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본 썰은 아버지에게 들은 그대로 쓴 것이고 아버지가 전역하신지 30년이 넘어 실화와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음.※


우리 아버지는 84년 6월 군번이고 7사단 신병교육대 → X연대 전투지원중대 4.2인치 박격포 테크를 타셨음.

지금 들어도 이딴게... 군대?! 할 사건이 몇 개 있는데 우선 그 첫번째 이야기인 야상 긴빠이 사건을 풀어봄. 

짤은 썰주인 본인 아버지 군복


1. 아! 그 지랄맞고 달콤쌉싸름한 야상 긴빠이 대소동의 추억이여!

아버지가 신병때 보급품을 받는데 담당 중사가 야상을 안 주고 자대 가면 줄꺼라는 개소리를 시전함.

만약에 안 주면 어떻게 됩니까? 라고 물었는데 쪼인트 까면서 "얌마, 자대에서 준다잖아, 빨리 안 가 임마?!" 하면서 쫓아냈다고 함. 

(원래 이렇게 된다는 것 자체가 어이없는 일인데, 만약 진짜 없으면 불출증이라도 줘서 보내야 함. 당연히 불출증 따위는 없었음.)

이제 갓 이등병이 중사한테 뭐라 하겠음? 그냥 그대로 자대 갔을 뿐이고...이때 못 받은 사람이 아버지 포함 7명이라고 하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자대 도착하고 짐 푸는데 선임이 야, 너 야상은? 하면서 물었음. 당연히 우리 아버지는 신교대에서 들은 대로 자대 가면 준다고 들었습니다! 라고 말함. 그리고 돌아온건? 무수한 구타와 폭언 욕설. 


위에 못 받은 7명 중 5명이 아버지랑 같은 중대로 전입 왔음. 한두명도 아니고 다섯명이나 되다 보니 이게 인사계 (행보관) 귀에도 들어가고 중대장 귀에까지 들어가서 중대장이 중대장실에 다섯명 모아두고 신교대 군수과에다 다이렉트로 전화를 걸어서 물어봄. (그때 전화기들이 성능이 썩 좋은게 아니라서 말하는게 밖으로 다 들렸다고 함.) 


"어, 나 X연대 전투지원중대 중대장인데, 우리 중대에 신병이 다섯명이나 야전상의를 못 받았다는데 이게 어떻게 된 거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서류에는 정상적으로 다 불출되었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때부터 좆됐음을 감지한 인사계 (행보관) 가 땀을 삐질삐질 흘리기 시작했고 아버지는 그제서야 '아! 이새1끼들이 빼돌렸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함. 


내심 담당자 처벌+신품 보급 기대했는데 타 부대라고 유아무야 넘어가고 인사계 (행보관)만 중대장에게 '1주 시간 줄테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책임지고 야상 지급하라' 는 퀘스트를 받음.

그래서 일주일 뒤에 받은 게 연대 안에서 수소문해서 받은 전역자가 남겨놓고 간 뒤에 창고에서 푹푹 썩은 (이걸 왜 두고 갔는지 모르겠지만..) 진짜 문자 그대로 개씹썅똥꾸릉곰팡내 나는데다 사이즈도 안 맞고 여기저기 찢어져서 기운 자국까지 있는 폐급이었음. 


아무튼 이런 걸레짝같은 야상을 가지고 일병까지 생활하다가 상병 때 쯤에 어째저째 행보관이 신품 야상을 구해왔다고 함. 

근데 이번엔 사이즈가 또 존나 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장은 거짓말 좀 보태서 더플코트 수준에 어깨는 태평양마냥 넓고 소매는 무슨 봉산탈춤마냥 너풀너풀거리는 옷이었다고 함.

 


그래서 재봉병 (당시에 실제로 있던 보직이라고 함. 피복 수선하는 병사.) 한테 맡기라 해서 맡겼는데...

사회에서 재봉틀 다루던 사람도 아닌 사람이 야매로 고친게 얼마나 잘 맞겠음? 

이번엔 품은 어째저째 잘 맞았는데 소매 길이가 짝짝이가 됐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침 그 재봉병이 또 타소대 선임이라 길이가 안 맞다고 얘기했다가 마 빨리 안 끄지나! 란 소리만 듣고 쫓겨났다고 함. 


아버지 맞선임: 야상 고쳐왔나? 

아버지: 품은 잘 맞는데 소매가 짝짝이가 됐습니다. 

맞선임: 뭐?! 함 보자? (보고나서 한숨 푹 쉼) 이거 OOO (재봉병) 이 그랬냐? 

아버지: 예 맞슴다.

맞선임: (한숨) 내 행정반 가서 인사계랑 얘기 좀 하고 올게.


그리고 다음날 아침... 점호하러 나가는데 재봉병이 철모에 머리 박고 원산폭격 하는 장면을 봄.

알고보니 아버지 맞선임에게 얘기 들은 맞선임이 행보관한테 그대로 얘기를 했고 이 야상 사건에 넌덜머리가 난 행보관은 당직사관한테 '재봉병 그놈 내일 아침에 내 출근하기 전까지 머리 박고 있으라 캐라!' 했다 함. 다행히 선임들이 손을 써놔서 아버지가 재봉병한테 보복당하거나 그런 일은 없었다고 함. 


그리고 한동안 소매가 짝짝이인 야상을 입다 종교활동 핑계로 나가는 길에 마크사에 들러서 수선한 끝에 드디어 이 지랄맞은 야상 긴빠이 대소동이 막을 내렸다고 함. 


5줄 요약

1. 신교대 중사가 신병들한테 보급할 야상을 긴빠이 침. 

2. 유야무야 넘어가고 개씹썅똥꾸릉곰팡내 나는 폐급 야상으로 상병 달때까지 버팀.

2+1. 행보관이 신품 야상 구해왔는데 존1나게 큰 XXXL 사이즈였음.

2+1+1. 재봉병이 수선했는데 소매가 짝짝이가 돼버림. 

2+1+1+1. 종교활동 핑계로 나가는 길에 마크사에서 수선해서 겨우 맞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