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러시아군의 제식소총이라고 하면 보통 가장 많이 떠오르고 언급되는 것이 AK-74M, AK-12일 것임. 여기서 AK 시리즈에 좀 더 관심이 있는 챈럼들의 경우 AK-74M3 내지는 MR 이라는 이름으로 위 사진의 소총을 떠올릴것임. 

특히나 최근 E&L이 윙탁으로 출시해준 덕에 인지도가 조금 더 상승한걸로 알고 있음.


이 소총이 처음 등장했던 것은 좀 뜬금없이 퍼레이드 행사에서 참여 병력들이 갖고 나온 것이었고, 그걸 본 많은 사람들이 대충 AK-74를 개량한 것이겠거니,, 하고 생각은 했던 것으로 기억함.


아마 대중에게 최초로 74M3가 공개된 사진들 중 하나였던 것으로 기억함.


여튼, 기존 AK-74/74M의 개량형일 것이라는 추측 자체는 옳았음. 다만 이 '개량 소총'은 공장에서부터 저렇게 찍어나온 것은 아니었음. 


그 시작을 언급하려면 역사를 조금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음.

소련 말부터 소련 국방부는 AK-74 이후를 대비하고자 아바칸 프로젝트를 발동했음. 그 결과물은, 다들 잘 알고 있는 비운의 소총 AN-94였음. 비록 채택되기는 했으나, 평행반동시스템의 난해한 정비성, 기존 AK소총과의 낮은 호환성, 그리고 결정적으로 경제가 파탄난 당시 러시아의 상황으로 인해 러시아 국방부는 차기 제식소총으로 AN-94를 선정해놓고서 실제로는 거의 운용하지 않았던 바 있었음.


그리고 시간은 흘러흘러 약 20년이 지난 2010년대, 러시아군은 다시금 AK-74를 밀어내고 시대의 흐름을 탄 신형 소총을 개발하고자 했음. 물론 AK-74/74M은 훌륭한 소총이었지만, 우리 모두가 아는 시대의 흐름인 모듈화, 유틸리티성, 인체공학성이 떨어지는 물건이었으며, 해당 소총의 정확도에 대한 소요 제기는 항상 있어왔음. 실제로 AN-94를 개발할 때도 국방부가 요구했던 것이 초탄 및 차탄의 명중률이었던 만큼, 러시아군의 차기 소총 사업에서도 명중률 개선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했음.

거기에 시대의 조류를 탄 모듈화를 비롯한 유틸리티성 강화가 추가된 것이었고.


아무튼, '차기 제식 소총' 사업에서 AK-12가 AN-94의 후계격인 A-545 등과 경합하여 선정된 것은 이전에 썼던 AK-12관련 정보글 등에서도 언급한 바 있으니 생략하겠음.


그런데 문제는,  AK-12를 위시한 차기 제식소총 후보들이 경합하고, 또 선정된 시제품을 국방부의 요구, 그리고 시험운용부대의 요구에 따라 개량하는 동안의 과도기였음. 미군은 이미 사각레일에 이것저것 덕지덕지 다 달고 돌아다니고, (적어도 러우전 발발 이전까지는) 전장에서 개별 보병들의 장비 수준의 개선이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이었던 만큼, 러시아군 역시도 질 수 없다 하여 신형 보병 장구류 사업을 진행하는데, 그것이 잘 알려진 라트닉 사업이었고, 동시에 기존 AK-74 소총 개량 사업 역시 진행하게 됨.


이름하여 옵베스(Obves) 사업으로, 국방부가 사업 참여자들에게 요구한 것은, 기존 소총의 운용 및 전투 효율을 증대시킬 '키트'를 개발하는 것이었음.

즉, 완전히 새로운 소총을 요구한 것이 아니었다 라는 것임.


