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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들었나 보네, 렉스."




 검성이 눈을 뜨자 그곳은 마차 안이었다.




"...하아, 다행이야. 너가 살아 있어서 인류가 가까스로 연명하게 됐어."




 검성은 견디기 힘든 격통으로 자신의 중상을 깨달았다. 보니 오른팔을 잃고 폐도 손상되어 살아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하지만 렉스는 살아남아 국군의 마차에 실려 있었다.




"너가 날아가는 걸 보고 서둘러 수습하러 갔으니 감사해. ...뭐, 전투에선 졌지만 너만 살아있다면 다음이 있잖아."


"나는... 진 건가."


"죽은 척에 속아서 뒤에서 일격. 정말 한심하네. 검성이란 건 이름뿐인가?"



 점차 렉스의 의식이 깨어난다. 주위 풍경이 선명해지고, 잃어버린 팔과 상처투성이 몸, 차가운 표정의 미노가 시야에 인식된다.




"릴리의 꽃장식을 준 아이에게 감사해야겠어. ...원래대로라면 즉사였겠지만, 그 꽃장식 덕분에 너는 목숨을 건졌으니까."


"즉, 즉사? 아니, 잠깐. 그 꽃장식은 쓰고 난 거라 그럴 리가."


"그 꽃장식은 쓰고 나면 시들어버려. 아마 그 상인 아이가 그걸 알고 건네준 게 아닐까? 이런 '예상 외의 기적'은 당사자에게 엄청난 은혜가 되니까. 강한 아이긴 해. 분명 진짜 큰 상인이 될 거야."




 그러고 보니 자신의 가슴에 장식했던 꽃장식은 시들어 버렸다. 아무래도 그 소년에게 생명의 은혜를 입은 모양이다.




"팔은 지금으로선 붙일 수 없어. 좀 더 기운을 차리면 붙여 줄게."


"붙일 수 있어?"


"나라면 말이야. ...지금 붙이면 체력이 견디지 못하니까 좀 쉬고 나서."


 


 팔도, 아무래도 원래대로 돌아올 것 같다. 렉스는 안도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동료가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플라체는? 메이는? 카린은?"


"...글쎄?"


"글쎄라니, 글쎄가 뭐야!! 그들은 어떻게 된 거야?!"


"몰라. 너의 파티원이잖아? 국군은 애초에 호위도 내주지 않고 보호하지도 않겠다고 했었어."


"설마... 버렸단 말이냐 이 자식!!"




 차갑게 말하는 미노.




 렉스는 눈을 부릅뜨고 일어나 무표정한 참모에게 고함친다. 그럼에도 냉혹하게 렉스를 내려다보기만 하는 군사의 멱살을 억지로 잡아 당기며 ─────




"너가 방심한 탓이지?"




 그렇게 차갑게 미노는 렉스를 무시했다.




"나는 분명히 말했어. 카린이나 메이는 이 의뢰에 불필요하다고. 너가 데려온 거야, 그 둘을."


"...하지만 버린다니, 너."


"하나 더, 네가 질 때는 너희 파티원을 미끼로 해서 철수한다고 말했을 텐데."


"웃기지마, 이 자식!"


"웃기는 건 너겠지!!"




 그리고.




 미노는 처음으로 분노를 얼굴에 드러내며 렉스의 뺨을 내려친다.




"이길 수 있었던 싸움이야. 네가 친구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검사 마족을 쳐 날렸더라면, 너의 파티원은 한 명도 빠짐없이 여기에 있었을 거야!!"


"...아."


"응석 부리지 마. 그건 네가 짊어져야 할 책임이야. 무엇이든 남 탓으로 돌리며 편하게 살려 하지 마."


"아니야, 나는."


"운이 좋으면 한 명 정도는 수도까지 도망칠지도 몰라.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알려줄 테니, 지금은 푹 쉬어."




 그것은 렉스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험상궂은 얼굴이었다. 늘 초연하게, 뒤에서 어떤 계략을 꾸미든 절대 웃음을 잃지 않던 인족 최고의 군사가 분노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 아아, 지당한 말이다. 렉스는 그제야 깨달았다.




 


 이번 일에 미노는 잘못한 게 없다. 작전은 대체로 적절했고, 북동요새의 패배도 그녀 탓이 아니었다.




 공격해 오는 적의 힘을 알 수 없었기에 최고전력 클라리스를 파견했고, 그래도 패배한 것이다. 미노의 과실이라 할 순 없을 것이다.




