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늘도 여동생에게 먹혔다.



"으음......"


온몸을 쥐어뜯듯 느껴지던 고통이 거의 사라진 즈음에 눈을 떴을때는, 이미 해가 지고 어둠이 짙게 깔린 밤이었다.


"으응...."


정신을 차린 내 곁에서는 새근새근 잠꼬대를 하며 잠들어 있는 소녀가 있었다.


그녀의 은빛 머리에 반사되어 비치는 빛은 더더욱이 그녀의 미모를 한층 더 끌어올려 주었다.


그와 대비되는 여기저기 흩뿌려진 피와 장기들이 상당히 그로테스크 해 보였지만, 그것조차 그녀의 미를 돋보이는 배경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평소보다 빨라지는 심장의 박동이 느껴졌지만, 나는 이게 결코 느껴져서는 안될 감정이라는 것을 알고있다.


왜냐하면 그녀는.....


"오빠아...... 헤헤........."


내 여동생, 엠마니까.



***



아주 먼 옛날 사람들 사이에서 각정인자로 인해 각성자들이 처음 나타났을 무렵, 당시 비각성자와 각성자간의 대립은 상당했다고 한다.


각자의 권리에 대해 다투고 논쟁하며, 싸움과 유혈사태가 심심찮게 벌어지던 시대였다고 한다.


그 당시에 대해 적어놓은 역사책에 의하면, 서로가 서로를 탄압하며, 차별하고, 대립하는 그런 시대가 상당히 오래토록 지속될 것이라 여겨졌다고 한다.


어느 마을에 있던 각성자들에게서 특이한 형태의 각성인자, 지금은 좀비인자라 부르는 인자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정식명칭은 따로 있지만, 흔히 좀비라고 부르는 존재들.


사람의 살과 피를 탐하고 취하며, 자신과 같은 괴물로 만들어 버리는 존재들.


불로 태우고, 총알을 수십발을 박고, 칼로 몸을 배는 등 사람이 죽을만한 온갖 행위를 당해도 죽지 않는 존재들이.


그로인해 기존의 대립과 갈등의 시대가 끝나고, 곧장 새로운 혼돈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특이하게도 각성자들은 감염되어 좀비가 되는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비각성자들은 물리는 등의 행위로 각성인자가 퍼진다면 그 즉시 같은 좀비가 되어 다른 이를 노리는 짐승으로 전락했다.


다만 각성자라고 해서 마냥 안전한 것만은 아니었다.


좀비들은 특히 각성자들의 피와 살을 좋아했으니까.



좀비의 출현으로 각성자와 비각성자들은 손을 잡아 좀비들을 물리치려 하였으나, 밑도 끝도 없이 재생해대는 그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밀려난 끝에 인류는 거대한 벽을 세워 좀비들의 진입을 차단했다고 한다.


그리고, 인류는 비각성자들을 배척하기 시작했다.


좀비들과의 전쟁에서 너무나 쉽게 괴물로 전락해버리던 비각성자들과 달리 각성자들은 신체의 일부를 잃는다 하더라도 살아 돌아올 수 있었고, 좀비들을 격퇴하고 벽을 세우는데 지대한 공언을 한것 역시 각성자들이었다.


그러니 좀비로 언제 변할지 모르는 비각성자들을 배척하는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수많은 비각성자들이 벽 바깥으로 내몰려 좀비가 되거나 각성자들에게 살해당했고, 남은 각성자들 사이에서는 각성자 아이가 태어났고, 그게 몇세대를 거쳐서 계속해서 새로운 각성자의 탄생으로 이어져왔다.


하다못해 능력이 없는 각성자는 있을지언정, 더이상 비각성자는 찾아볼 수 없을정도로.


아주 가끔 비각성자 아이가 태어나곤 했지만, 그들은 언제 좀비가 될지 모르는 돌연변이 취급을 받아 벽 밖으로 버려지거나 태어나자마자 죽여버리곤 했다.



그리고 엠마 역시 그런 돌연변이 비각성자 중 하나였다.


나 역시 능력은 없을지언정 각성인자는 분명히 존재했으나, 엠마는 체내에 인자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비각성자 아이가 태어났음에도, 우리의 부모님은 아이를 버리거나 하지 않고 집에 소리조차 거의 통하지 않는 작은 방을 만들어 그곳에서 키웠다.


어찌보면 미친짓이었다. 아니, 우리 부모님은 두분 모두 미친 사람들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엠마는 공기조차 통하지 않는 아주 작은 철창 사이로 들어오는 빛과 우리 가족을 제외하면, 세상의 모든것과 단절된 삶을 살았다.