종종 AK-74M3을 AK-47->AKM->AK-74->AK-12로 이어지듯 완전히 뭔가 환골탈태한 것 처럼 생각하곤 하는데, 다시 이야기하지만 AK-74M3는 AK-74와 AK-74M과 같은 74의 바리에이션으로 부분 개량이 적용된 물건이었음.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국방부는 사업 참가자들에게 '기존 사총의 주요 요소들은 그대로 둔 채, 새로운 몇 가지 부속들로 이를 보완하라'고 주문했었던 것임. 


이는 상술한 바와 같이 현장의 요구에 의한 것이었는데, 야전의 전투원들이 공통적으로 요구한 사항은 인체공학적 개량과 정확도의 향상, 그리고 화기 운용효율의 향상이었음.

이와 같은 국방부와 현장의 요구조건을 받아들고 '옵베스' 사업, 즉 '현대화 키트-칼라시니코프 자동소총(Komplekt Modernizatsii - Avtomat Kalashnikova)' 개발 사업에 참여한 회사는 6개라고 하는데, 그 중 최종적으로 선정된 것이 바로 칼라시니코프 콘체른이었음. 


칼라시니코프가 특히나 경쟁력이 있었던 것은, 일단 당연하게도, AK를 설계한 설계국이었기 때문이었으며, 타 설계국에 비해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만큼 이미 국방부의 옵베스 프로젝트 발주 이전부터 자체적으로 소총 개량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음. 


칼리시니코프 사는 자체적으로 AK-100 계열로 알려진 수출형 소총, 그리고 200 계열 소총이나 이러한 사양으로의 개조 키트 등을 개발하였는데, 이는 AK계열 화기를 사용하고 있었던 외국으로의 수출을 염두에 두고 있었음. 그렇기에 칼라시니코프 사는 훨씬 수월하게, 기존에 하던 방식 그대로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었음.


(AK-74M에 KM-AK 킷을 적용한 사진. 불필요해진 사이드 레일 마운트와 접철스톡 고정부품이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음.)


이렇게, AK-74M에 KM-AK 옵베스 킷을 적용한 시제품이 처음으로 공개된 것은 2015년 5월 9일 붉은 광장에서 치러진 전승기념일 행사에서였음. 

상술한 바와 같이, 딱히 이래저래 국방부에서 떠들고 다니던 사업도 아니었기에, 신기하게 생긴 신형 소총이 튀어나오자 세간의 관심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음. 


여하튼, 칼라시니코프 사의 발표에 따르면, 개량 키트가 적용된 AK-74소총은 300m 거리에서의 사격에 있어, 시간대나 기후를 막론하고 1.5배 정도 살상력이 증대되었으며(즉, 정확도가 향상되었다는 것을 뜻함.) 기타 여러 부속들이 개량되었다고 하였음.


2015년 춘계 공표에 따르면, KM-AK 키트는 기존 AK 소총으로 하여금 각종 광학장비나 표적지시기나 전술 라이트 등의 부착을 가능케 하며, 기존의 착검 기능이나 유탄발사기 부착 기능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하였음.


칼라시니코프 사에서 발표한 AK 개량 키트의 설명도


유탄발사기와 광학장비를 부착한 사례.


카스피 분함대 소속 해군보병대원과 AK-74M3


'옵베스' 는 총 3가지 타입이 제시되었는데, 첫 번째 타입은 범용, 즉 병과 내지는 임무에 상관없이 운용될 수 있는 것이었으며, 두 번째 타입은 정찰대를 위한 것이었으며, 세 번째는 특수전 부대를 위한 것이었음. 


물론 옵베스는 5.45mm 탄을 사용하는 74계열 소총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었으며, 7.62mm 탄을 사용하는 AKM에도 적용될 수 있었음.


평가운용을 진행중인 모습.


여하튼, 2015년 6월 중순, 처음으로 선보인 지 몇 주 후, 방산 엑스포인 '아르미야-2015'에 앞서 칼라시니코프 사는 자사의 개량 키트를 러시아군에 납품하게 되었다고 공표하였음. 사장 알렉세이 크리보루치코는 이미 초도 납품을 하였다고 언급하기도 하였음. 이 소식이 있고 며칠 후, 재차 AK-74M3는 다시금 대중 앞에 공개되었음.