 오히려 '바람베기'가 적에게 있다면 클라리스가 패배할 거라 예상했던 렉스가, 그 정보를 미노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 가장 잘못한 건, 자신의 파티원을 궁지에 몰아넣은 그 원인은 다름 아닌 렉스 본인이었다.




"...... 치료해 줘서 고맙워, 미노. 하지만 나는 가봐야겠어."




 메이, 카린, 플라체. 세 명의 동료의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무엇보다 소중한 자신에겐 유일한 가족. 혈연은 아니어도 마음으로 서로 신뢰하던 소중한 존재들.




"뭐?"


"내 목숨보다도 파티원의 생사가 더 중요해. 움직일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미노."




 렉스는 평범한 사람이라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격통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어섰다.




 지켜야 한다. 지켜야만 한다.




 지키지 못했다면 검성은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리고 만다.




"아니 잠깐 기다려봐. 지금 상태로 가봤자 뭘 할 수 있다고..."


"한 손만 있어도 싸울 수 있어."


"미쳤군. ...목숨 걸고 네가 도망가는 시간을 벌어준 파티원들이 그걸 기뻐할 것 같아?"


"시끄러워. 다음엔 방심하지 않을 거야, 다음엔 이길 거니까."


"인정하라고. 너는 이미 져버려서..."











"시끄러워!"






 고함친 렉스는 그대로 피 묻은 붕대를 휘날리며 대지로 내려섰다.




"그들이 없다면 내가 살아갈 이유 같은 거 없다고!"




 아아, 어리석다. 누구보다 고독하고 외로움을 타는 그 남자는, 미노의 만류도 듣지 않고 다시 숲을 향해 달려간다.




 검조차 들지 않은 채. 말리려던 병사를 때려 날리고, 그 충격으로 마차를 부숴버린 검성은 저 멀리 지평선 너머로 달려갔다.




 그 자리엔 눈을 동그랗게 뜬 군사와 부서진 마차만이 남겨졌을 뿐.




"...전군, 정지. 정말... 정말이지, 저 바보는!! 남자란 건 다들 감정으로밖에 움직이지 않는 건가?! 멜로도 렉스도, 모두 모두 바보투성이야!!"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 렉스가 눈을 뜨면 전장으로 달려나갈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설득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성적인 군사는, 설마 동료가 목숨 걸고 시간을 벌어줬다고 해도 달려나가 버릴 바보가 있으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하아, 플라체가 혼자 남아 시간을 벌어준 의미가 없어져 버렸네..."




 중얼거린 그 속삭임엔 얼마나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을까.




"저 바보가 여기 동료들을 이끌고 도망쳐 올 가능성에 걸어보자. ...전군, 대기."




 꼴사납게 달려나간 검성의 뒷모습을, 미노는 진절머리 나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위세 좋게 말하더니... 전혀 공격해 오지 않네, 설마 겁먹은 거야?"


"너무 여유로워서 말이야, 손 봐주고 있는 거라고. 그 정도는 알아차려 바보."




 ...... 그 소녀 검사는 필사적이었다.




"그런데 이 아이는 정말 네 제자가 아니란 말이냐? 이 검술이 마치..."


"아아, 그건 좀 신경 쓰이긴 해. 너 대체 누구야?"




 지금까지 쌓아온 수비 기술을 한계까지 쥐어짜며, 잡담을 섞어가며 날리는 필살의 일격을 가까스로 피해내고 있었다.




"그래 맞아, 이렇게 베면 나라면 정면으로 돌진해서 허리춤으로 파고들 거야."


"윽!"




 하지만 그게 치명타였다.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이자 모든 검술을 간파당하고 만다.




 당연한 일이다. 눈앞에 있는 남자는 자신과 똑같은 검술을 사용하고 있으니까. 세상 그 어떤 검사보다 움직임을 읽히기 쉬울 수밖에 없다.




"넌 대체 누구지?"


"제자라니까. '바람배기'의..."


"흠. 아아 그렇군. 너를 되살릴 때 약간의 기억이 빠져버린 모양이군. 그런 일도 있다고 들었다."


"어? 아, 그럼 너 진짜 내 제자인 거구나. 미안한 일을 했네."




 움직임을 읽히면 안 된다. 평소와 다른 회피법을 써야 한다. 하지만 그건 자신에게 익숙한 움직임을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아아, 안 돼. 그런 어설픈 움직임으론 이 둘을 상대할 수 없어.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내 제자라니. 저기, 혹시 그런 관계였어?"


"역겨운 소리 마. 그냥 사제지간이야."


