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여유가 생기면 그녀들의 숙소를 방문하곤 한다. 오늘은 브론즈의 숙소를 방문하기로 했다. 물론 불시에 기습 방문하는 저급한 짓 따위는 안한다. 아무리 내가 그녀들의 주인이라지만 숙녀의 숙소를 그런 식으로 방문하는 건 실례니까.


그녀들의 숙소 또한 내 하렘 못지 않게 훌륭하게 정비되어있다. 숙소는 내 하렘 곳곳에 흩어져있는데 브론즈의 숙소는 나의 하렘에서 조금 떨어져있다. 예전에 라임과 스카이, 그리고 틸을 만났던 호수 근처이고 그 세 요정들도 그 호수 근처에 살고 있다.


아무튼 호수 근처에 다다르니 그녀의 숙소가 보인다. 나는 헛기침을 하고 초인종을 누른다. 짧게 세 번 뒤에 길게 한 번. 내가 그녀들에게 내가 왔음을 알리는 방법이다. 이렇게 초인종을 누르면 그녀들은 나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린다. 오로지 나와 그녀들만이 알고 있는 비밀 약속이다.


문이 활짝 열리고 브론즈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약간 젖어있고 피부도 물기가 약간 묻어있다. 이제 막 목욕을 끝낸 모양이다. 하지만 입고 있는 구릿빛 벨리댄스복만은 단정하게 정리되어있다.


"오셨어요 주인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들어오세요."


그녀가 나를 안내한다. 그녀의 방은 깔끔하게 정리되어있다. 어디선가 로즈마리 향이 난다. 그녀에게서 나는 향기다. 아마도 그녀가 사용한 목욕용품에서 비롯된 향기일 것이다. 그녀의 숙소 벽에는 사진들이 많이 붙어 있다. 내가 그녀의 공연 모습을 찍어준 사진들이다. 솔로 무대도 있고 단체 공연도 있다. 공연이 끝난 후의 모습도 보이고 여가시간을 즐기는 모습도 보인다.


"주인님께서 찍어주신 사진들, 하나같이 소중하게 여기고 있어요. 정말 감사해요 주인님."


나는 괜찮다며 미소짓는다. 문득 그녀의 침대 머리맡에 놓인 작은 액자 하나가 눈에 들어와 집어든다. 나와 함께 찍은 사진이다. 그녀가 나에게 안겨있고 나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정면을 바라보는 사진이다.


"제겐 이 사진이 가장 소중해요. 주인님과 찍은 사진이니까요."


나에게도 소중한 사진이라고 답해준다. 그녀가 얼굴을 붉힌다.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해가 완전히 넘어가버렸다. 나는 이제 슬슬 가봐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자 그녀가 수줍게 내 옷깃을 잡는다.


"정말... 이대로 가실 건가요?"


그녀가 사슴같은 눈망울로 나를 바라본다. 그녀의 모습에 나는 완전히 무너져내린다. 조명이 너무 밝은 것 같다. 나는 조명을 조금 어둡게 조절한다. 어두운 조명 사이로 벨리댄스 포즈를 취하는 그녀의 실루엣이 나를 미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