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 기간이다. 항상 밝고 활기찬 하렘의 여자 고등학교에도 이 순간만큼은 긴장감이 감돈다. 그녀가 시험지를 들고 교실로 들어오자 교실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진다. 딱히 어려운 내용은 아니지만 시험이라는 것 그 자체로 이미 소녀들은 긴장을 하고 있다.


그녀가 시험지를 나눠주고 시험이 시작된다. 한 시간 가량동안 교실은 침묵에 휩싸인다. 소녀들이 샤프로 시험지 위에 글씨를 쓰며 나는 사각사각 하는 소리만이 정적을 깬다. 나도 시험이 끝날 떄까지 교실 밖에서 소녀들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본다.


한 시간 뒤, 시험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그녀가 답안지를 회수한다. 나는 그제서야 그녀에게 다가간다.


"수고했어. 이제 채점만 하면 되겠네?"


"제가 수고하긴요. 시험 보느라 학생들이 더 고생했죠."


그녀가 답안지 뭉치를 가슴에 안은 채 미소지으며 말한다. 시험기간이라 수업도 일찍 끝났다. 우리는 학교 건물 밖으로 나와 잠시 함께 걷는다.


"학생들 열심히 가르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은 것 같아. 너희들처럼 훌륭한 교사가 있다는 게 다행이야."


나의 칭찬에 그녀의 얼굴이 약간 빨개지는 게 보인다.


"아니에요. 아직 저도 배울 게 많은 걸요. 더 배워서 더 잘 가르쳐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녀의 교사로서의 마음가짐은 정말 훌륭한 것 같다. 이런 점은 나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학기 동안 수고한 그녀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다.


"이제 곧 여름방학인데 같이 휴가라도 갈까?"


"좋아요. 어디가 좋을까요?"


"오랜만에 하렘 밖으로 나가 며칠동안 여행을 해보는 건 어때? 바깥 공기를 쐬며 재충전하면 좋을 것 같아."


"저도 오랜만에 나가보고 싶었어요. 조만간 짐을 챙길게요."


그녀가 밝게 미소지으며 자신의 숙소로 돌아간다. 그녀와 함께 보내게 될 여름방학이 기다려진다. 여름 학기가 끝났음을 알리는 매미 소리가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