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모 원작의 엑스트라로 빙의한 주인공.

본인은 이 세계에서 분탕을 칠 생각이 없다.

주인공의 히로인, 스승, 무기 등.

절대로 건들 생각이 없다.

다만...나비 효과는 괜히 있는 이론이 아니다.

어쩌면 내가 엑스트라로 빙의한 순간부터 세계의

운명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즉, 원작 드리프트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고민하다가 거울을 보았다.

슬프지만 이 정도 얼굴이면 개연성이 없었다.

그냥 주인공 일행에게 훈수하며 도와주면 된다.

포켓몬 트레이너 마냥 절로가, 이 사람을 돕자, 가서 이야기 하지 그래?

같은 대사로 히로인의 관계를 밀어주고, 스스로 강해지게 도왔다.

나? 나는 약해 빠진 대신 머리가 좋아서 이들을 캐어하고 있다는 설정으로 갔다.

비탄의 망령의 크라이 같은 포지션 비슷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문제는....


"왜 그래? 요즘 따라 안색이 안 좋네."

"응... 뭐랄까 요즘 감이 안 좋다고 해야 하나?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친 기분이야."


거짓말이다. 감이 안 좋긴. 뭔가를 놓친 기분이긴.

이번 에피소드에서 히로인 중 한 명인 로시아가 죽는다.

그녀가 죽어야만 용사의 그의 동료들은 파워업을 하고,

그녀의 죽음으로 발생하는 인간관계는 먼 미래에 큰 도움이 된다.

한 사람의 죽음이 많은 이들의 인연이 되어 세상을 구원한다.

나는.... 원작 드리프트를 할 생각이 없다.

여기까지 왔는데 고작 그녀 한 명의 생명을 희생하지 못하겠는가?

지금까지 여럿 몬스터와 악인들을 도륙해왔는데 이제와서?


"....안 돼. 멈춰!! 로시아아아!!"


하지만 마지막에 마지막에 다다라서 몸이 자동으로 움직였다.

돌뿌리에 넘어지는 순간 그녀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악당에게 끔살을 당하였다.

그녀가 죽자 용사와 동료들은 크게 분노하며 파워업을 하였다.

나는 넘어진 멍하니 있다가 자리에 일어나 전투가 방해되지 않도록 자리를 피했다.

죽었다. 원래 죽었어야 할 캐릭터니까 문제 없다. 이건 당연한 결과다.

파워업한 이들의 전투가 끝나고 눈물에 잠긴 나를 흔들어 깨웠다.


"내가 죽였어....로시아는 내가 죽인 거야.... 나는 그녀가 죽을 것이란 걸 진작에 알고 있었는데... 나는 그걸 모른채 했어... 내가 죽인 거야... 내가....내가 그녀를 죽였어..."

"장붕! 정신차려!"

"아.... 미안. 걱정 끼쳐서 미안해...."


이대로 정신을 잃으면 안 된다. 신세 한탄 하면 안 된다.

고작 이런 걸로 원작 드리프트가 발생하면 안 된다.

이런 일로 원작 드리프트가 발생하면 로시아는 개죽음이 된다.

나는 자리에 일어났다.

짓눌려져서 고깃덩어리와 그녀가 입고 있던 장비 이외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원작대로 모두와 함께 그녀의 죽음을 추모하고

다음 스테이지로 발을 옮긴다. 모두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지에 대한 조언을 하면서.


+++


이 정도는 되어야 원작 주인공 파티가 약해졌다.

내가 분탕을 쳐서 책임을 져야 한다가 나올 수 있다고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