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앞에는 마을이 있었고, 화염이 마을과 그 주변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불길은 사람들의 집을 삼키고, 농장을 삼키고, 숲을 삼키고, 심지어 사람을 삼키면서 끝도 없이 커지고 있었다. 비명 소리와 울음 소리가 그녀의 귀를 찌르고 머리를 울렸다.


 소녀의 머릿속에 있는 시계는 거꾸로 돌아가 5살이 되었을 때 멈췄다. 그녀가 살던 곳에 아늑한 집 대신 화염과 연기가 보이고, 비명소리, 발소리, 울음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아직 집안에 남아 있을 부모를 찾으며 울었고, 어떤 사람이 그녀의 팔을 잡고 마을 밖을 향해 달렸다. 소녀는 슬퍼서 울고, 무서워서 울고, 아파서 울었다. 그리고 지금의 소녀는 고통스러워 하는 표정으로 눈을 질끈 감고 귀를 막았다. 그러면 그 끔찍한 곳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