이 사람 보내줘."


"... 음. 안 돼. 저 여자는, 이 여자만큼은 절대 용서 못 해. 이 나한테 창피를..."


"제발, 멜로."


"..."




 하지만 미노가 살짝 올려다보며 애교 있게 멜로에게 미소 짓자, 멜로의 뺨이 작게 붉어졌다. 막무가내였던 입을 뻐끔거리더니 입을 다물어 버렸다.




 ... 이봐. 멜로, 너 그런 취향이었어? 뭐, 미노는 꽤 미인이긴 하지만.




"안 돼?"


"아- 알았어!! 알았다니까!!"




 효과는 확실했다.




 미노가 방긋 웃기만 해도, 저렇게 화를 내던 멜로가 말 잘 듣는 고양이처럼 얌전해진다. 사랑의 힘은 대단해.




"그럼, 화해하는 거야. 악수, 악수."


"어... 싫은데."




 휙.




 그대로 씩 웃으며, 미노가 플라체와 멜로의 손을 잡고 악수시키려 했기에, 무심코 뿌리쳐 버렸다.




 깜짝이야, 뭘 하게 하는 거야. 중재해줘서 고맙긴 한데, 악수는 절대 거절이야.




 ...... 미노의 얼굴이 다시 얼어붙었다.




"하? 그건 무슨 태도지. 내가 이렇게 양보해주는데. 미노가 일부러 중재해주는데. 이 계집애, 역시 베어 죽여..."


"난 너 따위랑 사이좋게 지낼 생각 없어. 너가 내 동료한테 뭘 하려 했는지 모르고 있는건 아니지?"


"좋아, 나 역시 처음부터 너 따위랑 손잡을 생각은..."


"알았어!! 알았어, 악수는 없어도 돼!! 일단 해산하자, 해산!!"




 식은땀을 폭포처럼 흘리며, 미노는 플라체와 멜로를 떼어내려고 끼어들어 양팔로 둘을 밀어냈다. 몇 초 동안 멜로와 째려봤지만, 미노가 필사적으로 중재하고 있어서 상황이 서먹해졌다.




 ... 칫, 여기서는 물러나야겠어.




"그럼, 다음에 보자 멜로! 난 그녀를 서쪽 훈련장까지 데려다줄게!"


"... 그래. 다신 내 앞에 얼굴 비추지 마."


"이쪽이 할 말이야, 다신 내 앞에 나타나지 마 멜로."


"너가 왔잖아!!"




 또 말싸움이 벌어질 뻔했지만, 당황한 미노가 쓴웃음을 지으며 플라체의 등을 밀고 뛰쳐나갔다. 뒤에서 멜로가 기습할까 봐 경계했지만, 그가 쫓아올 기색은 없었다. 멜로 녀석, 아무래도 이 여자한테는 반항 못 하나 봐.

 


 이렇게 해서 플라체는, 시비 일으키지 않고 무사히 동부 훈련장을 빠져나왔다.






























"... 그래서. 저기, 멜로 녀석은 너한테 뭘 한 거야?"


"내 동료한테 몸을 팔라고 강요했어. 거절하니까 듣기 힘든 욕설을 퍼부었어."


"저 바보가... 미안, 정말 미안. 네 동료한테, 내가 괜찮다면 다음에 사과하러 갈게..."


"아니, 됐어. 다신 관련되고 싶지 않아."



 멜로에게서 벗어난 플라체와 미노는 복도를 천천히 걸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저 색정마 멜로랑 거리 둔 건 다행이지만, 아직 제국 최악의 악마 미노가 플라체를 따라다니고 있다.




 아찔하네. 내가 미노 장군이랑 같이 있는 걸 렉스한테 들키면 엄청 화낼 것 같아.




 그렇다고 솔직하게 말해서 미노를 화나게 하는 것도 싫고. 어떡하지.




"저기. 미노, 난 이제 길 알겠으니까..."


"동서 구분도 못 하는 사람이 무리하지 마. 나도 하루 종일 일만 해서 이런 산책이 기분 전환 되거든."


"으윽..."




 어떻게든 헤어지려고 계략을 짜보지만, 방긋 웃으며 안내를 계속하는 악마 장군. 아까부터 전혀 악인 느낌이 안 나는데... 렉스는 이 사람의 뭘 그렇게 화내고 있는 걸까.




 음. 좀 물어보자. 사실 어떤 오해가 있는 걸지도 모르니까.




"그럼, 좀 물어봐도 돼?"


"그래, 뭐든 물어봐."


"검성 렉스 알아?"




 내가 렉스의 이름을 꺼낸 순간. 미노의 얼굴이 순식간에 파랗게 변했다.




"알, 알알, 알긴 하는데? 렉스랑 나한테 무슨 상관인데?"


"아니, 렉스가 우리 파티 리더라서."


"... 아아. 신이시여."




 휘청.




 미노의 눈이 죽어가며, 엄청나게 동요하면서 물러섰다.




"아, 저. 어떡하지. 아-"




 그녀의 당황한 표정은 보통이 아니었다. 도대체 뭘 그렇게 두려워하는 걸까.




"저기, 미노?"


"저, 저기. 나에 대해서, 렉스한테 뭐 안 들었어? 예를들어... '절대 미노랑 관련 맺지 마!' 같은 걸."


"으, 뭐. 사실, 들었어. 미노랑 관련 맺지 말라고."


"그렇겠지! 그렇겠지, 그치!"



 어라. 이 모습으로 보아하니 미노에게도 렉스한테 미움 받을 만한 이유가 있나 보네.




 그럼, 과거에 렉스랑 무슨 일 있었는지 들어보고 싶은데. 저 모습으론 렉스가 말해주진 않겠지.




"저... 사실 나 극악무도한 사람이야!!"


"... 뭐?"




 그런데. 미노에게서 돌아온 말은 의미불명한 내용이었다.




"그래. 잔인무도함의 극치를 달리고, 사람 피를 뒤집고, 약한 자를 먹잇감 삼아 사치 누리는 잔혹무도한 악의 장군, 미노가 바로 나야!!"


"아, 그래."




 ...... 갑자기, 뭐 하는 거야 이 악마 미노.




"어. 너, 나쁜 놈이야?"


"그럼! 난 극악무도한 장군이라, 사람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갑자기, 악행을 어필하기 시작한 눈앞의 여자.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넌 하루라도 빨리 내게서 떨어져서 혼자 훈련장으로 가는 게 좋아!"


"그, 그렇네. ... 그런데, 렉스랑 너 사이에 뭔 일 있었어?"


"으윽... 응, 있었어."




 역시. 이 여자는 예전에 내 친구랑 뭔가 큰 일이 있었던 거다.




 그게 궁금하다. 렉스의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내가 모르는 그의 일면을 미노는 알고 있다.




"무슨 일이 있었는데?"


"......나는 악인이야. 렉스의 고향을 버린 건 나야. 그때 군 재정 자원 고려한 결과, 그 고향은 망해주는 게 좋았거든."


"......너."


"맞아, 그게 바로 나야, 렉스 가족의 원수. 이런 나쁜 인간이랑, 넌 관련 맺으면 안 돼."




 그렇게 말하며, 미노는 쓸쓸하게 웃었다.




"나랑 넌 만나지 않았어. 난 너를 앞으로도 모르는 사람으로 대할 거니까."


"..."


"그럼. 나 같은 걸 도와줘서 고마워."




 그렇게 말하고, 나에게서 도망치듯 달려간 그 여자는. 살짝, 눈물을 머금은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