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아 채널

몇 주 전, '게임을 즐기는 것은 너무 쓸데없는 것 같다. 결국 허상을 즐기는 것인데 게임보다 현실에서 좋은 취미를 갖는 것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때는 그냥 넘겼지만, 한번 떠오른 생각은 무의식 속에 남아 가끔씩 날 찾아오곤 한다.

지금도 그렇다. 게임이 과연 좋은 활동일까?


게임의 목적은 <행복>이라 정의내릴 수 있겠다.

인간의 활동에서 행복을 위한 것이 아닌 게 무엇이 있겠냐만, 일단 행복이다.

어느 게임이든 목표가 있다.

적을 상대로 승리하거나, 캐릭터를 성장시키거나, 맵을 클리어하거나 등등..

그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고, 끝까지 도전하게 만든다.

목표를 달성하면 도파민이 주어지고, 만족감을 느낀다.


허무하다.

현실에서의 고통을 잠시 외면하는 수단으로서의 게임은,

그 짧은 순간만의 행복에 그칠 뿐이다.



생각이 점점 많아진다.

현실에서의 취미도 마찬가지 아닐까?

낚시로 잡은 물고기는 언젠가는 죽고,

운동으로 만든 몸도 언젠가는 반드시 사라진다.

독서를 해도 한정된 뇌 용량에 의해 지식은 없어진다.


그렇다면 현실도 결국 허무한 것 아닌가?

모르겠다.

더 이상 생각을 하기 싫은 기분이다.


그렇지만, 해야만 한다.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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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인간에 충실하기만 하면 된다.

같은 종을 지키기 위해 철저히 노력하고, 그러면서도 자신을 뛰어나게 하여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넘긴다.

그것이 인간으로서의 나의 올바른 행동이다.

그러므로 지금 이런 생각은, 인간으로서의 올바른 생각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로서 존재하는 나는 이런 생각이 필요하다.

나는 알고 싶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알고 싶은지는 나조차 모르겠지만, 이런 현실 속에서 깨달음을 얻고 싶다.


그렇지만

석가모니는 깨달음을 얻고 열반에 들었다는데,

깨달음을 얻으려는 것조차 욕심 아닌가?

이 세상에서, 욕심 없이 할 수 있는 것이 존재하는가?

이 세상이 허무하다면, 욕심은 결국 허무함을 쫓는 것 아닌가?


생각이 깊어질수록, 혼란만 커져갈 뿐이다.


어렵다..

어려워..


더 이상 글을 이어가지 못하겠다.

그냥 그런 기분이다.




이런 내가 정신병으로 보일까봐 두렵다.

글에 두서가 없으면, 괴롭다.

남들에게 나쁜 평가를 받는 것이 너무 힘들다.

가면을 썼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거라는 말을 따라서

늘 웃었다.

웃고만 살았다.

그래서 나는 화를 잘 내지 못한다.

남들이 당연하게 화내는 부분에서, 화를 내지 못한다.

그냥 화를 내는 나를 연기할 뿐이다.


이런 글을 올리는 이유도 모르겠다.

남들에게 위로받고 싶은건가?


그냥 좀 괴로운 걸 풀어봤다고 넘어가면 될 것 같기도 하다.

이런 글 읽어줘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