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밤새는 김에...


오늘은 이글까지 하나 더 적고 일해야 겠네요.



가끔씩.


저희 업체에 너희들이 수입하는 제품에 대해 더 면밀하게 살펴보고 수입을 해라.

너희가 검수하고 가져왔다고 해서 구입한건데 이런것들까지는 더 면밀하게 체크해서

제조사에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 라고 얘기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희가 제조사가 아닙니다.

정확하게는 제품의 유통을 담당하는 딜러의 역할이죠.

그렇다면 딜러 입장에서 어디까지 제조사와 제품에 대해

확인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디까지가 조율이 가능한지, 

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지 간단히 적어 보겠습니다.



저희가 한국에 계약을 맺고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제조사는 사실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GHK, 노스이스트, 아치윅, 키즈나, 레어암스등...


사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대만 제조사에게 더많은 얘기와 더 많은 피드백... 그리고 제품에 대한

개선사항에 대해 얘기를 합니다. 적게는 대만 현지에서 한번 미팅에 최소 3시간에서 5시간을 얘기합니다.

출시 일정이나 제품의 특징 같은 것은 그다지 긴 시간을 요하진 않습니다.

대부분 제품에 대한 개선점, 아쉬운 점, 우리가 한국에서 서포트 할 수 있는 점등이 대부분입니다.


제조사에 따라 그 요청들을 받아주고 개선하고 하는 경우가 조금씩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 저희가 생각해도 아... 이것까지는 더 수정해 주면 좋겠는데... 이건 더 업그레이드 하면 좋을텐데...라는

부분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제조사에서 저희들의 의견을 다 수용해 주지 않으니 그럼 너희들 제품을 구입하지 않겠다...라고 한다면

그건 서로 싸우자는 얘기 밖에 되질 않습니다. 제조사도 저희가 모르는 자신들만의 애로 사항이 있을테죠?

어떤 제조사는 그 애로 사항에 대해 간략 하게나마 설명해 주기도 하고 어떤곳은 별말 없이 지나 가기도 합니다.

최소한 그래도 지금 계약을 통해 진행하는 업체들은 한국측에서 하는 얘기들을 잘 들어 주고 

한국 고객들의 피드백을 우선 자기들에게 전달 해주길 바라는 업체들입니다.


단,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런 피드백이 전달 됐을 때, 

그 피드백이 자기네들의 현 상황상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공장내 수정해줄 조립인력의 여유가 있는지, 

수정을 위한 비용적인 측면에서 한계가 있는지, 출시 시점에 맞춰 더 체크해 볼 시간적 여유가 있는지,

많은 것들을 고려 후에 조치를 취하게 됩니다. 제조사가 제게 모든걸 다 얘기해주진 않아도 

그들과 대화를 길게 하다보면 어렴풋이 왜 여기까지가 한계인지를 알게 됩니다.

제가 기술적인 부분은 그렇게 해박하지 않으나 그래도 이쪽 업계 일을 한지

9년이 넘게 되다보니 모르는 것도 이상한 거겠죠.


최대한 제조사와 대화를 통해서 밀고 당기고를 해야 합니다.

'무조건 여기까지는 한국 기준에 맞춰죠'라고만 고집 한다면 대만의 그 어떤 브랜드도 

한국의 유통사와 거래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단순히 머릿속으로 그럴 것이다가 아닌

9년을 한국의 기준에 맞춰 대만 현지에서 대만 제조사들과 협상을 해본 경험입니다.



여러분... 솔직히...

대만에서 매번 수입 할 때마다 직접 비행기 타고 가서 전량 체크하고 작동성 확인하고...

이런 업체.. 한 곳이라도 보셨을까요?

6년 전부터... 대만의 바이퍼 업체를 시작으로 6년을 이렇게 일해 왔습니다.

컨버젼킷도 하나하나 체크하고 그자리에서 교환하거나 반품하고...

고가의 제품들이 많으니 실기스 하나 발견하거나 어디 모서리가 나가 있거나 하면 그 자리에서 즉시

교환 요청... 사실 정말.. 옆에서 판매자(사장)가 지켜보고 있는데... 저도 맘이 편하지 않습니다.

좋게 볼 대만사장님이 과연 있을까요? 

그리고 저... 고가킷의 QC기준.... 그 누구보다 까다롭습니다. 아마 이쪽 취미의 0.1프로에 속할 정도로 까다롭습니다.

다만 그 기준으로 제품을 선별하면 단 한개도 통과하지 못합니다.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여 QC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여기 에어소프트건 시장이 어떤 시장인지 알면서도 '나 내가 기준이 까다롭고 나 잘났으니

내가 매의 눈으로 너희들 제품의 문제점을 다 찾아내겠어!'라고 일을 할 순 없지 않나요.

<이쪽이 실총 업계처럼 10만정단위의 생산, 옵션의 경우 최소 천개~1만개의 규모가 아닌 담에는

 대만 제조사 사장님들도 자신들의 애로사항이 있을 겁니다. 소규모로 찍어내는데 저처럼 QC기준을

 극상위로 끌어올려 진행하면 그분들도 사실 짜증이 나겠죠. 이쪽에서 9년을 업으로 있으면 대만의 QC기준은 

 대만의 문제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들도 현실적인 한계가 분명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가 저는 에솝시장의 규모의 경제에 가깝단 생각입니다. 