동시에 발표된 바에 따르면, 칼라시니코프 사의 '옵베스' 킷트는 범용성이 좋을 뿐 아니라, 간단하기까지 하다 하였음. 개조 키트의 모든 요소들이 AK 계열이라면 어떠한 총기와도 호환된다 하였음. 또한 어떠한 조건에서도 최소한의 시간이면 충분히 개량이 가능하다고 덧붙인 바 있었으며, 소요 시간은 최대 15~20분 정도라 함.  그리고 해당 키트를 이용한 개량은 굳이 조병창이나 칼라시니코프 사의 공장으로 보낼 필요 없이 야전 부대에서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음.


AK-74M3의 야전 운용


2016년, 칼라시니코프는 재차 해당 키트가 근시일 내에 더 개량될 수 있다고 언급하였음. 칼라시니코프 사에 따르면, 국방부로부터 대규모로 소총 개량 발주를 받을 계획이라 하였음. 물론 정확한 수량은 당시 언급된 바 없긴 하지만 러시아 내에만 해도 1천700만정의 AK-74/74M이 비축되어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이 1천 700만정이 모두 옵베스 킷트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었던 만큼 칼라시니코프 사의 그러한 자신만만한 계획도 뭐 근거 없는 것은 아닌 셈임.


물론 그렇다고 해서 1700만정을 전부 다 뜯어고친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이야기긴 함. 실제로 서두에서 언급했듯, 러시아군은 74계열을 대체할 신형 제식소총을 개발하고 도입할 예정이었던 만큼, 옵베스 킷트를 적용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징검다리이자 공백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었지, 아예 그걸로 땡처리를 할 생각은 아니었기 때문임.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의 목표 지표라던가 근미래의 여러 사태를 고려하면 그래도 최소한 몇만정 정도는 개량할 것이고, 좀 더 간다고 하면 당시 기준으로 야전부대에서 운용 중인 소총들에 추가로 일부 치장용 소총 정도는 싹 뜯어 고칠 수는 있었을 터임. 


여하튼, 이렇게 최초의 공개적인 '옵베스' 키트 발주는 2015년 여름에 이루어졌고, 칼라시니코프 사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납품하였음에도, 군의 본격적인 소총 개량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었음.


2017년 11월, 라트닉 시스템의 평가가 진행중이라는 소식이 있었는데, 그와 동시에 옵베스 킷트가 적용된 AK-74M의 평가운용도 함께 진행되었다고 함. 정확도가 1.3배 향상된 것은 앞서 언급한 바 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구조가 약간 더 복잡해진 탓에 분해조립에 소요되는 시간도 늘어났다고 함. 


옵베스 킷을 부분적용한 AK-74M 소총의 상부 커버 분해정비


여하튼, 옵베스 사업의 목표는 기존 소총을 다시 뜯을 필요 없이 기본적인 퍼포먼스를 증대시키는데 있었음. 이를 위해 칼라시니코프 사는 모듈 접근법을 택했고, 총기는 그 자체만으로 '총알을 날리는 모듈'로써, 여러 부착물을 닮으로써 조준 효율이라던가 기타 인체공학적 성능을 향상시켰음.


이를 위해 핸드가드를 유리섬유 폴리아미드 재질로 교체하는 한편, 4면에 레일을 달아둠으로써 확장성을 증대시켰음. 이와 동시에 그립 또한 보다 인체공학적인 형태로 개선되었음. 또한, 기존의 개머리판이 길이를 사용자의 신체에 맞게 조절할 수 없었는데 비해 옵베스 킷트의 신형 개머리판은 신축형으로 바뀜에 따라 사용자가 자신의 체형이나 상황에 맞게 길이를 조절할 수 있게 되었음.

