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자손이여, 그대가 품은 힘은 역겹지만 독기 하나는 봐줄만 한데 이쪽으로 전향할 생각은 없나?"


머리에는 산양의 뿔, 끝이 뾰족한 꼬리, 마블에서 좋아할 만큼 어두운 피부까지, 게임이라면 전형적인 악마 캐릭터같은 놈이 지껄였다.


이게 rpg라면 꽤 재밌는 엔딩을 볼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던전 한복판에서 동료들의 시체에 둘러싸여 있고 나는 내장이 튀어나오려 하는 상황에서는 아쉽게도 그닥 매력적이진 않았다.


"그대가 이끌고 온 형제자매들은 모두 쓰러졌고 성구를 새겨넣은 무기와 탄약 모두 부서졌다. 그대를 죽이지 않고 이런 제안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굉장히 이색적인 상황이지, 이대로라면 그대의 목숨도 곧 끊어질텐데, 삶을 조금이라도 잇고 싶지 않나?"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몇분 후면 나도 죽을 거고 신성력, 탄약, 체력 모두 고갈 되었다. 평생 신을 섬기기로 한 몸이지만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놈의 신은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잘 움직이지 않는 혀를 움직여 승낙하려는 찰나,


" 요한...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마라..."


죽은 줄 알았던 동료가 말하기 시작했다.


"저놈.. 저거, 간보고 있는거야.. 승낙해놓고 원숭이 손마냥 언데드로 살리는 사례가 한두 건이냐? 차라리 맞서 싸워..."


"확실히, 그런 사례가 많긴하지 그러나 가장 낮은 곳을 관장하시는 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이는 거짓이 아니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여기서 개처럼 싸우다 뒤지고 존재마저 애매한 천국에 가느냐, 아니면 악마놈 제안을 수락하고 나중에 뒤통수를 치느냐.


"신성력도 없고 나도 곧 죽을 텐데 싸우는 의미가 있냐? 바오로?"


"흐흐흐... 신성력이 없긴 왜 없어... 내 신성력은 아직 넘쳐나는데.. 정작 저놈 죽이긴 부족해서 그렇지. 하지만 이것과 합쳐지면 어떨까?"


바오로는 품속에서 던전의 핵이자 우리 임무파견의 목적이던 금속 펜던트를 꺼냈다.


"감정에 좀 시간이 걸렸지만 신성력을 주입해도 반응이 없던 이유가 있더군. 특수 상황에서 발생한 신성력으로만 반응해서 귀속되는 성유물인거야."


"그 특수상황이라 하면?"


"뭐 이런거지."


그 순간 바오로는 펜던트의 날카로운 부분으로 자기 심장을 찔렀다.


놀랍게도피는 한방울도 나오지 않았지만 바오로의 몸이 점점 말라가기 시작했다.


"생기흡수...가 아니라 설마!!"


"그래. 조건 한번 지랄맞더군 이 성유물은 희생주문의 신성력에만 반응한다."


말라가는 자신의 팔을 들어 바오로는 펜던트를 요한에게 던졌다.


"발동은 시켰다. 한방.... 먹여주라고."


악마는 기함하며 그 행동을 막으려 했다.


'자가희생형 신성력 주입 완료, 성유물 '롬바르디아의 철관' 귀속절차를 시작합니다. 사용자의 세례명을 말씀해주십시오.'


펜던트에서 무기질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요한! 요한 이다!"


'사용자의 세례명을 확인, 무엇을 바라십니까?"


"힘을! 저 역겨운 악마놈들을 몽땅 없애버릴 힘을 원한다!"


'사용자의 소망을 확인, 전장 파악중.,... 현 시점 가장 효과적인 형태로 성유물을 개화합니다.'


그 순간 눈부신 성광이 던전을 휩쓸었다.


동료들 시체 근처의 창, 검, 메이스, 총기들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동시에 내 귀에서는 성가의 형태를 한 영창이 들려왔다.


'주의 말씀을 전파하는 사도께서 이르시되, 신성한 은이 그대의 몸을 감싸고'

주위의 은제무기가 녹은 액체가 내 몸을 감쌌다.


'강물과 같은 주의 은총이 언제나 그대의 몸에 함께할 것이며'

바오로의 희생으로 생긴 막대한 신성력이 몸을 치료했다.


'코끼리의 힘을, 매의 날개짓을, 사자의 용맹을 깃들게 하고'

몸의 뼈와 근육이 바뀌고 꺾일 뻔한 정신이 악마에 대한 증오로 바뀌어갔다.


'톱니바퀴와 성무가 언제나 함께하리라'

액체화 한 은은 어느새 갑주가 되어있었고 곳곳에서 증기와 톱니바퀴 소리가 들렸다.


"말도 안돼! 분명 그 역겨운 철관은 없애버렸을 텐데!"


어느새 은빛 기계갑주를 걸친 나는 악마의 앞에 당당히 서있었다.


"2페이즈다. 병신같은 새끼야."


팔을 뻗자 내장되어있던 동료의 핸드캐논이 팔뚝에 나타났고 다른 손에는 계속해서 돌아가는 톱날검이 나왔다.

미친놈들, 사제가 뭐 이런 흉악한 무기를 들고 다녀.

몸도 회복하고 힘도 얻었겠다, 난 항상 악마놈들한테 해보고 싶던 대사를 날렸다.


"찢고! 죽인다! 네놈은 내장도 존나 크겠지!"


몸 곳곳에서 신성력의 불길을 분사하며 울분을 담은 목소리로 나는 외쳤다.




갑자기 악마가 나타나고 기독교,천주교,불교등 종교인들이 각각 신성력, 법술 등을 각성한 세계

악마가 튀어나오는 던전을 공략하고 그곳의 성유물,법기 등을 얻고자 서로 경쟁하는 세계관

그곳에서 한 사제가 12사도의 성유물을 얻어 성법과 묵주가 아닌 톱날검과 각종 대구경 총기로 둠가이 마냥 악마 사냥하는 스토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