  (VFC, G&G같은 극히 소수의 제조사들을 제외하면 정말 규모의 경제 관점으로 봤을때 이렇게 제작해 내는게

   제가 볼때는 대단한 것 같기도 하구요.)

 대만 제조사들의 경우 대부분이 완제품을 조립하기 위한 부품들을 작은 하청업체에 OEM으로 진행합니다.

 그러다보니 작은 부품을 생산해주는 몇몇개 회사가 제품이 불량이 나거나 납품 일정이 늦어지면 

 소비자들은 결국 제조사에게 원망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러면 제조사는 시간에 쫒기고

 그런 상황에서 자금흐름이 막히게 되구요. 

 

 그럼 일본 에어소프트건 제조사(마루이, 다나까, 마루젠같은)는 왜 그럼 QC가 되는냐?

 주변 제조환경이 다르고 에솝시장이 시작된 제일 오래됐고

 제조환경에 따른 문화가 다르니 이건 국가간 비교가 어려운게 사실입니다.>

대만 딜러들한테 욕 많이 먹었습니다. 그렇게 까다롭게 할거면

거래 하지 말자구요. 그렇게 요청하는 사람 너밖에 없다구요.

다른 한국업자들은 그냥 잘만 가져가는데 왜 너만 별나게 구는냐.

그 상황에 싸우지 않고 저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은 잘 달래가며 

'미안하다... 한국 고객들이 기준이 높다... 이걸 난 맞춰야 한다...'라고 

설득해 가면서 구매수량도 약속보다 일부러 좀 더 많이 구매하면서

관계를 이어 왔습니다.


맞습니다... 이렇게 하는걸 요청한 사람... 아마 저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해서라도 '혹시나 내가 모르는 전체적인 불량이 있지 않을까' 불안감을 지우고

고객들에게 최소한 이정도까지는 내가 노력해서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란 말을 건낼 수 있고

대만으로 왕복하면서 드는 비용들을 생각하면 이게 마이너스가

날 행동이지만 최소한 양심적으로 고객들에게 나 진짜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했다.라고

맘속으로 자위라도 할 수 있으니까요.

(이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니... 한국의 업체들이 대량으로 수입해서 불량인걸 한국에서 체크후

 판매량에서 빼서 진행할 수도 있겠죠. 제 방법이 유일한 옳은 방법이란건 아닙니다.)



근데 대만에 직접 가서 QC를 하더라도 제조사에게 제가 요청할 수 있는 한계가 있습니다.

전량을 하나씩 외관 체크하고 쏴보고 하는거...

생각보다 시간 정말 많이 소요됩니다.

그냥 하루종일 할 때도 있었구요.

이렇게 외관, 작동성 체크를 전량 하겠다는 것조차 좋아하는 제조사들이 거의 없는데

거기에 내부의 부품까지 다 살펴가며 '이것도 수정해 주세요. 저것도 수정해 주세요.'라고 한다면

(그게 제품 제조과정 중이던, 제품이 제작완료후 검수중이던)

그 업체와 거래가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결론이 뭐냐?


저희가 제조사의 한국 딜러로서 할 수 있는 한계는

제품 외관 체크, 기본적인 작동성 체크, 

만약 샘플을 한국에서 먼저 받았을시 아쉬운 점에 대한 피드백 전달(작동성 혹은 개선점등) 후

제조사와 개선 가능한 부분을 협의 후 최대한 보완하는 것...

거기까지가 현실적인 저희의 노력이자 제조사의 배려일 것입니다.


가끔보면... 저희가 제조사에 가까운 역할을 하기를 원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취미생활의 시장이니 제품을 받기까지 기대가 큰, 그리고 고가의 제품들이 많은 곳이니

더 좋은 제품으로 발매해 주길, 그리고 그런 제품을 받을 수 있기를 원하는 맘으로

그렇게 얘기 하시는 걸로 이해하고 있으나

저희쪽에 너무 강한 어조로 이것저것 다 살펴보고 수입해라 라는 식의 전달은 지양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미 대만의 제조사들과 거래가 깨지지 않을 정도의 선에서 한국의 그 어떤 딜러보다 

최대한 까다롭게 요청하고 살펴보고 있습니다. 아테네암스의 한국 직원분도 기술적으로 뛰어난 부분이 있다보니

한국에서 먼저 샘플로 받아보고 설계 부분에 개선 사항을 전달할 때도 있구요.

고객이 직원분들이나 제게 제품에 대한 아쉬움을 전달한다고 해서 막연히 흘려듣거나 하진

않습니다. 


같은 아쉬움에 대한 고객들의 피드백이 쌓일시 꼭 제조사와 얘기하고 

수정 또는 개선해 달라고 강하게 어필합니다.


제조사와의 일을 너무 상세히 얘기를 할 수 없으니 어는 정도 둥그스레 얘기를 적은 것 같지만

얘기의 중심이 어떤 방향인지는 다들 이해해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대만은 자정이네요.


다들 편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한 주 기운차게 시작 하시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