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오래전에 중단해서 사실 여러분이 기억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뭔가 이상한 기사들>이라는 소설을 연재했었고 그걸 중단한다는 소식을 알리려 합니다. '판타지는 이렇게 쓰면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지만, 이도 저도 아닌 것이 된 것 같았고, 만약 다시 쓰게 된다면 제대로 된 코미디 소설로 써 보려 합니다. 그리고 미리 써 뒀던 마지막 화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우리는 드디어 수많은 함정들을 뚫고 회일레 동굴의 가장 안쪽에 있는 명검 갈라틴이 있는 공간에 도착했다. 우선 요하네스가 입을 열었다.


"오오, 이 안쪽에 있는 검을 가져다 황제 폐하께 바치면 3000만 마르크를 받을 수 있단 말이지?"


 야코프가 동의했다.


"그래. 괴도 루빵이 선수치기 전에 빨리 가져가자."


 페터가 의심했다.


"마지막 공간에 있는 문지기는 아무도 이길 수 없다고 하던데?"


 요하네스는,


"야,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함정들도 다 뚫었잖아."


 우리가 그 입구에 가까이 다가가자, 한 청년이 우리 앞을 가로막았다. 그는 윤기가 나는 검은 머리에 마른 체격에 피부는 창백했으며, 어떠한 무기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저 사람이 문지기인 것 같은데, 아무도 이길 수 없다는 소문과는 달리 약해 보였다.


"돌아가시오. 그대들은 그 검을 가져갈 수 없소."


 페터가 다가가서 설득을 시도했다.


"비켜 줘. 우리는 이 검을 황제 폐하께 바쳐서 보상금 3000만 마르크를 받아야 해."


 청년의 차림새를 자세히 보니 그는 갈리아 왕국의 옷을 입고 있었다. 저 사람은 갈리아에서 온 사람인가?


"본인은 '이상'이라 하오. 갈리아의 왕은 나와 계약을 맺고 갈리아의 왕과 괴도 루빵을 제외한 그 누구도 갈라틴을 가져가지 못하게 하라 하셨소."


 하지만 우리는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그동안의 모험이 헛되지 않아야 했다. 그동안 동굴에서도 수많은 함정을 뚫고 도착한 우리였는데, 바로 앞에서 놓칠 수는 없었다. 야코프는 이상에게 다가가 말했다.


"거래를 하는 건 어때? 우리가 검을 가져가는 대신 너는 네가 원하는 것을 갖는 거."


 이상의 뜻은 변하지 않았다.


"그대들은 나와 거래를 할 수 없소."


 이상은 말을 이었다."당신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으니, 설명해 주겠소. 본인은 인간들이 '계약자'라고 부르는 종족의 일원이오. 이는 말 그대로 계약으로 살아가는 종족이기 때문이오. 당신들이 검을 가져가는 것은 본인이 갈리아의 왕과 맺은 계약을 어기는 것이며, 그리하면 본인은 먼지가 되는 것이오. 본인이 먼지가 된다면 그대들이 그것을 모아서 되살릴 수는 있소?"


 우리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요하네스가 갑자기 나섰다.


"미안한데, 나는 널 쓰러뜨려서라도 갈라틴을 가져갈 거야. 네가 계약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나는 모험으로 살아가니까."


 이상은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그대들의 뜻이 그렇다면, 지옥을 보여주겠소."


 이상이 팔을 크게 휘두르자, 우리는 공허 속에 갇혔다. 이상은 보이지 않고, 주변 공간은 전부 하얗고 그림자가 없어서 어디가 벽이고 어디가 바닥이고 어디가 천장인지, 아니, 천장이 있는 곳이 맞는지도 구별할 수 없었다. 사방에서 이상의 목소리가 울렸다.


"원망하지는 마시오. 그저 계약을 따를 뿐이니."


 이상은 이후 무슨 주문을 외우듯이 말했다.


"사각형의 내부의 사각형의 내부의 사각형의 내부의 사각형의 내부의 사각형"


 우리 주변의 공간은 5개의 직육면체가 겹쳐진 공간으로 변했다. 그곳은 5층 높이에 천장은 유리로 되어 있고 가운데에는 기괴한 조형물이 있고 주변에는 옷가지들을 포함한 각종 물건들이 정렬되어 있으면서 정면에는 움직이는 계단과 다양한 모양의 휘장들이 있는 공간이었다. 처음에는 대성당의 절반 정도의 거대한 공간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었고, 우리는 이 공간을 나가야만 했다. 페터는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서둘러! 출구는 저쪽이야!"


