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걱서걱서걱서걱.


툭.


"휴.... 이제 정리는 다한건가?"


나는 연필을 내려놓고는 종이를 들어서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그 종이에는 내가 각 귀족의 세력과 분포도, 그리고 중요 귀족들의 특징과 이전에 일어난 큰 사건을 기록해 놓았다.


"생각보다 정리하는 데 오래 걸리긴 했네."


나는 그것을 내 책상을 둘러싸는 벽에 붙여놓고는 적혀져 있는 사건들 중 한가지 사건을 흥미롭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일전에 두 명의 기사단장이 있었지만 1268년 여러 고위 귀족들이 그들이 자신들의 안위에 위협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모함과 계략을 썼고 그 결과 그 중 한 명이 축출되었다라...."


그러나 축출되고 난 이후 황제 몰래 월권을 사용하여 축출을 한 것이 황제에게 알려지고 결국 황제가 대노하여 주동자들을 모조리 처형했고 기사단장을 찾으려 했으나 발견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내 눈길을 사로잡았던 내용이 바로 축출되었는 기사단장이 수많은 기사들로 이루어진 포위망을 모조리 뚫고 탈출했다는 내용이었다.


"얼마나 강하면 그렇게 탈출할 수 있었는 거였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종이를 책상 위에 얹어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끄응.... 귀족들의 정보 정리에 역사, 교양, 그리고 다른 학문들도 배울려니 힘드네..."


그리고 나는 휴식을 취하기로 결정하고 며칠 전 아버지가 사줬는 소설책을 들고 침대에 누워서 읽기 시작했다.


똑똑.


그 때, 갑자기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들어가도 되니 독자야?"


"예 어머니."


대답을 하자마자 어머니가 어떤 오브를 쥔 채 들어오셨다.


"우리 독자 쉬고 있었니?"


"아 예. 정보 정리하고 잠시 쉬는 중이었어요."


"그래..... 편해보이니 다행이구나."


어머니가 갑자기 어색하게 행동하셔서 나는 바로 질문했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그.....독자야....혹시 이제부터 검술을 배워보지 않겠니?"


"....이제부터요?"


솔직하게 말하면 예상못했는 것은 아니었다. 교양과 관련된 과목을 공부할 때 같이 시작할 줄 알았지만 아버지께서 잠시 보류시켰으니.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너를 거둔 이후로 한동안 네 몸상태를 안정화 시킬려고 몸쓰는 일은 할려고 계획했단다. 그런데 네 몸상태가 빨리 좋아져서 계획을 앞당긴 거란다."


".....원래 계획대로 했을 때는 어느 정도로 잡았는데요?"


"....적어도 3달은 잡았단다. 그만큼 네 몸상태가 많이 안 좋았단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길거리에서 생활했었는 영향으로 내 몸이 꽤나 삐쩍 마르고 잔상처나 멍도 많이 생겼는 것을 잊고 있었다.


'하기사 그 상태였으면 안정을 몇달은 취해야 정상이지. 그런데 회복이 왜 이렇게 빨리 된거지?"


그렇게 생각하던 중, 나는 어머니 손에 들려있는 오브를 보고는 물었다.


"그런데 들고 계신 그거는 뭐에요?"


"아 이건 각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마력 속성의 적성을 알아볼 수 있는 오브란다."


"속성이요?"


"그래, 마력을 가진 사람들은 각자 가진 속성에 따라서 배워나갈 길을 정한단다."


"오....그래서 제가 가진 속성은 뭔가요?"


"이제 알아봐야지. 가만히 있으렴."


어머니가 오브를 발동시키자 오브에서 기운이 나와 내 몸 주위를 감싸고 곧 기운이 푸른 번개의 형상을 띄기 시작했다.


"전격의 기운에 재능이 있구나..... 이것도 우연의 일치인지..."


"응?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ㅇ-아무것도 아니란다. 내일 검술 선생님을 모시고 올테니 그때까지 쉬고 있으렴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어머니."


그 말을 듣고 어머니는 방을 나가셨다. 나는 검술 선생님으로 누가 오는 것인지 궁금해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과연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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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하데스의 집무실


하데스는 독자의 검술 선생으로 쓸 수 있는 사람들의 리스트를 보며 고민하고 있었다.


"흠.... 이녀석은 평소 행실이 별로고....이녀석은 성격이 안좋고.... 고르기가 상당히 어렵군."


그렇게 중얼거리며 하데스는 유력한 후보자의 정보를 확인했다.


"척준경..... 이녀석이 제일 괜찮은데 하필 북부 지역의 국경선을 담당하고 있으니 데려오기도 힘들겠군...."


