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의 무수한 미남 미녀들이 서로 다정히 어울리는 것을 보다 보면, 그들을 동경하게 되는 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들의 우월한 외모와 성품을 동경하고,
그들이 나고 자란 환경을 동경하고,
그들이 느끼는 행복을 동경하고,
그들이 나누는 사랑을 동경하고,
나아가 그들이 앞으로 살아갈 인생마저 동경하게 된다.

그러한 사고의 흐름이 이어지다 보면 결국 어떤 의심들에 도달하고 만다.
'나는 침묵의 나선 속에 갇힌 채로, 따라서 왜곡되고 편향된 관점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것은 아닌가?'
'사실 이 사회는,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혐오와 불신이 만연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그럴 리가 없고, 그래서는 안 되며, 그게 가능할 리가 없다!
앞서 품었던 동경과 의심을 말끔히 씻어 버리는 동시에, 정 반대의 생각을 해 본다.

'저들도 똑같이 혐오에 찌들어 있으면서, 겉으로는 그렇지 않은 채 할 뿐이라고'
'저들은 유전적 명령에 굴복해버리고 말았다고, 연애 같은 것들은 무척 비합리적인 행위라고'

그러나 다시 그들을 바라보는 순간마다, 이 생각들은 처참하게 부숴진다.
큰 키와 체격, 깨끗하고 선한 인상을 가진 남성들과
우아하며 매력적인 외모와 목소리를 가진 여성들과
그리고 그들의 얼굴에 핀 미소와, 그들의 맑은 수다와 웃음소리

'내가 저들이었다면, 그럼에도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았을까?'
'내가 저들이었다면, 그럼에도 단 한 번의 연애조차 하지 않았을까?'

나는 집에 돌아온 후, 나만의 작은 우주에 드러누워, 나만의 작은 태양을 켠다.
커뮤니티에 접속해서, 온갖 사건에 분노하고 온갖 대상을 혐오한다.
그러곤 한강에서의 생각을 비로소 고쳐먹는다.
"그럴 리가 없고, 그래서는 안 되며, 그게 가능할 리가 없다!"
"나는 선각자다! 나, 그리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지성체인 것이다!"
"저들의 환상은 언젠가 완전히 무너지고 말아, 그들 역시 기필고 이 진실을 깨닫고 말리라!"

우울하다. 탓을 할 사람마저 없기에 더더욱 비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