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번에는 인터뷰 대상자의 소개를 제대로 해드리지 못했었습니다. 오늘은 지난번에 이어 사탄의신부님을 모시고 인터뷰를 이어 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시간동안 별일 없으셨나요?

 

-딱히 특별한 일은 없었던 것 같네요. 지난번 인터뷰 전에 많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 일이 있었었기에 지금은 오히려 그때보다는 차분해진 상태에요.

 

-그럼 인터뷰를 시작해보도록 할까요? 지난번에는 정체성을 알게 된 시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었죠?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요?

 

-흐으음, 오늘은 군대 전역 이후에 첫 직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할까요? 뭔가 그 시기에 처음으로 남들과 다르단 걸 인지하기도 했었고, 고통을 많이 받기도 했었고 이야기거리거 많을 것 같네요.

 

-그럼,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죠. 이야기는 전처럼 편한 말투로 해주셔도 상관없어요.

 

-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볼게. 이전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던 직업군인을 제외한 제 첫 정규직은 회사에 가서 직원들으로 교육하는 강사 회사였거든. 나 정체화 하기전, 학교 다니고 그럴 때, 늘 어딘가 여기가 내자리가 아닐 것 같다는 붕~ 뜬 느낌을 받았다고 해서, 당시에 막 음침하거나 그런 성격이었던 건 아니었거든? 오히려 정체화 이후 성격이 차분해진? 것 같애. 당시의 나는 나름 친구들(주로 같은 계열 운동하는)하고 이야기도 많이 하고, 활달한 그런 성격이었어. 대학교때도 마찬가지였구. 그래서 나름 잘 해낼 줄 알았어. 학교 다닐때 토론 같 같은 거 하면 잘하기도 하고 했었으니까, 지금 생각하면 뭐, 치트키였던거지, 학교 때는. 사회물(강원도 맑은 물이라는게 함정이지만)도 먹고 와서 갖 대학 들어온 애들이랑 같이 수업 들으면서 토론하고 하니 일단 고인물 까지는 아니어도 중렙이 초보마을 온 것 같은?

 

-그래서 그 첫, 정규직 회사에서는요?

 

-아, 미안해. 이야기가 잠시 다른 곳으로 새어 버렸네. 다시 직장이야기로 돌아가면, 나름 성격도 활달하고, 말하는 데에 자신감도 있어서 회사 생활 잘할 거라고 자신도 했었고, 의욕도 있었어. 나름 면접 때 피드백 들으면서, 아 이거 문제없겠다는 느낌도 들었었고. 입사 후 OJT 진행하면서도 성적도 나쁘지 않았었고. 그런데, 이게 교육 다 마치고 사무실로 출근해서 생활하면서 뭔가 많이 다르더라. 나름 회사가 큰편이라 전국에 지부가 있었고, OJT는 전국에서 모아서 진행하고, 끝나고 각 지역으로 복귀했어.

아, 맞다. 회사 특성상 거의 90% 여자강사였어. 말그대로 여초회사. 이것도 중요한 포인트인데 놓칠뻔 했다.

아무튼, 다시 회사 이야기로 돌아가면, 나름 열심히 회사 생활을 하기는 했어. 다만, 열심히… 라는게 보상으로 돌아오지는 않는 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회사체계가 일반 회사처럼 사원-대리-과장-부장, 이런식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직급은 있지만, 급여가 밴드제라고 해서, 평가에 의해서 해당 밴드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받게 되었는데, 일의 특성상 정량적 평가는 어려우니 정성적 평가에 의해서 매년 평가받았는데, 평가 결과가 늘 노력한만큼의 결과로 돌아오지 않았어. 나중에 와서야 알게 되었지만, 이게 여초회사의 일종의 특성이더라구. 분명 전국단위로 가면 나의 평이 나쁘지 않고, 일부 지역에서는 높게 평가되었지만, 인사권한이 있는 내가 근무하는 지역에서는 늘 바닥을 기었으니까. 이게 한두번이면 모르겠지만, 10년 가까이 근무하는 동안 계속되면 다른 사람들도 없던 색안경도 생기기 마련이니까. 모든 회사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회사는 그게 심했었거든, 흔히 말하는 정치질과 끼리끼리.. 전반적으로 나 이외에 남성으로 인지되는 강사들도 제대로 평가를 못 받는 경우가 많아서 그만두고 나가는 경우도 많았고, 나 같은 경우엔 수도권에 멘토 같은 상사분이 있어 좀 끝까지 노력하면서 버텨내고 있었던 경우고. 사실 나중에야 알았지 모. 단순한 실력이 아니라 내부 정치와 친분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걸, 당시에 나는 아주 깜깜이였거든.

