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 보고드립니다! 제13사단과 제18사단이 31사단과 35사단의 제압을 끝냈다고 합니다. 전라남북도가 이제 우리 손에 있습니다!"


"전방 1, 3사단의 제압도 완료했습니다! 2, 5사단 사단장이 방급 제압 완료 보고를 보냈습니다."


"모든 공군 기지의 제압을 완료했습니다!"


"1, 3함대 모항이..."


"해병대 1사단이..."


각 군의 기지와 본부가 제압되었다는 보고가 속속들이 내게 들어왔다.


"장교, 부사관, 병사들은? 피해를 입었나?"


"아군 측 피해와 대한민국군 측 피해 모두 아직까지는 전무합니다."


"계속 그렇게 비살상으로 끝내. 인명 피해가 나오면 골치아파져."


"예, 전하!"


넥타이에 울부짖는 사자 뱃지가 달린 불가리아인 중장이 물러나자 난 시가를 입에 물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며 생각했다.


'10년 동안 같이 싸우면서 정예인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나라를 엎는 첫 번째 과정인 각 군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분명 사상자가 발생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10년동안 내가 이세계에서 혹독하게 키워온 4개국, 폴란드 왕국, 헝가리 왕국, 체코 왕국, 그리고 불가리아 차르국의 병사들은 내 예상을 완전히 깨부수고 제압을 척척 해내가고 있었다.


물론 야밤의 게이트를 이용한 상상도 못한 기습이라는 점이 정말 크게 적용했지만, 그걸 포함하더라도 한 자릿수라도 피해는 날 줄 알았다.


"전하!"


그때 헝가리 왕국군 소장 하나가 내게 달려와 또다시 보고했다.


"뭐지?"


"전하께서 명령하신 사람들을 모두 붙잡아왔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헌병들 대기 중인가?"


"네. 명령하신대로 대기 중입니다."


"헌병들 대리고 오도록. 그놈들은 내가 직접 만나러 간다."


"예, 전하."


난 의자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헌병들이 감시하고 있는, 곧 죽을 소위 '높으신 분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대통령, 국무총리, 각 정부 부처 관료들, 그리고 국회의원들. 케이블 타이로 손이 묶인 높으신 분들에게 난 가까이 다가가 인사를 건냈다.


"폴란드 왕국, 헝가리 왕국, 체코 왕국의 국왕이자 불가리아의 차르, 그리고 장차 대한민국의 국왕이 될 사람이 여러분들께 인사드립니다."


"뭐? 대한민국의 국왕이라고?"


대통령이 내 인사를 듣고 나한테 믿지 못하겠다는 투로 소리쳤다.


"그래요. 대한민국의 국왕 말입니다. 원래는 방송으로 전국민들에게 선언하려고 했는데, 지금 여러분들 앞에서 설명드려야겠군요. 이 시점부터 이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제가 왕이 되서 이끄는 전제군주정 국가가 될 거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뭐가 어쩌고 어째?"


대통령은 이윽고 크게 소리쳤다.


"전제군주정! 전제군주정이라니, 말 같지도 않은 소리! 이 나라를 망치려고 작정한 거야!"


"내가 나라를 망칠 거라고?"


대통령의 일갈을 가장한 궤변에 난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온갖 거지같은 정책을 시행하고, 국민들에게 약속한 공약은 코빼기만큼도 안 지키고, 국민들에게 온갖 중우정치를 해댄 댁이 하실 말씀은 아닌 거 같은데?"


그리고 이젠 내가 말할 차례.


"이 나라는 이제 제가 바꿀 겁니다. 댁들이 시행해댄 온갖 쓰레기같은 정책은 모조리 폐지될 거고, 그 대신 진정으로 내 백성들을 위한 정책이 시행될 거요. 댁들은 국민들을 무시하고 우롱한 거짓말쟁이로 역사에 남을 거고."


"이, 이 새끼가!"


국무총리가 내게 침을 뱉으며 소리쳤다.


"이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야! 지난 80년동안 국민들이 일궈낸 민주주의가 시행된 국가라고! 그 민주주의를 네새끼가!"


"민주주의 좋아하네."


난 또 코웃음을 쳤다.


"그 잘난 민주주의로 댁들 같은 버러지들이 뽑힌 거 아니요? 댁들같은 사람들이 당선된 시점에서 민주주의는 이미 타락한 지 오래인 거 같은데. 이제 이 나라에는 전제군주정이 시행될 겁니다. 내가 지휘하는, 댁들 같은 버러지들이 나라를 이끌어갈 일이 다시는 없을 나라 말입니다."


그리고 난 뒤돌았다.


"국민들을 우롱한 최후를 선사해."


"예, 전하!"


헌병들은 내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들고 있던 소총들을 대통령,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각료들에게 조준한 후 방아쇠를 당겼다.


한참을 우레 소리와 같은 큰 소리가 들렸다. 국민들을 우롱한 거짓말쟁이들의 비루한 숨이 끊어지는 소리였다.



한 달 뒤. 명동 성당.


내가 새로이 임명한 나라를 이끌 신하들, 그리고 군인들이 명동성당의 중심으로 연결된 레드 카펫 양 옆에 서 있었다.


그리고 나는 군주의 군복을 입은 체로, 명동 성당 입구에서 왕좌로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내가 왕좌 앞에 서자, 군종 사제가 내게 내 호칭을 불러주었다.


"폴란드 왕국의 국왕이시며, 체코 왕국의 국왕이시고, 헝가리 왕국의 국왕이시며 불가리아 차르국의 차르이신 전하. 전하에게..."


군종사제는 손에 신라의 왕관을 모방한 왕관을 들어, 내게 씌워주며 말했다.


"대한민국 백성들의 국왕이라는 호칭을 새로이 부여합니다."


머리에 왕관이 씌워지고, 난 왼손에 보주를, 오른손에 검을 든 체로 명동성당의 왕좌에 앉았다.


그러자 터져나온 내 충성스러운 신하들의 외침.


"국왕 폐하, 만수무강하소서!"


"만수무강하소서!"


"만세! 만세! 만세!"


그리고 그렇게 신하들의 만세 삼창을 들으며 내게 든 생각은.


'이제 이 나라를 강력한 힘으로 잘 다스리는 일만 남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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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국에 빡친 사람들을 위해 써봄


물론 현실은 즉위식 치르기도 전에 대규모 시위+파압+미군 크리 맞으려나


ps.일단 대충 올려본 거라, 조만간 내용 더 추가해서 리메이크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