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벌레는 곡물을 보관하는 곳에 서식하며 인간의 눈에 자주 띄이는 벌레를 총칭한다.


주로 쌀바구미, 화랑곡나방, 권연벌레를 쌀벌레라고 한다.
(이외에도 이화명나방, 밀웜 등을 쌀벌레라고 한다.)


이 가운데 주제로 다룰 쌀벌레는




쌀바구미(Sitophilus oryzae; Rice weevil)이다.


'쌀벌레', 발암물질 분비 '비상' - 뉴스경남


김 교수는 “그간 발표된 학계의 연구 결과 쌀벌레는 쌀의 영양소를 갉아먹을 뿐만 아니라 가열해도 분해되지 않는 발암물질인 퀴논이라는 물질을 분비해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쌀벌레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도정 과정에서부터 쌀벌레 퇴치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 기사뿐만 아니라 여러 매체에서 쌀벌레(쌀바구미)는 퀴논(quinone)이라는 발암물질을 분비한다고 알려져 있다.


퀴논(quinone)이란 무엇일까?


1, 4 - Benzoquinone 


퀴논(quinone)이란 방향족 화합물인 벤젠에서 수소 2원자가 산소 2원자로 치환된 화합물의 총칭을 말한다.

즉, 동일한 수의 -CH= 기가 -C(=O)-기로 치환된 유기 화합물을 말한다.



Benzene


ortho 위치로 치환한 퀴논은 o-퀴논, para 위치로 치환한 퀴논은 p-퀴논이라고 간단하게 말하기도 한다.


아래는 대표적인 퀴논들

1, 2 - Benzoquinone



1, 4 - Benzoquinone


1, 4 - Naphthoquinone


9, 10 - Anthraquinone


ubiquinone


즉, 퀴논이란 어느 특정한 화학물질이 아니라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모든 화합물을 일컫는다.


그렇다면 퀴논은 모두 발암물질일까?


우선 IARC(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er; 국제 암 연구 기관)에서 발표한 1, 4 - Benzoquinone에 대한 보고서를 찾을 수 있었다.


https://publications.iarc.fr/_publications/media/download/2343/7a1cf4e3945d74de6fe36552625ff1cf7107878a.pdf


이 보고서에서는 1, 4 - Benzoquinone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찾을 수 없어 발암물질 3군(과학적 증거 불충분)으로 분류했다고 한다.

(Neurospora crassa라는 빵 곰팡이에게 실험한 DNA 파괴에 대한 내용이 있긴하다.)


이번에는 ICSC(International Chemical Safety Cards; ICSCs, 국제 화학물질안전카드)에서 찾은 퀴논들이다.


ICSC 0166 하이드로퀴논 - ILO

ICSC 0779 p-벤조퀴논 - ILO


두 퀴논은 각각 발암물질 2군, 3B군에 속한다.

(IARC와 분류 기준이 다른 듯)


각 발암물질 군의 위험도는 각자 판단하도록 하자.


아무튼 찾을 수 있는 자료는 이정도로 '모든' 퀴논을 조사하기에는 화합물 종류가 너무 많다. 


어째서 기사에서는 정확한 화학물질명을 기재하지 않고 '퀴논'이라고 두루뭉실하게 표현하는 것일까?


가짜 뉴스였던 것일까?


Quinone production of some species of Tribolium - ScienceDirect

Quinone contamination of dehusked rice by Tribolium castaneum (Herbst) (Coleoptera: Tenebrionidae) - ScienceDirect


논문을 찾아보면 Tribolium(거저리)라는 딱정벌레 또한 쌀벌레의 일종인데, 이 비슷한 여러 종들이 다양한 퀴논을 분비하는 것은 사실임을 알 수 있다.


아마도 많은 종류의 쌀바구미 각각이 분비하는 퀴논의 종류가 다양하다 보니 '퀴논'이라고 두루뭉실하게 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별개로, 실용적으로 쌀바구미가 분비하는 퀴논은 양이 적으므로 쌀을 여러번 씻어먹으면 괜찮다는 이야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