 

-고생이 많으셨네요. 그럼 단순히 사내에서 벌어지는 정치질과 친목질로 사무실이 굴러 갔고, 그로 인해 피해를 받으시며 고생만 하신 건가요?

 

-에이, 단순히 그런 걸로 고생 했을리는 없지. 뭐 말도 안되는 건 많았어. 나중에 회사가 통째로 협력사에서 주거래 회사에 자회사로 인수합병되고 여러가지 복잡한 일이 많이 생겼었어. 컨텐츠도 다양해지고, 다루는 장비도 다양해졌고, 할 일은 많이 늘어만 갔지. 문제는 본사는 자회사의 운영방침을 터치하지 않다보니, 기존의 운영방식과 급여밴드, 그리고 지역별, 파벌(?)별로 행해지던 행태도 그대로 유지가 되었었고, 강의 업무 외에 다양한 업무가 생겨서 해당 업무를 반강제로 나누어 받아서 해야만 했었지만, 평가 방식은 이전 방식이라, 수없이 진행한 정략적 업무 성과는 애초에 평가에서 제외, 정성적 평가만으로 평가받고, 결과는 여전히 좋지 않았지, 뭐. 그런데 그렇게 고생하면서 일하는 와중에 날 더 힘들게 한 것은, 점점 나 자신의 다른 모습에 대해 알게 되기 시작하게 된 것이지. 아마 다들 알거야. 남자 정장은 거의 세대별 차이는 있더라도 거의 비슷한 유형이잖아? 그런데 여자강사들 옷은 달랐단 말이지. 흔히 면접정장이라고 부르는 블라우스와, H라인 스커트, 재킷, 이런 구성 외에도 원피스 스타일, 투피스 스타일, 몸에 붙는 스타일, 조금 펼쳐지는 A라인 형식부터 구두도 다양하잖아? 굽 높이부터, 형태, 등등. 언제부터인가 그런게 유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부럽기도 하고, 뭐 그랬었어.

 

-그럼 그때가 크로스드레서인 줄 알고 여성의 옷을 입어보고 하셨던 건가요?

 

-아니, 아직은 아니야. 그냥, 어느 순간부터 점점 그런 복장에 자꾸 눈길이 가고, 나시스타일 H라인 원피스에 크롭형 자켓을 걸치는 형식이라던가, 블라우스가 일체형으로 된 것 같은 원피스라던가, 정장형 원피스는 거의 등쪽으로 주머니가 있다거나, 하는 것들을 알아가게 되었었지, 치마에 있는 슬릿의 위치나 형태에 따라서도 많이 달라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일종의 동경과 부러움, 호기심 등이 점점 자라나고 있었던 거야.

처음엔 부정도 해보았고, 어느 순간 그런 형태의 여성정장들을 인터넷으로 찾아보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었고, 일로도 힘든 상황에서 그런 혼란이 찾아오니 쉽지 않았어. 나중엔 사옥에 출근하면서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 리셉션 언니들 유니폼도 이쁘고 부러워만 지더라.

그러다, 온라인으로 옷도 주문하고, 구두는 사이즈가 맞는게 거의 없다는 것에 좌절도 하고, 그러다 일단 산 신발은 약간 워커 비슷한테 뒷굽에 굽있는 그런거 사고 그랬어.