"흠. 하지만 제자라니까 친근감이 느껴지는걸. 어이, 꼴사납게 목숨 구걸이나 해봐. 그럼 봐줄지도 모르지."


"거절한다!!"




 아아, 그래. 애초에 내 근력으론 예쁘게 급소를 찔러도 마검왕의 심장까진 닿지 않아. 그러니 어떻게 발버둥 쳐봤자 이길 수가 없어.




 그렇다면.




"어차피 곧 렉스가 올 거야. 그러면 내 승리. ...... 유리한 건 나라고, 쓰레기들........."




 시간을 벌어야 한다, 그것밖에 없다.




 그래, 분명 괜찮을 거야. 렉스라면 분명 살아있을 거야. 렉스가 그렇게 쉽게 죽을 리 없어.




 나로선 렉스를 이길 순 없어. 하지만 렉스가 올 때까지 시간을 벌 순 있어.




 분명 카린의 응급처치를 받고 전선에 복귀할 거야. 그러니 그때까지 시간만 버티면 돼.




"어? 내가 렉스보다 강하다고, 내가 최강이라니까."


"둘이서 기습해서 이겨놓고 무슨 소리야?"




 패배를 인정한다. 나는 렉스를 당해낼 수 없어. 하지만 렉스의 친구로 남고 싶어.




 그렇다면 렉스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면 돼.




"덤벼봐 쓰레기 둘. 너희 따위는 나 혼자서 충분해."


"쓰레기는 너지, 아까부터 제대로 공격도 못하면서. 상황 파악이나 해, 이 바보!"


"바보는 너야! 세뇌당한 걸 알아차리라고, 이 바보!"


"...틀림없이 사제지간이군."














 그건 플라체라는 검사에게 있어 처음 겪는 체험이었다.




 결판이 나기도 전에 패배를 깨닫고, 저항을 포기하고, 졌다고 인정하며 누군가의 도움만을 기다리는 사고 회로.




'아아, 어차피 이길 수 없다면 마지막엔 목숨 구걸로 시간이라도 벌어야겠네.'




 승리를 포기하고도 검을 잡은 첫 전투였다.






































 그 날, 검성은 잘못된 선택을 했다.




 세뇌당한 친구의 목숨을 취할 수 없었던 그는, 기절시켜서 데려가려 했다.




 그 자리에서 죽이는 선택을 할 수 없었다.






"젠장"






 당연한 일이다. 그는 렉스에게 있어 반쪽과도 같은 존재였으니까. 죽일 수도, 죽일 생각도 없었다.




 변명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2 대 1이었다, 보통으론 절대 이길 수 없을 강적이었다, 친구가 마족의 몸을 얻어 인간보다 훨씬 튼튼해졌다.




 그러니 이번 결과는 어쩔 수 없었다. 다음엔 방심하지 않으면 이길 수 있다.






"젠장"




 그게 무슨 상관이야. 다음 승부에서 이긴들 무슨 의미가 있어.




 검성은 달렸다.




 분명 아직 싸우고 있을 파티원들에게로. 곧장 다리를 움직였다.












 ───── 이윽고 렉스는 전장으로 되돌아왔다.




 두 마족을 상대로, 검을 겨눴던 그 숲속으로. 분명 자신이 돌아오길 기다려주고 있을 동료들에게로.




 ...... 고향을 잃은 렉스가 새롭게 찾은 '가족'에게로.












"───── 아"




 하지만. 렉스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늦었다.




 그 전장엔 끔찍한 핏자국이 흩뿌려져 있었고, 동료들의 모습도 적인 마족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렉스가 알아챈 건 '누군가 이곳에서 분투했다'는 흔적뿐이었다.




"───── 아, 아"




 전투는 이미 오래전에 끝나버렸다. 렉스의 도움을 기다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 아니.




"...... 하아, ...... 하아........"




 검성은 날카롭게 그 숨소리를 들었다. 그건 기력도 없이 흐릿하고, "숨쉬기조차 힘겨운" 죽음 직전의 숨소리였다.




 하지만 있다. 이 전장에서 조금 떨어진 광장에, 죽어가는 누군가가 있다.




"윽! 살아 있어줘! 누구라도 좋으니!!"




 한 팔에 검도 없는 검성은 아직 적이 있을지도 모르는 '그 누군가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 드디어 왔구나, 렉스"




 고요한 전장에 소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렉스는 그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 늦었어."




 그건 평소의 활기찬 소녀 검사와는 다른, 조용한 어조였다. 죽어가는 거친 숨소리가 메아리치는 숲속 전장.




 그 광경에 렉스는 할 말을 잃고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