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4년~06년동안 군산공항 미공군+한공군 기지에 빌붙어 있던 육군 출신임. 군생활 24개월.

2. 21세기 초반 한국군은 딱 푸른 거탑에 나온 수준의 부대라고 보면 됨.

3. 부대는 비행장 안에 있는 부대라서 담장경비 등은 하지 않고 위병소와 탄약고만 근무섬.

4. 기동수색이라는 이름 달고있는 부대라서 기본적으로 다 헬기를 타고 그 안에서 평시 운전병, 소총수 등으로 부보직이 나뉘는 부대.

5. 21세기 초의 한국군은 핸드폰따위는 없었어.

6. 후방이기도 하고 타부대 내에 있는 부대라서 근무는 공포탄만 장전해서 하는 부대였다.

7. 군산공항은 간척지에 생긴 부대고 원래는 바다였음. / 이날 간 대대도 해안대대.





우리 부대는 기동수색대라고 해서 전방 부대로 치면 수색이 하는 일을 하는 부대였어. 앞 썰을 보면 알겠지만 난 운전병이었고 사건이 일어난 시점에서 내 위로 병사는 한명도 없는 상태로 전역을 4개월 남기고 말년 휴가를 2개월 남긴(말년 휴가 이거저거 다 붙여서 2달쯤 만들었다.) 개씹파워말년이었지. 부대 내 차에 대한 문제도 정비관이나 수송관이 나에게 의견을 구할 정도의 개씹말년이었어. 나름 운행 뺑끼도 안치고 차 관리 애들 관리도 잘 해서 A급은 아니지만 B급 정도는 되는 부대에 종종 있는 애들한테 지랄 잘 안하고 화 잘 안내고 있는것 같지도 않으면서 휴가 잘모으는 그런 병장이었다.



지금은 어떤지 몰라도 07년도의 한국군은 상병 2~3호봉 이전은 병장에게 말도 함부로 못 걸던 시절이었다. 네 경우는 이것에 더해서 아버지 친구분이 별이 1개인지 2개였던 것이(그 당시에 몇개였는지 기억이 안남) 상병 중봉쯤에 부대내에 알려져서 대대장 연대장도 막대하진 않았던 군수저였다.



어느 날, 배차계가 아침먹고 쭈뼛거리며 온 것에서 시작이었다.

배 : 이병장님 식사하셨습니까?

나 : 응 하셨어.

배 : 다름이 아니라 부대에 운전병이 휴가자랑 부상자가 있어서 정말 죄송한데 1대대 운행 좀 가주시기 어렵겠습니까?

나 : 뭔찬데?

배 : 두돈반입니다.

나 : 아씨 알았어. 간다.

60미리 박격포반 애들 바다에 대고 사격 훈련하러 간다고 하는 운행이었다. 당시 부대에서 1대대까지는 5km정도의 거리였고 1대대 밥이 맛있기로 소문이 나 있어서 그냥 바람이나 쐴 겸 운행을 했다.

가는 길에 대대 오르막에서 병력 장비를 모조리 하차해야 하는데 나랑 사이가 나쁜 포반장 중사새끼가 무거운데 그냥 타고가면 안되냐는거다.  그러다 사고나면 포반장님이 쟤네 죽이는 거라고 박박 우기니까 씨발씨발 하면서 장비 내려서 걸어 가고 나는 부대에 올라가서 도로를 따라서 차를 올렸어. 부대는 연병장 앞으로 내리막 내려가서 연병장 앞을 지나서 오르막 올라가는 부대였음

그렇게 막사 옆을 지나서 차를 운행하는데 내리막에서 브레이크가 터졌어.

차는 절벽을 향해서 돌진했고 나는 재빨리 후진기어를 넣고 와이어를 당겨서 시동을 꺼버렸어. 그러고도 무게 탓인지 두돈반은 계속 밀려갔고 이대로 있으면 죽겠다 싶어서 포반장이 선탑석에 벗어놓은 철모를 쓰고 두돈반 레그룸으로 들어갔다.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존나 완벽한 대응이었고 솔직히 병장 짬 아니었으면 뒤졌겠다는 생각 계속 듬)

차는 가드레일을 뚫고 옆으로 넘어지면서 바다 앞까지 밀려갔고 난 레그룸 안쪽에서 버텼기에 날라가거나 하지는 않고 타박상 외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어. 와장창 소리가 나니까 대대 아저씨들이 뛰어왔는지 웅성거리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서 으깨진 앞 창문 쪽으로 차 밖으로 나왔을때 대대의 누군가가 나한테 소리쳤다.

"아저씨 거기 지뢰밭이에요!"

그리고 고개를 돌려보니까 불과 몇 미터 앞에 녹색 카메라가 날 보고있더라.

차 앞에 주저앉아서 있으려니 저쪽에서 간부가 몇명을 데리고 들것같은걸 들고 오는데 ㄹ 자 모양으로 걸어와서 또 식겁.

크게 다친곳은 없었는데, 대대장까지 와서 빨리 병원 데려가라고 해서 의무대 앰뷸런스 타고 병원에 입실했다. 당연히 별 문제 없어서 일주일쯤 꿀빨다가 퇴실하는 날, 수송관이 데리러 온대서 나가보니 대대장 연대장에 사단장까지 와있더라. 뭐야 시발 하고 가까이 갔더니 사단장이 존나 큰 꽃다발 주면서 날 퍽 끌어안더니 귀에다 존나 작고 빠르게 말했다.

"살아줘서 고마워 살아줘서 고마워"

수송관 말 들어보니 내가 뒤졌거나 병신이 됐으면 내 위로 모든 간부 다 전부 좆될 각이었다고 함. 정비관은 구속당할뻔 했다더라. 

부대 돌아와서 꽃다발을 보니까 안에 4박5일 휴가증이 두장 더 들어있었고 포반장은 고맙다면서 전역하는 날 자기도 휴가내서 집까지 태워다 줬다. 

내가 타던 차는 84년 재생된 두돈반이었고 사고 이후로 완전 폐차 판정이 내려짐. 폐차 판정이 내려지니까 전국 수송관이 다 와서 자기들 필요한 부품 뜯어가더라. 그리고 그 모든 수송관이 나한테 와서 '니가 걔냐? 와 씨발 운 드럽게좋네?' 라고 함.

존나 길게 썼는데 쓰고 보니 별로 재미없네.

뭐암튼 그랬다고.