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Nanshakh


생존을 위한 전쟁이 패배로 끝나자, 살아남은 남성들은 고개를 조아리며 일말의 자비를 구걸한다.


수천, 수만에 달하는 포로들은 가진 옷을 모두 뺏기고 목줄에 매인 채 배에 올라탄다. 이들은 다시는 고향 땅을 보지 못할 것이다. 


포로들은 어딘지도 모를 행선지를 향해 밤낮없이 노를 젓는다. 멋대로 쉬는 포로에게는 호된 채찍질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마침내 포로들은 여왕국에 도착한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대도시의 모습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 이들은 철저한 감시 아래 사회화 교육을 위해 지하 감옥으로 보내진다. 


지하 감옥에서 포로들은 고통을 참는 법, 굴욕을 견디는 법 등을 철저하게 배우며 노예로서의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준비를 하게 된다. 


대부분의 노예들은 인력이 많이 필요한 광산이나 채석장으로 보내진다. 그 날의 할당량을 간신히 마친 노예들이 여성 관리자의 부츠를 핥으면,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채찍질과 더 많은 할당량이다. 


광산에서 채굴된 석탄은 여왕국 전역에 있는 발전소로 분배된다. 이 과정에서 기계를 쓰는 일은 단 한번도 없다. 


부강한 국가는 1차 산업도 철저하게 신경쓰는 법이다. 수만 명의 가축 노예들은 자신들이 먹지도 못할 곡물을 수확하기 위해 매일 혹사당한다.


일부 노예들은 여성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공공 복지 분야에 투입된다. 하루에 18시간 이상 중노동을 하는 인력거꾼이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고객이 뱉어주는 침과 가래 뿐이다.


외모가 출중한 노예들은 지체 높은 귀족 부인의 개인 노예가 되기도 한다. 물론 이들의 처우는 주인의 성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환경 미화나 짐 나르기 등 잡일을 하는 하급 노예들은 사슬에 묶인 채 비좁은 콘크리트 덩어리에서 지내야 하는 반면,


가사 노동과 주인님 보필을 하는 상급 노예들은 집 안 지하실이나 다락방 등에서 지낼 수 있는 특권을 얻는다. 


물론 개인 노예일지라도 주인님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엄한 벌을 받는 것은 물론이다.


여왕국 북부의 어떤 한 백작부인은 세 자릿수의 노예를 부린다고 한다. 백작부인의 성 안에서는 고통에 찬 남성들의 신음소리가 하루 종일 끊이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다. 


여성에 의한 끝없는 육체적, 정신적인 지배 속에서 노예들은 오래 지나지 않아 이 곳에서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각자 터득해 나간다.


그렇게 한 세대의 노예들이 모두 정착하고 나면, 여왕국의 병사들은 더 많은 노예를 찾아 다시 한번 수평선 너머로 원정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