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iler ALERT!


일단 당시 류엔반 이치노세반간의 모종의 협력이 있었다는 건 대전제로 깔고 이야기 할게


이치노세가 류엔과 협력했다는 힌트는 토끼 그룹 마지막 회의에서 찾을 수 있었음


보아 하니 내가 세운 작전, 그 모든 것을 이치노세는 간파했던 모양이다.


"아까 왜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어? 적어도 거짓말은 밝혔을 텐데."


이치노세가 웃었다. 그 웃음은 지금까지 본 적 없을 정도로 심연한 것이었다.


"그야 뻔하잖아? A나 C, 둘 중에 어느 한 반 이 틀려도 우리한테는 플러스니까. 난 처음부터 모두 함께 클리어하는 결과 1도, 그리고 배신행위인 결과 3도 할 생각이 전혀 없었어. 우대자가 B반에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된 시점에서, 어느 반이 배신하는 것밖에 생각하지 않았거든. 아마 A반이 배신했을 것 같지만 말이야."

어서 오세요 실력지상주의 교실에 4권, 시험 종료 후 아야노코지와 이치노세의 대화 중


이치노세가 회의 내내 골머리를 싸맸던 이유가 뭐임? 혹시라도 A반에 우대자가 있으면 무슨 작전을 펼치든 결국 A반이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는 불안 때문 아니었겠음. 그런데 마지막 회의에 와서는 A반 혹은 C반이 틀리면 무조건 자신에게 이득이라고 확신하고 작전을 펼쳤음. 정리하자면 휴대폰 바꿔치기 작전은 진작에 구생해놨었지만 결국 A반에 우대자가 있는지 확신 할 수 없으니 쓸 수 없었는데 A반에 우대자가 없음을 알아서 작전을 펼친거라 볼 수 있겠음. 이치노세가 아야노코지에게 말했던, '카루이자와의 행동이 수상했다라는 이유로 카루이자와가 우대자인걸 알았다'는 내용은 회의 중반에 알았을 정보인데, 이치노세가 핸드폰 바꿔치기 작전을 펼친 시점은 회의 시작 전임. 이런 전후사정을 고려하면 이치노세는 시험 시작 전에 토끼 그룹 우대자를 이미 알고 있었고, 정답을 제출하지 않은 건 정답을 기반으로 아야노코지에게 핫리딩을 시전하기 위해서였음.


그럼 이치노세가 왜 류엔과 협력할 동기가 생겼었는가를 생각해봐야함.


첫 번째로, 이치노세는 류엔에게 들이밀 수 있는 공짜 패가 있었음. 우대자가 B반인 소 그룹, 원숭이 그룹에서 배신자가 이미 나와버려서 사실 우대자 정보를 알려줘도 별 문제 없었던 거임. 그래서 우대자 정보 2개를 알려주는 대신 B반 나머지 하나를 건들지 않는 조건, 자신이 속한 토끼 그룹의 우대자를 알게 되었을 경우 알려줄 것을 조건으로 거래하면 류엔과 이치노세 양쪽 다 개이득임. 류엔도 쿠시다를 통해 토끼 그룹 우대자를 알았을테니 확정적으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할 수 있었을 거고.


그럼 왜 토끼 그룹의 우대자를 조건으로 협상했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음.


이치노세는 자신이 토끼 그룹에 속한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아야노코지를 관찰해야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음. 그래서 이치노세가 시험 중 했던 아야노코지 떠보기를 모아보면 아래와 같음.


그나저나 트럼프는 생각보다도 훨씬 심오한 게임이다.


  플레이어의 인격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치노세는 자신의 패만 보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상황에 맞추어 싸웠고, 하마구치는 종반에 가서 승부를 거는 편이었다. 개성이 넘치는 전력 뿐 아니라 박사처럼 쉽게 욱하는 성격까지도 다 보였다.


  “한 판 더!”


  오타쿠 관련 정보에 빠삭한 박사는 비교적 온화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게임을 할 때는 쉽게 열 받고 불타오르는 타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쉽게 열 받는 만큼 또 빨리 식어서 게임이 한 판 끝나면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아갔다.


  어쩌면 이치노세는 이 점을 노린 건지도 모른다.


  학생 각자의 특징을 파악하면 대화를 위한 힌트로 이어진다.


