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더운 여름날


사회복지학과를 나온 나는 방학을 맞아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가출 청소년 쪽으로 코로나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운 좋게 실습을 나서게 됐다.

가출 청소년 쉼터에서 약 한 달 동안 가출한 청소년 사례관리와 

기관에서 내주는 과제를 헤쳐가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 곳에선 많은 사람을 봤다.

자신의 나이를 속이고 청소년 쉼터에 들어온 사람

가출하고 몇년째 방황하는 사람

애 엄마가 됐지만 이혼하고 아버지에게 사기를 당해 집에서도 버려진 자식


그리고 나를 좋아했던 아이는 학교에서 무슨 일을 당한건지 자세히 모르지만

학교에 나쁜 소문이 퍼져 정신적으로 힘들어 했던 아이었다.

그 아이는 플로리스트를 꿈꾸고 그림을 취미로 하고있던 아이었다.

난 그 아이에게 플러팅을 하거나 추파를 던진적도 없거니와 


오히려 학교에서 선동질에 선사과를 박아버려 힘들어하는 아이한테

"네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면 사과하지 말았어야지. 네가 잘못하지 않았는데 사과하면 너의 잘못이 되는 것이다"

라면서 유사 폭언까지 했다.



어느 날, 담당자가 우리에게 대충 이렇게 생긴 2인용 고전 게임기를 주며 

게임대회를 열 것이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같이 실습하던 실습생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때, 나는 게임을 찾고 있었다.

혼자 있던 내 옆에 그 아이가 와서 앉았다.


"선생님 뭐해요?"

"우리 곧 대회 하나 열건데 니들이 좋아하는 게임찾고 있다"


...


"아 근데 나랑 저 선생님 다음 주에 실습 끝나는거 알고있어?"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 아이는

"왜요?"


"나랑 저 선생님도 실습 끝났으니 가야지"


그러나 그 아이는 계속 

'왜요?' 만 외치더니 곧 이어서 구석자리로 가서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고 있더라

그리고 집 가는 도중에 다른 실습생이 나한테

구석에서 울고있다고 하더라

그때 대충 눈치를 깠다


이후 그 아이가 날 억지로 밀어내는게 보였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담당자가 날 싫어했는데

아이들 중 하나가 나한테 "오빠" 라고 한것을 담당자가 듣고

니 여기 오빠소리 들으려고 왔냐면서 아이들과 접촉을 금지했다

내가 시발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지도 않았고 

그리고 솔직히 군대 안갔으면 오빠지 솔직히 이건 억울했다


진짜로 실습 끝나기 전까지 애들 못보고 재미없는 일만 했다

그렇게 마지막 날에 애들 얼굴 보고 가라는 담당자 말에 

나는 간만에 보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간식을 나눠먹으며 보드게임을 즐겼다.

갈 시간이 됐을 때, 날 좋아하던 아이가 날 밀어내며 빨리 가라고 재촉했다.

난 악수하고 잘 있으라며 사무실에서 내가 쓰던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 남자아이가 내려왔다.

"선생님 전화번호 주고가요. OOO누나가 형 좋아한대요 지금 바닥에 주저앉고 울고있어요"

사무실에서 외쳤다


좆됐다


순간 모든 눈이 나를 향했으며 남자아이를 돌려보낸 후 사무실 사람들한테 죄송하다고 인사하고

다른 실습생에게도 수고했다고 했다



노잼이라 미안하다 이게 끝이다

그 아이는 내 이름 전화번호도 모르고 나이도 모른다

기관에서 알려주지 말라고 해서 안 알려줬다

그리고 그 여자아이랑 나랑 3살 차이밖에 안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