거기에는 세상의 비각성자에 대한 시선 역시 문제였지만, 좀비 바이러스가 어떤 식으로든 감염될지 모른다는 부모님의 불안이 꽤나 큰 영향을 주었다.


그렇기에 여동생을 만나기 위해 방에 들어갈때면 몸 이곳저곳을 소독해야 했고, 아침 점심 저녁 역시 어지간한 결벽증 저리가라 할 정도로 상당히 긴 처리를 거쳐서야 여동생에게 제공되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거의 다 부질없는 짓이었지만.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어느날과 같이 여동생에게 식사를 가져다 주러 방에 들어갔을때, 철창 틈새로 들어오던 달빛에 비춰진 그녀의 모습을, 그때 내 심장에서 느껴지던 감각을, 날 보며 미소짓던 그녀의 얼굴을.


엠마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혼란스러워 밤을 지새기도 했고, 당시에는 알지못했던 해서는 안되는 무언가를 한다는 배덕감이 마음 깊은 곳에서 떠올랐다.



하지만 어느날 벌어진 일은 그것조차 힘들게 만들었다.


여동생이, 엠마가 좀비로 변이해 버렸으니까.


왜 변이했는지는 아직도 파악하지 못했다.


그저 평소와 같이 지냈고, 평소와 같이 그녀에게 식사를 가져다 주며 인사했던 날이었는데.


그 다음날에, 엠마가 좀비가 되어버렸으니까.


당연히 부모님은 난리가 나셨다.


왜 갑자기 좀비로 변했는지는 알지 못했다.


엠마를 제압하고 그녀의 방에 있던 모든 물건을 가지고 나와 조사해 보아도, 우리가 알 수 있는건 없었다.



그리고 그 즈음이었다.


내가 내 여동생을, 엠마를, 이성으로써 사랑한다고 깨닫게 된 순간이.



아까도 말했듯, 우리 부모님은 두분 다 미쳤있었다.


그런 그 두분이 선택한 결과는,


각성자를 잡아먹은 좀비가 인간으로 돌아왔다는, 어느 허무맹랑한 이야기.


그 이야기를 믿고 두분은 엠마가 갇혀있던 방으로 아무런 무장없이 들어가셨다.


엠마가 언젠가 사람으로 돌아올거라 믿으며.


그리고 한참 뒤에 집으로 돌아온 내가 발견했던건, 엠마의 방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간 두 분이 적으신 유언장과 좀비가 된 이후로 한번도 보지 못한 곤히 잠들어있던 엠마였다.


영향을 주긴 했던 모양이었다. 단 하루였지만.


그 다음날, 깨어나자 마자 온몸을 비틀며 비명을 질러댔으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난 능력을 각성했다.


재생이라는 능력을.


좀비와 같이 어지간한 공격에는 죽지 않으며 끝없이 살이, 뼈가, 피가 새로 돋아나게 하는 능력.



능력이 각성한 이후, 난 매일매일 잠에서 깨어나 몸부림치는 엠마에게 내 피와 살을 먹였다.


처음에는 신체 일부만을 잘라서 먹였으나, 내 회복능력이 상당하다는것을 알게 된 이후에는 알몸으로 방에 들어가 그녀에게 잡아먹혔다.


그리고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엠마에게서 변화가 보였다.


잠을 자는 시간이 길어졌고, 자고있을때는 멀쩡한 사람처럼 잠꼬대를 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곧 원래대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런 희망으로, 난 매일매일을 내 온몸을 입으로 물어뜯는 감각을 견뎌가며 밤을 보냈다.


아침이 밝아오면 피로 범벅이된 방을 청소하고, 하루의 일과를 보낸다.


다시 엠마가 깨어나 그녀에게 먹힐 시간이 찾아올때만을 기다리며.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목욕을 마치고, 곧장 엠마의 방으로 들어간다.


몸에는 엠마가 날 먹기 쉽도록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서.



"까가가그그극ㅡㅡㅡㅡㅡ"


방에 들어가면 항상 이상한 소리를 내며 엠마가 날 반겨준다.


"밥 먹을 시간이야, 엠마."


난 언제나 하던 인사를 하며 양팔을 쇠사슬에 묶여 한쪽 벽면에 묶여있는 그녀를 향해 천천히 다가간다.



까드득- 까드득-


언제까지고 익숙해지지 않을 소리와 고통들.


그것들을 참고서라도 난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여동생을, 엠마를 인간으로 되돌리기 위해.


그리고, 인간으로 되돌아온 엠마에게 사랑한다 고백하기 위해.



난 오늘도, 엠마에게 먹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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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쓰려다보니까 뭔가 길어지네

암튼 이걸로 대충 프롤로그 쓴거 같으니까 빨리 다음편 써오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