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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잘 자요]


언제부턴가 저는 제 몸 밖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게 되었어요. 병실 침대 위에 누워있는 제 모습, 울음 섞인 목소리로 절 부르는 가족들까지. 얼마나 지났을까요, 제가 숨을 거둔 지. 시간 개념이 희미해졌어요.


저를 태우고 가는 영구차를 뒤따라갔어요. 울창한 메타세쿼이아 길을 지나 장지에 도착했죠. 살아생전 꼭 한번 와보고 싶었던 곳이에요.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인 이곳이라면 편히 잠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까만 옷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어요. 친척, 친구, 선생님들. 얼마나 많은 분들이 절 기억해주시는지 눈물이 났어요. 그 모두가 세라를 사랑해주셨구나 싶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관 속에 누워있는 제 모습을 보니 신기하더라고요. 흰 드레스를 입고 꽃에 둘러싸인 모습이, 마치 결혼식장의 신부 같았어요. 살아생전 꿈꿔왔던 모습이었죠. 이렇게라도 소원을 이룰 수 있어 기뻤어요. 


울먹이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우리 세라,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지내야 한다." 저도 말하고 싶었어요. 엄마, 걱정 마세요. 이젠 아프지 않아요. 엄마의 사랑 덕분에 힘든 시간을 견딜 수 있었어요.


아빠는 떨리는 손으로 연단에 올라 조사를 하셨어요. 아빠의 큰 품에 안겨 잠들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랐죠. "사랑하는 우리 세라, 아빠는 너의 짧지만 눈부신 삶이 자랑스럽단다. 이제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렴."


친구들도 눈물을 흘리며 절 배웅해 주었어요. 우리가 나눴던 소중한 추억들, 서로를 위해주던 따뜻한 마음들. 비록 함께 있진 못하지만 그 우정만큼은 변치 않을 거예요. 고마웠어 친구들아.


마지막으로 가족들이 제 관 앞에 모여 절 불렀어요. "세라야, 우리 딸. 편히 잘 자렴. 사랑한다." 저도 속삭였죠. "사랑해요. 행복하게 살아요." 하지만 그 소리는 바람에 실려 사라졌어요. 


관이 땅에 묻히고, 흙이 그 위로 쌓여갔어요. 묘비에는 제 이름과 함께 '사랑하는 딸, 그리운 친구'라는 글귀가 새겨졌죠.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남을 저의 흔적이에요. 그것 하나만으로도 저는 눈부신 삶을 살았다고 믿어요. 


이제 모두 안녕. 여러분의 따스한 사랑 잊지 않고 간직할게요. 우리의 마음은 언제나 함께니까요. 하늘에선 꿈꾸던 모든 걸 마음껏 하면서 지낼 거예요.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먼 훗날, 우리 다시 만나는 날까지. 사랑했어요, 고마웠어요. 모두의 얘기를 풀꽃이 되어 언제나 들을게요. 


이제 저는 가볼게요, 세상 모든 꽃잎이 춤추는 그곳으로. 우리 세라의 영원한 꿈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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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마른 잎 다시 살아나(完)]


어느새 저는 온통 하얀 공간에 홀로 서 있었어요. 눈부신 빛에 둘러싸인 그곳은 무한한 평화와 사랑이 흐르는 듯했죠. 제가 그토록 동경하던 천국에 온 걸까요?


잠시 후, 저 멀리서 다가오는 인영이 보였어요. 햇살처럼 밝은 미소를 짓고 있는 할머니였죠. 오래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분이에요. "얘야,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었어. 이제 함께 있자꾸나." 그 품에 안기자 그리움이 북받쳐 왈칵 눈물이 쏟아졌어요.


할머니는 저를 데리고 아름다운 정원으로 향했어요. 그곳에는 세상의 모든 꽃들이 만발해 있었죠. 앗, 그 꽃들 사이로 아는 얼굴들이 보여요. 제가 병실에서 떠나보낸 친구 수지, 어릴 적 교통사고로 하늘로 간 울 집 강아지까지. 모두 절 반겨주며 환하게 웃어줬어요.


