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총감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눈 앞에 보이는 수많은 불타 사라진 잔해들, 그 위로 서 있는 죽은 콘크리트 덩어리들 사이로 하염없이 걸어다니며 자신의 저주받은 운명을 가슴 깊숙히 새겨간다.


그의 뒤에 서서, 나는 짐작조차 할 수 없을 그의 내면을 상상해갔다.


"...연방군이 개입할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같잖은 변명이었다. 애시당초 빠르게 끝낼 수 있는 전쟁이 아니었다는걸 우린 모두 알고 있었다. 그저 승리라는 광신에 미쳐 애써 무시한 가능성일 뿐.


총감은 내 변명을 듣고 두어 걸음 더 걷더니, 참을 수 없는 떨림과 함께 그 자리에 서서 우리를 돌아봤다.


그의 눈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서려 있었다.


"...몰랐다고...몰랐다고?!


이 미친 작자들이, 전쟁이 터지면 이 꼴이 날거라곤 상상을 못했다고? 이 시체들 앞에 대고 다시 한번 말해봐, 개새끼들아!"


"..."


"우린 수십, 수백, 아니, 수천번은 더 경고했어...다 죽을 거라고. 다 뒤져서 이 땅 위에 거름으로 쓰일 거라고!


그런데 뭐라고 했나, 예상을 못했다고? 우린 충분히 예상했었어. 머저리들이 귀를 막아버리고 선전포고문을 쓸 때까지도 말이야!..."


"..."


분노였다. 강력한, 그리고 표현할 수 없는 분노. 총감은 전쟁을 원망했다. 어쩌면 책임있는 우리 모두를. 그리고 저주받은 오늘을.


...실망한 것 같았다.


"이제 어떡할건가?"


"...승리해야 합니다."


"승리라는 건 없어. 영예로운 영광도. 무덤 위에 서 있을 뿐이지."


"...승리해야 합니다..."


"영원히 저주하겠네. 이 길 끝에 파멸만이 있길 바라지. 시체들의 목숨값이 당신들의 피묻은 영혼을 짓누르길 바라지. 영원히."


"..."


그 말을 끝으로, 총감은 침묵했다.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그저 콘크리트 무덤 위에서 침묵으로 우리 모두를 짓눌렀다.


무덤 위 침묵은, 오랜 시간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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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외로 짤이 감성적으로 나왔길래 써본 단편...


AI는 신이야!


ps)


감-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