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도살장 처음 읽었을 때는

머릿속이 온통 '뭐 그런 거지'로 헤집어져서

대체 시발 이게 뭐야? 하고 흥미를 못 느껴서 집어 던졌었는데

다른 책들 좀 읽다가 오랜만에 다시 읽다 보니 재밌어서 사흘인가 나흘 만에 다 읽어버림


제5도살장 전에 읽던 책들만 해도 재미는 있더라도

집중이 그리 오래 가지 못해서 금방 질리고

조금 읽고 다음 날 읽고 조금 읽고 까먹었다가 며칠, 몇 주 뒤에 겨우 다시 마저 읽고

또 다음에 읽고 이런 식으로 읽는 둥 마는 둥 했었는데


그래도 저렇게 조금이라도 읽었던 게 도움이 되었던 건지

전에 비하면 집중력도 읽는 능력도 좀 더 나아진 것 같아서 기쁘네


그리고 어렸을 때는 주변에서 책 좀 읽어라 뭐라 할 때는 진짜 읽기 싫었고

앞으로도 내가 책을 읽거나 재밌다고 할 일은 죽어도 없을 줄 알았는데

지금은 아무도 안 시키는데도 재밌다고 스스로 찾아 읽네

참 억지로 뭔가 하는 것 만큼 재미 없고 비효율적인 짓은 또 없는 것 같아


암튼 어디가서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전한 취미가 생긴 것 같아서 기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