정원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책상이 놓여 있었어요. 할머니가 말씀하셨죠. "세라야, 이곳에서는 마음껏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렴. 네 꿈을 맘껏 펼쳐보아라." 너무 행복해서 어쩔 줄 몰랐어요. 지상에서는 날개를 펴지 못했던 일들을, 이제는 실컷 해볼 수 있게 된 거예요.


눈을 감자 자연스레 아름다운 시구가 떠올랐어요. 종이 위로 펜을 놀리며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쏟아냈죠. 사랑하는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 친구들과 나누고픈 추억들, 내 영혼을 흔드는 삶의 순간순간들을 노래했어요. 시를 쓰고, 또 썼어요. 영원할 것만 같던 시간이 흘러갔죠.


어느덧 노을이 지고 고요한 밤이 찾아왔어요. 하루 종일 펜을 놓지 않던 제 손이 뻐근할 즈음, 할머니가 다가와 속삭이셨죠. "세라야, 이제 네 꿈의 정원으로 가보렴. 너를 기다리는 이가 있단다." 설레는 마음으로 걸음을 옮겼어요.


꿈에 그리던 그 정원은 상상 이상으로 눈부셨어요. 반짝이는 꽃잎들, 와인 빛 하늘을 수놓은 별들, 부드러운 바람이 전해오는 자장가 소리까지. 그 모든 것이 따스한 마법처럼 절 감쌌죠.


그때, 난데없이 눈앞이 아득해지더니 정신을 잃고 말았어요. 어둠 속을 떠다니는 듯한 기분이 들었죠. 다시 눈을 떴을 때, 몸이 너무 가벼워진 것 같았어요. 마치 나뭇잎이 되어 바람에 둥둥 떠다니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난 웬 벤치에 앉아 있었어요. 석양이 비치는 공원 한가운데였죠. 가을 하늘은 저 세상에서 봤던 그것처럼 높고 푸르렀어요.


"세라야!" 

누군가 절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어요. 오래된 친구 민준이가 활짝 웃으며 달려오고 있었죠. 

"여기서 뭐 해? 우리 같이 놀이터 가자!"

잠깐, 민준이는 내가 떠난 뒤에도 늘 날 그리워했다고 들었는데. 그런데 왜 여기에...?


"놀이터요? 그러고 보니 우리 얼마 만이야, 민준아."

살며시 웃으며 민준이의 손을 잡았어요. 그 손은 따스하고 부드러웠죠. 우린 나란히 걸으며 수다를 떨기 시작했어요. 병실 침대에 누워 힘겹게 숨 쉬던 기억은 점점 희미해져 갔어요.


해가 지고 보랏빛 어둠이 내려앉은 그때까지, 우린 즐겁게 놀았죠. 밤하늘의 커다란 보름달을 바라보며 민준이가 물었어요.

"세라야, 앞으로 널 자주 볼 수 있는 거지?"

"당연하지. 우린 이제 영원한 친구잖아. 안 그래?"

민준이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둘의 모습은 달빛에 겹쳐져, 한없이 평화로웠죠.


그렇게 저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는 이들 곁으로 다시 돌아왔어요. 어쩌면 제 삶은 짧은 한 편의 꿈같은 여행이었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 여정은 제게 잊지 못할 깨달음을 줬죠.


우리의 생은 계절과도 같아요. 눈부시게 피어나 아름답게 흩날리는 꽃잎처럼. 저 역시 봄의 새싹으로 태어나 여름을 지나 가을에 이른 낙엽이 되어 떨어졌죠. 하지만 제 영혼의 씨앗은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뿌려졌답니다.


여러분, 우리가 지금 나누는 웃음과 눈물, 사랑과 우정 그 모든 것이 씨앗이 되어 내년의 봄을 밝힐 거예요. 그 순간을 기억하고, 간직해 주세요. 우리 인생이라는 아름다운 사계절의 어느 한순간 한순간을.


이제 전 다시 여러분 곁을 맴돌 거예요. 봄날의 꽃망울로, 여름의 나뭇잎으로, 가을의 국화꽃으로, 겨울의 첫눈으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세상 구석구석 아름다움을 그려낼게요.


우리 다시 만나요. 앞으로도, 영원토록. 

여러분의 고운 마음속에서.


사랑을 담아, 

세라가.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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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는 클로드 선생의 도움을 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