척준경, 북부 지역의 변경백을 맡고 있으며 병사들을 통솔하여 북부의 이민족들을 상대로 계속 승전보를 올리고 있다. 심지어 본인의 무력 또한 소드마스터급이니 병사들에게서 믿고 따를 수 있는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후.... 뽑더라도 이녀석과 거의 맞먹는 사람을 데려와야 하는데..."


그때, 페르세포네가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오셨소? 독자의 마력 적성은 어땠소?"


"확인하니 적성이 전격 속성으로 나왔어요. 그것도 꽤나 강력하게요. 대마법사.....까지는 힘들겠지만 엑스퍼트 급까지 성장할 수도 있겠어요."


"오. 그거 좋은 소식이군. 혹시 독자 검술 선생 후보자 고르는 데 도와줄 수 있겠소? 정하기가 힘들군."


그 말을 듣고 페르세포네는 서류를 들고 후보자들을 하나씩 확인하기 시작했다.


곧 전부 읽은 듯 서류들을 내려놓고 하데스에게 말했다.


"아무리 봐도 한명이 없는 거 같은데요."


"음? 누구 말이오?"


"키리오스 로드그라임 말이에요."


".....그녀석 말이오?"


페르세포네의 말을 듣고는 하데스는 한숨을 쉬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녀석이 오겠소? 아무리 모함이었다지만 축출당하고 그 배신감에 페하께서 다시 돌아오라고 부탁까지 했는데 거절하지 않았소."


"그래도 저희랑은 교류를 자주 했었잖아요. 그리고 진 빚이 있으니 거절은 하기 힘들거에요."


".....우선은 연락은 해보겠소."


그렇게 말하고 하데스는 일반적인 통신 수정구와는 다른 붉은 수정구를 가지고 통신을 시도했다.


시도하자마자 곧 푸른 머리카락을 지니고 이색적인 옷을 입은 귀공자의 얼굴이 수정구에 나타났다.


".....무슨 일로 연락하였소?"


".....부탁이 하나 있네."


"부탁이라....의외군요. 공작께서 제게 부탁할 것이 다있고. 그래서 무엇입니까?"


".....이번에 내가 양자를 하나 거두었네. 그 아이의 검술 선생을 해줄 수 있겠나...?"


그 부탁에 키리오스의 얼굴이 바로 어이를 상실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지금 나더러 꼬맹이의 선생 노릇 하라는 겁니까?"


"나도 어이없는 부탁인 건 알고있네. 하지만 자네도 꽤나 흥미로워 할 아일세. 무재에다가 마력 적성도 자네와 똑같은 전격이네."


그 말을 듣고는 키리오스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대답을 했다.


".....알겠소. 단, 제가 직접 보고 판단할테니 그렇게 아십시오. 그리고 거기까지 가는데 며칠 걸릴 것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통신을 끊었고 키리오스는 잠시 멈추었는 일을 마무리하기 시작했다.


그의 주변에는 수많은 시체와 몇개의 거대한 산채가 불타고 있었다.


"후.... 아직도 이런 버러지 같은 것들이 남아있을 줄이야. 게다가 두목이 전 기사 출신이라니."


그렇게 말하며 아직 숨이 붙어있던 산적 두목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쿨럭! 하아....하아.... 대체 네놈은 뭐냐... 우리가 네놈에게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네놈이 쓰레기라는 증거다."


콰아아앙!


그 말을 끝으로 키리오스는 두목의 몸이 완전 새까맣게 변할때까지 번개로 태웠다.


그리고 천천히 불타는 산채를 나오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나와 비슷한 기질의 아이라....조금은 관심이 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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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뒤, 나는 검술 선생님이 온다는 소리를 듣고는 옷을 단정하게 갈아입고 기다렸다.


'선생님은 어떤 분이실려나?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부르신 분이니 걱정은 안된다만...'


그렇게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의자의 뒤편에서 문이 열리고 어딘가 익숙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아이입니까?"


"그래. 독자야. 검술 선생님 왔다. 인사드려라."


아버지의 말씀에 나는 바로 일어나서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십니까. 김독자라고 합니다....음?"


"너는....그때 그 꼬마 아니냐..."


"아저씨? 아저씨가 검술 선생님이에요?"


"이놈아. 아저씨라고 불릴 나이 아니라고 몇번을 말했더냐."


나는 그 말에 웃으며 질문했고 아저... 선생님도 약간의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그래."


"음? 둘이 아는 사이인가?"


"예. 일전에.... 신세진 적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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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비가 오던 밤


"어디로 갔지?"


"너희들은 저쪽 방향으로 가라. 우리는 반대쪽 방향으로 가지. 반드시 반역자를 잡아야 한다!"


""""옙!!""""


탁탁탁탁


"하아.....하아.... 빌어먹을 녀석들..."


키리오스는 쫓아오는 포위망을 탈출하고 골목에서 상처를 지혈하고 있었다.