동시에 개량된 조정간 또한 제시되었는데, 이를 통해 병사들은 적은 동작으로 조정간을 조작할 수 있게 되었음.


조작성 향상을 위해 중간에 돌기가 달려있는 것을 볼 수 있음.

이후 AK-12에 이르면 기본적으로 개량된 조정간이 부착됨.


가늠자 역시 기존의 탄젠트식 가늠자에서 AKS-74U에 적용된 것과 유사한 형태로 교체가 가능.


물론 주요 부속을 재설계하거나 하지는 않았음. 애초에 당초 국방부의 요구사항이 소총의 기본적 틀 자체는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었던 만큼... 하지만 완전히 새롭게 설계된 것이라 한다면 바로 소염기임.


신형 킷트에서 적용된 소염기.


물론 사용자의 기호나 상황에 따라 소염기는 바꿀 수도, 안 바꿀 수도 있었으며 소염기 대신에 소음기를 사용할 수도 있으며, 공포탄 아답타를 장착할 수도 있음.


공포탄 아답타를 장착하고 훈련중인 사진.


여튼 기존 AK-74/74M 소총의 퍼포먼스를 적은 비용으로 증대시킬 수 있는 키트이고, 당초 칼라시니코프 사가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최초 러시아군에 도입된 2015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해당 키트는 러시아군에서만 운용되고 있음. 뭐 국방부가 수출 허가를 안 내줬는지는 몰?루 이긴 하지만...


그리고 해당 키트의 한계점은 결국 가시화된 차기 제식 소총의 개발 완료 및 보급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공백을 메우는 '임시방편' 정도이지, 러시아군이 정말 진지하게, 상술한 바와 같이 AK-74 계열 소총을 앞으로도 제식소총으로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나마 완전히 개량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임.


22년 2월 27일, 러우전 개전 당시 크림에서 이동중인 남부군관구 예하 병력들. 모두 AK-74M3으로 무장하고 있음.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것이, 2015년 중순부터 2016년에 이르기까지 국방부가 칼라시니코프 사와 옵베스 킷트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고는 하지만, 2019년 AK-12가 제식으로 채택되고 또 양산이 시작되자 주요 일선부대는 AK-12로 화기를 전환했으며, 킷트를 보급 받은 중부군관구나 남부군관구의 일부 부대들을 제외하면 여전히 많은 부대들이 AK-74M을 운용하다가 러우전 발발 이래 소총 생산 및 보급이 증대됨에 따라 74M3가 아니라 AK-12 2020년형으로 갈아타거나, 아예 처음부터 AK-12 2020년형을 보급 받아 운용하고 있는 것임.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옵베스 킷트가 현대 러시아군의 개인화기 개발사(겸 AK 패밀리의 역사)에서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님. 옵베스 킷트의 요소들은 러시아군에 제식으로 채택된 AK-12 2019년형에 그대로 다 녹아들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음.


위에서부터 AK-74M3(일반 AK-74에 옵베스 킷트 적용 모델), AK-12 obr.2019, AK-12 obr.2020, AK-12 obr.2023


마무리하자면, 옵베스 킷트와 그것을 적용한 AK-74M3은 AK-12라는 신형 제식소총이 개발 완료되고 어느 정도 배치되기까지의 공백을 메워주는 한편, 신형 소총 개발에 적용될 여러 요소들을 실증한다는, 차기 소총, 즉 AK-12 개발을 위한 과도기적이자 기술실증적인 물건이었던 셈임.

따라서 AK-12가 대량 도입되는 시점에서 74M3와 74계열 소총들은 당초 러시아군이 의도한 바와 같이 점차 러시아군의 화기 운용사 뒷편으로 물러날 것으로 운명 지어져 있었다 보아도 과언이 아님.

현재 러시아군에 AK-12가 지속적으로, 그리고 대량으로 보급됨에 따라 74M3의 운용 예시는 갈수록 줄어듦과 동시에 AK-12 계열의 운용 및 개량 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은 이를 뒷받침하는 실례라 하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