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스로에 대한 고민과 방황 끝에 

adhd 채널이란곳을 찾게되었는데

도움이 되는 글들이 많아 

관심을 가지게 된 뉴비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성인adhd라는게

그냥 인터넷에서 아무나 공감할만한 내용갖고 만든

그런 헛소문 같은거로 생각하고 무시했다가

나중에 군대 입대하고 보니

잦은 실수와 충동적인 성격, 무기력함과 우울로

군생활이 도저히 정상적으로 불가능한 정도가 되니

그제서야 심각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자존감 낮은 성격이긴 했어도 자존심은 쓸데없이 높았기에

남들에게 도움과 지적받는걸 안좋아하고

내가 직접 다른이들을 돕는걸 좋아하며

(지금 생각하면 이타적인 성격보다는 자존심과 자기만족 때문인게 더 크지만)

그런 성향도 있었고 입대전에 기본적인 체력도 만들겸 운동도 했었기에

군대에 가기 전에도 내가 뭔가 잘 할수 있을거다, 잘 해낼거다 하고 생각했지만

정작 와보니 남들을 돕고 챙겨주기는 커녕

나야말로 남들이 도와주고 챙겨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처지가 되다보니

스스로에 대한 회의감과 무기력함, 우울에 휩싸이게 되고

그로인한 스트레스를 주변 동기들에게 분출한 적도 여러번 있었고

그로 인해 동기들과 사이가 멀어진 경우도 여럿 있었습니다.


명령이나 지시같은걸 받아도 잘 알아듣지 못해

'죄송합니다.' '잘못들었습니다' 를 입에 달고 살며

A부터 D까지 전달사항이 있을때

나 혼자 A,B 까지만 이해하다가

나중에 동기들이 C,D 까지 이야기해줘야만 그제서야 뒤늦게 알게되고

선임들이 무슨 일을 시켜도

혼자서 '내가 잘 들은게 맞나?,여기서 어떻게 하는거지?,이렇게 하는게 맞나?,여기서 이렇게 해도 되나?' 등의 생각에 휩싸여

혼란스러워서 발만 구르며 아무것도 못하다 까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고

즉각적인 상황판단이나 눈치 같은 것도 없다보니

다들 오른쪽으로 가는 상황에서

혼자 어디로가야지 하고있다가 뒤늦게 다른 사람들 따라가게 되고


하여튼 이런 실수와 어리버리타는 일들이 많아지다보니

선임들에게 찍히는건 물론이고

다른 동기들은 나와 달리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볼때마다

스스로가 비교되어 더욱 한심하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이젠 동기들 조차도 '난 잘하는데 넌 왜 못해' 하는 식으로 무시하는게 느껴지고

자대배치 후 근 몆주간 내 자신도 급격하게 우울하고 의기소침해진게 느껴집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꼭 adhd라는 확신은 없지만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실수 안하는 법' 이라고 검색했다가

adhd 환자들의 수기를 보면서 나와 같은 경험을 겪은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서

최근 스스로가 adhd가 아닌지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그보다 더 심한것일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곤 합니다.


돌이켜보면 아주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은 내가 말을 떼지 못하는 모습을 보시고 처음에 자폐아인줄 알았다고 했었습니다.

다행히 뒤늦게나마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그 걱정은 사라지게 되었지만

이후 유치원과 학교생활에서는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생활이 쭉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사회성이 거세된 사람으로 성장하면서

학창시절도 어둡게 보내고, 커서도 주변에 이렇다할 친한사람 없이 외롭게 지내왔습니다.


부모님은 어릴때부터 '너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해' 를 입에 달고 사시는 분이셨으며

학업에 대한 기대감이나 압박도 컸던 편이라

공부에 관해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할때마다, 시험을 볼때마다

꼭  고정적인 수준으로 잦은 실수를 하게되다보니

성적을 올리는데 한계를 느끼기 시작하고 더욱이 무기력해지면서 더욱 많은 스트레스를 받곤 했습니다.

자랑처럼 들리겠지만 그래도 개처럼 처절하게 기어서 겨우 중경외시 라인에 입학하게 되었으나

문제는 저희 부모님은 내가 서포카 같은 하이엔드 대학에 진학하길 원하셨었고

내가 대학에 붙을때 받은건 축하가 아니라 경멸섞인 한숨이었습니다.

원래부터 남들에게 비교당하는걸 싫어하는 성격이었지만

그 이후로 학벌에 대한 컴플렉스나 열등감이 광적인 수준으로 심해진것 같습니다..


그외에도 어릴때부터 '정신이 딴데 있는것 같다' , '4차원이다' , '엉뚱한 이야기를 자주 한다' 같은 소리를 자주 듣고 자라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또래에 비해 많이 정신적으로 미숙하고 판단력이 떨어진다' 는 점이 제 고민입니다.


한번은 내가 덜떨어지고 멍청해보이는것에 컴플렉스를 느껴

멘사에 가입한 적도 있었습니다.


잠시나마 '그래 나는 바보가 아니야' 라는 안도감은 들었지만

그것도 얼마안가 군대에 입대하고 나서는 내 스스로가 얼마나 판단력이 떨어지고 덜떨어진 놈인지 확인하게 되면서

지능과 지식은 다르다는걸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어찌보면 당연한것이지만)

군대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고

위에서 말했듯이 남들이 C,D 를 이야기해줘야 뒤늦게 이해하듯이

언제나 다른사람들은 내가 모르는걸 알고 있었고

내가 알고있는것들도 남들은 이미 다 알고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냥 총체적으로 보면

정상인의 뇌는 확실히 아니었습니다.

뭔가 뇌 한쪽이 절단난 사람처럼 살아온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내가 뭐가 잘못된것일까, 무슨 아스퍼거라도 걸린건가, 아님 adhd가 있는건가, 스스로 질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지금껏 정신과 진료를 받을까 생각했지만

부모님에게 걱정을 끼쳐드릴것 같았고, 용기내 이야기해도 '아니야 넌 괜찮아' 라는 답변만 돌아올게 뻔해서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있었지만

지금에서야 뒤늦게 군대에 와서 심각성을 깨닫고 의무실 면담을 신청한 상태입니다...

물론 지금와서 현부심을 받는다던가 관심병사 신세가 된다던가 하는걸 바라진 않지만

어쩌면 국군수도병원 같이 좀 더 큰 병원에서 자세한 진단을 받고 어떠한 증상이 있는지 정확히 알아 볼 수도 있을테고

adhd가 맞다면 콘서타 같은 약물처방이라도 받으며 군생활 하는데 마찰이 줄어들 수 있겠지요..


하여튼 아직 정확한 진단을 받으려면 좀 기다려야 하겠지만

잘 부탁드리면서

그래도 비슷한 고민을 가지신 분들을 만날 수 있게되어 반갑습니다...




요약

- 군대왔는데 씹폐급됨

- 이쯤되면 내 뇌에 뭔가 하자있나 생각들기 시작함

- 되돌이켜 보면 사회에 있었을때 생각해보니 좀 그쪽 기운이 있긴 했음

- 하여튼 반갑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