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불도도 그렇고 사실 '도'를 얘기하지 않는 동양 철학은 드뭅니다.

그리고 그들의 도는 대개 만물이,사람이 따라가야하는 길이자 이치,곧 도리의 뉘앙스를 띕니다.

서양 철학에서 "진리란 무엇인가"라는 논제에서의 '진리'와 유사하죠.진리란 곧 "무엇이 인간다운 삶인가"를 주장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에 사상가마다 그 진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시각이 판이하게 다르죠.

'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인간이 나아가야하는 길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고 그 길은 예의,깨달음,비움 등등이 있죠.


결국 동양 철학에서 진리,이치와 유사한 단어이기 때문에 '도'는 여러 선인들께서 논하신 단어입니다.

당장 성리학의 원래 이름은 도학이었습니다.세상이 흐르는 이치,즉 도란 무엇인지에 대해 탐구하고자 한것이죠.이 이름이 점차 인간 '본성'의 '이치'를 탐구하는 방향으로 흐르다보니 성리학이라는 이름으로 정착이 되었습니다.


참 재밌죠.

그렇게 많은 선인들이 도를 논했는데,결국 '도가'라는 이름을 가진건 노자로부터 시작된 도가입니다.

묵자의 묵가처럼 '노가'로 불릴 수도 있었는데-실제로 노장 사상이라는 명칭이 있긴 하지만,우라 노장 사상을 더욱 간결히 부를 때 도가라고 칭합니다.

오래도록 도가라고 불렸기 때문에 관습적으로 그렇게 부르는 것이지 않을까 싶습니다.혹은 도가가 다른 사상에 비해 도라는 단어를 자주 쓰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유교는 결국 도는 예의니까 예를 자주 쓰고 불교는 공을 자주 쓰듯이 말이죠.


개인적으로,도가가 왜 도가인가에 대한 저의 생각은

도가를 "이름없는 철학"으로 대해주기 위해서라고 봅니다.

이름도 없는 잡철학인가?아닙니다.그 반대입니다.그 스스로가 이름이 없기를 바라기에 주변인들이 배려해주는 것에 가깝다고 봅니다.

도가라는 이름은 어찌보면 특정 학문에 '플라톤주의,자연과학'같은 이름을 지어주는게 아니라 그저 '철학, 과학'이라고 이름지어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진리를 논하지 않는 철학은 없고 원리를 탐구하지 않는 과학은 없습니다.도를 논하지 않는 동양철학도 마찬가지로 드물다기보다는,솔직히 없을 겁니다.

철학을 진리학이라 부르면,어색하지만 사실상 거의 동의어입니다.둘 다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이라는 뜻이니까요.

그렇기에 진리=도를 탐구한다는 뜻의 도가는 결국 형태적으로도 뜻으로도 '철학'과 동의어입니다.

"그냥 철학, 그 사상"정도로 불러주는 셈이지요.

또한 사물에 대고 그저 "그거",특정인을 "그 사람" 정도로 부르는 셈입니다.


저는 그래서 이 명칭이 참 좋습니다.

도라고 칭할 수 있는건 도가 아닙니다.도덕경의 첫 구절입니다.

유가처럼 [예의,예절]이라는 이름도 없으며 불교처럼 [색즉시공 공즉시색]도 없습니다.때문에 도가의 도는 제대로 부르면 [ ]입니다.오타가 아닙니다.정말로 [ ]입니다.

따라서 도가도 곧 '[ ]가'가 됩니다.이름없는 학문입니다.

이것이 도가가 추구하는 바입니다.

이름을 가지면 그것은 죽습니다.그 이름에 갇혀 한정되고 맙니다.돌에다 의자라 이름 붙이면 등산길 돌의자가 되는 것이고 ㅇㅇ바위라 붙이면 기념물이 되고 걸상이라 하면 거기에 음식을 올려다 먹겠지요.본질 이전에 실존한다는 서양의 실존주의와 유사하다고 할까요.

도는 그저 가명으로 도라고 이름지었을 뿐 도의 이름은 도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도가도 그저 도가 도라고 이름지어져 도가가 되었을 뿐 도가의 이름은 도가가 아닙니다.

만약에 노가,노장가 등으로 불렸다면 이는 이름있는 학문이 되고 말겠지요.노장 사상이란 이름은 그저 이 이름없는 학문을 주장하고 발전시킨 이름이 노자와 장자라 그런 것일 뿐입니다.


도가라는 이름은 참 묘합니다.

비어있는 도가를 참으로 잘 말해줍니다.

그래서 저는 이 명칭이 참으로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