당시에 사옥에 입주사 대상으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헬스장이 있었는데, 처음으로 주문했던 옷 한번 입어보고, 거울보고 충격 먹어 버렸고, 그래서 헬스장 등록하고 몸무게 재어보고는 좌절해버렸지, 그 회사에서 일한게 3~4년쯤 되었을 때였나 그래 그 때가 아마. 나름 강의 자료도 만들고, 강의 준비도 해야 하고, 지역본부에서 주변 인근 지역까지 교육하러 다니기도 했기에, 사실 야근도 많이 하는 편이고, 그때도 지금도 맛있는 것 먹는걸 좋아하는 건 똑같기도 하고, 그리고 그땐 술도 엄청 많이 먹고 다녔거든. 그래서 그랬는지, 체중이 77kg이 돌파한 걸 보고 엄청 충격 먹었었지.

그 후로는 진짜 어지간한 경우 아니면, 정안되면 새벽 일찍 사옥으로 출근해서라도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고 휴일도 운동하러 가고 그랬었지. 근데, 한번 불어버린 살은 진짜 안빠지더라, 사실 몇 년씩이나 방치했던 내 잘못이었지 뭐. 근데, 나름 꾸준히 하니깐 몸무게는 잘 안빠지는데, 그래도 군살들이 처리되면서 그나마 옷을 입어 볼만하긴 하더라.

그렇게 된 이후로 옷도 한벌, 두벌 사기 시작했고, 퇴근하거나 휴일에 집에서 입어보고 그러기 시작한거야. 옷은 입었는데 까까머리 스포츠니까 불만이기도 했고, 그래서 가발도 사서 써보고, 인터넷 뒤져가며 화장도 시작해보고 그랬지. 지금 생각하면 엄청 이불킥이 될 모습들이지만. 가발도 그래, 지금은 어디서 어떤걸 사면 좋은지 알고 있지만, 당시에 그냥 막 오픈마켓만 뒤적이며, 대충 가발 사서 써보고 뭐 그랬었어.

저녁시간도 지나서 좀 많이 깜깜한 밤이 되면, 사람들 잘 안다니는 골목으로 그렇게 여자 옷 입고 돌아다녀 보기도 했어. 그러다가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그 때의 나 같은 사람이 크로스드레서라는 걸 알게도 되엇고, 언제부터인가 트위터도 시작해 보았지. 근데 그때까지만 해도 용기가 없어서 방구석에서 사진찍고 온라인에서만 존재하는 유령 같은 존재였었어.

 

그러다 트위터에서 알게된 사람들 중 오픈카톡방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고, 용기내어 머얼리 가서 외출해서 사람들도 만나보게 되었었지. 그렇게 온오프로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하는 동안 다시 혼란이 찾아왔었어. 어? 난 크로스드레서가 아닌가? 뭔가 이 사람들과 많이 다른거 같애..라는.. 그래도 그나마 당시에 모임하고 만났던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이었어서 내 고민도 진지하게 들어 줬구. 그래서 그 사람들이 나보고 혹시 내가 트렌스젠더 아니냐구 했고, 그리고 알고 있는 트렌스젠더 언니도 소개시켜주고 그래서 좀 더 진지하게 고민상담 해보고 했었어. 그러다가 지금은 연락이 잘 되지 않고 있지만, 정말 날 많이 챙겨준 언니가 한분 계셨거든.

그 언니랑 갠톡으로 많이 상담해보고 추천해주신 심리검사도 여러 개 해보고 나서 나중에야 깨달았던거야.

난, 여자옷을 이쁘게 입는 걸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여자로 살고 싶어 한다는 걸.

나중에 남자친구 생긴 다음에 데이트하고 손잡고, 뽀뽀도 하면서 정말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 내 인생에 알 수 없는 구멍과 허무함의 원인이 바로 디스포리아였었고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오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지난 이야기 하다보니 미소 지어지는 부분도 많지만, 왠지 조금 심리적으로 힘드네.

오늘도 많은 이야기를 했네. 오늘은 여기까지만 이야기할게.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사탄의신부님의 기억을 함께 공유해 보았습니다.

다음번 기회가 있다면 그 때는 또 다른 이야기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수고해주신 사탄의신부님께 감사드리고,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도 모두들 힘든 기억은 빨리 지우시고 좋은 기억으로 하나하나 채워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