자신을 좁혀오던 포위망의 인원들이 대부분 기사들이었고 개중에는 급이 살짝 낮은 소드마스터 여러 명과 마법사들도 있었기에 부상을 꽤나 크게 입었다.


"이제껏 충성을 다해왔건만 돌아오는 건 주변 녀석들의 모함 뿐이었나...."


그렇게 힘이 서서히 빠져나오던 그때, 어느 한 여성과 아이가 나에게 서서히 다가왔다.


"어머! 괜찮으세요?"


"하아.... 나는 괜찮으니 신경쓰지 마시오. 잘못하다간 당신들도 죽을 수 있으니...."


"이렇게 다치고는 뭐가 괜찮다는 거에요!? 잠시만 실례할게요."


"....음?"


갑작스럽게 여성이 나를 부축했고 곧 작은 저택으로 데려갔다.


'귀족이었군.... 규모가 작은 걸로 봐서는 남작인가....'


그리고 저택에 들어서자마자 하인들이 누군지 물어봤으나 여성은 나를 침대에 눕히고는 의사를 데려오라고 명령했다.


그 후, 의사가 와서 윗옷을 벗기고는 상처를 치료하였다. 그 직후 붕대로 상처 주위를 감았다.


"한동안은 안정을 취하셔야 합니다. 격하게 움직이시면 상처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알겠소."


'애초에 죽을려고 아무것도 안할려 했건만 이렇게 또 명줄이 이어지는 건가...'


그렇게 다른 사람들이 모두 나가고 침대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을 때, 여성 옆에 있던 꼬마 아이가 문 뒤에 숨어 슬그머니 지켜보고 있었다.


"저....괜찮으세요?"


".....그래. 이제 괜찮다."


아이는 우물쭈물 하더니 내가 누운 침대에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어쩌다가 다치셨어요?"


그리고 키리오스는 꼬마가 다가오고 난 이후 그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호오....꽤나 잠재력이 있는 아이군. 본인은 아직 모르는 것 같지만.'


"개인적인 사정이 있다. 네가 알 필요는 없다."


그리고 꼬마는 옆에 놔둔 검을 보고는 다시 물었다.


"..... 혹시 검사이신가요?"


"그것은 왜 묻는 것이냐?"


"그..... 제자로 받아주실 수 있나요?"


그 부탁에 키리오스는 얼척이 없는 표정으로 꼬마를 바라보았다.


".....진심이냐? 무엇 때문에?"


".....아빠 때문에요. 맨날 엄마랑 절 때리고 쓰레기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봐서요. 매번 엄마가 저를 지켜줬으니 이제 제가 지킬 수 있도록 힘을 키우고 싶어요."


'생각이 어른스럽고 대견한 아이군. 그나저나 학대를 한다는 녀석 낯짝 좀 보고 싶군. 사지를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계속 드는군."


참고로 키리오스는 선인과 어린아이에게는 관대하나 범죄자들같은 쓰레기들에게는 자비도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안하지만 그렇게 해줄 수 없구나. 나에게도 사정이 있으니."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꼬마가 고개를 푹 숙인 채 터덜터덜 방 밖으로 나갈 때, 키리오스가 계속 말했다.


"단"


"?"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네 스승이 되어주마."


"아.... 감사합니다 아저씨!"


"....아저씨라는 호칭은 좀 참아라 이놈아. 그런데 네 이름이 뭐냐?"


"김독자. 김독자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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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현재


"이렇게 된 겁니다. 그 이후 하루 정도만 더 머물다가 떠나게 되었습니다. 공작님과 만난 것도 그곳을 떠난 이후의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된 거였군. 세상에 운명이란 게 있다면 이런 거겠구만. 그러면.... 스승 자리를 받을 건가?"


키리오스는 잠시 멈추더니 김독자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 이 아이에게도 빚이 있고 약속을 했는 것도 있으니 받아들이죠."


"그래. 앞으로 잘 부탁하네."


"그러면 아저씨가 이제부터 제 스승이에요?"


"이놈아. 아저씨라고 부르지 말라니 말을 안듣네."


키리오스가 그렇게 이야기하며 독자를 번쩍 들어올리고 흔들었다.


"아아어어악! 알겠어요! 아저씨라고 안 부를게요!"


그 대답을 듣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키리오스가 말했다.


"그래. 이제부터는.... 스승님이라고 불러라."


"네! 알겠습니다.... 스승님."


나는 그 말을 끝으로 스승님을 꼭 껴안았고 스승님도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자 그러면.... 어디 우리 제자 기초 체력이 어떻게 되는지 테스트해볼까?"


".....네?"


"뭐하니? 공터에 나가서 어서 뛰어라!"


"네-넵!!"


그렇게 나는 다정하면서도 엄격한 스승님과 함께 보람차면서도 몸을 불태우는 지옥 같은 수련을 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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