 우리는 페터가 가리킨 방향으로 달렸고, 정말로 그곳에 출구가 보였다. 하지만 다시 이상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각이 난 원운동의 사각이 난 원운동의 사각이 난 원운동"


 주변 공간은 유리로 만든 원기둥 내부에 직사각형 모양의 유리벽 4개가 변 하나를 중심으로 모여서 십자형을 이루고 원기둥의 중심을 따라서 회전하는 문으로 변했다. 우리는 이 미지의 공간에서 몇 바퀴를 돌다가 겨우 공간에서 나갈 수 있었다. 바깥은 바닥이 굳은 석회로 되어 있고 양옆에는 3미터 높이의 벽돌로 만든 담장이 있어서 길이 한 곳밖에 없는 공간이었다. 공중에 이상이 나타났고, 야코프는 활을 쏘려 했지만, 활과 화살은 어느새 이상의 손에 있었다.


"싸움하는 사람은 즉 싸움하지 아니하던 사람이고..."


다시 이상의 목소리가 들렸다.


"13인의 아이가 도로로 질주하오."


 열셋의, 인간 아이 비슷하게 생겼지만 인간이 아닌 기괴한 생명체가 땅에서 솟아나 우리를 향해 쫓아갔다. 우리는 비명을 지르며 반대편으로 달렸다.


"길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하오."


 이 말과 동시에 우리의 앞에 벽이 떨어졌다. 앞쪽과 양옆은 벽으로 막혀 있고 뒤에는 괴물이 쫓아오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든 벽을 넘어서 도망쳤다. 그 너머에 있는 공간은 바닥과 천장과 벽이 모두 하얀색이었고 내부에는 어떠한 물건도 없으며 벽에서 크기와 모양이 다른 숫자들이 무작위한 위치에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방이었다. 다시 이상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울 속에는 소리가 없소."


천장에서 거울이 떨어져 우리를 가둬버렸다. 이상의 말처럼 거울 속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도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우리는 거울 벽에 주먹질을 하고, 검으로 베어 보고, 화살을 쏘고, 망치로 부숴 보려 했지만, 거울은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이상과 싸우기는 커녕, 그자에게 어떻게 대응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 상황이었다. 우리가 그렇게 절망에 빠져 있던 그 때, 갑자기 눈 앞의 공간이 처음에 봤던 회일레 동굴의 모습으로 돌아갔고, 눈 앞에는 이상이 서 있었다. 그는 우리에게 말했다.


"집에 가겠소."


 우리를 이렇게 몰아붙여 놓고 갑자기 집에 가겠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야코프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이상에게 물었다.


"갑자기 가겠다고?"


"계약 기간이 끝났소."


 요하네스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잘 가!"


 이상은 날개를 펼쳐서 동굴 밖으로 날아갔고, 우리는 동굴의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인간이 만든 그 어떤 검보다도 강력해 보이는 물건이 영롱한 빛을 내며 바위에 박혀 있었다. 우리 모두는 기대감을 품고 있었고, 요하네스가 먼저 말했다.


"이것이 명검 갈라틴인가? 역시 대단해 보이는군."


 야코프가 나에게 말했다.


"한스, 네가 뽑아 볼래?" 나는 검의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뽑았다. 하지만, 그 검은 손잡이와 뿌리 부분만 있고 나머지는 없는 가짜였다. 우리가 무슨 일인지 몰라 당황하고 있을 때 페터가 검이 있던 자리의 밑에 있는 것을 가리켰다.


"저기 편지가 있는데?"


 페터는 편지를 주워서 읽었다.


"갈리아어로 적혀 있군. 내용은, '갈라틴은 제가 가져갑니다. - 괴도 루빵 -'"


"젠장!!!!!!!!!"


 우리는 3000만 마르크의 갈라틴을 원했지만, 얻은 것은 100마르크도 안되는 가짜였다. 우리는 실망감을 안고 동굴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