  물론 아주 약간의 요소밖에 없지만, 제대로 대화도 되지 않는 현 상태에서는 유효한 수단이다. 그렇다면 박사와 마찬가지로 내 행동도 하나하나 관찰한다고 봐야 하겠지.

어서 오세요 실력지상주의 교실에 4권, 토끼 그룹 회의시간 중 아야노코지의 독백

"호리키타는 그렇게 말했지만, 난 협력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해."


"협력할 여지?"


"응. A반이 우리한테 거리를 둔 건 좀 놀랐지 만, 기회는 있다고 봐. 그러기 위해 모든 것을 허심탄회하게 밝혀야 하지 않을까?"


"모든 것을······?


"이 시험은 결국 우대자를 찾아내는 과제잖아? 그럼 그렇지 않은 인물을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만들어서 확률을 높이는 게 정석이라고 생 각해. 그래서 말하는 건데······ 난 우대자가 아니야. 그리고 우대자를 밝혀서 그룹의 승리로 이끌어갈 생각이야."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치노세가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만약 내가 우대자였다면 존재를 감추려고 했을 거야. 아야노코지가 물어본다고 해도······. 이유는 단순히 내가 B반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으니까."


그 말은 내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공기에 휩싸여 있었다.

지금까지 이치노세의 행동을 계속 봐온 나로서는 지금 이런 행동에 의문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 모든 것을 말해서 협력을 구한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요청했어야 옳다. 직접 휴대폰을 보여줘서 백 퍼센트 신뢰를 거둬들이고 싶어 해야 이치에 맞다.

하지만 이치노세는 그럴 기색이 없었다. 휴대폰을 꺼내려고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발언을 단순히 경솔하고 생각이 짧은 여자로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 아니면 뭔가 뒤에 꿈꾸는 스토리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인지 판단이 상당히 어렵다. 그래서 수수께끼 같은 공기였던 것이다. 지금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보이는 게 무리일지도 모른다

어서 오세요 실력지상주의 교실에 4권, 이치노세와 아야노코지의 대화 중


"잠깐만."


이치노세가 내 어깨에 손을 얹어 불러 세웠다. 그 순간······ 둘만의 공간이 긴장된 분위기에 점점 휩싸이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이 휴대폰 바꿔치기 작전, 누가 생각한 거야?"


"당연히 호리키타지 누구겠어?"


"그래. 그럼 호리키타한테 내 말 좀 전해줄래? 작전은 대성공했다고."


"대성공? 대실패를 잘못 말한 것 아니야? 참패도 이런 참패가 없는데. 이치노세가 다 꿰뚫어 봤잖아.”


"오호호호. 똑같은 작전을 생각해낸 건 예상 밖이었달까."


"미안, 속이는 짓을 해서. 일단 힘을 합치기로 해놓고. 화났어?"


"설마. 나도 내 마음대로 작전을 결행해버렸으니, 피차일반이야.”


"그렇게 말해주면 호리키타도 안심하겠군." 


그렇게 대답한 나는 휴대폰을 쥐고 방을 나가려고 했다.


"아, 잠깐 잠깐. 아직 중요한 이야기가 남았어."


"중요한 이야기?"


"정말, 의외로 고약한 면이 있네, 아야노코지는. 물론 휴대폰의 SIM카드는 단말기 통째로 잠금되어 있어. 하지만 그 잠금을 해제할 방법이 있어······ 그렇지? 호시노미야 선생님한테 확인해보니까 포인트를 지불하면 곧바로 잠금이 풀리게 되어 있다고 말하셨는걸." 


찌릿, 하고 뒤통수에 미세하게 전기가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중략)


"참고로 이건 내 예상인데. 오늘 나눈 대화의 흐름으로 보면-."


이치노세는 자신의 휴대폰에 짧은 메시지를 써넣었다.


"우대자의 정체는, 카루이자와. 라거나?" 그렇게 말하며 화면에 카루이자와의 이름을 입력해 내게 보였다. 그것은 학교 앞으로 보내는 배신 문자. 하지만 그 직후, 나와 이치노세의 휴대폰이 동시에 울렸다. 


'토끼 그룹의 시험이 종료되었습니다. 결과 발표를 기다려 주십시오.


"아아, 역시 누가 배신해버렸나? A반이나 C반 중 하나겠지."


"왜 카루이자와라고 생각했지?"


