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십년전 얘기를 들려주지.

나는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온갖 삶의 어려운 문제에 산적해있었지

그리고 나는 자살을 결심했어. 차에 밧줄을 싣고 동네에 있는 뽕나무 농장으로 향했지.

그때가 아마 동이 트기 직전이었을거야. 난 차에서 내려서 밧줄을 나무에 던져서 걸려고 했는데 안걸려서 직접 나무에 올라가서 걸었지

난 죽을 작정으로 나무에 걸린 밧줄에 목을 매달았어.

그 순간 내 손에 작고 부드러운 뭔가가 어루만져지더군.

체리였어. 아주 부드럽고 탐스럽게 익은 체리... 난 그 자리에서 체리를 한입 배어물었지. 그리고는 맛있어서 체리를 마구 먹어댔어.

그 순간 저 멀리 산둥성이에서 해가 떠오르더군. 정말 장관이 따로없었지.

그리곤 멀리서 학교에 등교하는 어린 아이들이 다가오는 목소리가 들렸어

아이들은 나무 위에 있는 나한테 다가와서는 체리를 따서 나눠달라고 하더군.

나는 아이들에게 체리를 나눠줬고 체리를 잔뜩 가지고선 집으로 돌아왔지.

난 자살을 하러 갔는데 체리를 잔뜩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어.

체리가 나를 살린거야. 체리를 한 입 베어먹은순간 삶의 달콤한 감각들이 되살아난거야.

그 보잘 것 없고 작은 체리 하나가..."



체리 향기(압바스 키아로스타미,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