"유키무라랑 똑같은 이유. 평소랑 달랐거든. 원래는 신경도 쓰지 않는 아야노코지를 몇 번이나 시선으로 쫓기도 하고 필요 이상으로 표정이 굳어지기도 하고. 다만 그래도 카루이자와가 우대자가 아닐 가능성도 있으니 이랬든 저랬든 문자는 못 보냈겠지만 말이야." 


보아 하니 내가 세운 작전, 그 모든 것을 이치노세는 간파했던 모양이다.


"아까 왜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어? 적어도 거짓말은 밝혔을 텐데."


이치노세가 웃었다. 그 웃음은 지금까지 본 적 없을 정도로 심연한 것이었다.


"그야 뻔하잖아? A나 C, 둘 중에 어느 한 반 이 틀려도 우리한테는 플러스니까. 난 처음부터 모두 함께 클리어하는 결과 1도, 그리고 배신행위인 결과 3도 할 생각이 전혀 없었어. 우대자가 B반에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된 시점에서, 어느 반이 배신하는 것밖에 생각하지 않았거든. 아마 A반이 배신했을 것 같지만 말이야."

어서 오세요 실력지상주의 교실에 4권, 시험 종료 후 아야노코지와 이치노세의 대화 중

즉, 이치노세가 시험을 클리어하기 위해 밝혔던 논리와 내용들도 모두 사실은 아야노코지를 떠보기 위한 장치였다고 보는게 내 생각임. 이치노세는 마지막 회의 시작하기 전에 이미 토끼 그룹의 우대자가 카루이자와라는것을 알고 있었고, D반 멤버들을 주로 살피며 어떤 상황에서라도 적절한 대응을 하는 순발력이 있는지, 시험을 성실히 클리어하는데 필요한 작전능력이 있는지, 이기기 위해서라면 거짓말도 서슴치 않는지와 같은 것들을 파악했을 것임.



손익비를 따지기 위해 이치노세가 최종적으로 얻은 것들을 저울에 달아보겠음.

1. B반의 시험이 예기치 못하게 2개나 끝나버린 시점에서 A반과의 포인트 차이를 200pt 따라잡음

2. 아야노코지를 실력자로 명확히 인식하게 되었고, 어떤 인물인지 대략적으로 파악함. 류엔이 뺑이치며 겨우 알아낸 D반의 X를 호시노미야의 도움으로 거이 날먹하게 됨.

3. D반과의 협력관계에 금이 가지 않았음

4. 류엔은 협상 내용만은 지킨다는 테스트 케이스를 얻음


반대로 이치노세에게 있었던 리스크는 아래와 같음.

1. 류엔이 배신할 경우 배신자가 등장하지 않은 마지막 한 그룹의 우대자를 들킬 위험이 있었음.

2. 류엔이 배신할 경우 이치노세가 류엔과 협력했다는 사실이 대외에 알려짐.


참고로 이치노세가 했던 문구가 하나 있는데, 밑밥도 아주 기가 막히게 깔았음.

"미안해, 류엔. 우리 B반에는 네 행동 때문에 상처받은 애도 있어.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쉽게 너랑 손잡을 수는 없어.'

어서 오세요 실력지상주의 교실에 4권, 용 그룹에서 류엔을 향해

"아, 미안. 특별히 이상한 건 없어. 그저 너무 솔직히 말해서 놀랐을 뿐이야. 보통은 거짓말로 꾸미려고 하지 않아? 자기가 우대자라면 그룹 전체가 승리하는 선택을 할 거라고."


"이런 걸로 거짓말 안 해. 시험으로 경쟁할 때는 필요하면 거짓말도 하지만, 평소에는 최대한 정직하게 있고 싶으니까. 전부 말한 건 정정당당 하게 이기고 싶기 때문이야. 우대자인지 아닌지 범위를 좁히다보면 승리를 위한 길이 보일 거라고 생각해. 아, 아야노코지는 무리해서 대답할 필요 없어. 난 내 기분을 말했을 뿐이야. 그게 전해지면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어서 오세요 실력지상주의 교실에 4권, 이치노세와 아야노코지의 대화 중


그니깐 이치노세가 류엔이랑 손 잡을 생각인 게 괜히 찔려서 밑밥깔았다고 생각중임 ㅋㅋ


그 외에도 호시노미야에 대한 흥미로운 떡밥이 하나 있는데 일단 이거 의견 듣고 반응 좋으면 하나 더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